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외전 : 설계되지 않은 성공, K컬처산업의 운명을 바꾼 9가지 결정적 장면

한류 외전 : 설계되지 않은 성공, K컬처산업의 운명을 바꾼 9가지 결정적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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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리가 잘한 걸까, 세계가 이상한 걸까?”
세계를 놀라게 한 K컬처산업, 그 도약의 순간들에 관하여
문화산업 연구자 김윤지가 정리한 30년 한류 막전막후
BTS 멤버 지민의 빌보드 1위, 〈오징어 게임〉에서 〈더 글로리〉로 이어지는 넷플릭스 글로벌 1위 행진, 〈기생충〉과 윤여정의 오스카 수상을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거대한 외국자본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던 변방의 문화산업이 세계를 강타하리란 걸 누가 알았을까? 할리우드 영화사들이 한국 영화시장에 직접 배급하는 걸 막기 위해 극장에 뱀을 풀던 1988년에 한국영화가 오스카를 휩쓰는 미래를 상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지역 행사를 목표로 댄스음악을 만들던 1990년대에 빌보드 차트 진입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상상보다 더 상상 같은 일들은 우리의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친숙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이 현상을 이제는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류 외전》은 영화시장 개방에서 BTS에 이르는 30여 년 동안 한국의 문화산업에 생긴 일들을 9개의 장면을 통해 설명한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K컬처산업의 역동적인 역사
문화산업이 성공하기 위한 토양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IMF 외환 위기가 없었다면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산업 동력도 절실하지 않았을 것이고, 문화산업정책을 전폭적으로 입안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1980년대부터 이어져온 민주화 열기로 자유로운 창작 분위기를 조성하지 못했다면 우리 드라마, 영화의 수준도 계속 군부 시대의 틀 안에 놓였을 수도 있다. -‘프롤로그’ 중에서

저자가 정리한 9개의 장면에는 한류와 연결하기 힘들었던 의외의 순간들이 존재한다. 아시아를 강타한 외환 위기와 한류드라마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IMF 이후의 벤처캐피털은 박찬욱과 봉준호에게 어떤 기회를 주었을까? 위기에 몰린 가요 기획사는 왜 해외 진출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까? 기회가 위기로 이어지고, 위기가 기회로 이어지는 역사를 살펴보면 모든 것이 우연 같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 바탕에는 자율성, 역동성, 개방성이라는 문화산업 성공의 필수 조건이 자리하고 있다.
군부 시대의 종말은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민주화는 창작자의 자율성을 보장했고, 외환 위기를 맞은 아시아 국가들은 저렴하고 질 좋은 한국의 콘텐츠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MP3가 불러온 음반 시장의 위기는 가요 기획사들이 해외 진출을 모색하게 만들었고, SNS와 OTT는 한국 콘텐츠의 소비자를 전 세계로 바꾸어 놓았다. 역동적인 시장 개척을 통해 연결된 글로벌 팬덤이 K컬처산업의 수준을 향상시킨 건 물론이다.

블랙핑크가 월드 투어를 떠나기까지,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끝없는 변신과 확장이 있었다

K팝 아이돌은 때로 ‘공장에서 생산되는 상품’ 같다는 비판도 받았다. 하지만 그런 속에서 K팝은 천편일률적 모습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스템을 더 고도화하며 진화했다. -5장 ‘K팝 제조 시스템의 역동적인 시장 개척’ 중에서

K컬처산업의 성공을 이야기할 때 안정적인 제작 시스템과 수익 구조를 확립한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기여를 빼놓을 수 없다. 댄스 음악이 가요계의 주류가 되고, 10대 청소년이 중요한 소비자층으로 부상하자 기획사들은 연습생을 강도 높게 훈련시키는 아이돌 제조 시스템을 만들었다. 안정적인 실력을 가진 아이돌의 등장과 함께 10대 팬덤 문화가 확장되면서 90년대 가요계는 최고의 호황을 누렸다.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 MP3 파일이 보편화되자 음반시장이 크게 위축되었다. 가요 기획사들은 결국 국내시장 밖으로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프로듀서는 H.O.T.의 베이징 콘서트를 통해 중국 시장 진출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J팝을 부르는 한국인 가수’라는 독특한 포지션의 가수 보아를 통해 오리콘 차트 1위를 차지하는 성공을 거둔다. 새로운 수익 구조를 만들기 위해 시작된 K팝의 해외 진출은 훗날 BTS라는 초대형 성공으로 되돌아왔고, 지금의 복잡한 엔터테인먼트 지형에 이르게 된다.
영화계 역시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진출을 계기로 선진화된 시스템을 갖출 수 있었다. 과거 영화계에서는 자본을 조달하는 것이 큰 문제였다.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 토지나 시설이 없었기 때문에 금융기관을 이용하기도 어려웠다. 그런데 CJ, 오리온, 롯데 같은 대기업들은 영화계에 진출하면서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와 같은 극장 사업을 시작했고 덕분에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이를 기반으로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실력 있는 국내 충무로 제작자들과 손을 잡아 뛰어난 퀄리티의 영화를 만들어냈고, 전체 프로세스에 대한 관리를 주도하면서 과거 영화계의 불투명한 제작 과정과 정산 관리가 투명하게 바뀌었다. 투자, 제작, 배급, 상영의 순서로 가치를 창출하는 한국 영화산업의 문법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완성된 것이다.

