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 따위 넣어둬 (365일 퇴직을 생각하는 선생님들께)

존경 따위 넣어둬 (365일 퇴직을 생각하는 선생님들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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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365일 사표를 품고 다니던 40년차 국어 교사의 생존 분투기. 소설 《옥봉》의 작가 장정희 선생님이 쓴 대한민국 교사의 비망록이다. 극한 감정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책임과 역할 때문에 오늘도 혼자 참고 견디고 있을 많은 선생님들! 교권이 추락하고 있는 교단에서 사명감 하나로 버티고 있을 선생님들께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다.
저자

장정희

저자:장정희
전남영광출생.전남대국문과졸업.고교국어교사로40년을지냈다.그러는동안틈틈이글을써1995년『무등일보』신춘문예당선,2004년『문학과경계』신인상을수상했다.소설집『홈,스위트홈』,느림에관한여행에세이『슬로시티를가다』,청소년소설『빡치GO박차GO』,『사춘기문예반』,역사소설『옥봉』등이있다.

목차


Prologue

1교시_한평생교사/수업목표;나만의숨구멍찾기
교사로산다는것
학교는꽃밭이자텃밭
피에타,피에타
나는오늘도걷는다
나를나답게만드는힘,‘꼴리는대로산다’
그리운‘지금’
내생애마지막교실수업
살아남은자의슬픔

2교시_다정한마음으로/수업목표;가르치면서배우기

꿈을찾는것이‘꿈’인아이들
자퇴와전학사이
견딤뒤에는무엇이남을까
내슬픔을꺼내는시간
이반지가너를지켜줄거야
구슬이바위에떨어진들
왜아이는내게세번이나물었을까
8박9일의이인삼각
용서받은자의슬픔
어느날,내게도착한편지
네가선생님이어서정말좋아

3교시_다독다독한걸음/수업목표;세상을환히밝힐꽃들에게

교실풍경
차례차례피는꽃
쉬면고인다
잠을자야꿈을꾸지
재은이의용기
이야기가있는시,3분스피치(1)
-울기좋은곳,화장실
이야기가있는시,3분스피치(2)
-사과나무에는사과꽃이핀다
나를키우는‘경청’의힘
그사랑이너의것이되려면

4교시_‘포기하지않는다’는말/수업목표;기꺼이버티기위하여

내가가장좋아하는전라도말,‘포도시’
삶을버텨내게하는것들
너에게서향기가난다
좋은삶을배우려면좋은삶을맛봐야한다
뿌리하나살아있다면
7등급도교대합격이라니
교사가정치에개입한다고?

5교시_교사와작가사이/수업목표;글쓰기에는치유의힘이있어서

내불행도‘재산’이될수있다면(1)
내불행도‘재산’이될수있다면(2)
내불행도‘재산’이될수있다면(3)
재능보다‘공감’
내면의근육을다지는‘독서’
열정이재능이다
예비작가와무명작가의의기투합
지금여기,돋아나는새싹들
내가슴에한떨기꽃으로남아

6교시_나누는즐거움/수업목표;작품에서배우기

부모와거리두기
-소설《벽장속남자와의대화》,이언매큐언
나를세상에태어나게한부모님을고소합니다
-영화<가버나움>,나딘라바키감독
내아이,우리아이들의블랙홀
-드라마<소년의시간>,필립바란티니감독
내안의자존과품위,손수건
-소설《숨그네》,헤르타뮐러
행복은반복을통한나선형구조
-영화<패터슨>,짐자무시감독
내아이를망치는학부모갑질
-사회비평《괴물부모의탄생》,김현수
빈곤의대물림,과연벗어날수있을까?
-에세이《가난한아이들은어떻게어른이되는가》,강지나
깨진그릇은칼날이된다
-에세이《나는가해자의엄마입니다》,수클리볼드
살아서이루는일상의평화
-소설《헤븐》,가와카미미에코
어린장발장을위하여
-에세이《아니야,우리가미안하다》,천종호
우리의청년노동자들을더이상죽이지마라
-영화<다음소희>,정주리감독
있는그대로사랑받을권리
-실화소설《소녀가되어가는시간》,에이미엘리스넛

Epilogue/나를키운시간들

출판사 서평

교사와학부모와학생들이함께읽으면좋을책!

