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이라는 가능성 (나의 세상을 확장하는 낯선 만남들에 대하여)

타인이라는 가능성 (나의 세상을 확장하는 낯선 만남들에 대하여)

$17.04
Description
‘단절된 세상에서 우리는 다시 연결될 수 있을까?’
고립의 시대, 여행하는 철학자가 들려주는 환대의 힘
고립과 두려움을 넘어 연대와 신뢰감을 되살릴 수 없을까? 다름 앞에서 삶을 열어젖힐 때의 즐거움과 가능성을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까? 《타인이라는 가능성》은 그 방법을 찾기 위해 문학과 철학, 인류학과 역사학을 가로지른 지적 탐사의 기록이다. 고대의 대서사시 《오디세이아》에 그려진 낯선 만남들을 살펴보고, 몽골 유목민의 이방인 맞이 예법이 복잡해진 이유를 해석하며, 풍성한 만찬과 선물에 담긴 인류학적 의미를 포착하고, 다문화 도시에서 인종과 국적이 다른 이들과 이웃하게 될 때 실제로 벌어지는 일들을 기록한다. 박학한 철학자이자 능숙한 여행자인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가 오늘날 잊어버린 환대의 의미를 생생히 체감하게 될 것이다.

삶을 지키기 위해 불확실성과 거리를 두는 것은 합리적 행위이며, 낯섦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곤궁을 가볍게 여기지 않으면서도, 이 책은 우리를 서로 분리하는 장벽 중 일부를 무너뜨려야 하는 이유와 그 방법을 섬세하고 우아하게 펼쳐 보인다.
저자

윌버킹엄

WillBuckingham
낯선장소에서낯선사람을마주할때마다경계심과호기심을동시에느끼는철학자이자여행자.가장가까운존재이던아내와사별하고실의에빠져지내다,일면식도없던이들에게서큰위로를받은경험을계기로‘낯선이’의의미를되짚어보게되었다.세계를여행하며직접겪은경험을씨줄로,문학과철학그리고인류학을날줄로삼아‘미지의타자를환대하는일’을둘러싼인간삶의복잡다단한풍경을이책에서우아한필치로그려냈다.영국드몽포르대학교글쓰기및창조성조교수,중국쓰촨성소재쓰촨대학교문학저널리즘대학객원부교수,미얀마양곤소재파라미연구소세계인문학과객원교수등을지냈다.현재는글쓰기를통해사람과사람을다시연결하는방법을탐구하는사회적기업윈드앤드본스를공동운영하고있다.

목차

여는말

1부낯선세상을맞이하다

01우리집에오신것을환영합니다
키케로의집|집의발명과공동체의탄생|나만의요새|안전의역설적조건

02문간의낯선사람
이방인,귀빈혹은불청객|경계심의딜레마|‘무슬림가족과식사해요!’