정부정책의 산물? 설계되지 않은 성공?
한류 탄생의 주역에 관한 연대기적 탐색

어떤 성공은 정책 덕을 보기도 했지만, 어떤 성공은 자생적이었다. 어떤 성공은 예상하지 못한 원인 때문에 발생하고, 또 어떤 성공은 그 모든 것들의 총합일 때도 있었다. 때문에 ‘한류는 설계되지 않은 성공’으로 평가되곤 한다. 한류 성공에는 정부의 지원정책, 동아시아의 정치 경제적 변화, 소수 기업가들의 탁월한 능력, 한국 대중문화 시장의 역동성, 세계적인 IT 인프라의 변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들 중 어느 것도 지금 같은 성과를 염두에 두고 치밀하게 설계된 것은 아니었다. -2장 ‘〈쥬라기 공원〉에서 문화 융성까지, 새로운 산업 동력 찾기’ 중에서

《한류 외전》은 한류를 만든 주체에 대한 탐색이기도 하다. 누가 한류를 만들었는가? 김영삼 정부에서 언급된 “〈쥬라기 공원〉 흥행수입이 자동차 150만 대를 수출해서 얻는 수익과 같다”라는 문장은 문화가 산업이 될 수 있다는 정부의 인식 전환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상징적이었다. 실제로 이후 문화산업을 언급하지 않는 정부는 없었다. 영화진흥법을 제정해 영화산업의 성장을 도모한 정부도 있었고, 문화산업진흥기금으로 영화 투자를 촉진시켰던 정부도 있었다. 이처럼 정부는 문화산업을 지원하고 활용하는 정책을 펼쳐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류의 성공을 정부가 주도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설계되지 않은 성공, 저자는 한류를 그렇게 표현한다. 한류를 만든 것은 어느 하나의 주체가 아니다. 비디오 테이프를 들고 아시아 국가들을 방문하여 열심히 한국 드라마를 홍보한 방송국 직원들이 없었다면 한류드라마는 없었을 것이다. MP3가 불러온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현지 문화를 열심히 연구했던 프로듀서들이 없었다면 K팝이 보편적 코드를 갖기 어려웠을 것이다. 벤처캐피털들이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고 한국영화에 투자하지 않았다면 봉준호, 박찬욱, 장준환 같은 감독들이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설계되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결코 하늘에서 떨어진 운도 아니다. 설계하지 않았음에도 성공할 수 있었다는 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역량이 충족되는 특이점이 있었다는 의미이고, 그 역량은 문화상품을 만드는 이들을 통해 오롯이 구현되었다. 이 책은 한국의 문화콘텐츠를 성공으로 이끈 이들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이기도 하다.

끝없는 위기의 K컬처산업,
우리에겐 변화를 기회로 만드는 역동성이 있다

우리가 뭘 어떻게 해왔는지 정확히 알지 못해 이 성공은 더 불안했다. 앞서 일본 대중문화 개방 때에도 겪었듯이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그래서 이제는 우리가 이 산업을 어떻게 성장시켜 왔는지를 잘 복기해 보아야 한다.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지켰고, 무엇을 바꾸었는지, 무엇에 도전했는지 깨달음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 산업이 그리 하찮은 게 아니라, 국가의 세계적 위상을 바꾸는 엄청난 위력을 가진 산업이며 그 산업을 우리 스스로 바닥에서 일구어왔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에필로그’ 중에서