제자들과동료들에게바치는고해성사이자,
오늘도고군분투하는선생님들께건네는따뜻한연대의손길

”선생님,저대학안가요.할아버지가돈없대요.“
부모는연락도안되고,기초생활수급자할아버지와단둘이사는가난하고무기력하고,누구에게도예민한내면을정서적으로돌봄받지못하는소녀.그학생의대학입학금마련을위해동분서주장학금을구하러다니는국어선생님.소설가이기도한이국어선생님은학생들을제자가아니라함께글쓰는도반이라생각하며몇십년동안입시의최전선인고등학교에서꿋꿋하게문예반을이끌었다.
그런데참이상했다.글쓰기의힘인지,문예반에는상처많고사연많은아이들이하나둘모여들기시작했고,선생님은어느새’문제학생들의대모‘가되었다.
365일사직서를품고다녔던선생님은무사히정년을마쳤다.극심한스트레스로마흔셋에뇌출혈로쓰러졌다가회복하는과정에서깨달았다.늘교단을떠나고싶어했지만,자신을지킨건결국학교와학생들,그리고글쓰기였다는걸.
한교실에앉아있는서른여명의아이들.그아이들모두가매일아침신선한과일과달걀을먹고행복한기분으로학교에오는건아니다.전날밤,지긋지긋하게싸워대는부모때문에혼자귀틀어막고밤새울다왔을수도있고,술취한아빠에게따귀를맞고왔을수도있다.
교사는모른다.아이들의내면까지살펴볼여유가없다.모든아이들과하나하나눈을맞추고기분을묻고,따뜻하게웃어주고싶어도늘할일이너무많다.쏟아지는공문,기안,민원그리고시험,시험...이미병들어버린교실에서교사는교사대로,학생은학생대로죽지못해버티는중이다.
출근준비로바쁜월요일아침,갑자기아끼는담임반아이에게전화를받기도한다.

「...“선생님,학교가려고집을나왔는데도저히못가겠어요.지옥으로들어가는것같아요.”
소미는연신울음을삼켰다.일요일오후부터시작된우울증이자해충동으로까지이어진다고했다.겨우겨우참고있지만,자신이무슨일을저지를지모르겠다는거였다.
“소미야,정그러면학교안나와도괜찮아.오늘하루는편히쉬렴.”
“네,선생님.엄마출근하고나면다시집으로갈게요.”
“그래,꼭집으로가야해.다른곳에가려면목적지는알려주고.”
소미는힘없이전화를끊었다.어른들앞에서독기를쏟아내긴했지만,자신의예의없었던행동에미안해할줄아는아이였다...」

교사는아이들을이대로포기할순없다.자해의상처를가리기위해온몸에문신을한학생과도,술과도박에빠진학생과도,학교폭력을저지른가해자학생과도선생님은마주앉아야하고손을내밀어줘야한다.그를피의자나가해자가아니라성장해가야할학생으로바라봐야한다.비록직업교사일지라도아이들이’선생님‘이라고부르며안기니까.

이책은,입시공화국대한민국에서무사히40여년을버텨낸어느국어교사이자소설가의생존기다.자신의실수와시행착오를누구보다잘알고있을제자들과동료들에게바치는고해성사이고,오늘도교실과복도를오가며고군분투하는선생님들께건네는연대의손길이기도하다.선생님들의선생님인장정희선생님은’내글이혹한의시간을건너갈누군가의마음을덥히는작은촛불이될수있기를‘바라며촛불한자루의힘을믿는다고한다.그러면서도단호히한마디를덧붙인다.〈존경따위넣어둬〉라고!

“학생도,교사도자기만의’숨구멍‘찾아야해.”
“쉬면녹스는게아니라쉬면고인단다.”

아름답고다정한문장이주는위로

해녀는극한노동을온몸으로버텨내다마침내물밖으로나와오래참았던’숨비소리‘를내지른다.생명을건처절한전쟁터인바닷속에서몸이파랗게얼어붙을때까지참고참았던숨.숨비소리가필요한건해녀만이아니다.심야편의점에서일하는아르바이트생,병동을누비는간호사,하루치품삯을기대하는일용직노동자...바닷속에서숨을참고잠수하듯모두가현실깊숙이잠수한채필사적으로버티고있는지도모른다.그들모두에게잠시라도숨구멍이필요하다.
해녀가일하는바닷가에는하얀색스티로폼같은게떠있는데,이걸‘테왁’이라고한다.작업하다물위로올라와이둥근스티로폼두렁박에몸을의지해잠시나마숨을내시는거다.그야말로망망대해위의작은‘숨구멍’이다.
저자는,교사로서오래버티기위해서는꼭‘자기만의숨구멍’테왁을찾으라고조언한다.자신에게는그숨구멍이글쓰기였다고.글쓰기에집중하고싶어서늘사표를품고다녔지만사실은교직에있었기때문에글을쓸수있었고,글쓰기의힘으로간신히교사로서의삶도버틸수있었다는것.

「울고싶었다.아니울었다.교장을찾아가담임을그만두고싶다고말하다나도모르게눈물을흘리고말았다.갈수록치열해지는경쟁속에서상처받은아이들끼리내뱉는말과기상천외의행동들,이로인한갈등이학교폭력위원회에부쳐지고,죽기살기로개입하는학부모들속에서아무것도할수없는무력감까지...」

몸도마음도점점지쳐가고,동료들이하나둘‘명퇴’라는이름으로교단을떠날때.그들을부러운눈으로바라보며아침마다발목에무거운쇳덩이를매단듯집을나서야하는선생님들.특히서이초교사사건처럼저연차선생님들의비극을사회면에서접할때면누구라도나서서뭐라도해야하지않을까싶어마음이아프다.
물론현실에서는정말이상한교사도많다.어떤사람은학교가지옥같았다고생각할수도있고,교사에대해나쁜기억만가진사람도있을지모른다.그러나우리모두는선생님들께어느정도는빚지고있다.언젠가는학생이었고,학생을맡기는학부모이기도하며,교사가될수도있고,교사를가족으로둘수도있으니까.그러니그들에게존경까지는아니어도응원은보낼수있어야하지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