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쉽게 잊고 비슷한 일은 반복될까요? (기억하는 사람과 책임감 있는 사회에 관하여)

왜 우리는 쉽게 잊고 비슷한 일은 반복될까요? (기억하는 사람과 책임감 있는 사회에 관하여)

$15.81
Description
“일상적 재난의 시대, 우리 사회의 '안녕'을 묻다”

미래 세대에게 들려주는 무고하고 비통하고 유구한 이야기
우리 세계의 재난과 사회적 기억에 관하여
일상적 재난의 시대, 안전한 삶과 세계를 위해 ‘사회적 기억’의 의미를 깊이 그리고 기꺼이 탐색하는 책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여기에 있었으나 돌아오지 못한 무수한 이들, 재난이 앗아간 무고한 이름들에 노란 리본을 다는 마음으로 우리 사회의 ‘안녕’을 다시 묻는다.

20세기부터 지금까지 벌어진 국가 폭력, 제노사이드, 산업 재해, 자연재해와 그에 얽힌 복합적인 인재로부터 우리는 얼마나 멀리 있는가? ‘참사’로 불리며 충격을 주었던 수많은 재난으로부터 우리는 마땅히 먼 곳에 있을 권리가 있고 그래야만 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 세계는 전혀 안전하지 않으며, 재난을 외면한 자리엔 더욱 참담한 ‘재난의 반복’이 들어서고 있다.

그간 『세상 물정의 사회학』 『인생극장』 등을 펴내며 가장 평범하고 구체적인 삶에서 우리가 사는 세상의 보편적 맥락을 탁월하게 길어 올려온 사회학자 노명우는, 이 악무한의 재난을 멈추기 위해 시간과 마음을 들여 간절한 자세로 재난을 마주한다. 그는 책 전체에 걸쳐 우리 사회는 물론 세계 각지에서 발생한 수십 건의 사회적 참사를 사회학적 시선으로 면밀하게 살피며, ‘잠정 - 전조 - 사태 발생’이라는 각각의 국면마다 도드라지는 재난의 구조를 끈기 있게 읽어 낸다. 아울러 ‘기억과 반격의 투쟁’이라는 재난 이후의 메커니즘이 이 세계를 어떻게 어둠 속으로 끌고 가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마치 촛불을 들고 긴긴 터널 속을 걷듯, 어둠이 깊어지는 자리마다 멈추어 우리가 외면한 세계가 제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가만히 주위를 밝히는 작업을 반복한다. 온기를 잃지 않는 객관적인 사유의 힘은 “그들은 슬프겠지만 사실 우린 좀 피곤하지 않나요?”, “어차피 다들 쉽게 잊고 비슷한 일은 원래 반복되는 거 아닌가요?”라는 차마 내뱉지 못한 질문들조차 아프게, 성실하게 끌어안는다. 앞선 세대는 기억의 연대로 타인의 고통을 향해 함께 걸어갈 것을 약속하게 되고, 다음 세대인 미래 세대는 그날의 ‘왜?’가 자신의 ‘왜?’가 되는 순간을 마주하게 되는 책이다.
저자

노명우

저자:노명우

사회학자이자독립서점북텐더입니다.우리모두의더나은미래를모색하는학문이사회학이라고믿고있기에교수라는호칭보다사회학자로불리기를원합니다.

2014년4월16일뉴스속보를접하고수업에들어갔습니다.그리고학생들에게수학여행가는배가전복되었는데다행스럽게전원구조되었다고전했습니다.수업이끝난후오보였음을알게된후어떤말도할수없었습니다.

그로부터10년이지났지만철저한진상규명은‘아직도’입니다.진심어린사과도‘아직도’입니다.그날이후에도일어나서는안될또다른참사가벌어졌습니다.잊지않겠다고했는데어느새그날의다짐을잊고살아가는자신을발견하고부끄러워졌습니다.제가할수있는방식으로잊지않겠다고했던약속을지키기로했습니다.현실을아름답게포장하지않고있는그대로사태를바라보는사회학의눈으로우리가망각하고있던재난을용기내어들여다봤습니다.그리고우리가쉽게잊는이유와재난이되풀이되는까닭을찾고자했습니다.

이책이더이상읽힐필요가없는미래를다함께맞이하고싶습니다.그날이올때까지여러분과함께걷고싶습니다.

