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성장이라는환상,도파민시스템,광고전략
우리가‘소비문화’라는서사에갇힌이유
인간의소비가어쩌다지구의수용능력을초과하는지경에이르게되었을까?마이클해리스가첫번째로지적한것은‘영원한성장이라는환상’이다.특히많은정책입안자나정치인,거시경제학자들이성장의유일한기준처럼여기는GDP의허상을밝힌다.
1972년MIT연구팀이발간한보고서<성장의한계>는경제성장을우선시하는문화가전지구적재앙을가져올것이라는경고로커다란논쟁을불러일으킨바있다.마이클해리스는이보고서의집필진중한명인요르겐랜더스의말을빌려,많은경제학자들의주장과달리부유한국가일수록GDP가상승한다해도평범한시민이누리는삶의질은개선되지않으며,GDP는부유층에만이득을안겨주는소비문화의측정수단으로전락했음을지적한다.기술발전이성장으로인한탄소배출을줄일것이라는기대에대해서도,그만큼소비자의수요가늘어나기때문에긍정적영향을무효화한다고말한다.마치기술발전으로냉장고의에너지효율이높아졌지만이전보다2배커진용량을사용하는것처럼말이다.
마이클해리스는석기시대인류가사냥감을찾을때유용했던우리뇌의도파민시스템도오늘날소비문화를강화하는주요한요인으로꼽는다.자원이희소하던시절생존을위해자원을축적하게만들던도파민은물건이넘쳐나는오늘날에도사냥하듯물건을사들이고쟁여놓게만들어,우리를불필요한소비에빠지게한다는것이다.
이러한요인은‘광고(PR)’라는20세기가장거대한발명품으로인해극대화되었다.이책의4장에서마이클해리스는프로파간다의대가인에드워드버네이스의일화를통해,필요에기반한사회가욕망에기반한사회로변해가는과정을보여준다.동시에우리는어떻게소비라는행위에자신의자아를투영하게되었는지,왜물건을잃으면자신을잃는기분이들고,새로운물건을사면새로이회복되었다는기분이드는지,인플루언서의광고가왜그토록잘먹혀드는지를탐구해소비의서사에갇힌우리의현실을돌아보게한다.
우리가살아갈다른이야기는없을까?
수제,숭고,돌봄에서새로운이야기의가능성을상상하다
고대그리스철학자아리스토텔레스는마케도니아의왕자알렉산드로스의선생이되어왕궁으로향한다.그곳에서부와권력,명성이좋은삶을가져다주지않는다는사실을목격했고,이러한것대신추구해야할것을설명할단어로‘에우다이모니아’를선택했다.이단어는흔히‘행복’으로번역되지만,우리가생각하는행복의개념과는다르다.고전학자에디스홀에따르면에우다이모니아는완성된어떤상태가아니라“동사의의미”를지닌,“삶의방식이고실행하기로결심한행동들”이다.(115쪽)
마이클해리스는소비주의로정의되지않는삶에대한설득력있는이야기를찾아철학자,과학자,예술가들의지혜를모아나간다.그는“내게약속되었던완벽한삶을버리는대신삶자체가빚어내는평범한일상의기적을받아들이게할이야기”의가능성을에우다이모니아의개념에서발견하고,이를구체화해줄선명한방식들을찾아나선다.‘수제(手製)’‘숭고함’‘돌봄’이그것이다.
저자는손으로자작나무카누를만드는노인존가드너와의대화를통해,우리가물건을대하는방식을되돌아보게끔한다.수제에관심을가져야한다고주장하는이유는단순히대량생산에대한반감이나자원의낭비가아니라물질에대한진정성을느끼기위한것이다.수제를통해얻을수있는노동에대한애정,재료를친숙히여기는태도,과정을만끽하는마음은에우다이모니아를반영한것이라볼수있다.
소비문화는우리가자연의일부가아닌자연의지배자라고속삭이며우리에게자연없이살수있다는착각을불러일으킨다.하지만자연의힘과마주한인간은결코자연의주인이될수없다는사실을알게된다.저자는웅장한자연에서느끼는숭고함과경외감은인간이자연의아주작은일부임을,그러므로물질과소비에집착할이유가없음을깨닫게하는‘건전한자기부정과겸손’으로이끈다고말한다.
마이클해리스가상상하는새로운이야기에서특히주목해야할것은‘돌봄’이다.그는치매에걸린어머니를돌보아야했던배우자의경험에서우리세대가더욱적극적으로겪게될돌봄에대해깊이생각해본다.자기시간을쪼개남에게나눠주고,감정노동을하고,이기심을억누르는돌봄은준만큼돌려받아야하는소비문화와는지극히반대되는성질의것이다.저자는철학자피터싱어의주장을인용해서로를보살핀다는특징이이기적인소비문화이전부터존재해왔고,인간문명을정의해왔으며,미래에더욱확산될것이라고말한다.
지금껏우리시대는끝없는성장과소비라는단하나의신화를진리처럼받아들여왔다.마이클해리스는지속불가능하고허술한소비문화의서사를벗어나그동안우리곁에존재했지만눈여겨보지않았던이야기들에주목할것을요청한다.이책은현대사회를사로잡은근시안적이고파괴적인이야기에대한날카로운탐구이자,인류가나아가야할삶의목적을새롭게제시하는로드맵이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