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해도 되는 타이밍

고백해도 되는 타이밍

$14.41
Description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황영미 작가의 4년 만의 신작
보통의 일상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때 생겨나는 특별한 순간들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로 “교실에서 펼쳐지는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의 풍경, 그러한 관계를 겪어 내는 중2 화자의 목소리가 너무도 생생”하다는 평을 받았던 황영미 작가가 4년 만에 새 소설 『고백해도 되는 타이밍』으로 돌아왔다.
주인공은 ‘홍지민’, 열다섯. 어쩌다 허언증이 있다는 오해를 산 탓에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 철벽을 두른 듯 차갑게 굴고, 급식도 혼자 먹어야 하는 처지다. 털어놓을 데가 없어 인터넷에 ‘혼급식 요령 좀 알려 주라.’라는 글을 올려 조언을 얻지만, 급식실 앞에서 “나만 빼고” 다 같이 밥을 먹으러 가는 반 여자애들을 마주치곤 용기를 잃어 교실로 돌아간다. 소설은 이런 지민이가 동아리에 들고, 급식 메이트를 비롯해 새로운 여러 관계를 맺어 나가고, 마침내는 자꾸 시선이 가는 아이까지 생겨나는 과정을 따라간다. 인터넷에 고민을 털어놓기는 쉬운데 다른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기는 왜 이렇게 어렵기만 한지. 고백에 ‘타이밍’이 필요하듯이, 관계에는 ‘경험치’가 필요한지도 모른다. 봄부터 겨울까지, 수많은 꽃이 피고 지듯이 관계의 여러 면면을 맞닥뜨리면서 열다섯 살의 페이지를 넘기는 지민이의 평범한 듯 특별하고 조용한 듯 찬란한 이야기.
저자

황영미

저자:황영미
『체리새우:비밀글입니다』로제9회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대상을수상했다.지은책으로『모범생의생존법』『사춘기라는우주』등이있다.

목차


혼급식을하는방법
꼬리에꼬리를문생각의화살표
내이름을불렀어
허언증개찐따가아니라
영원,할머니
만남과이별
슈퍼맨
마음의눈으로보는법
고백해도되는타이밍
현서
나쁜상상
내가불행한이유
여름밤의기적
모든구름의뒤편
연극이끝난뒤
꼬리잘린청설모
사랑이넘치도록많은사람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애들사이에서내가어느위치에있을까?
중간이하인건확실했다.
집도별로,공부도별로,외모도별로.”

『체리새우:비밀글입니다』로“교실에서펼쳐지는복잡하고미묘한관계의풍경,그러한관계를겪어내는중2화자의목소리가너무도생생”하다는평을받았던황영미작가가4년만에새소설『고백해도되는타이밍』으로돌아왔다.
이번작품에서도황영미작가는십대의말과생각,관계에울고웃는일상을꾸밈없는문장으로생생하게묘사하는것은물론,지난작품들에서한발짝더나아간질문을던진다.외모나성적,심지어는사는집이어디인지,어떤아파트단지의어느동에사는지까지알아내서“숨쉬듯이급을나누는”세상,‘나’라는존재를긍정하는것만으로는해답이될수없는세상에서우리는어떻게우리자신을사랑할수있을까?자신을넘어,타인은또어떻게사랑할수있을까?‘작가의말’에황영미작가는이렇게쓴다.
“결국나는사랑에대해말하고싶었던것같다.영혼의살점을지불하면서까지도파민을얻는세상에하품나게사랑이라니.생각해봤는데,그렇게다시생각해도사랑이야말로정답이다.”
역설적인말이지만자신을,타인을사랑할수있는마음은다름아닌사랑으로부터나온다.자기자신을사랑할수있는사람이타인을사랑할수있다는말이아니다.사랑은언제나가장빛나는면만이아니라모난면까지도끌어안는과정이므로,타인을사랑하는일은곧나를사랑하는일로돌아온다.남들이정한기준에들어맞지않더라도,이를테면집이잘살지도,예쁘거나날씬하지도,똑똑하지도않은내가별볼일없는사람처럼느껴지더라도,바로그런별볼일없는내가온전히받아들여지리라는기대나‘더좋은’내가되고싶다는마음모두사랑에서비롯되는일이므로.
『고백해도되는타이밍』은바로그작고환한마음을들여다보는소설이다.초록잎사귀사이로비쳐드는반짝이는햇빛을바라보듯이.

