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사 사회 : 존엄한 죽음을 가로막는 불평등한 삶의 조건을 성찰하다

각자도사 사회 : 존엄한 죽음을 가로막는 불평등한 삶의 조건을 성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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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존엄한 돌봄과 임종을 희망하는
사람은 돈이 많거나 운이 좋아야 한다
그렇게 사람들은 각자도생, 각자도사한다”
의료인류학자 송병기가 한국 사회
생애 말기와 죽음의 현실에 대해 던지는 묵직한 질문들
의료인류학자 송병기가 터부와 혐오를 넘어 우리의 일상과 공동체를 ‘죽음’이라는 렌즈로 들여다본다. 노화·돌봄·죽음을 연구하는 의료인류학자로 생애 말기 현장 연구를 해온 저자는 『각자도사 사회』에서 집, 노인 돌봄, 호스피스, 콧줄, 말기 의료결정에 이르기까지 생애 말기와 죽음의 경로를 추적한다. 나아가 무연고자, 현충원, 웰다잉 등의 키워드에 질문하며 죽음을 둘러싼 국가와 개인의 관계, 관련 정책, 불평등 문제를 보여준다.

저자는 집부터 호스피스에 이르기까지, 생애 말기 우리가 거치게 되는 장소와 의료 과정을 보여주고 죽어가고, 돌봄을 받고 돌봄을 행하고, 고통받고 고립되기도 하는 현실을 지적한다. 열악한 주거 환경 속 사회적 자본이 빈약한 노인에게는 집에서 죽어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지, 모든 인간은 의존적인데 왜 노인만 의존적인 존재처럼 딱지를 붙이는지, 정부의 정책은 노년의 삶의 조건을 개선하기보다 취약한 삶에 ‘적응’하도록 설계된 것은 아닌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나아가 환자의 상태와 삶의 질을 ‘충분하게’ 향상시키지 않고 수명만 연장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연명의료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우리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느냐가 아니라, ‘언제까지’ 살다 죽게 할 것인지 합의를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생애말기와 안락사 논쟁의 장까지 이끈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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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송병기

의료인류학자.파리대학교병원(AP-HP)의료윤리센터와서울대학교병원의생명연구원에서생애말기돌봄을연구했다.프랑스와모로코의노인요양원,일본의노인요양원·호스피스,한국의대학병원·호스피스·노인요양원·노인요양병원에서현장연구를수행했다.동료들과함께쓴책으로『죽는게참어렵습니다』가있다.현재죽음과불평등의관계를의료,금융을중심으로살펴보고있다.

목차

들어가며

1부각자알아서살고,각자알아서죽는사회

1집-집은좋은죽음을보장하는장소인가
2노인돌봄-노인은국가의짐인가
3커뮤니티케어-누구나말하지만아무도모르는정책
4호스피스-왜호스피스는‘임종처리’기관이되었나
5콧줄-콧줄단채생의마지막을맞아야하는가
6말기의료결정-누구의목소리에귀기울여야할까
7안락사-왜어떤사람들은스스로죽음을앞당기고싶어할까

2부보편적이고존엄한죽음을상상하다

8제사-죽은이를기억하는방법이이것밖에없을까
9무연고자-갈데없는삶과법으로처리되는죽음
10현충원-그곳에‘보통사람들’은없다
11코로나19-국민의생명을지킨다는말은무엇일까
12웰다잉-‘잘죽기위해잘살아야한다’는말이감추는것들
13냉동인간-초인간적인미래,비인간적인현실
14영화관-함께죽음을보면서삶을실감하는곳

출판사 서평

의료인류학자송병기가터부와혐오를넘어우리의일상과공동체를‘죽음’이라는렌즈로들여다본다.노화·돌봄·죽음을연구하는의료인류학자로생애말기현장연구를해온저자는《각자도사사회》에서집,노인돌봄,호스피스,콧줄,말기의료결정에이르기까지생애말기와죽음의경로를추적한다.나아가무연고자,현충원,웰다잉등의키워드에질문하며죽음을둘러싼국가와개인의관계,관련정책,불평등문제를보여준다.

우리가경험하는죽음의문제는주사위놀이같다
인류학은다른사회과학과달리,연구자가연구의대상에해당하는사람들이사는‘현장’에들어가관찰하고,그들의삶을해석하는방법론을사용한다.프랑스·모로코·일본에서의료현장연구를마치고한국으로돌아온저자는한국요양시설과병원,노인현실을마주하며죽음에대한다양한생각들과관점들을만나게되었다.모두죽음에관심이많았지만,모두각자알아서죽음에맞서고있었다.

예컨대생애말기돌봄경험은보호자에게‘고통스러운일’이었다.이들은노부모를돌볼때무엇을참고하고믿고따라야하는지에대한모든문제를‘알아서’했다.친족자원을동원하고사보험의도움을받고소문과인터넷정보를참고하면서노부모를집에서,응급실에서,대학병원에서,요양병원에서,마지막에는요양원에서돌보고있었다.꾸준한노력에도불구하고부모를집이아닌요양원에모셨다는것에대한죄책감을느끼고있었다.

