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여성의 역사 (모든 순간, 어떤 순간에도 읽어온 이들의 담대한 이야기)

읽는 여성의 역사 (모든 순간, 어떤 순간에도 읽어온 이들의 담대한 이야기)

$19.80
Description
책이라는 멋지고 아름다운 세계의 주인공이 되기까지, 읽는 여성들이 거쳐온 당당하고 불온한 시간의 기록. 일간지 문화부 기자로 한 세대에 걸친 시간 동안 ‘책의 세계’를 지켜보고 탐구해온 저자는 이 책에서 읽기의 역사 속 중요한 인물, 인상적인 장면, 상징적인 사건을 서술하며 빠진 퍼즐 조각처럼 비어 있던 여성 독자의 흔적을 찾아 나선다.
인류 첫 저작권자인 메소포타미아의 여사제 엔헤두안나, 배움을 위해 은둔을 택한 중세 독서광 수녀들, 여성의 읽기를 두려워한 엘리트 남성들에게 죽임당한 ‘마녀’들, 뛰어난 능력을 펼치지 못한 채 죽어서야 이름을 남긴 조선의 여성 학자들, 익명을 벗고 자신의 이름으로 독자들을 열광시킨 19세기 여성 작가, 자기 서사에 대한 갈망이 불러온 ‘메모아’ 열풍까지 긴밀하게 살펴보며 여성 독자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여성의 독서를 금기시하고 위험하게 여긴 ‘막아서는 역사’에 아랑곳없이 읽고 쓰며 세상을 이해하고, 더 넓은 세계로 발을 디디며 ‘나아가는 역사’를 만들어온 여성들의 이야기다.
저자

최현미

대학에서신문방송학을전공했다.일간지문화부기자로문학담당,출판담당,북리뷰팀장과문화부데스크를거쳤다.경력대부분을책과함께하며누구보다많이읽고써왔다.
한세대에걸친시간동안문학과출판의최전선에서여성작가들의폭발적인활약을지켜보다가그너머에있는여성독자들에게눈길이갔다.그들은작가를발견하고,자신이읽는책을베스트셀러로만들어내고,그힘으로다시여성작가들을대거등장시키며책의세계를이끄는강력한힘이되었다.이들은어떤시간을거쳐지금여기에이르렀을까.이질문에대한답을찾기위해이책을썼다.
저서로《사소한기쁨》,《우리가사랑한소녀들》·《이토록어여쁜그림책》·《이토록다정한그림책》·《가장사적인마음의탐색》(이상공저)등이있다.

목차

저자의말

1부기록이없다고존재하지않은것은아니다
1맨처음여성독자를찾아서
2인류최초의저자는나,엔헤두안나
3역사가덧칠해버려도지워지지않은시인
4오비디우스가주목한새로운독자들
5독서광수녀들
6세헤라자데와여성스토리텔러
7모노가타리에빠진열세살소녀
8시간기도서와혼자읽기
9읽기위해남자로살다
10텍스트로쌓은여성들의유토피아

2부막아서는이들과그럼에도읽는이들
11마녀의비밀독서
12살롱,여성지성의연대
13인쇄업자길드와과부특권
14직물상딸의독서노트,커먼플레이스북
15내글이장독대덮개로쓰일바에야
16귀족부인의로맨스탐독
17《파멜라》신드롬과열혈독자들

3부읽는사람이길을만든다
18여성독자,여성작가,여성주인공시대의개막
19숨어서야자유로웠던익명의작가들
20비녀를팔아빌려읽은소설
21가정의천사vs가정의천사죽이기
22비튼부인의가정관리서
23책에취한여성들의삶
24분노의북클럽,시대를바꾸다

4부새로쓰는이야기
25《율리시스》와세출판인
26책장을갖는다는것의의미
27신여성의베스트셀러
28독자들이되살린여성의목소리
29메모아,사나운애착을넘어새로운담대함으로

에필로그:여성이읽기를멈추는순간,책은죽을것이다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구병모소설가,이다혜작가추천!

여성들은어떤시간을거쳐
책이라는멋지고아름다운세계의주인공이되었을까
바빌로니아신전의여성서기관부터21세기한국의텍스트힙까지
읽는여성들이거쳐온당당하고불온한시간의기록

