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좋아

손채아

저자:손채아
천천히스미는이야기를하고싶은사람.말로다할수없는것은쓰고,다쓸수없는것은그리며,느리게표현하는삶을살고있다.언제나상그레미소짓는할머니로나이들고싶다.

프롤로그

Part1.자연속
의자들의이야기
쓰담쓰담
누렁이
오히려좋아
차밑고양이를구하는방법
바람과나무의위로
미로
동목서
테왁

Part2.누군가에게서
고양이의엉뜨
너머의마음
용기뽑기
뜻밖의성찰
덕분에

Part3.나에게로
게으름과느림
나답게
못하지만계속하는일
시간가는줄몰랐어
들꽃처럼

에필로그

책속에서

p.19
뜻밖의행운은어느날느닷없이나타난다고생각해그런날이자주오기를바라기만했다.하지만삶을바라보는태도를조금만바꾸면언제,어디서든찾을수있는것은아닐까?

p.26
비가부슬부슬내리고건너편산이손에잡힐듯가깝다.새두마리가우뚝솟은산봉우리끝을이으며유유히날아간다.흩어지는봄비를놓칠세라양팔을멀리뻗은나뭇가지와그끝에매달린나뭇잎이바람을만날때마다한송이꽃처럼한들거린다.

p.29
소란스럽게울렁이던마음이그속으로빨려들어가갈색미로뒤편으로숨는다.그렇게가만히내버려둔다.
이런날도있는거지.

p.39
햇볕쬐기적당한높이에,엉덩이는실외기의온기가따뜻하게데워주고새초롬한삼각귀와느긋하게굽이친등허리는햇빛이불이포근히감싸주는곳.“여기가바로명당이로구나.”하는고양이의혼잣말이들리는것만같았다.하늘을향한고운털은햇빛을받아더욱따스하게반짝였다.

p.45
어떤용기는그래도꽤쉽게뽑히는데묵직한용기는뽑는데여간힘이드는게아니다.수도없이시도하지만저깊은곳에서끄집어내려하면잘끌려오다가도목전에서놓치고만다.

p.69
칸칸이나뉜빳빳한우표책에한장한장소중하게모은우표를조심스레넣어들여다보느라시간가는줄몰랐다.동물그림,풍경그림,누군지도모르고모은초상화도있었다.그땐조그마한네모칸안을가득채운그림을보는것이좋았다.

p.73
그렇게꼬박1년이지났다.벚꽃이만개한것을확인하고는오래된친구를만나러가듯설레는마음으로그장소로향했다.작년이맘때의감상이지금이순간과맞물려다시금재생되는것만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