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를 삼키면 투명해질까 : 섭식장애와 함께 살아가는 다섯 명의 목소리

유리를 삼키면 투명해질까 : 섭식장애와 함께 살아가는 다섯 명의 목소리

$16.80
Description
“병이 삶을 살아갈 자격을 빼앗을 수는 없다고 말하고 싶었다.”

당사자로서, 연구자로서, 또 상담사로서 담아낸
섭식장애를 앓는 다섯 사람의 이야기
회복을 향한 분투를 담은 진솔한 기록물이자
제대로 보이지 않는 병에 대한 사려 깊은 통찰
‘섭식장애’라고 하면 사람들은 가장 먼저 다이어트를 떠올리곤 한다. ‘성공적인’ 다이어트 뒤에 ‘다이어트 강박증’이나 ‘바프 부작용’ 같은 제목을 단 채 공유되는 경험담들이 여지없이 섭식장애 증상이기 때문이다. 폭식을 하고, 폭식을 한 이후에는 죄책감을 느끼며 운동을 하고, 다이어트 강박에 시달리며 거식을 한다. 이 때문에 섭식장애에는 으레 ‘혹독한 다이어트 뒤에 따라오는 부작용’이라는 인식이 따라붙곤 했다.
하지만 섭식장애가 단지 다이어트 때문에 생긴 병이라면, 어째서 목표한 체중에 이르러서도 다이어트를 멈추지 못하는 걸까? 어째서 괴로움과 수치심을 안고서도 음식을 쓸어 담듯이 먹고 토하고 마는 걸까? 우리는 여기서부터 질문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15년 동안 섭식장애를 앓았던 당사자이자, 병에 대한 이해가 희박한 상황에 당사자의 목소리를 부여하고 싶다는 생각에 직접 뛰어든 연구자이자, 같은 병을 앓는 이들의 회복을 돕는 상담사인 저자 이진솔이 섭식장애 당사자 다섯 사람을 만났다. 이 책은 이들과의 오랜 인터뷰를 거쳐 섭식장애를 만난 계기에서부터 증상, 병을 앓으면서 겪은 고통, 스스로를 회복하고자 하는 분투가 섬세하게 실려 있다. 당사자만이 나눌 수 있는 진솔한 공감과, 연구자로서 더할 수 있는 사려 깊은 분석은 이제껏 자극적인 어휘와 이미지로만 소개됐던 ‘섭식장애’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혀 준다. 이 책이 섭식장애를 겪고 있는 이들에게, 또 이들의 회복을 돕고자 하는 주변인들에게 좋은 안내서가 되기를 바란다. 섭식장애는 ‘다이어트에 미친 사람들이 걸리는 병’이 아니다.

저자

이진솔

저자:이진솔
심리상담사.인제대학교에서상담심리치료학으로석사학위를받았다.이책은석사학위논문을바탕으로했다.
섭식장애에관한연구를하게되기까지,먹고토한시절이길었다.단지길었다는말로는부족할만큼오랫동안섭식장애를앓았다.병말곤아무것도남지않았다고생각했지만,섭식장애를털어놓고병에서멀어지고싶다는개인적다짐을담은영상을통해함께살아갈친구들을만났다.대학원에진학한것,섭식장애연구를한것은우리가아픔을공유하는데서그치지않고함께나아가고싶어서였다.
지금은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에서상담심리학박사과정을밟고있으며,어린이와청소년,성인을대상으로상담을하고있다.과거의아픔은나의자산이되었지만,내담자앞에서는오롯이그사람의이야기에,세계에집중하는상담자가되고싶다.
youtube.com/@youdoyou

목차


추천의말
들어가며
인터뷰
첫번째이야기다솜
두번째이야기바다
세번째이야기다운
네번째이야기재연
다섯번째이야기윤슬
마치며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당사자이자연구자,상담사로서기록한
‘섭식장애’의다른얼굴들

한사람이있다.
이사람은열여섯살에처음으로구토를한이후약15년간섭식장애를앓았다.한번이었던구토는두번,세번,매끼로이어졌고,나중에는먹는행위자체가두려워졌다.극단적인제한은곧통제불가능한폭식으로옮겨갔다.모두가잠든새벽이면허겁지겁음식을입에밀어넣었다.앉은자리에서치킨,피자,햄버거,비빔밥,떡볶이,아이스크림,탄산음료,과자를해치웠다.식도끝까지차오른음식들때문에숨쉬기힘들어지면어김없이토했다.수치심이,죄책감이들었다.용기를내병원에갔을땐“지금도충분히말랐는데왜먹고토해요?”라는말이날아왔다.아무도궁금해하지않았다.그가왜먹는걸두려워하는지,왜구토를멈출수없는지.

10여년을그렇게병한가운데에서보낸뒤,그는섭식장애를털어놓고병에서멀어지겠다는다짐을영상으로찍어올렸다.나을수있다는희망보다는그저어디에든이야기하고싶다는심정으로.아무도보지않을줄알았던영상을,뜻밖에도수많은사람이봤다.이병으로힘들어하는사람이셀수없이많다는사실을알았다.혼자가아니라는안도감이들었다.3년뒤인2020년,섭식장애에관한연구를하기위해상담심리치료학석사과정에진학했다.아픔을공유하는데서그치지않고함께살아갔으면,나아갔으면좋겠다는바람이었다.경험을넘어서는가치를찾고싶었다.
이책은그렇게완성된석사학위논문을토대로했다.

