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세계에서가장우울한나라?”
세상에서가장큰한인타운에온10년차덕후기질미국인
요약본으로볼수없는진짜한국을탐사하다
“나는K-팝과성형수술,북한의위협처럼외신이주로다루는소재정도로만한국을알고있는외국인들에게내가관찰하고만난한국을새롭게보여주고싶었다.”
한국은세계에서가장우울한나라,한국인들은밤늦게까지너무열심히,죽어라일하는사람들,가장유명한한국어는‘빨리빨리’,한국인의근성은냄비근성.외신기사가한국을설명하고묘사하는방식은한결같다.하지만그들대다수는한국을겉핥기처럼훑어보고떠나버리거나,한국어로된책한권읽는노력이나한국어공부를시도해보지도않고한국을간편히이해하고싶어한다.그렇기때문에역동적으로변화하는한국의오늘을깊고입체적으로이해하는일에번번이실패한다.
콜린마샬은이처럼몇가지피상적인인상과분석을바탕으로‘어떻다고알려진’한국을확인하러오는이방인들과는전혀다른이유로한국에왔다.로스앤젤레스에서부터한국의문학과영화그리고건축에대한글을써오던그는10년전한국에대한글을더깊게,더잘쓰고싶어서수년간의계획끝에한국에왔다.로스앤젤레스한인타운에서세상에서가장큰한인타운,한국으로.콜린마샬에게한국이라는나라는영감의원천이다.길거리에주차된현대차포니,TV에서방송되는퀴즈쇼,미국인인그조차이해하기어려운한국식영어,우스꽝스러운별명이쓰여있는스타벅스바리스타의명찰까지.아주사소할수도있는것들까지도그에게는에세이의소재가됐다.듀오링고와독서모임을통해한국어를학습하고,영화평론가이동진의공개방송에찾아가서문학과영화에대해질문할만큼그의발걸음은넓고깊다.
“I·SEOUL·U가정말로별로인가요?”
외부의기준과평가를너무의식하는한국인에게던지는질문
“한국지인들은나와만날때마다한국의어떤점이마음에들지않는지알려달라고요청한다.나는몇년동안그질문에단한번도딱부러지게대답한적이없다.”
한국인만큼외부의기준과평가에쉽게휘둘리는사람들이또있을까.콜린마샬은한국지인들과의대화에서가장불만스러운순간을책에서이야기한다.그가보기에한국인은한국의좋은점은보지못하고,부정적인면에만집착하는경향이있다.책에서그는서울시의슬로건‘I·SEOUL·U’부터싸이의<강남스타일>까지,우리가진지하게생각하지않거나정면으로바라보기를주저했던것들이왜그리고어떻게세계인을사로잡았는지들여다본다.
콜린마샬이보기에‘I·SEOUL·U’는오히려“파격적이고기발한”문구다.그는칼럼니스트앤드루새먼의분석을빌려‘I·SEOUL·U’가나이키의부메랑모양로고인‘스우시swoosh’와전설적인그래픽디자이너밀턴글레이저의‘I♥NY’와같은“고전적브랜딩의사례”처럼감성적인호소력을발산한다고말한다.또한서울의관광홍보가주타깃으로삼는대상인중국과일본에게는‘I·SEOUL·U’가가지고있는명확한단순함이오히려장점으로작용할수있다고평가한다.상대적으로영어를잘사용하지못하고동시에잠재력이높은타깃시장에효과적으로전달될수있다는것이다.
“이건제가알던K가아닌데요?”
<한국기행>부터<우리말겨루기>까지,
시작은가볍게끝은진지하게한국을양껏맛보다
“우리는사귀자마자전국으로여행을다니기시작했다.다시방문한강릉에서아내가어린시절기억속에간직하고있던단오제를봤다.군산에서는아내의친척들을방문하고일제강점기에세워진건축물을보고맛있는빵집에들렀다.아산에서는온천호텔에머물렀고목포에서는홍어빵을먹었다.나는한국에서든외국에서든낯설고이상해보이는전통요리를한번도거절해본적이없다.”
한국은조선왕조오백년,한국전쟁,경제발전과민주주의등크고딱딱한단어로요약되는경향이있다.그러다보니우리마저도한국을소개할때종종너무진지해지거나엄숙해진다.한국을방문한외국인앞에서우리는경복궁부터광화문까지특별한맥락없이걷기도하고,5·18국립묘지와서대문형무소등역사적상흔의현장을소개하곤한다.
이처럼한국이라는단어앞에서너무무거워지는이들에게콜린마샬은<한국기행>이나<우리말겨루기>같은TV프로그램을추천한다.콜린마샬은<한국기행>에서서울에서경험하지못한더크고맛깔난한국을만난다.그곳에는김치담그는100세할머니,시끌벅적한어부,김양식장인부의거친언어가북적인다.장수하는법과오랜결혼생활의고충,맛있는토속음식과다양한사투리가시끌벅적정감있게울린다.
한국인들대다수가채널을돌리다지나쳤을법하지만멈춰서맛보고즐기지못했던대목을콜린마샬은보고또보고다시돌려본다.그리고질문한다.세상에서가장작은마을에가장맛있는음식이펼쳐지는이방송,그맛있는음식을만드는사람들은앞으로도얼마나더그곳에남아있을까?그들이사라지기전에다시그곳을방문할수있을까?지방소멸시대라고불리는요즘,<한국기행>방송이이제곧어려워지는거아닐까?
“결코한국을마스터할수없기에한국을더공부할수있다”
한국학박사보다한국을즐기는코노셔가되고싶어
이토록다양한한국을살펴본콜린마샬은한국전문가보다는한국코노셔connoisseur가되고싶다고말한다.코노셔는전문적인지식을갖추는데집중하기보다관심과흥미를꾸준히유지해더잘감상하려는사람을의미한다.그는‘아는만큼보인다’는한국의유행어를변주해“아는만큼즐기는사람이되기”를희망한다.
어떤대상이나사람을알기전까지는그것의좋은점과나쁜점모두를알기어렵다.사랑에빠지면좋은점이크게보이다다툼이생기면나쁜점이더커보인다.서울은그에게사랑이고매료의대상이지만,또한좌절과실망의대상이기도하다.하지만그럴수록더한국과서울에대해알고싶어지고,점점그관계는깊어져간다.
콜린마샬의글에는요약되지않은한국의순간들이가득하다.그의이야기속에서한국인,한국어,나아가한국이라는나라는우리가상상하는것이상으로여러갈래로뻗어나간다.‘그래,우리가그랬지!’라는감탄과‘그래,우리가뭐그렇지……’라는씁쓸함을교차시키면서.그의이야기를읽은많은이들은깨닫게될것이다.이토록빠르게변화하는한국에K라는이름표가얼마나작은지를,한국을섣부르게요약하려는시도는또얼마나지루한지를,한국의다른오늘을발견하고새로운내일을상상하는일이얼마나즐겁고소중한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