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거울 속 나에게 자아가 생겼다

어느 날, 거울 속 나에게 자아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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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대체 우리 중 누가 ‘진짜’인 거지?

하루아침에 내가 둘이 되어 버렸다
거울 속 내 얼굴을 한 타인과 거울 밖의 또 다른 나
우리 중 누가 진짜인 거지? 아니, 우리 중 진짜가 있기는 한 건가?


거울 속의 내가 아무래도 수상하다. 마치 나처럼 보이지만, 그는 분명 내가 아니다. 겉모습부터 목소리까지 나와 도플갱어처럼 닮은 ‘그’. 그는 나를 발견하자마자 눈을 까뒤집고선 뒤로 고꾸라져 버린다. 못 볼 걸 보기라도 한 사람마냥, 제대로 충격받은 몸짓으로.

하지만 어째서? 어떻게 몸을 훔쳐 간 도둑이 주인보다 더 놀랄 수 있는 거지?
정작 놀라야 하는 건 나인데. 격분해야 할 당사자는 난데!

아니면, 혹시, 설마 내가? 아니다. 말도 안 된다.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모르겠다. 우리 중 대체 누가 ‘진짜’인 거지? 만약 그가 진짜라면. 내가 그를 하이재킹한 거라면. 그렇다면, 나는 대체 누구지?


거울을 사이에 두고 분리된 두 개의 자아
어긋난 거울을 바로잡기 위한 농밀하고 진솔한 고백의 여정
현시대와 사회의 단면을 고발하는, 문드러진 한 사람의 심리 분투기
저자

혜빈

저자:혜빈
삶을사색하며세상을위로할방법을궁리합니다
잔잔하지만문득고찰하게되는이야기,삶의온도를슬며시올려주는이야기들을계속해서만들어나가고싶습니다

소설
<나의작은아기사자>,<오로라이엘로>,<어느날,거울속나에게자아가생겼다>

목차

거울이움직였다6
시끄러운아침11
진짜거울찾기17
전쟁의서막을알리는북소리28
내가사라진세계42
솔직해서두들겨맞은겁쟁이52
빈곤하게파편화된61
나는내가싫다72
환상의나라의타일공77
금맥찾기와뱀의혓바닥89
숫자로지어진땅97
너에게로가는중106
표적이된눈과기나긴고백117
마지막생존자132

후일담138
남겨진편지144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p.9-10
자꾸만그가의심스럽다.내가내가아닌듯수상하다.거울속의그는본체에서외따로떨어진부속품처럼호젓하다.

나는본다.거울속나의얼굴이순식간에일그러지는모습을.두눈동자가순식간에선뜩선뜩부풀어오르기시작한다.다급한경고음.그는곧두눈을허옇게뒤집으며주저앉는다.힘없이뒤로눕는다.그대로고꾸라지고만다.

이로써모든게분명해졌다.나는보았다.거울이움직였다.분명틀림없는사실이었다.그건꿈결의허상이될수없다.거울속그와달리,나는여전히이렇게두다리로버티며서있지않은가.

p.14-15
그는내가망치를보았다는사실을알고,나는그가내가망치를보았다는것을안다는사실을안다.

그는나를한번보고망치를한번본다.
나는그를한번보고망치를한번본다.
그가망치를향해달린다.
나는미친듯이뒷걸음질친다.

저게깨지면어떻게되는거지?
우리둘중누가살아남을수있는거지?
아니,그보다.우리둘중에대체누가‘진짜’인거지?

p.52-53
나는이곳에있지만,존재하지못한다.그가사라지자나는세상에서삭제되었다.실재한다는사실을입증할수없는,한자락의혼령으로변해버렸다.
그래선안된다.내가사라진세계는현실이되어선안된다.(...)
나는울적했던것뿐이지,죽고싶었던게아니다.
그를찾아야한다.찾아내야한다.지금당장.

p.61-62
“당신,사람을만나지않은지얼마나되었지?”
“그건또무슨소리예요.매일출퇴근하는직장인한테.이거대한도시에는어딜가나인간들이무순처럼자라나있다고요.”
“그런거말고.정말로사람을만나지않은지얼마나되었냐고.”
“정확한기간을알지못해요.한번도세어본적없으니까.하지만두손으로다셀수없을만큼오래되었을거예요,아마도.”

“하지만오해하지말았으면해요.내가이상한건아니니까.요새는그누구도정말로사람을만나지않아요.그건유행에뒤처진촌스러운일이거든요.”

p.69-70
노스텔지어라는낭만은우리에게없어요.학창시절부터없었던게어떻게하루아침에생길수있겠어요?

p.72
“파편화된사회에서우리는전에없이빈곤해져버렸어요.그어느때보다부유한시대라고하지만,그누구도자신을부자로정의하지않죠.다들자신이얼마나가졌는지를자랑하기바쁘지만,그건얼마나가지지못했는지를감추기위한수작에불과해요.우리는가난해요.그어느때보다도가난하다고요.”

p.106
평범한학교,평범한취직,평범한봉급.나는일탈한적은있어도,이탈한적은없었다.주어진선로에서제멋대로뛰쳐나가거나반항하지않았고,눈살을찌푸리거나고개를갸우뚱하게만드는선택은하지않았다.나는그토록철저한평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