섭식장애당사자에서연구자가됐고,이제는상담사가된사람.
저자이진솔은논문을쓰기위해섭식장애를앓는다섯사람을인터뷰했고,책을엮기위해다시두사람을더인터뷰했다.그렇게해서책에는총다섯명(기존인터뷰참여자세명,새로운인터뷰참여자두명)의인터뷰가담겼다.이들은모두여성이고,27세에서33세사이이며,짧게는5년에서길게는10년이상섭식장애를앓았다.때로는숨을쉬기어려울만큼많은음식을먹었고,때로는아무것도먹지않은채몇시간이고운동을했다.때로는둘사이를오가면서먹은것을모조리토했다.사람들은‘먹토(먹고토하기)’나‘씹뱉(씹고뱉기)’이다이어트에목매는이들의비정상적인행동이라고생각하지만,이들의목소리를따라가다보면그런통념은곧무너져내린다.

이책은이제까지자극적인어휘와이미지로만소개됐던‘섭식장애’라는병을당사자로서,연구자로서,또상담사로서당사자들의목소리를섬세하게담아낸결과물이자,헤어나오기힘든병의한가운데에서회복을향해아주작은한걸음을내딛는이들의분투를담은진솔한기록물이자,무엇보다도‘다이어트’에가려제대로이름불리지못했던병에대한사려깊은탐구다.

다이어트에가려
제대로이름불리지못했던병
마음속깊은곳에대한탐사

“친구들의관심을받기위해시작한다이어트는시간이지날수록자신을날선평가의눈으로바라보게했다.친구들과마주앉아웃고이야기나누는일보다거울속내몸이어떤지확인하는일이더중요해졌다.(…)결국섭식장애는다솜의유일한친구이자전부가되었다.살이빠지면친구들과더잘지낼수있을거라고기대했지만곁에남은건섭식장애뿐이었다.”

‘섭식장애’라고하면사람들이가장먼저떠올리는것은다이어트다.몸이하나의자본이된세상,‘클린한’식단을하고규칙적인운동을하는등체중조절행동이곧‘자기관리’가된세상,누가얼마만에얼마나많은살을어떻게뺐는지가‘비포-애프터’사진으로끊임없이화제에오르는세상에서는자연스러운연상이다.

이책에등장하는다섯명의인터뷰참여자들역시시작은다이어트였다.다이어트를마음먹은이유야제각기달랐지만,섭식장애를만난계기만큼은하나였다.실제로‘성공적인’다이어트뒤에섭식장애를앓게된사람들이있다.‘다이어트강박증’이나‘바프부작용’같은제목을단채공유되는경험담들은여지없이섭식장애증상이다.극단적으로적은양에탄수화물,염분등이제한된식단을하면서충족되지못한채쌓인식욕이폭식을부르고,폭식을한이후에는죄책감에시달리다운동강박으로,거식으로,거식에서다시폭식으로이어지는굴레.

하지만섭식장애가단지다이어트때문에생긴병이라면어째서목표한체중에이르러서도다이어트를멈추지못하는걸까?다이어트를멈추지못하는것을넘어,어째서괴로움과자책감,수치심을안고서도음식을쓸어담듯이먹고또끝내는토하고마는걸까?우리는여기서부터질문을다시시작해야한다.

“그렇다면다이어트를하지않으면되는걸까?아니다,그가다이어트를하게된이유부터생각해야한다.놀림받고상처받았던윤슬,누구에게도기대지못하고힘들다말하지못하고혼자이불속에서눈물을삼키던어린윤슬부터만나야한다.”

섭식장애를‘혹독한다이어트뒤에따라오는부작용’내지‘다이어트에미친사람들이걸리는병’이라고만생각하면이병을이해할길이없다.토할때쾌감과해방감을느낀다는다운을,엄마의애정을붙들기위해어떻게든체중을지키고자하는바다를이해할길이없다.여기실린것은다섯명의목소리일뿐이지만,이마저이해하지못한다면나날이환자수가늘어나고있는‘섭식장애’라는병을이해할길이없다.

“살찌지않으려면계속토할수밖에없었다.당시엔그게가장효율적인방법이라고생각했다.살이쪄서이모든걸잃느니죽는게나았다.바다에게섭식장애는병이기이전에행복을지키는수단이었다.”

병을삶의한부분으로끌어안으면서

이책은섭식장애를극복(완치)한이야기가아니다.섭식장애를앓던‘비포’에서말끔하게빠져나와건강하게살아가고있는‘애프터’로옮겨간이야기가아니다.인터뷰참여자다섯명중네명은여전히섭식장애를앓고있다.어떤병은‘병’이라고인정받는것마저어렵다.당연히치료는머나먼이야기가된다.한국에서섭식장애는그심각성에도불구하고제대로된조사나연구,치료체계가부재한상황이다.다른누구보다도회복되기를바랐지만,인터뷰참여자들이긴긴세월동안병한가운데에있었던것은이때문이다.때로는치료비를감당할수없어서(비급여치료가기본이기때문에),때로는개개인을고려하지않은일면적인치료방식에실망해서,때로는섭식장애에무지한의료진의말에상처받아서치료를그만두었다.

말하자면이책은‘비포-애프터’이미지에는결코담기지못할구불구불하고긴눈물자국의이야기다.이제까지천편일률적인방식으로만그려졌던‘섭식장애’에대한입체적인도면인동시에,한편으로는곪은마음을제몸으로표출할수밖에없었던이들의가슴아픈초상이기도하다.
이책이빛나는지점은바로여기에있다.다섯명의참여자와웃고울며나눈수십시간동안의인터뷰는무조건적인자기긍정서사로회귀하지않는다.기계적인연민으로흘러가지도않는다.다만병이삶을살아갈자격을빼앗아갈수는없다고,낫지않아도살수있고완치가희미하게느껴져도다시일어설수있으면된다고,담담한문장을건넬뿐.
병을삶의한부분으로끌어안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