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부터버지니아울프까지,
삶과시대를건너온마음의맨얼굴에대하여
편지에쓰인그모든말들이다진심이라고할수는없겠지요.그러나편지만큼,숨겨둔진심을고스란히내보이는매체가또있을까요?평소에는할수없던말,그렇기에꼭하고싶었던말,편지를읽을그사람이반드시알아주었으면하는말,끝내닿을수없음을알지만그럼에도해야만하는말.누군가에게로향하는글이기에,보낸이와받는이의내밀한속내와사정이얽힌편지에는한인간의진솔한초상이담겨있습니다.그리워하고,위로하고,당부하고,조언하고,선언하고,애도하는숱한감정들이편지에는짙게배어나오지요.
역사속수많은인물들역시편지를가득남겼습니다.지금처럼다양한방식으로마음을전할수없었던시대에편지는그야말로깊은소통의창구였을테니까요.불안한마음을이겨내고결혼을다짐하는버지니아울프,아들에게직접반찬을해서보내는연암박지원,곧찾아올딸의죽음을모른채딸에게안부를전한빅토르위고등동서양과시대를가리지않고여러인물들의다양한사연과말들이편지안에담겨있습니다.그런의미에서지난편지를다시읽는일은,켜켜이쌓인진심의지층을다시살펴이해하는일이기도합니다.
여러시대를아울러삶의희로애락을고스란히담은편지속100개의문장이이책에담겼습니다.편지를연구하고소개해온‘편지큐레이터’윤성희작가가여전히우리마음에깊은여운을남길‘편지의말들‘을골라소개하고,시대와배경까지살뜰하게해설해냈습니다.고정된이미지로납작하게기억된인물들의편지를살피다보면,그인물과시대의맨얼굴이보입니다.그렇기에윤성희작가의말대로,편지읽기는“나와다른삶,나와다른시대를건너온사람을만나는고요한통로”가될것이고요.
“살아서다시또쓰겠습니다.어머니,안녕!”
동서양·시대를아울러입체적으로마주하는이면의진심
이책에담긴편지의면면들은다채롭습니다.보고싶은가족에게,우정을나눈친구에게,사랑을약속한연인에게전하고자하는말이편지로다담겼습니다.아들에게종이사정이어렵다고꾹꾹눌러쓴조선시대선비아버지의편지,친구에게배신당한마음을격정적으로토로하는니체의편지,연하의연인에게“일찍죽지않도록힘써보겠다”는뒤라스의편지.그안에는“한사람의어느한시절이그대로녹아”있고,시대와교차하는한인간의관계와감정이그대로나타납니다.가벼운안부와조언부터영영떠난이를향한애도,지극한고통을겪어낸후의절규까지,시대를관통해낸그곡진한마음들이편지안에자리하고있습니다.
유독눈에밟히는편지들은,어딘가에닿기실패한편지들일겁니다.끝내이루어지지않은소망이담긴편지,수신인이이미세상을떠난편지에담긴절절한사연앞에서우리는잠시멈춰설수밖에없지요.“살아서다시또쓰겠습니다.어머니,안녕!”이라는말을편지에남긴죽은학도병의편지,죽음이후에야어머니에게도착한생택쥐페리의편지,아내의죽음을모른채아내에게보낸추사김정희의편지,서로를기다리며미래의계획을나누다가겨우재회하자마자풍랑에좌초된연인들의편지.이루어지지않고또전해지지않았기에,더욱더애절해지는마음이이책에있습니다.그닿지않은마음들은끝내편지로적혔기에우리에게생생하게도착했습니다.
꺼져가는목소리로겨우전한마지막의말도편지로적혔기에선명히기억됩니다.“하느님께기도해주세요.제발이세상,너무도아름다운세상에서사람이사람을죽이는일은없게해달라”라고쓴동화작가권정생의편지에는“평생품어온간절함이응축”되어있고요.한시대와각각의맥락속에서분투한한인간의마음이그대로드러나는편지에는,시대와인간을입체적으로되살려이해하는길이있습니다.
추천사
꾸준히바치는기도처럼고운열정으로편지를연구해온저자가가려뽑은편지들은,읽는이에게새로운기쁨을줍니다.편지를쓴사람의다양한사연을통해인생을배우게되지요.또편지의소중함과아름다움에감동되어우리도누군가에게그리움으로다가가는한통의러브레터가되고싶은갈망을일으켜줍니다.고요하지만깊이있게!은은하지만오랜여운으로!
-이해인(시인,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