자기자신에대한긍정을넘어,
더넓어진성장서사

『고백해도되는타이밍』의주인공은‘홍지민’,열다섯살이다.초등학교때는어지간해서는주눅들지않는성격에춤도잘추고애들이랑도잘지냈던것같은데,중학교에올라오니뭔가이상하다.춤을잘추기는커녕몸치라는놀림을받을만큼리듬감이사라져버렸고,반애들은나를별로좋아하지않는것같다.따돌림이나괴롭힘을당하는정도까지는아니지만아이들은보이지않는철벽을두른듯살갑게말을붙이지도,인사를건네지도않는다.심지어자신이뒤에서‘허언증개찐따’로취급받고있다는걸안지민이는인터넷에글을올린다.
‘혼급식요령좀알려주라.급식실못간지이틀째.’
지민이에게는속내를털어놓는온라인피난처가있다.블로그처럼자기만의공간도아니고,인스타그램처럼친분을기반으로한SNS도아닌,익명게시판이다.지민이는사람들이읽고댓글을달아주기를기대하면서게시판에글을올린다.설명이길어지면사람들이안읽으니까내용은간단히,제목에는핵심을담아서.
언뜻다른사람의견에쉽게휩쓸리는십대소녀를연상할지도모르겠지만,지민이는이제까지황영미작가의소설에등장했던모든등장인물가운데서도가장곧고당당한캐릭터다.지민이가한발씩딛고서있는학교와온라인세계에서의태도가바로그렇다.혼자급식을먹어야하는상황에잔뜩주눅들어게시판에고민을털어놓기지만그건누구나볼수있는공개된글이고,당연히사람들은지민이가원하는반응만을내놓지않는다.익명이기때문에사람들은때로서슴없는판단이나비웃음섞인댓글을달기도하고,그에상처를받기도하지만,그렇다고해서댓댓글을달아반박하거나글을삭제하지는않는다.지민이는자신과다른의견이있을수있다는것,그것이꼭자신에대한비난이아니라는걸이해한다.그건학교에서도마찬가지다.“예승이랑우리반여자애들이무슨잘못인가?그애들한테는싫어하는애랑놀지않을권리가있다.”
다시말해서지민이에게는이미스스로에대한긍정이있다.그렇기때문에오해가겹겹이쌓여‘허언증’이라는오명을떠안게됐을때에도,모여앉아수다를떠는애들곁을지나며‘어쨌거나나는저자리에낄수없다.’고생각할때에도지민이는결코스스로를비하하거나부정하지않는다.관계에서밀려날지도모른다는불안감에껍데기속에몸을숨기는대신,오히려바깥으로손을내민다.그렇게급식을같이먹을친구를사귀고,동아리에서새로운관계들을맺어나가고,마침내는자꾸시선이가고마음이가는아이까지생겨난다.봄부터겨울까지수많은꽃이피고지듯이지민이는관계의여러면면을맞닥뜨리면서열다섯살의페이지를넘긴다.

보통의일상을세밀하게들여다볼때
생겨나는특별한순간들

여기까지읽었다면지민이가학교생활에적응해나가는평범한이야기라고생각할지모르겠다.
반은맞고반은틀리다.반은맞다는건지민이가평범한아이이기때문이다.어디한군데가특출나지도,극적으로불행하지도않다.반은틀리다는건어떤평범한아이도‘이야기’가되는순간특별해지기때문이다.
황영미작가는전작들에서이미“눈에띄는구석없이평범한아이들,(…)드라마틱한캐릭터에서거리가먼아이들”의이야기를다루는데탁월함을보여주었다.‘작가의말’에황영미작가는이런캐릭터와이야기를쓰는데대한내적갈등을내비치기도하지만,사실정말로어려운것은평범한캐릭터와이야기로부터특별한순간을발견하는일이다.평범하다는것은익숙하다는것이고,우리는익숙한많은것들을무심코흘려보내니까.진심어린귀기울임이아니고서야붙잡기어려우니까.
이번에도황영미작가는많이들었다.귀담아들었고,많이썼다가많이지웠다.『고백해도되는타이밍』은그렇게남은순간들로이루어져있다.성적은그럭저럭,장래희망은성적맞춰서되는대로,그렇다고뚜렷한개성이있는것도아닌아이,평범하고익숙하고흘려보내기쉬운지민이라는캐릭터가“세상이깜짝놀랄만큼매력적인사람”이되는조용하고찬란한순간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