지금도 K컬처산업에 관련된 수많은 뉴스들이 쏟아진다. 가요 기획사의 경영권 분쟁이 경제 뉴스를 달구고, 한국영화의 흥행 성적 부진과 일본 콘텐츠의 약진을 비교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나 K컬처산업 30년사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우리는 이미 환경의 변화를 기회로 삼아 성공을 이룬 경험이 있다. 성공한 이의 경험처럼 소중한 것은 없다. 문제는 성공을 해석하는 관점이다. 성공의 배경에 대해 한국인의 끼, 흥, 성실성이라는 기존의 답변을 반복한다면 다음 성공은 없다. 치열한 토론과 싸움, 그리고 준비가 있었기에 개방이라는 위협 속에서 더 많은 기회를 포착할 수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K컬처산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뻔한 것을 극복하고, 비판을 수용하는 역동성에 있었기에 어쩌면 끝없는 위기는 한류가 지속될 수 있는 토양이 될지도 모른다. 《한류 외전》은 “그동안 K컬처산업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정확한 분석이자, “한류가 지속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고민에 대한 가장 흥미로운 가이드이다.

저자

김윤지

콘텐츠산업,문화정책,문화경제학에대한글을쓰는문화산업연구자.서울대학교인류학과를졸업하고같은학교의경제학부에서석사와박사학위를받았다.경제지기자를거쳐한국수출입은행해외경제연구소에서문화콘텐츠산업,경제정책,중소기업연구등을담당하고있다.지은책으로는『박스오피스경제학』,『한류노믹스』(공저),『오징어게임과콘텐츠혁명』(공저)등이있다.한류의경제효과등의주제로연구를시작해,문화가산업화되는과정에서문화연구자와경제연구자가서로눈높이를맞춰야하는부분에대해주로이야기하고있다.

목차

프롤로그:K컬처산업의토양은무엇이었나?

1장시장개방이만든위기와기회
장면1할리우드에뱀으로맞선사람들
세계시장의빗장을연우루과이라운드/아무도예상하지못한미래

2장〈쥬라기공원〉에서문화융성까지,새로운산업동력찾기
장면2자동차150만대보다강력한공룡의습격
놀고먹는일의충격적인경제효과/한류,정부정책의산물?설계되지않은성공?/불안한세계화시대,딴따라에게서미래를찾다/팔길이원칙,지원은하되간섭하지않는다/성장과보호의딜레마/국가의도구가된한류

3장자유로운드라마산업이만든글로벌공동체
장면3저렴하고질좋은한국드라마를팝니다
90년대드라마의질적전환을가져온두사건/대만이한국드라마해외진출의최초거점이된이유/드라마산업화의가능성을제시한〈겨울연가〉/아시아시장을넘어설가능성을보여준〈대장금〉/초고속인터넷망의비판적시청자들/언어의장벽을뛰어넘는한류팬들/민주화,자율성,공정한경쟁

4장낭만의시대에서투자의시대로,벤처투자대상이된영화
장면4지방배급업자김사장이한숨을쉰이유
자본조달을위한유일한선택지/삼성,LG,대우,영화시장에진격한대기업들/IMF로인한1차퇴각/새로운영화세대가등장하다/문화산업투자를위해총대를멘정부/영화로눈을돌린투자자들/투자촉진의마중물이된영상전문투자조합/더이상의주먹구구는없다,금융계와영화계의신뢰구축/한국영화르네상스의씨앗들

5장K팝제조시스템의역동적인시장개척
장면5베이징공인체육관을불태운H.O.T.
신조어‘한류’는어디에서왔을까?/빌보드이전에길보드가있었다/10대소비자를위한아이돌제작시스템/유통기간7년의아이돌/MP3가불러온악몽/세계화외에는방법이없다/난공불락의미국시장/‘미국식’으로자리잡고싶었던JYP엔터테인먼트/〈강남스타일〉의대성공,미국은한국에서진출하면된다/K팝시스템과소셜미디어의케미스트리

6장엔터테인먼트도안정적산업이될수있다
장면6삼성그룹을제치고스필버그의파트너가된남매
충무로와벤처투자자의의기투합/CJ,오리온,롯데,영화시장에2차로진격한대기업들/단성사를밀어낸CGV/메인투자시스템의확립/영화계를통일한CJ/결국천만관객영화가등장하다/엔터테인먼트전쟁의승자/K팝기업에코스닥이간절했던이유/경제면에서다뤄지기시작한K팝

7장팬덤이라는세계화전진기지
장면7BTS노래를신청하며꽃다발을보내는소녀들
1세대와2세대,국경밖을꿈꾸다/3세대와4세대,이제국경은없다/아미,음악적진정성이만든강력한팬덤/K팝도변했고미국시장도변했다/대규모해외공연도문제없다/팬덤을수출하는나라,콘텐츠를생산하는팬덤

