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질문의 시간

[독립출판] 질문의 시간

$11.00
Description
말라파르테 문학상, 만해문학상 수상작
우리 시대의 소설 『소년이 온다』
2014년 만해문학상, 2017년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수상하고 전세계 20여개국에 번역 출간되며 세계를 사로잡은 우리 시대의 소설 『소년이 온다』.
이 작품은 『채식주의자』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에게 “눈을 뗄 수 없는, 보편적이며 깊은 울림”(뉴욕타임즈), “역사와 인간의 본질을 다룬 충격적이고 도발적인 소설”(가디언), “한강을 뛰어넘은 한강의 소설”(문학평론가 신형철)이라는 찬사를 선사한 작품으로, 그간 많은 독자들에게 광주의 상처를 깨우치고 함께 아파하는 문학적인 헌사로 높은 관심과 찬사를 받아왔다.
『소년이 온다』는 ‘상처의 구조에 대한 투시와 천착의 서사’를 통해 한강만이 풀어낼 수 있는 방식으로 1980년 5월을 새롭게 조명하며, 무고한 영혼들의 말을 대신 전하는 듯한 진심 어린 문장들로 5·18 이후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2024년 올해 출간 10주년을 맞이하여 양장 특별판으로 새롭게 옷을 입은 이 작품은 가장 한국적인 서사로 세계를 사로잡은 한강 문학의 지향점을 보여준다. 인간의 잔혹함과 위대함을 동시에 증언하는 이 충일한 서사는 이렇듯 시공간의 한계를 넘어 인간 역사의 보편성을 보여주며 훼손되지 말아야 할 인간성을 절박하게 복원한다.
저자는 이 작품에서 진심 어린 문장들로 무고한 영혼의 말을 대신 전하며 그 시절을 잊고 무심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국가의 무자비함을 생생하게 그려내 지금까지도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계속되고 있는 인간의 잔혹함과 악행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잊을 수 없는 봄날의 오월을 지나 여름을 건너가지 못한 이들과 살아남은 것이 오히려 치욕으로 여기며 매일을 힘겹게 견뎌내는 이들에게 우리가 어떤 대답을 해줄 수 있는 가를 간절한 목소리로 묻는다. 그리하여 우리가 붙들어야 할 역사적 기억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수상내역
- 2017 제20회 말라파르테 문학상 수상
저자

조민경

저자:조민경
책을읽고글을쓰고그림을그립니다.일상속에서평범하지만관심을가지면무한한이야기가펼쳐질수있는소재를찾는것을좋아합니다.달빛을받아생기는무지개처럼사람들의마음속에잔잔한울림을주는글을쓰고싶습니다.『육아의가벼움과무거움』,『꽃이온마음』,『질문의시간』을독립출판하였습니다.

목차

1.비닐봉지를든여자
:나는무엇을움켜쥐고살것인가
2.고양이철학자
:나는삶과죽음을어떻게인식하고있는가
3.사진의용도
:나는과거와작별을잘하고있는가
4.몸이곧나
:나는나의몸에귀기울이고있는가
5.먼지조심
:나는욕망을어떻게다룰것인가
6.존재와본질
:나는무엇에갇혀있는가
7.창문이되어버린사람들
나는나를전시하고있는가
8.21세기를살아가는방법
:나는시대에매몰되어있는가
9.별과나사이
:나는어떤세상을선택할것인가
10.웃는사람
:나는용기내어웃을수있는사람인가
11.타인의얼굴
:나는타인과어떤관계를맺고있는가
12.엄마의글쓰기(에필로그)
:나는계속글을쓸수있는가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p.13

1.비닐봉지를든여자
나는무엇을움켜쥐고살것인가

내가살고있는동네에는1년에두어번옷을갈아입고희끗한머리카락을대충묶은채엉거주춤한걸음으로양손에는알수없는것들로가득차있는비닐봉지를꼭쥐고다니는여자가있다.그여자는하루종일정처없이온동네를돌아다니는데어떤날은하루에도몇번씩그여자와마주치기도했다.그여자는나와마주칠때마다화가난건지,두려운건지,알수없는표정으로나의시선을피해재빨리발걸음을옮겼다.나는그여자를만날때마다비닐봉지에무엇이들어있는지유심히쳐다보곤했지만좀처럼비닐봉지에서무언가를꺼낸다거나열어두는법이없어비닐봉지안을볼수있는기회는없었다.나의비닐봉지에대한쓸데없는호기심은날로커져만갔다.

평소와다를것없는어느날오후,나는언제나그시간에해야할일을하고있었는데난데없이밖에서악다구니소리가들려왔다.비명이라기보다는울부짖음에가까운소리였다.나는놀라서베란다창문을열고소리가나는쪽으로얼굴을내밀었다.저멀리익숙한그여자의얼굴이보였고여자는두명의경찰과실랑이중이었다.경찰들은여자를경찰차에태우려하고있었고여자는타지않으려안간힘을쓰고있었다.분명히여자는자신의의지에반한상황에처해있었다.도대체무슨일로저여자를경찰차에태우려고하는지알고싶었지만알길은없었다.길다면긴시간여자를보아왔기에나는베란다창문을닫을수가없었다.그여자에게벌어지는일을끝까지지켜봐야될것같은알수없는책임감이들었다.그들의계속되는실랑이를지켜보다나는언제나여자와한몸처럼붙어있던비닐봉지가여자의손에없다는것이눈에들어왔다.비닐봉지가없는여자의모습은낯설고애처로웠다.심지어인생의의미를잃어버린듯보였다.여자의울부짖음은존재의이유가제거된여자의절규같았다.실랑이는오래가지못했고결국경찰은여자를경찰차에태워동네를빠져나갔다.경찰차가떠난뒤다시동네는아무일없었다는듯이일상의소음으로메워졌다.나는이것이여자의마지막모습일지도모른다는생각을하며창문을천천히닫았다.그러고는터덜터덜거실로들어와소파가꺼지도록푹주저앉았다.

여자의빈손이계속떠올랐다.여자의비닐봉지를찾아서손에쥐여주고싶었다.비닐봉지안에무엇이있을지는모르겠지만그저비닐봉지만으로도여자는살아가는이유를찾을것같았다.나는여자에대한불편한책임감이푹신한소파가주는편안함으로희석되는것을느끼며한동안멍하니앉아있었다.그러다내손을바라보았다.그리고손을쥐었다펴기를반복하며나는그여자처럼무엇을움켜쥐고살아가고있는지생각하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