한요양원노인은“더러운꼴안보고깔끔하게죽고싶다”며눈물을보였다.어떤요양보호사는바쁘다는이유로자신도모르게노인을학대하고있는건아닌지걱정했다.요양병원에서수년째어머니의간병을하던아들내외는“고령화시대에안락사제도는꼭필요하다”고목소리를높였다.이책을쓰게된저자의문제의식은여기서시작되었다.그는책서두에서한국사회에서존엄한노년과죽음은돈이많거나운이좋은사람에게만가능한일이라고말한다.

“우리가경험하는죽음의문제는마치주사위놀이같다.먼저‘보이지않는손’이노화,질병,돌봄,죽음을새긴주사위를던진다.그결과는‘우연히’누군가의일상에들이닥친다.각자그문제에대응하기위해서또다른주사위를던진다.‘행운’을기대하면서던지는주사위다.”

언제부터죽음이개인능력과운에달린문제가되었을까
오늘날우리는개인의노력과무관하게최대한천천히늙기를,덜아프기를,깔끔하게죽기를,착하고경제력갖춘가족이나를돌보기를,다정하고친절한의료진을만날수있기를,말잘통하고헌신적인간병인을만날수있기를바라는수밖에없다.주사위던지기의결과가나쁘거나,더이상던질주사위가없다면어떻게할까?언제부터죽음은개인능력과운에달린문제가되었을까?우리의삶과죽음이주사위던지기와다름없다면그건좋은사회일까?얼핏보기에이주사위놀이는평등한것같지만사실은불평등한전제를깔고있다.불평등한삶이다.

저자는집부터호스피스에이르기까지,생애말기우리가거치게되는장소와의료과정을보여주고죽어가고,돌봄을받고돌봄을행하고,고통받고고립되기도하는현실을지적한다.열악한주거환경속사회적자본이빈약한노인에게는집에서죽어간다는것은어떤의미일지,모든인간은의존적인데왜노인만의존적인존재처럼딱지를붙이는지,정부의정책은노년의삶의조건을개선하기보다취약한삶에‘적응’하도록설계된것은아닌지근본적인질문을던진다.

나아가환자의상태와삶의질을‘충분하게’향상시키지않고수명만연장하는결과를초래하는연명의료가어떤의미가있는지,우리는‘어떻게’죽음을맞이하느냐가아니라,‘언제까지’살다죽게할것인지합의를만들고있는건아닌지생애말기와안락사논쟁의장까지이끈다.

죽음의문제를정치적으로전환하는상상력
그럼무엇을어떻게해야할까?저자는지금한국사회의현실에서죽음은의료만의문제라기보다는정치의문제에가깝다고진단한다.죽음은개인적인일인동시에내가사는일상,사회와분리해서생각할수없는문제며,환자,보호자,의료진의이야기로국한할문제도아니다.존엄한죽음을위해서는존엄하게살수있는사회,누구에게나충분한돌봄을주고받을수있는시스템과사회의지속적인관심이필요하다고저자는말한다.

“언론보도에등장하는명의,신약,의료기술,자기계발담론에귀기울이는만큼왜사람들이일하다가죽고,가난해서죽고,학대로죽고,고립으로죽고,차별로죽는지관심을가져야한다.그‘사건사고’가어떻게나의노화,질병,돌봄,죽음과연결되는지살펴봐야한다.우리가경험하는죽음의문제를사회적으로또정치적으로전환해볼수있는상상력이필요하다.”

보편적이고존엄한죽음을상상하다
책전반부에서생애말기각자도생하고각자도사하는현실을분석하고근본적인원인을밝힌다면후반부에서저자는우리곁에있지만의식하지않았던‘죽음’의키워드들을하나씩꺼내죽음에대한당연하지않은질문들을던진다.
일상의평화에도움이되는의례가될수는없을까제사에관해묻고,생전갈데없는삶과사후에도갈곳없는사람들인무연고자의죽음을추적하고애도하기도한다.그런가하면국가가나서서기억하려는‘공적인’죽음은무엇인지,그게아닌죽음은어떻게지워지는지현충원의사례를들어질문하고,코로나팬데믹과정에서빚어진죽음에대한관심과산업재해로사망한사람에대한무관심을대비해보여주기도한다.

“정부의방역은‘평등한’생명과죽음을선험적으로전제하고있지만,오히려현존하는‘불평등’한생명과죽음을가리고더악화시키는데기여하고있다.한쪽에서는죽음에호들갑을떨고,다른쪽에서는죽음에침묵하는이양극적현실이불평등한삶의조건과사회의생산방식,그해법에대한우리의인식을어렵게만들고있다.”

죽음을이해하는일은삶을이해하는일죽음은삶의끝이아닌일부다.죽음을이해하는일은삶을이해하는일이다.그어느때보다도죽음에관한활발한논의가필요한지금,독자는이책을통해죽음과삶,질병과노화,돌봄의윤리에대해더깊이생각하는시간을가질수있을것이다.

“존엄한죽음은어느장소에만있는것도,어느날하늘에서떨어지는것도아니라고.존엄한삶과죽음이무엇인지끊임없이묻는과정에,그리고두툼한생각으로채워진해답지를만드는데이책이조금이라도보탬이되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