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영어권최고의단편소설작가’
손더스의시러큐스문예창작수업을책으로만나다
“나는시러큐스대학에서19세기러시아단편소설수업을해왔다.학생들은미국에서가장훌륭한젊은작가몇명이었다.이수업에서는이야기가작동하는방식을이해하고자몇명의러시아작가에게의지하여그들이어떻게그일을해냈는지살펴본다.나는학생들과내가오랜세월에걸쳐함께발견한몇가지를종이에적고,당신과도이수업을하기로마음먹었다.”_서문중에서
조지손더스는미국현대문학의대표적인작가로,독창적이고대담한스타일과그속에담긴변함없는인간애로정평이나있으며,‘현존하는영어권최고의단편소설작가’(〈타임〉)라불려왔다.첫장편소설《바르도의링컨》으로맨부커상을수상하며확장된저력을과시하기도했다.이책은그가1997년부터모교시러큐스대학문예창작과정에서가르쳐온러시아문학강독수업을바탕으로한것으로,19세기사실주의대문호4인의작품7선을함께읽고분석한다.즉,쓰기를위한읽기수업이다.7편의단편전문이실렸으며,한페이지씩끊어읽거나다른형태의결말을생각해보게하는등,워크숍형태의실제수업을생생하게담아냈다.
“19세기러시아단편을읽는것은
젊은작곡가가바흐를공부하는것과같다”
대문호의작품에서길어올린끝까지읽게하는힘
“젊은작가가19세기러시아단편소설을읽는것은젊은작곡가가바흐를공부하는것과비슷하다.이형식의기반이되는원리모두가담겨있다.우리는일곱개의꼼꼼하게구축된세계축척모형에들어설것인데,이모형은우리가살펴볼작가들은암묵적으로예술의목표라고받아들였던구체적목적을구현하기위해만들어졌다.그목적이란큰질문을던지는것이다.우리는여기이세상에서어떻게살아야하는가?도대체진실은무엇이며우리는그것을어떻게인식할수있는가?다른사람들을사랑하기를바라는것처럼보이지만어떻게해서든결국우리를그들과거칠게떨어뜨려놓는세상에서우리가어떻게기뻐하며살겠는가?”_서문중에서
손더스는19세기러시아작가들은소설을긴요한윤리적도구로보았으며,그들이목적이란“큰질문을던지는것”이었다고말한다.이삭바벨이“어떤강철못도적당한자리에찍힌마침표만큼차갑게인간심장을꿰뚫을수없다”고말했듯,읽는사람을바꾸고더나은세상을제시하는강력한도구로기능한것이이시기작품들이라는것이다.이어서저자는“어떤이야기가이런종류의질문을하기위해서는우리가먼저그이야기를끝까지읽어야한다”고강조한다.나아가그렇기에이책의핵심목표란대문호에게서“독자가끝까지읽을수밖에없다고느끼는,마음을움직이는이야기는어떻게쓰는지”그방법을훔치는것이라고밝힌다.
톨스토이에게서인과성의중요성을,
고골에게서거짓으로진실을말하는법을,
작가의눈으로보면읽히는대작들의정수
결국이두가지방식의큰차이는톨스토이의방식에서는인과성이늘어난다는점이다.‘변변찮은작가버전’은관련없는사건들의연속처럼읽힌다.무엇도다른무엇의원인이되지않는다.어떤일들이그냥일어난다.(…)인과성을만드는작업은섹시해보이지도특별히문학적으로보이지도않는다.하지만가장배우기어렵다.우리대부분은자연스럽게터득하지못한다.하지만인과성이야말로사실이야기의전부다._〈주인과하인〉,‘그러나그들은계속마차를몰았다’중에서
이책의원제는‘비오는연못에서수영하기(ASwiminaPondintheRain)’로,톨스토이와체호프의일화를떠올리게한다.저자는두대문호가함께수영했던첫만남을언급하며“체호프는톨스토이를심판하지만자기도모르게그를사랑하게되었다”고밝힌다.삶에거대한질문들을던졌던대문호들의작품을함께읽자고제안하는저자는그날의체호프와같다.위대한작가의작품을탐미하고해부하며,또한독자들을그와같은눈높이로읽게하는것이다.그렇게우리는저자를통해체호프에게서다음페이지를읽게하는힘을,톨스토이에게서인과성의중요성을,고골에게서거짓으로진실을말하는법을,투르게네프에게서자신이할줄아는것에집중하는대담성등을배운다.
읽기와쓰기,삶에관한마스터클래스
그리고“행行수준에집중하는”작가의창작론
나에게이모든과정에서흥미로운부분은,우리에게는언제나앞으로나아가게해줄기초가있다는것이다.독자는저기있고,또진짜다.독자는삶에관심이있으며,우리작품을골라잡음으로써우리를일단믿어주었다.우리가할일은오로지그의관심을유지하는것이다.그의관심을유지하기위해우리가할일은오로지그를귀하게여기는것이다._〈가수들〉,‘뒤에든생각2’중에서
정신에서어떤이야기를읽는부분은동시에세상을읽는부분이기도하다.그것이우리를속일수도있지만동시에정확해지는쪽으로훈련될수도있다.이부분은사용하지않으면게으르고폭력적이고물질주의적인힘들에좌우될수도있지만,또죄어쳐서다시살려내면우리가더적극적이고호기심많고방심하지않고현실을읽어내는독자로바뀔수도있다.__서문중에서
이와같은통찰은손더스의창작론과만나실행력을얻는다.손더스는독자를몰두하게하는글쓰기는“행수준에서이루어지는수천번의미세결정”으로완성된다고설명한다.이야기는독자와작가,“동등한사람의사이의솔직하고친밀한대화”이며,독자들의신뢰를저버리지않으며퇴고를거듭하다보면,다른모든작가와구별되는자신만의목소리를찾게되리라고책곳곳에서거듭강조한다.
또한저자는이러한글쓰기훈련과정이곧우리스스로삶을더깊이사유하는과정이기도하다는것을상기시킨다.단지대작들이어떻게완성되는지보여줄뿐만아니라,이야기를쓰고읽는일이세상을어떻게확장하는지보여주는것이다.예컨대하룻밤사이코분실사건을다룬고골의〈코〉를통해우리는비정상성을배척하는‘정상성’의무자비한위력에눈을뜬다.체호프의〈구스베리〉는행복에대한유려한연설을몇개의장치들로뒤집음으로써독자로하여금행복을대하는자신의태도에위선은없었는지자문하게한다.혼돈의시기에왜우리에게문학이필요한지,문학은우리가필요한답을어떻게줄수있는지확인하는계기가될것이다.열띤강의실에함께앉아있는듯한생생한창작론이자그자체로인생수업으로남을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