8장OTT와함께언제어디서나K콘텐츠를
장면8봉준호감독의신작은극장에서상영할수없습니다
오직나만을위한극장/당신취향의콘텐츠를몰아보세요/한계가사라진한국드라마/한류드라마와K드라마사이/신드롬만큼의수익을얻으려면/제값주고제작해야세계최고수준유지한다/이제는우리배에실어보낼때

9장여전히남은금지와개방의정치
장면9영화감독출신장관이스크린쿼터축소를말한이유
〈동백아가씨〉는일본가요?/친일프레임에서벗어나산업을논하다/일본대중문화개방은곧파국이다/기우로드러난문화산업궤멸론/한국영화의불안한버팀목/보호없는경쟁에뛰어든한국영화/사드이후한류가맞은직격탄/가깝고도먼한류와중국정부/한한령도막지못한문화의흐름/혐오를넘어,애국주의를넘어

에필로그:당신의마음을얻기위해,페달은계속돌아간다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우리가알지못했던K컬처산업의역동적인역사
문화산업이성공하기위한토양은어떻게만들어지는가?

IMF외환위기가없었다면이를극복하기위한새로운산업동력도절실하지않았을것이고,문화산업정책을전폭적으로입안하지못했을가능성이높았다.1980년대부터이어져온민주화열기로자유로운창작분위기를조성하지못했다면우리드라마,영화의수준도계속군부시대의틀안에놓였을수도있다.-‘프롤로그’중에서

저자가정리한9개의장면에는한류와연결하기힘들었던의외의순간들이존재한다.아시아를강타한외환위기와한류드라마사이에는어떤관계가있을까?IMF이후의벤처캐피털은박찬욱과봉준호에게어떤기회를주었을까?위기에몰린가요기획사는왜해외진출을선택할수밖에없었을까?기회가위기로이어지고,위기가기회로이어지는역사를살펴보면모든것이우연같아보이기도한다.그러나그바탕에는자율성,역동성,개방성이라는문화산업성공의필수조건이자리하고있다.
군부시대의종말은한국의드라마와영화가폭발적으로성장하는계기가되었다.민주화는창작자의자율성을보장했고,외환위기를맞은아시아국가들은저렴하고질좋은한국의콘텐츠에주목하기시작했다.MP3가불러온음반시장의위기는가요기획사들이해외진출을모색하게만들었고,SNS와OTT는한국콘텐츠의소비자를전세계로바꾸어놓았다.역동적인시장개척을통해연결된글로벌팬덤이K컬처산업의수준을향상시킨건물론이다.

블랙핑크가월드투어를떠나기까지,
엔터테인먼트기업의끝없는변신과확장이있었다

K팝아이돌은때로‘공장에서생산되는상품’같다는비판도받았다.하지만그런속에서K팝은천편일률적모습에서벗어나기위해시스템을더고도화하며진화했다.-5장‘K팝제조시스템의역동적인시장개척’중에서

K컬처산업의성공을이야기할때안정적인제작시스템과수익구조를확립한엔터테인먼트기업의기여를빼놓을수없다.댄스음악이가요계의주류가되고,10대청소년이중요한소비자층으로부상하자기획사들은연습생을강도높게훈련시키는아이돌제조시스템을만들었다.안정적인실력을가진아이돌의등장과함께10대팬덤문화가확장되면서90년대가요계는최고의호황을누렸다.그런데2000년대에들어MP3파일이보편화되자음반시장이크게위축되었다.가요기획사들은결국국내시장밖으로눈길을돌릴수밖에없었다.SM엔터테인먼트의이수만프로듀서는H.O.T.의베이징콘서트를통해중국시장진출의가능성을확인했고,‘J팝을부르는한국인가수’라는독특한포지션의가수보아를통해오리콘차트1위를차지하는성공을거둔다.새로운수익구조를만들기위해시작된K팝의해외진출은훗날BTS라는초대형성공으로되돌아왔고,지금의복잡한엔터테인먼트지형에이르게된다.
영화계역시엔터테인먼트기업들의진출을계기로선진화된시스템을갖출수있었다.과거영화계에서는자본을조달하는것이큰문제였다.담보로제공할수있는토지나시설이없었기때문에금융기관을이용하기도어려웠다.그런데CJ,오리온,롯데같은대기업들은영화계에진출하면서CGV,메가박스,롯데시네마와같은극장사업을시작했고덕분에안정적인수익을창출할수있었다.이를기반으로엔터테인먼트기업들은실력있는국내충무로제작자들과손을잡아뛰어난퀄리티의영화를만들어냈고,전체프로세스에대한관리를주도하면서과거영화계의불투명한제작과정과정산관리가투명하게바뀌었다.투자,제작,배급,상영의순서로가치를창출하는한국영화산업의문법은이러한과정을통해완성된것이다.

