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사방으로꽉막혔을때,나는도서관을떠올렸다.”
도시의대학도서관에서일하던사서가
인구1700명의산촌에사설도서관을열기까지
문학을전공하고6여년간대학도서관사서로근무한저자아오키미아코는업무와인간관계로인한스트레스,동일본대지진의충격,도시생활이주는위화감으로정신질환을앓게되며몸과마음이일시에무너지는경험을하게된다.급기야자살을시도해3개월넘게병원생활을하는상황에놓였지만,그순간에도포기할수없었던것은언젠가나만의도서관을열겠다던꿈이었다.
도시생활을청산한저자는지중해연구자인남편아오키신페이와함께2016년나라현히가시요시노무라로이주해‘루차리브로’를개관한다.두사람의특별한스토리는일본에서도화제가되어〈아사히신문〉을비롯한여러언론에소개되었고,우치다다쓰루등일본의지성인들이‘인문지식의거점’으로꼽으며주목하는공간이되었다.
가장내밀한공간인집을도서관으로개방하고개인장서를공유하는일은‘혼자감당할수없는문제를함께고민해달라’는절박한초대였다.그간절함에응답하듯,휴일에는버스조차닿지않는산골마을의작은도서관으로하나둘사람들이모여들었다.방문객들은저자의불완전함과부족함이그대로드러나는책을펼쳐기꺼이자신의이야기를덧붙였다.취약함의궤적을따라함께읽고함께생각하는일은서로를돌보고,강하게만들고,멀리까지나아갈기력을불어넣어주었다.
《나는숲속도서관의사서입니다》는도서관을열기까지의사연부터책이라는창문을통해만난새로운세계,함께책을읽는행위가가져다준돌봄과회복의경험등을따뜻한필치로담아냈다.책에실린사진은루차리브로를더욱입체적으로느낄수있게도와준다.삼나무숲에둘러싸인고택의정경,도서관을함께운영하는고양이관장‘가보스’와반려견‘오크라’의편안한모습,노란불빛아래가지런히꽂힌장서를보고있노라면당장이라도그곳으로향하고싶어진다.
“나는불완전한사서입니다.”
함께읽는다는건취약함을내보이며서로돕는존재가되는과정
이책의원제는‘불완전한사서’다.저자는아르헨티나작가호르헤루이스보르헤스의유명한단편〈바벨의도서관〉에서이표현을빌려왔다.본디〈바벨의도서관〉에서는도서관(책)이라는완전성·무한성에대비한사서(인간)의불완전성·유한성,알면알수록무지해지는지(知)의무의미함을표현하기위한말이었지만,저자는문자그대로자신의불완전함을드러내기위해사용한다.
큰부상을입고병원에입원했던시기,휠체어를타고타인에게의존해야만생활할수있는처지에놓였던적이있는저자는일본문학연구가아라이유키의저서《휠체어옆에선사람:장애로보는삶의어려움》의한구절을인용해‘불완전함’에관한생각을풀어낸다.휠체어를탄장애인과그옆에선사람을볼때,대부분은옆에선사람을가족이나간병인으로떠올린다.이럴때장애인은돌봄이필요한일방적인대상으로여겨진다.아라이유키의표현대로라면‘상상력이한쪽으로쏠리는관계’인것이다.
하지만아오키미아코가떠올린관계는조금다르다.휠체어를탄자신은‘장애가있는사람’이기도하지만동시에‘도서관직원’이다.몸이불편해서타인의도움을받아야하지만,도서관을이용하는사람이라면누구든사서에게도움을받을수밖에없다.설령자신이‘불완전한사서’라도말이다.
