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사이를 떠도는 이야기

그림자 사이를 떠도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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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태양이 처음부터 없었던 세계. 하늘에는 작고 이지러진 달들이 셀 수 없이 떠 있다. 달마다 모양과 밝기가 다르고, 사람들은 그 빛을 좋아한다. 달빛이 겹쳐지는 밤이면 거리는 환해지고,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방향으로 뻗어 나가는 그림자들을 데리고 걷는다. 그림자가 많다는 것은 이 세계의 오래된 질서다. 누구도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어느 순간부터 그 그림자가 타인의 슬픔, 이름 모를 결핍까지 함께 끌어안고 있다는 사실도.

노모의 곁을 지키던 어느 날 ‘그’는 집을 나선다. 길가에는 너무 오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들이 있고, 그는 그 곁에서 희미한 목소리를 듣는다. 그 목소리는 지쳤다고 말한다. 너무 지쳤다고.

그의 길은 별의 무덤이라 불리는 사막과, 호수인지 바다인지 알 수 없는 넓은 물가를 지난다. 손 안에서 빠져나가는 별의 모래를 붙들고 선 기사와, 그림자를 삼킨 수면을 마주하며, 그는 지금껏 데리고 살아온 그림자들 가운데 무엇이 자신의 것이었는지 묻게 된다.

《그림자 사이를 떠도는 이야기》는 빛이 많아질수록 어둠 또한 많아지는 세계를 배경으로, 타인의 빛 앞에서 생겨나는 결핍과 상실, 멈춰 있던 존재들의 시간을 따라가는 이야기이다. 여러 개의 달 아래 갈라져 있던 그림자들은 과연 하나의 빛을 향해 돌아갈 수 있을까.
저자

김소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