목차

1.금요일에돌아오지못한2014년의열일곱살이있습니다
2.달력에표시되지않은재난도있습니다
3.희생자의눈으로재난을바라봅니다
4.재난이후우리는반격과기억의갈림길에서어디로가게될까요?
5.기억은우리모두가책임지겠다는약속입니다
6.우리모두는재난에연루되어있습니다
7.혼자걷게하지않도록함께부르는노래

출판사 서평

“사회학적시선으로바라본재난과기억”
여기에있었으나돌아오지못한무수한사람들
재난이앗아간이름들앞에노란리본을다는마음으로

재난을목격하면우리는곧스스로에게먼저해명해야만하는질문을던지게된다.“왜재난이발생했는가?”,“왜,비슷한재난이,다시발생했는가?”라는,고통스러워서잊기쉬운질문을.이책은그질문에대한답이다.

‘참사’라고불리며우리세계에큰충격을주었던수많은재난은‘대규모인원이한날한시에혹은특정기간에집중적으로사망’한사건들이다.문장자체로매우끔찍한이재난앞에서우리는너무나무섭고두려운마음에고개를돌린다.하지만외면한자리에는여전히재난이남긴고통과피해가,재난의원인과재난이반복되는구조가남아있다.

특히20세기부터현재까지벌어진국가폭력,제노사이드,산업재해,자연재해그리고그에얽힌복합적인인재(人災)와같은참사는동시대의십대에게는아주먼이야기처럼들린다.시간적으로도,공간적으로도십대의오늘과는멀리있기때문이다.마땅히우리에게는참사로부터먼곳에있을권리가있다.안전한삶,건강한일상,무탈한생활…….하지만누구도우리의세계가안전하다고자신있게말할수는없을것이다.마땅했어야할일이가장마땅하지않은방식으로우리의믿음을배신하는장면을몇번이나목격했기때문이다.우리는지난참사로부터진실로얼마나지나왔을까?정말지나온것이맞을까?
『왜우리는쉽게잊고비슷한일은반복될까요?』(이하『왜우리는』)에서는우리사회에일어났던재난을잠정국면,전조국면,사태발생국면으로나누어각각의국면에서우리가할수있었던일과앞으로해야할일을이야기한다.사회학자의시선은한국에만머무르지않고,전세계의재난을두루살펴재난의구조와메커니즘을드러낸다.비슷하게비윤리적이고비인간적이며,비슷하게비이성적이고불평등했던세계의모습을또렷이보여준다.이를통해우리는각각의재난에서우리가할수있었던일을추량하고,앞으로해야할일을모색할수있다.

저자는시종차분한어조와객관적시선을유지하는데,그과정은마치촛불을들고긴긴터널속을걷는사람을떠올리게한다.어둠이깊어지는자리마다멈춰서서그근원이제모습을드러낼때까지가만히주위를밝히는작업을반복하는충실하고강직한야간경비원.반복되는참사앞에서오늘의십대와기억의힘이소진되어가는사회에보탤수있는이야기란,위로를넘어선‘책임’에관한것아닐까?시민과함께공부하는사회학자노명우가시간과마음을들여밝혀낸재난을간절한자세로마주한다.

지난세기부터오늘에이르는무고하고비통하고유구한이야기는우리가이웃에대해더열린마음을갖도록,동료시민들의삶에더관심을두도록,잘모르는사람들의고통에귀를기울이도록안내한다.예기치못한팬데믹,상상치못한전쟁,지속되는분쟁,심화하는기후위기,비슷하게반복되는중대재해까지,재난의연속과계속을‘일상’으로느끼며살아가는십대를비롯한모두에게우리사회의오래된안부를전한다.

“잊지않는다는것”
타인의고통앞에서고개를돌리지않고
기억의연대로사회적책임을건져올린다

‘어떤사람들*’을추방하는목적은미래를위해서,우리의조국을보호하기위해서이다.그들은어디에라도살아있다면절대선동적인생각을버리지않을것이다.그래서우리는그들의수를가능한한줄여야한다.부모들이어떤고문을당했는지기억하지못하는고아들만수용하고보호하도록하라.다른고아들은추방행렬과함께보내라.
_파울로코시,이현경옮김,『메즈예게른』,미메시스,2011,95쪽.

*1915년당시튀르키예에거주했던아르메니아인을말한다.기억하지못하는고아들만수용하라고하는이편지를쓴사람은당시학살을자행한오스만제국의사실상지도자였던메흐메트탈라트파샤다.

10.295.184.319952014201620181914~19181939~19451915~1916193719781975~1979198919941995.7.……
이태원,광주,제주,삼풍백화점,세월호,구의역,태안화력발전소.1차세계대전,2자세계대전,메즈예게른,난징,러브운하,캄보디아,힐스버러,르완다,보스니아……

우리는어떤날짜나연도,명사만보고도어느날을떠올리고,잠시그자리에멈추어가만히숨을고른다.숨을쉴수없다고느끼기때문이다.거대한기억앞에서는숨이막힌다.국가폭력,제노사이드,산업재해,복합적인재……20세기이후우리역사는재해와인재,전쟁과분쟁,사건과사고의역사라고해도무방하다.끝없이이어지는재난은각기다른상처를남겼고,많은경우에여전히치유되지않은채남아있다.