책이라는멋지고아름다운세계의주인공이되기까지,여성독자들이거쳐온당당하고불온한시간을탐구한책《읽는여성의역사》가출간되었다.여성중심으로역사를서술하는책이나,독서의역사에서몇몇유명한여성인물을언급한책은있었지만동양과서양,고대와현대를아우르며여성독자를전면에주인공으로내세운책은국내에서만나보기어려웠다는점에서이책의출간이더욱의미있다.
저자최현미는일간지문화부기자로30여년일해온베테랑언론인이다.문학담당,출판담당,북리뷰팀장을거치며문학과출판의최전선에서여성작가들의폭발적인활약을지켜보던저자는그너머에있는여성독자의힘에주목했다.한국의여성독자들은1998년국민독서율조사에서역대처음으로남성독서율을넘어섰고,2000년대중반이후굳건하게우위를점하고있다.이들은오늘날디지털과영상과게임이모두의주의를빼앗아가는중에도책의세계를지키고,수십년전출간된여성작가작품을발굴해다시베스트셀러목록에올리며,전세계가한국여성작가의작품을읽을수있게만든가장강력한지지자이다.2026년한국문학·출판계의가장큰화제였던‘이상문학상수상자전원여성’의배경에는이처럼여성독자들의활약이자리하고있다.
여성들은언제부터읽기시작해어떤시간을거쳐지금여기까지왔을까.저자는이궁금증에대한답을찾기위해《읽는여성의역사》를썼다.문서를읽고기록한바빌로니아신전의여성서기관,배움을위해은둔을택한중세독서광수녀들,여성의읽기를두려워한엘리트남성들에게죽임당한‘마녀’들,뛰어난능력을펼치지못한채죽어서야이름을남긴조선의여성학자들,익명을벗고마침내자신의이름으로독자들을열광시킨19세기여성작가,일제강점기의여성독서회,자기서사에대한갈망이불러온‘메모아’열풍까지.동양과서양,고대와현대를오가며끊임없이읽어온여성독자들이이책의주인공이다.“당당하게불온했던여성독자열전”이라는이다혜작가의추천사처럼,읽으면서역사를만들어간여성들의이야기가역동적인서사시로펼쳐진다.

“책읽는여자는위험하다”
지적여성에대한공포를드러낸지식인들과
막아서는역사를넘어금기를깬여성들

1400년대초,폴란드영주의딸나보이카는어느날친오빠가세상을떠나자자신의운명을바꾸기로결심한다.여성입학이금지된대학에들어가기로한것이다.그는집을나와남장을하고오빠이름인‘야큐브’로크라쿠프대학교에들어간다.중성적외모로별다른의심없이남학생들사이에섞여들어간나보이카는모든과목에서두각을나타내며학문을익히고원없이책을읽었다.
하지만남장이들통날까봐사람들을멀리하며두려움과외로움,고독에시달리던나보이카는결국병을얻었고,여성임이드러나교회재판정에서게되었다.왜이런일을저질렀느냐는판사의물음에나보이카는이렇게대답했다.“학문을사랑했기때문입니다.”(96쪽,〈읽기위해남자로살다〉)
저자는“읽는여성의역사는두개의커다란물줄기가교차해온역사”라고말한다.글을읽고쓰며세상을이해하고더넓은세계로발을디디는‘나아가는역사’와,여성의독서를금기시하고위험하게여긴‘막아서는역사’가그것이다.‘책읽는여성은위험하다’는통념은고대로마와계몽의유럽,빅토리아시대영국과가부장조선이다르지않았다.동서양할것없이지식인들은여성문제,특히여성독서에대해철저하게보수적이었다.조선후기실학자이덕무는“여성은경서,사서,논어,시경,소학,여사등을대강읽어뜻을통하고,가문의계보와성현의이름등을알면족하다.함부로시를지어밖으로퍼뜨려서는안된다”며여성의독서에대한편견을적나라하게드러냈다.(159쪽,〈내글이장독대덮개로쓰일바에야〉)정약용역시여성들의한글소설열풍을비판하며,특히부녀자가이런패관잡서에빠지면‘길쌈하는일을끝내그만두게된다’며다모아불태워야한다고주장하기도했다.(216쪽,〈비녀를팔아읽은소설〉)
지적여성에대한남성엘리트들의공포를가장극단적으로드러낸사건은15~18세기유럽을휩쓴마녀사냥이다.여성은지적으로열등하고도덕적으로나약해악마의유혹에쉽게빠진다고여겼고,여성의지식은‘악마와의결탁’으로얻은것이라며마녀로몰아화형을하거나교수형에처했다.여성들이일상에서경험을통해쌓은지식은고스란히마법으로몰렸다.(124쪽,〈마녀의비밀독서〉)
여성들은이같은금지와경계,비판과조롱과위협속에서도매순간열심히읽으며‘나아가는역사’를만들었다.이런면에서‘읽는여성의역사’는여성권리투쟁사라고할수있다.소설가구병모는이책을두고“금지구역의선을월경하는여성들의역사”이며“한계앞에서꿈꾸기를멈추지않고그곳이어디가됐든기꺼이난입하며돌파한여성들의지적·정서적질주”라고표현했다.