03문턱넘기의의례
의심을가라앉히는기술|모호함을포용하는힘|선물의의미

04손님의의무,주인의권리
환대의이중성|혹독한예법|명예와치욕의경계

05만찬의법칙
검소한만찬은없다|철학자와수도자의식사수칙|칸트가디너파티를여는방법

06작별은왜늘어려운가
떠날수있는자유|작별의기술|손님에서영원한친구로

07이승과저승의경계
유령과함께하는삶|이방인으로서유령|죽은자의의미

2부미지의세상에들어서다

08새로운삶을찾아서
목표없는방랑,페레그리나티오|이동의기회와위협|‘외부인을통제하라’|이동의민주화

09국경넘기
발명된국경|통과불가여권|불확실한문턱의삶

10대도시에서우정이싹트는방식
도시의오래된외부인|군중속의기쁨|우정이자라는도시

11이방인과이웃하기
‘이웃을사랑하라’?|어떤세계시민주의|다문화도시의빛과어둠

12환대로연결되는세상
선택하지않은외로움|환대의공동체

에필로그:문을열어놓기
작가후기:불가리아에서
인용출처
미주

출판사 서평

‘단절된세상에서우리는다시연결될수있을까?’
고립의시대,여행하는철학자가들려주는환대의힘

네안데르탈인의화덕에서철학자의식탁을지나
몽골의대초원과유럽의국경선그리고다문화도시까지
삶을풍요롭게하는낯선만남의시공간을탐사하다

‘낯선사람’이곧‘나쁜사람’이아니라는사실은모두가안다.그럼에도낯선이를마주하면몸을움츠린다.언젠가부터우리는타인을환영하기보다의심하고,안전을위해단절을마다하지않는다.낯선사람과마주하는능력,새로운관계를맺고공동의미래를열어젖히는힘을서서히잃고있다.
고립과두려움을넘어연대와신뢰감을되살릴수없을까?다름앞에서삶을열어젖힐때의즐거움과가능성을어떻게되찾을수있을까?《타인이라는가능성》은그방법을찾기위해문학과철학,인류학과역사학을가로지른지적탐사의기록이다.박학한철학자이자능숙한여행자인저자윌버킹엄은이책에서타인을맞이하고받아들일때의위험과가능성을전방위로탐구한다.고대의대서사시《오디세이아》에그려진낯선만남들을살펴보고,몽골유목민의이방인맞이예법이복잡해진이유를해석하며,풍성한만찬과선물에담긴인류학적의미를포착하고,다문화도시에서인종과국적이다른이들과이웃하게될때실제로벌어지는일들을기록한다.폭넓은인문소양과수년간의여행경험이교차하는저자의이야기를따라가다보면,어느새우리가오늘날잊어버린환대의의미를생생히체감하게된다.
삶을지키기위해불확실성과거리를두는것은합리적행위이며,낯섦에대한두려움을극복하는것은결코쉬운일이아니다.이런곤궁을가볍게여기지않으면서도,이책은우리를서로분리하는장벽중일부를무너뜨려야하는이유와그방법을섬세하고우아하게펼쳐보인다.

타인을경계하라는경고음만이울려퍼지는시대
나머지절반의진실을찾아나서다

낯선사람에대한경계심은비이성적감정일까.저자는그렇지는않다고말한다.눈앞의낯선이가어떤사람인지,어떤행동을취할지단번에파악하기는불가능하다.그는우리의이해력너머,통제력너머에있다.우리의불안은그러므로합당하다.저자가책에서밝히듯,오히려낯선사람에대한공포를의미하는제노포비아(xenophobia)는《오디세이아》나《길가메시서사시》의주요테마중하나였을정도로이미오래전부터인간삶에깊숙이뿌리내려이어져왔다.
그러나우리가낯선이에게늘문을걸어잠그기만하는것은아니다.한고고학연구에따르면네안데르탈인들의화덕터에는공동체외부의낯선사람들과만찬을즐기며새로운관계를맺은흔적이남아있다.낯선사람은경계심과불안못지않게호기심과흥미를불러일으킨다.뜻밖의가능성과상상못한미래를열어주리라는기대감을선사하기도한다.낯선사람과연결되려는이욕망,즉필로제니아(philoxenia)의역사는제노포비아만큼이나유구하다.낯선사람을향한우리의이중적태도는환대(hospitality)의어원인hosti-pet에도고스란히반영되어있다.

“첫번째부분인hosti는‘이방인’이라는뜻이며,두번째부분인pet은‘가능성’또는‘힘’이라는뜻이다.낯선사람들은언제나우리에게불확실성을안긴다.천사일까,악마일까?가능성일까,위협일까?이질문들에는힘이있다.좋은쪽으로든나쁜쪽으로든상황을변화시킬가능성이있다.”(19쪽)

이책《타인이라는가능성》은낯섦이불러일으키는합당한불안을살피는한편,미지의타자를환대하며새로운가능성을열어온우리의다종다양한실천들을탐구한다.이를통해낯선이가가져다주는가능성에더욱마음을터놓을수있는방법,지금의고립을넘어다시금연결될수있는방법을모색한다.