정부정책의산물?설계되지않은성공?
한류탄생의주역에관한연대기적탐색

어떤성공은정책덕을보기도했지만,어떤성공은자생적이었다.어떤성공은예상하지못한원인때문에발생하고,또어떤성공은그모든것들의총합일때도있었다.때문에‘한류는설계되지않은성공’으로평가되곤한다.한류성공에는정부의지원정책,동아시아의정치경제적변화,소수기업가들의탁월한능력,한국대중문화시장의역동성,세계적인IT인프라의변화등여러요인이복합적으로작용했다.하지만이들중어느것도지금같은성과를염두에두고치밀하게설계된것은아니었다.-2장‘〈쥬라기공원〉에서문화융성까지,새로운산업동력찾기’중에서

《한류외전》은한류를만든주체에대한탐색이기도하다.누가한류를만들었는가?김영삼정부에서언급된“〈쥬라기공원〉흥행수입이자동차150만대를수출해서얻는수익과같다”라는문장은문화가산업이될수있다는정부의인식전환을보여준다는점에서상징적이었다.실제로이후문화산업을언급하지않는정부는없었다.영화진흥법을제정해영화산업의성장을도모한정부도있었고,문화산업진흥기금으로영화투자를촉진시켰던정부도있었다.이처럼정부는문화산업을지원하고활용하는정책을펼쳐왔지만,그럼에도불구하고한류의성공을정부가주도했다고말할수는없다.
설계되지않은성공,저자는한류를그렇게표현한다.한류를만든것은어느하나의주체가아니다.비디오테이프를들고아시아국가들을방문하여열심히한국드라마를홍보한방송국직원들이없었다면한류드라마는없었을것이다.MP3가불러온위기를극복하기위해현지문화를열심히연구했던프로듀서들이없었다면K팝이보편적코드를갖기어려웠을것이다.벤처캐피털들이실패의위험을감수하고한국영화에투자하지않았다면봉준호,박찬욱,장준환같은감독들이기회를얻지못했을것이다.이모든것은설계되지않은과정이었지만결코하늘에서떨어진운도아니다.설계하지않았음에도성공할수있었다는건우리가모르는사이에역량이충족되는특이점이있었다는의미이고,그역량은문화상품을만드는이들을통해오롯이구현되었다.이책은한국의문화콘텐츠를성공으로이끈이들에게보내는러브레터이기도하다.

끝없는위기의K컬처산업,
우리에겐변화를기회로만드는역동성이있다

우리가뭘어떻게해왔는지정확히알지못해이성공은더불안했다.앞서일본대중문화개방때에도겪었듯이사람들은잘모르는것에두려움을느낀다.그래서이제는우리가이산업을어떻게성장시켜왔는지를잘복기해보아야한다.거대한변화의물결속에서우리가무엇을지켰고,무엇을바꾸었는지,무엇에도전했는지깨달음이필요하다.무엇보다이산업이그리하찮은게아니라,국가의세계적위상을바꾸는엄청난위력을가진산업이며그산업을우리스스로바닥에서일구어왔다는사실에자부심을가져야한다.-‘에필로그’중에서

지금도K컬처산업에관련된수많은뉴스들이쏟아진다.가요기획사의경영권분쟁이경제뉴스를달구고,한국영화의흥행성적부진과일본콘텐츠의약진을비교하는목소리가들려온다.그러나K컬처산업30년사에서알수있는것처럼우리는이미환경의변화를기회로삼아성공을이룬경험이있다.성공한이의경험처럼소중한것은없다.문제는성공을해석하는관점이다.성공의배경에대해한국인의끼,흥,성실성이라는기존의답변을반복한다면다음성공은없다.치열한토론과싸움,그리고준비가있었기에개방이라는위협속에서더많은기회를포착할수있었음을잊지말아야한다.K컬처산업이성공할수있었던원동력은뻔한것을극복하고,비판을수용하는역동성에있었기에어쩌면끝없는위기는한류가지속될수있는토양이될지도모른다.《한류외전》은“그동안K컬처산업에무슨일이있었던거야?”라는질문에대한가장정확한분석이자,“한류가지속되려면무엇을해야할까?”라는고민에대한가장흥미로운가이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