시간기도서에서북클럽까지,
읽기를대물림하며세상에균열을일으킨여성들

중세후기최고급결혼선물이었던‘시간기도서(시도서)’는여성들의읽기에드라마틱한변화를가져왔다.매일하루8번,일정한시간에시도서를반복해읽는사이여성들의문해력이향상되었다.무엇보다도개인시도서는여성들에게‘혼자읽기’라는새로운경험을안겨주었다.그전까지독서는한사람이소리내어읽고주변사람들이듣는형태였는데,가정에서는대부분가장인아버지가읽을책을결정해,여성들은‘듣는독자’에머물수밖에없었다.그러던것이시도서를갖게되면서다른사람의의견에좌우되지않고자신만의속도로,내면의울림에따라읽는사적독서의시간이열리게된것이다.
이러한여성개인의책읽기는중세사회에균열을일으켰다.당시여성은감정에치우치고유혹에쉽게넘어가기때문에남성성직자의가르침과감독아래신앙생활을해야한다고믿었다.그런데홀로시도서를읽고기도하면서성직자개입없이여성이직접성서를해석하게되자논란이된것이다.또한여성들은남성형라틴어를여성형으로바꾸거나,라틴어기도문위에자국어로된기도문을덧쓰기도했다.기도서의여백에가족의중요한일정을기록하거나민간요법을적는등주어진텍스트를주체적으로고치고덧쓰고자신의경험과지식을보탰다.책이귀하고비싸던시대,개인이고치고기록한시도서는가문의후손에게로,혹은결혼이나후원으로맺어진다음세대여성에게전해지며‘텍스트상속’이이루어졌다.
여성들의적극적인독서행위는북클럽의역사에서도찾아볼수있다.17~18세기프랑스에서성행한‘살롱’은공식적인교육에서배제된여성들이당대지식인들과함께고전,철학,시,소설을읽고토론할수있는공간이었다.이곳에서여성들은비평적독자로성장했고,지적네트워크를만들었다.이러한전통은19세기미국과영국에서여성북클럽탄생으로이어졌다.북클럽은교육의기회가부족한여성들이책을읽고발표하고토론하면서교양을쌓는비공식학교의역할을했다.
여성북클럽은이에그치지않고여성참정권,공공도서관,교육문제같은사회적의제를적극적으로제안하는시민운동의인프라로성장했다.대표적사례인‘소로시스’는찰스디킨스초청만찬에여성이라는이유로참가를거부당한여기자제인커닝엄크롤리가만든단체로,이후폭넓은여성네트워크로성장하며다른여성북클럽의출현을불러왔다.휴스턴에서시작된‘레이디스리딩클럽’은휴스턴공립도서관개관의발판을마련하기도했다.
이책에서는시대와장소를막론하고책으로배우고연결되며더나은삶,더나은세상을모색해온여성들의이야기를만날수있다.오늘날유행하는교환독서와북클럽,북토크가이미읽는여성의역사에새겨져있다는사실이놀랍기만하다.

“여성이읽기를멈추는순간,책은죽을것이다.”
읽는사람에서쓰는사람으로,독자에서작가로
세상에필요한이야기를읽고쓰며
책이라는우주를떠받치는아틀라스가되다

여성독자의증가는여성저자의본격적인등장을불러왔다.특히유럽에서는18세기에여성소설가들이여성독자를겨냥해여성을주인공으로내세운소설이쏟아지면서여성작가-여성주인공-여성독자라는‘3W시대’를열었다.제인오스틴,브론테자매등이시대대표작가들의소설속주인공들은욕망과규범사이에서‘자기삶의주인이된다는것’은무엇인지를적극적으로고민하며독자들의열광적인지지를얻었다.이소설속의주인공들은책을읽었다.《제인에어》의제인은책에서얻은지식을현실의폭력과불의에맞서는무기로삼았고,《작은아씨들》의조마치와《키다리아저씨》의주디애벗은열정적인독서가를넘어작가를꿈꿨다.책읽는여성주인공들은현실의독자들이작가로나서게하는동력이되었다.
읽는사람에서쓰는사람이된여성작가들은자신의이야기가곧세상에필요한이야기임을알았다.일상에자리잡은구조적차별,여성이느끼는우울과불안과좌절이개인의문제가아닌사회구조의문제임을파악했기때문이다.그러므로오늘날독자들의전폭적인지지를받으며문학상을휩쓰는여성작가들의성취는,그동안주목받지못했던시대적의제들을적극적으로꺼내어발언한결과라할수있다.
이책의에필로그에서저자는영국소설가이언매큐언의에피소드를인용한다.소설책30권을들고공원에서무료로나누었더니,여성들은기꺼이책을받아간반면남성은딱한명만책을받아간것이다.이날의에피소드를담은이언매큐언의〈가디언〉칼럼은이렇게마무리된다,“여성이독서를멈추는순간,소설은죽게될것이다.”여기서‘소설’은곧‘책’으로치환할수있다.읽는여성과쓰는여성들은“오늘날책의우주를떠받치는아틀라스”(320쪽)가되어경고등이켜진독서의세계를지탱하고있다.디지털과인공지능이‘가로막는역사’를,지금껏그래왔듯‘나아가는역사’로만드는중이다.
풍부한읽을거리와흥미로운서사가결합한이책을통해,독자들은여성이독자이자저자로전면에나서는순간책의세계는어떻게바뀌었는지확인할수있을것이며,책과읽기의미래는어떻게만들어질지가늠하게될것이다.무엇보다이책은수천년동안모든순간,어떤순간에도읽어온책의수호자,여성독자에게보내는경의다.소설가구병모의추천사처럼,“이책을덮은당신은무엇이든더깊이읽고싶어질것이며어떻게든더잘쓰고싶어질것이다.이제당신의이야기를,당신의역사를이어쓰기할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