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것을잘하고싶어!
일어날지도몰라,좋아하는기적이
“이야기끝에다다르면알게된다.우주를이해하는데사랑이필요하듯이,사랑을이해하는데우주가필요하다는것을.‘어마어마하게멀리서온마음’이우리안에도이미있다는것을.”
_박영란(작가)
사계절문학상수상작가이자,『사랑에빠질때나누는말들』『러닝하이』『봄날의썸썸썸』등으로솔직하고곧게사랑하는아이들을다정하게도닥여온탁경은작가의신작이다.
‘사랑’하면익숙하게떠오르는이미지는연애지만,우리는알고있다.사랑의대상도,형태도다양하다는것을.탁경은작가가이전작품들에서비단두근거리는마음으로첫사랑을겪는이들만이아니라다양한관계에서사랑을발견하고또사랑을하기위해용기를내는십대를묘사해왔듯이말이다.그것은『어마어마하게멀리서온마음』에서도다르지않다.나아가여기등장하는아이들은사랑을하기위해서만이아니라사랑에필연적으로뒤따르는상처를받아들이기위해서도용기를낸다.
좋아한다는―
유성우처럼찬란하게반짝이는마음
사월어느날,양양에유성우가쏟아진다.강렬한빛이사라진자리에적지않은운석들이남는다.시커먼석탄같기도,반짝반짝윤이나는보석같기도한운석을놓고여러말이떠돈다.운석을보면사랑이이루어진다는말,엄청나게뜨겁고무거워서어떤것으로도들어올릴수없다는말,운석을만질수있는사람이있다면그건무언가/누군가를진짜사랑하기때문이라는말이.이에아이들은양양으로향한다.
무언가를‘진짜’좋아한다는게뭘까?운동을좋아하든,책읽기를좋아하든,아니면옆반애를좋아하든,청소년기에우리는좋아하는것을어서찾아야한다는압박을받는다.좋아하는것을찾는다는건곧미래에내가어떻게살아갈것인지를결정하는일이니까.하지만좋아하는것을찾는일은쉽지않다.좋아하는것을하고싶다면공부부터해야하는세상에서,누구도좋아하는것을어떻게찾는지또어떻게좋아해야하는지도알려주지않으니까.『어마어마하게멀리서온마음』은봄,고은,지후,유림,하은,한솔,서연,태윤,준기등아홉명의등장인물이각자좋아하는것을찾아가는이야기이자,좋아하는것을대하는태도에관한이야기다.
물론아이들은제각기좋아하는것도,좋아하는것을어떻게대하는지도다르다.이를테면고은은지후에게첫눈에반하지만,좋아하는마음은때로고집스럽고이기적인요구로나타난다.반면우주를,별을,과학을사랑하는유림은,어떻게든운석을만져보고자온갖장갑을겹겹이낀사람들사이에서아주얇은라텍스장갑한장만을낀다.소중한것을대하듯맨손으로들어보고싶지만그랬다가는운석이훼손되기라도할까봐불안해서.지후는책을너무나사랑한나머지책을쓰는사람(작가)이되고싶어하지만,책속인물들을친구로여기지실제사람들과는거의말을주고받지않는다.한편태윤은빵만보면정신을못차리지만,빵을먹기만하면화장실을들락거려야한다.빵이태윤을거부하기때문에!
우리가좋아하는것이우리를상처입힐지라도
이들이무언가혹은누군가를좋아하는마음은서로다른형태를띠고있지만,좋아함으로써겪는일련의변화는크게다르지않다.‘그럼에도불구하고’태윤은빵을먹는다.빵을먹으면가려울때가있고,졸음이올때가있고,설사를할때도있지만,또이모든것을알지만,좋아하기에먹는다.우리가상처받을걸알면서도새로운관계를시작하듯이.사람과부대끼며겪는모든일을성가시게만여겼던지후는점차책이아닌통로를통해서도세상을받아들이려하고,그것은핸드폰에빠져사는하은역시마찬가지다.한편자신에게지후를정말로좋아한다고믿었던고은은운석을들기는커녕너무뜨거워서잠깐도만지지못하자엉엉울음을터뜨린다.
말하자면운석을구심점으로모인아이들은무언가/누군가를좋아하는마음을저도모르게시험대위에올려놓는것이다.얼마나가볍든,얼마나무겁든,좋아하는마음은때로(어쩌면자주)우리에게상처를입힌다.우리가그것을좋아하기때문에.이소설에서유일하게일방적으로좋아하는관계가아닌쌍방적관계를맺은봄이는자신이좋아하는사람에대해거의아무것도알지못했다는사실을깨닫는다.그리고그런아픈깨달음까지도좋아하는마음의일부로받아들인다.
앞서이소설이좋아하는것을찾아가는이야기이자,좋아하는것을대하는‘태도’에관한이야기라고썼지만,여기서한가지더추가되어야한다.『어마어마하게멀리서온마음』은좋은것과좋아하는것이서로다르다는사실을깨닫는이야기이기도하고,좋아하는마음이우리에게상처를주더라도그런상처로인해한걸음더내딛게되는이야기이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