서울 아이 : 기다리는 일의 끝에 누군가 -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서울 아이 : 기다리는 일의 끝에 누군가 -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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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행복이 왜 슬픈 이야기가 돼요?”
“계속될 수 없기 때문이지.”

아이를 어른으로 만드는 회색 도시에서
자그맣게 반짝이는 삶의 비밀을 마주한
십 대의 따뜻하고 아픈 성장기
할머니가 유산으로 남긴 이층집을 지키는 열일곱 소녀의 이야기인 『나로 만든 집』, 원룸가에 위치한 한밤의 편의점을 지키는 열여덟 소년의 이야기인 『편의점 가는 기분』 등 특별히 주목하지 않는 장소에 천착해 아무도 돌보지 않는 아이들과 눈 맞춰온 작가 박영란이 전하는 가슴 저릿한 ‘희망’의 이야기.

열 살, 열여덟 살 형제는 자신들을 두고 떠난 ‘아이언맨’을 기다린다. 형이 아이언맨을 기다리다 못해 직접 그를 찾아 나서면, 어린 동생은 형도 함께 기다린다. 성장한다는 것은 어쩌면 무언가를 간절히 기다리는 일이 아닐까? 그러나 쓰라림만 가득할 것 같은 아이들의 여름에는 비밀스러운 고양이와 무심히 냉장고를 채워 주고 사라지는 허름한 이웃들이 있다.

두 아이가 묵묵히, 또 덤덤히 통과하는 뜨거운 여름의 한복판. 작가의 곧고도 따스한 시선이 스스로가 환영받지 못한다고 느껴왔던 십 대들을 누구도 내쫓지 않는 서울의 광장으로 초대한다.

저자

박영란

경상북도영양에서태어나열두살때부터서울에서살았다.중앙대학교예술대학원문예창작전문가과정을수료했고,영문학을공부했다.장편『서울역』으로한국문화예술위원회창작기금을받았다.소설집『라구나이야기외전』,장편소설『쉿,고요히』(『나의고독한두리안나무』개정판),『영우한테잘해줘』,『서울역』,『못된정신의확산』,『편의점가는기분』,『게스트하우스Q』,『다정한마음으로』,『가짜인간』,동화『옥상정원의비밀』등을펴냈다.마음이쓰이는곳에내소설역시머물고있다.

목차

1부
2부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진짜어른이된다는건,어쩌면무언가를기다리는일아닐까?
부모의방임속에자라는소년에게
삶은선택이아닌기다림의연속이다

형제는벌써삼년째둘이서만생활하고있다.식당배달알바를하며비밀을품은고양이‘버드’와어린동생을부양하는열여덟살진우는삼년전학교간사이에집을나간아버지를찾기위해종종집을비운다.하루나이틀,아버지가있을만한기차역이나지하철역을둘러보고오던진우는이번이진짜마지막이라며아버지를찾으러나간다.그런데이번외출은조금길어지고,혼자남은동생은돌아오지않는형을기다리며여름방학을보낸다.형이찾는이가‘아이언맨’이라믿는,동생의이름은‘희망’이다.

부모도,이른홀로서기도선택한적없는형제의일상을곧게,또담담하게바라보는작가의시선은아이들의불안하고때로는천진한심리를가감없이그려낸다.소설속무책임한어른들의뒷모습에서독자는진짜어른이된다는것에관해생각하게된다.한사람의인생을책임진다는것,한아이의부모가되고,어떤부모의아이가된다는것,그러니까살아간다는건어쩌면무언가를기다리는일이아닐까?어느새독자들은두아이곁에나란히서서기다림의끝을함께바라보게된다.

아이를어른으로만드는비정한도시에서
‘진짜인생’을찾는이웃들과보낸여름방학

보건복지부가매년발표하는「학대피해아동보호현황」에따르면2021년아동학대사례는약3만7천건,그중방임을포함한학대는약5천건으로피해아동의7명중1명은방임을경험한다.끔찍한아동유기·방임사건이보도된뒤로아동학대에관한사회적의식은높아졌지만,방임은여전히주변사람이알아차리기어려운학대유형중하나다.
그러나『서울아이』속이웃들은다르다.적극적인신고정신을발휘하거나직접적인지원으로아이들을돕지는않지만,도시의무관심속에방치된아이들에게때때로말을걸어안위를확인하거나무심히냉장고를채워주는등자기만의방식으로소년들을지킨다.

