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서서 가만히 : 유물 앞에 오래 서 있는 사람은 뭐가 좋을까

멈춰서서 가만히 : 유물 앞에 오래 서 있는 사람은 뭐가 좋을까

$16.00
Description
“유물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뭐가 좋을까”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 정명희의 나를 물들인 유물 이야기
시간만 나면 답사를 가고, 박물관과 미술관을 찾아 유물 앞에 서 있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왜 유물 앞에 오래 머물며, 계속해서 다시 찾는 걸까?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특별전 ‘영혼의 여정’부터 한국문화재 주제 전시 사상 최다 관람객을 모은 ‘대고려전’까지 굵직한 전시를 담당한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 정명희가 시공간을 넘어 우리를 매혹하고 변화시키는 유물의 세계로 초대한다.

《멈춰서서 가만히》는 유물과 무언의 대화를 나누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기적 같은 순간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한 점의 유물 앞에서 우리의 시간은 과거로 향하기도 하고, 지금 이곳에서 가보지 않은 길로 이어진다. 유물 앞에서 느꼈던 좋은 경험이 모이면 멀리 가지 않고도 여행하는 법을 알게 된다. 오래된 책을 펼쳐보는 기분처럼 잊고 있던 목소리가 내 앞으로 다가온다. 수장고 속 숨어 있는 유물에 숨을 불어넣는 큐레이터의 일과 삶, 유물과 소리 없는 대화를 나누는 관람객들의 사연, 그러한 체험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갈 수 있다는 기대를 담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자

정명희

유물앞에오래머무는이들에게눈과마음이간다.누군가바라본유물이그를물들이고내게옮겨오는느낌이좋다.각자에게닿아만들어질이야기는한가지톤이아니라는것을배운다.국립중앙박물관큐레이터.매일출근하는곳이지만,박물관은큰맘먹어야간다거나어디부터봐야할지막막하다는말에크게공감하는생활인.사라진시간을기억하는과묵한유물을보고,상상하고,글로쓴다.유물앞에오래머무는사람의뒷모습을보면마음이설렌다.

박물관은누군가와함께있고도싶고혼자있고도싶을때찾으면좋은공간.지금당신이어디쯤서있는지궁금하다면날카로운공기에서빠져나와이곳으로오길.무거운외투는벗어두고,편안한신발을신고힘을풀고멍하니산책길의감촉을느끼며같이걷고싶다.

10년넘게산동네에서길을잃거나가끔집과는반대방향으로지하철을탄다.길잘찾는사람과한가지일을묵묵히하는다정한사람에게약하다.주먹을꼭쥐고다짐하는결심보다아늑한온기에서나아갈힘을얻는다.같은것을바라볼때특별한말을나누지않아도느껴지는편안함이좋다.

홍익대학교에서한국미술사전공으로석·박사학위를받았다.독일프랑크푸르트국제도서전기념특별전[영혼의여정]을비롯해[법당밖으로나온큰불화],[꽃을든부처],[대숲에부는바람,풍죽],[공재윤두서],[대고려,그찬란한도전]등크고작은국내외전시를담당했다.

목차

프롤로그-어딘가에서나를기다리는유물이있을것이다

1부소중한것을담자:유물앞에오래서있는사람은뭐가좋을까
느낌이먼저다-화원별집
소중한것을담자-은제표주박모양병
100권만꽂을수있는책꽂이-책가도
계속사랑할수있는온도-모란넝쿨무늬청자완
파도소리,새의날갯짓-지장보살도
다음생에는남자로태어나게해주세요-장곡사불상발원문
노래하는사람-신라토우
집에가자,당나귀야!-기려도
현자들의티타임-월남사지삼층석탑
함께걸을까요?-인도세밀화

2부상상의미술사-오랜시간을건너힘이되고의지가되는이름들
타임슬립영화좋아하세요?-윤두서자화상
사건의재구성-녹우당의일제거울
17세기왕실의한글편지-숙명신한첩
오래된사진의기억-유리건판
모든것의시작,서원-고려사경
고리타분씨는죄가없다-개성출토피규어
영혼의여정-시왕도
두가지맛복숭아-감로도
덧없는인생이라니요-청자베개

3부귀를기울이면-만명에게는만명의반가사유상이있다
오월의숲-분청사기자라병
어디에나누구에게나함께하는명작의힘-반가사유상
오랫동안서로잊지말기를-세한도
우리를키운것의흔적-어망추
이토록푸른유리잔-천마총유리잔
두남자의수다-기마인물형토기
우리가지나온길-복희여와도
백걸음밖에서과녁을맞히는일-갑발

4부다가오는것들-떠나지않고도여행하는법
책상에서바라본풍경-산모양그릇
무언가의풍경이된다는것-고양이
주사위를던지다-고려주사위
조선의인스타그램-화원백은배의화첩
한때누군가의자랑이었을-백자무릎모양연적
바다를건너온동전-신안선출토동전
할아버지의좌판-황비창천이새겨진거울
백자한조각의비밀-청화백자시험번조편
큐레이터의소울푸드-얼굴무늬토기
그럴땐이책상-나무서안
달을따라가다-수태고지
달리는트랙에서내려오는법-가야집모양토기