정신질환을앓고있는저자는약을먹고잔탓에개관시간이임박해서야눈을뜰때도있고,도서관안팎을청소할때도혼자서감당할수없게되는경우가생긴다.이럴때저자가SNS에도움을청하면기꺼이돕는사람이찾아와준다.저자는이들에게도움을받고,자신의장서를개방하고책을추천하며함께문제를고민하는것으로화답한다.저자는‘불완전한사서’라는제목을통해인간은누구든도움이필요한존재이고한편으로는누구든도움을줄수있다는진리를알아채기를,한쪽으로쏠린상상력의균형을잡기를독자들에게요청한다.
“책은다른세상으로통하는창문입니다.”
살아내기위해책을읽어온사서의특별한기록
‘책은창문이다.’이책에서저자아오키미아코가한결같이유지하는관점이다.문처럼손잡이를돌리면곧장다른세계로나갈수는없지만지금있는곳과는다른세계를느낄수있는,시간과공간을뛰어넘어다채로운풍경과바람과빛을데려와주는근사한창문.저자는어릴적부터다른사람과소통하는것을어려워하는대신책을가까이했고,그시절부터읽었던그림책과동화책을통해자신을더깊이들여다보고다른사람을이해하려는노력을계속해왔다.
어릴적부터책의세계에서살아온사서의에세이답게《한밤중톰의정원에서》같은어린이고전부터역사문헌까지여러도서를풍부하게인용하고있어넓은독서를가능하게해주며,책이말하고자하는바를지금우리의문제와연결해고민하게하는깊은독서로이끌어준다는점도이책의매력이다.
어른이되어도서관사서가된저자는도서관의서가를‘근사한창문을잔뜩낸벽’이라고칭한다.그리고사서는누군가를창가로불러“저쪽에예쁜꽃이피어있어요”,“여기에서있으면상쾌한바람이불어요”하고말을걸수있는사람이라는사실을깨닫게된다.어린시절에는혼자서창가에서있었지만,이제는다른사람들을창가로초대하고자신도다른이들이열어둔창가로가서함께창밖풍경을바라본다.즉함께책을읽자고청하고다른사람의초대에도기꺼이응하는것이다.이렇게함께책을읽는행위가나와타인이하나가되어생각하고공동체를구축해나가는마중물이되기를희망한다.
돌봄이란함께읽고,함께머리를감싸쥐고고민하는일
가장사적인도서관에서만나는공공의감각
루차리브로의가장큰특징은개인장서를공유한다는것이다.새책이아닌이미읽은책,게다가밑줄이잔뜩그어져있고곳곳에포스트잇이붙은읽은흔적이가득한책.심지어책을대출해간이용자도포스트잇을덧붙이기일쑤다.책이훼손되는것을가장꺼리는일반도서관과는확연히다르다.애초에‘서비스가아닌나눔’이라고생각하며도서관을열었던저자의인식이반영되었기때문이다.이책곳곳에서는우리사회에서점점희미해지는공공의감각을일깨우는이야기들을만날수있다.
저자는과거대학도서관사서로근무하던시절의에피소드를하나들려준다.도서관에온한학생이볼펜을빌리려했을때마침비치된펜이없어저자개인필통에있던볼펜을건네려하자,학생은“개인물건을빌리는건좀……”하며뒤로물러나결국받아들지않았던것이다.이처럼언제부터인가‘남에게폐를끼치지말자’는인식,서비스나계약을통하지않으면타자와관계를맺지못하는지경이되어버린상황에안타까움을토로한다.
저자는루차리브로를찾아오는사람들이단순한이용자가아닌‘공’을함께만들어주는이들이라고표현한다.의도하지않아도순환이일어나는것,‘공공의영역’이라고선을그어버리지않는것.저자는이러한공공의감각이함께책읽고머리를감싸쥐고고민하는데에서시작된다고말한다.저자에게독서라는행위는자신만의세계에갇혀사적경험으로그치는것이아닌공공을위한하나의가능성이되는일이다.이책을읽고나면,이지수번역가의말처럼도서관에서책을읽는다는것이‘필요한책만달랑대출해가는식의냉담한거리두기’가아니라우리가사는사회를함께고민하는일임을절실히느끼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