재난을떠올리는일은고통스럽다.떠올리다보면그죽음이너무도이상해서,그러니까사람이그렇게죽었다는것이너무도부자연스러워서비현실적으로느껴진다.우리는일상에서이모든죽음을거의잊고지낸다.그렇지만계절이봄에이를때,어린이보호구역에있는옐로카펫을볼때,지하철차내전광판에서화재발생시행동요령영상이나올때,누군가의기일이돌아올때,문득떠오른다.그모든죽음이.

‘부모들이어떤고통을당했는지기억하지못하는’아이들만보호하는명령은,가해자가무서워하는것이바로기억이라는사실을드러낸다.특히미래세대의기억은참회없이세계를유지하려는모든가해자가가장두려워하는것이다.켜켜이쌓이는시간아래에진실을묻고,무심히흐르는시간위에증거를흘려보내려는가해자의흉계를차단하는유일한방법이다.우리세계에어떤참혹함이있었는지기억하는사람은,진실을은닉하고참회없이세계를유지하려는가해자가횡행하지못하도록그들의마음속에일말의두려움을심는다.
진실을떠오르게하는것이우리의기억일때,다음세대의기억은그어떤기억보다도힘이강하다.열다섯에아우슈비츠에끌려가부모와세누이를잃고홀로살아남은소년엘리위젤이목소리를내기시작했을때,전세계가다시금새롭게홀로코스트의기억을들었던것처럼.

어떤이름들앞에,
“안녕.”하지못한날들에,
오늘우리의약속을건넨다

세월호참사10주년에우리사회는무슨이야기를할수있을까?그날이후10년,우리가어떤이야기를들을수있는시민이되어있는지생각한다.그리고10대와,즉10년전이출생과그리멀지않은나이의청소년들과‘10년전’을이야기한다는것,‘100년전’을이야기한다는것.그것의의미를곱씹는다.10년전에도세계가있었고,100년전에도세계가있었는데,그세계가그토록참담했다는것을어떻게말할수있을까?

『왜우리는』은이태원참사와영국힐스버러참사,가습기살균제참사와미국러브운하참사,삼풍백화점붕괴와방글라데시라나플라자붕괴처럼서로다른나라에서발생한비슷한모습의참사.아르메니아,난징,유럽전역,캄보디아,르완다,보스니아에서벌어졌던제노사이드,제주4.3사건과5.18광주민주화운동당시군부의학살,노근리양민학살등국가폭력.재난의불평등함을생각하게만든자연재해허리케인카트리나와산업재해구의역스크린도어참사.창경호,남영호,서해훼리호로이어지는세월호참사등우리세계에서벌어졌던참혹한재난의원인과그러한재난이반복되는구조를파헤친다.

책에서는집단에대한적대적인말에서시작해집단살해로까지나아가는과정,규제완화와사회적무관심,무책임,재난대응및구조미숙,피해자개인의불평등한사회조건등다양한기반위에벌어지는재난을분석하는한편,비슷하게반복되는재난앞에서우리의‘기억’은해결의시작점을만들어준다는것을확실히한다.우리를망각으로끌고가는시간과가해자들의조용한반격에맞서는힘도오직‘기억’에있음을.

오직기억하는인간만이다른인간을사라지지않게만든다.기억은우리가서로를지키는방식이자,더안전한세계로나아가는방법이다.우리세계의어두움을아는것,그리고어둠이아직거기있음을기억하는것.

Whenyouwalkthroughastorm (폭풍속을홀로걸을때에는)
Holdyourheaduphigh(고개를높이들어라)
Anddon’tbeafraidofthedark(어둠을두려워하지말라)

Attheendofastorm(그폭풍의끝엔)
There’sagoldensky(황금빛구름과)
Andthesweetsilversongofalark(종달새의달콤한은빛노래가있을테니까)

Walkonthroughthewind(바람을헤치고걸어라)
Walkonthroughtherain (빗속을헤치고걸어라)
Thoughyourdreamsbetossedandblown(비록꿈이상처받고흔들릴지라도)

Walkon,walkon (걷고또걸어라)
Withhopeinyourheart (마음속희망과함께)
Andyou’llneverwalkalone(그대는결코혼자걷지않으리)

You’llneverwalkalone(그대는결코혼자걷지않으리)
_HammersteinOscarⅡ,,1945.

사라지지않게,흐려지지않게.진실이모두밝혀지고우리의비통함이사그라질때까지,무고한영혼이안심하고떠날때까지.유구하고때로는너무가까워서더아득한이야기들에기억을위한약속을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