에필로그-당신차례의끝말잇기

출판사 서평

“만명에게는만점의반가사유상이있다”
인증샷찍는대신고요하게머무르는이들의비밀

언젠가부터박물관은지루한유물들의공간이아니라MZ세대성지가되었다.BTS리더RM이인스타그램에올리며화제가된국보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두점이전시된'사유의방'은명소가되었고,파스텔톤반가사유상미니어처는불티나게팔린다.
인증샷으로요란한와중에도유물에앞에서고요하게머무르는이들이있다.유난히집중력이좋아서혹은관련지식이많아서그럴수있는것은아니다.유물과나,단둘이대화를나누는것같은순간이좋기때문이다.이들의얼굴에는기쁨과호기심이지나간다.사실반가사유상이설치된국립중앙박물관‘사유의방’입구에는이런문구가붙어있다.‘두루헤아리며,깊은생각에잠기는시간’.
20년동안박물관큐레이터로,유물보는이의뒷모습을오래바라본저자는말한다.유물을기억하고남기는방법은다를지라도우리는명작의채워지지않은여백을함께채우고있는지모른다고.유물은누구에게든열려있고자신의느낌을얼마든지갖게할만큼여유롭다고.

“많은이가반가사유상을바라보고글을쓰고사진을찍고가까이둔다.만명에게는만점의반가사유상이있다.한곳에있되여러마음에동시에존재하는희한한상,이렇게마음속보물은하나이기도하고동시에여럿이되기도한다.”

“아는만큼보인다”보다“느낌이먼저다”
무언가를바라보고알아가는것은그자체로즐거운일이다

“알면참으로사랑하게되고,사랑하면참으로보게되고,볼줄알게되면모으게된다知則爲鎭愛愛則爲眞看看則畜之而非徒畜也”수집가의안목에대한문인유한준의문장은미술사학자유홍준에의해‘아는만큼보인다’는말로번안돼유명해졌다.이때문에많은이들은박물관이나미술관을어렵게생각한다.잘모르는데어떻게‘잘’감상할수있겠는가자책하면서.
하지만저자는이말이가끔오독되기도한다고말한다.알아야한다는것을강조한나머지,알지못하면즐길수없다고단정하거나지레포기하게될것을염려한다.그리고말한다.무언가를바라보고알아가는것은즐거운일이지“많은지식을다알려면나는틀렸네”와같은좌절감을느낄일이아니라고.알기때문에사랑하는것이아니라사랑하기에알게되는것이며,사랑은알지못하는미지의것에대한두려움을이긴다고말이다.

“그림을사랑하게된이는마음에공간이생긴다.사랑에빠졌을때처럼내안에고정되었던시선이바깥을향해열린다.대상을더섬세하게느끼고알고싶다는열망이커진다.그림한점앞에오래서서머물기도하고,이미본그림을또보러가기도한다.”

“조선에도인스타그램이있었구나”
귀를기울이면다가오는것들

한점의유물앞에서시간은가보지않은길에서지금이곳으로이어진다.저자는700년전불상에보관된비단에1000명이적은소원을보고우리시대의발원문을만들면무엇이남을까궁금해하고(‘다음생에는남자로태어나게해주세요’-장곡사불상발원문),고양이를좋아하는공주에게결혼하라며잔소리하는왕의한글편지에서현실부녀를떠올리기도한다(‘17세기왕실의한글편지’-숙명신한첩).그런가하면풀벌레,개구리,물고기,개가담긴화첩을넘겨보며,조선에인스타그램이있었구나!반가워하고(조선의인스타그램-화원백은배의화첩)무릎을닮은연적을바라보며아팠던무릎을만지며빨리낫기를바라기도한다(‘한때누군가의자랑이었을’-백자무릎모양연적).

“고개를들어바라본밤하늘에서별을이어보듯이유물은내앞에놓였던무수한삶과나를이어준다.앞에놓인길을따라걷고,힘들면좀쉬었다가다시다가오는내일을맞으라한다.세상에자신을열어놓을수있는사랑의힘을믿으라한다.

“어딘가에서나를기다리는유물이있을것이다”
새봄부터눈의계절까지호기심의방으로가는문

누군가“그전시보자”라고말걸어올때,우리는그게좋은것을아껴함께보자는의미라는걸직감한다.혼자보는전시도좋지만,가끔같이보면좋을사람이떠올랐을것이다.그게나라는사실에기분이좋아날짜를꼽고기다리게된다.
큐레이터정명희가좋은전시함께보자며말을건다.

“알고있을까?새봄에움트는초록기운에서세상을고요히덮어주는눈의계절까지우리앞에는호기심의방으로가는문이놓여있다.오래만나지못한이에게,함께있으면편안한이에게같이보고싶은전시가있다며말을걸어보자.박물관문을나올때그이전과는다른어떤공기가당신안에남아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