문턱넘기의례와식사의규칙,선물의의미와작별의기술까지
환대를둘러싼복잡다단한풍경을탐사하다

낯선사람을맞이하는방법과관련해나라마다다양한문화가존재한다.몽골에서주인과손님의관계를규정하는‘요스(yos)’라는구전격언도그중하나다.이에따르면손님은집주인의게르(몽골의텐트)에들어갈때오른발부터디뎌야하며,문턱은밟으면안된다.외투의소매는손목까지내리고모자는쓰고있어야한다.고기를대접받았을때는첫입에적은양을입에넣은뒤양이많고넉넉한것처럼과장하며씹는것이관례다.저자는일견허례허식같은이의례화된몸짓과행동이주인과손님사이의거리를좁히는준거로기능한다고말한다.정해진예법을행하고그이행을지켜보는동안,낯선만남에서비롯하는불확실성이줄어들기때문이다.요컨대여기서예법은모호한상황을최소화해경계심과불안을가라앉히는방편인셈이다.
물론모든낯선만남이늘별탈없이마무리되는것은아니다.때때로환대는갈등으로이어지고,심지어폭력으로비화하기도한다.저자가여행중머문적있는불가리아의한마을에서는주인의대접을사양하는손님을곤봉으로때려쫓아내는관습이전해내려온다.주인의명예를실추시킨다는이유에서다.이스마일카다레의소설《부서진사월》를통해우리에게도익숙한알바니아북부의예법‘카눈(Kanun)’에따르면,지위나명예가손상되면반드시피로복수해야한다.이들예법은낯선만남에친절과적대감,환영과폭력이동시에잠재한다는사실을상기시킨다.

“삶의문턱에서낯선사람을만날때는위험도보상도크다.…그곳의관습에대한지식과교환할선물이있다면상황은아마좋게흘러갈것이다.…그러나꼭그러리라는보장은없다.신호를잘못해석하면,농담에실패하면,숙고없이허접한선물을하면상황은언제나틀어질수있다.”(95~96쪽)

하지만저자는낯선만남에도사린위험보다그로부터얻게되는보상에더초점을맞춘다.이방인과의만남이늘친한관계로이어지거나결집력을강화하지는않을지라도,환대의경험이쌓일수록내부와외부의경계를넘는일에대한두려움은줄어들수있다.낯선이에대한불안감이좀더열리고관대한마음으로바뀌는것이다.
이외에도저자는관계에즐거움과신뢰를더해공동의미래를여는데이바지하는선물의힘,낯선사람과어울릴때의지침이되어준《논어》속예법들,성베네딕토와이마누엘칸트가생각한적절한만찬의규칙,오늘날남아있는작별과배웅의관습을차례차례탐구해나간다.낯선만남이가져올가능성은극대화하고불확실성은최소화하려는실천들을두루조망함으로써,저자는우리가서로연결되는창의적인방식을재발명할수있는단초를하나둘펼쳐보인다.

고독과불신이번성하는도시,적대만이팽배한세계
지금우리가환대를다시생각해야하는까닭

저자는무수한사람들이현재앓고있는외로움의고통을해소하는것이책의집필동기중하나라고말한다.오늘날우리의외로움과고독은점점심화하고있으며,전세계적전염병의확산으로상황은더욱더악화하고있다.더큰문제는외로움과고독이고립을더욱강화한다는점에있다.

“외로움,즉주변부에위치할때의느낌은위협에대한반응을강화한다.우리는외로울때타인을가장불신하는경향을보이며,타인을불신할때가장큰외로움에휩싸인다.관계를맺을가능성은낮아지고,위험을회피할가능성은더욱커진다.”(297~298쪽)

악순환의고리를어떻게끊을수있을까?해결의실마리는연결을향한용기있는첫걸음은내딛는계기를마련하는데있을것이다.이책이두려움을넘어신뢰의톱니바퀴를다시돌리는데참조가될사례들을탐사한이유가여기있다.
점점심화하는사회적배제,전세계적난민사태도이책이살피는문제들중하나다.트럼프정부출범이후이슬람교도를향한혐오범죄가늘어나자이에대응하기위해파키스탄인소녀가벌인자발적캠페인사례,필자자신이그리스와불가리아의국경을넘으며목격한난민들의위태로운삶의이야기등은환대가개인과개인의만남뿐아니라더넓은사회적차원에적용되어야하는실천임을보여준다.
무엇보다저자는세상의단절이지금보다더욱심화하여서로가서로에게아무런의미를갖지않게될상황,즉우리에게아무런변화의가능성이남지않게될상황을우려한다.저자가인용하는에마뉘엘레비나스의말처럼“낯선이와의관계는곧미래와의관계”(12쪽)다.환대는고독과불신,적대를해소하는방법일뿐아니라새로운미래를열어젖히는단초이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