나는진이빠지도록열심히살지않을거예요.
그건쉽지않단다.
왜요.
세상이널가만두지않을테니까._본문중에서

서로를향한이런느슨한연대는단순히허름한동네에이웃해지내는사람들이라는동류의식에서비롯된것은아니다.상상으로나마‘그럴듯하게구축해둔인생’이아닌‘진짜인생’,정확하게무엇인지는알수없지만찾기시작해야만보이는그인생을실제로살아가는사람들사이의공감이자연스레연대로발현되는것이다.

‘기다림’과‘환대’라는삶의비밀을마주한
십대의따뜻하고아픈성장기

계단저위에서버드가나를내려다보고있었다.거리가가까워져도도망가지않고식빵굽는자세로앉아서나를보았다.눈까지깜박이면서.나는길고양이를어떻게다뤄야하는지좀안다.길고양이가먼저눈을깜박이면무조건같이눈을깜박여줘야한다.그러지않으면고양이들은상처받는다.그래서나도눈을천천히깜박이면서계단을올라갔다._본문중에서

외면당하는게일상인소년이박대당하는게일상인길고양이와눈을맞출수있었던건,이런느슨한공동체환대덕분이다.어디서도환영받지못하는사람들이마음껏어슬렁거릴수있도록자리를내어주는광장에서조금일찍마주한인생의비밀.아이를어른으로만드는도시에서훌쩍커버린열살의여름방학이야기가펼쳐진다.
누구도주목하지않는사람,누구도주목하지않는삶.그모두를품으로끌어안지는못해도결코시선을피하지않음으로써타인의삶그자체를환대하는작가의곧고도따스한시선.그렇게『서울아이』는비정한거대도시를살아가는우리에게가슴저릿한‘희망’의가능성을건넨다.이책은2014년출간한『서울역』의개정판으로,일부표현을수정하였으며초판에는없던짧은에필로그를2부마지막장에실었다.

책속에서

형이뭐든제멋대로이긴하지만약속은제법지키기때문에걱정하지않았다.내가걱정한건형입에서아이언맨이라는말이나왔다는것이다.형에게아이언맨은나와는감정이다르다.형의아이언맨은형기분을더럽게만든다.형은이따금‘개자식’이라는말을혼자내뱉었다.그것만으로성에차지않으면주먹으로벽까지치면서개자식을찾았는데,그개자식이바로‘아이언맨’이기때문이다._17쪽

이모한테형이아이언맨을만나러갔다고말하고싶지않았다.이모는아이언맨이누군지모른다.이모는은유를모른다.정확하게꼭집어말해줘야아는사람이다.그런데나는아이언맨을정확하게꼭집어말할자신이없다.형도자기가아이언맨을만나러가는것을이모한테말하지말라고했다.만약내가아이언맨이누군지이모한테말한다면,그래서형이가끔아이언맨을찾으러가는것을안다면,이모는두번다시우리를찾아오지않을지도몰랐다._40~41쪽

사람들은귀차니아줌마가겁을주면도망가지만나는달랐다.나는열살짜리아이다.남에게겁을주기보다는불쌍해보이는쪽이더안전하다.또불쌍해보이는쪽보다웃겨보이는쪽이덜위험하다고형이말해주었다.그래서나는되도록사람들한테웃기게보이려고애썼다._65쪽

누구기다리니?
사람들은열살짜리아이가누굴기다리지않는한서울역에서절룩거리고다닐리없다고생각하는것이다.여러사람이물어보지만맥도날드알바누나가물어보는말이가장마음에들었다.
맥도날드알바누나는이렇게물어본다.
뭐잃어버렸니?_99쪽

난요즘그런생각을해.인생은자기책임반이고,세상책임반이야.재수없게하필이런세상에태어나서팽개쳐졌다고해도자기책임이반은된다는거.그러니까세상이인생을빼앗아갈수는없다는거지.
아줌마와나는재수없는경우죠?
그럴걸.
재수없는인생은지랄맞대요.
누가그래?
형이요.
참좋은형이다.
형이오면그말해줘야겠어요.
무슨말.
지금아줌마가한말이요._217~21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