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름지기플라이낚시꾼이라면‘catchandrelease’
낚시를하며맞이하는적요의순간,잠시인생의페달을멈추는순간이다.
물가에서누린적요의시간그시간속단상의기록을나누다!
물가로떠나는이른새벽의고요가얼마나벅찬지,밤의고속도로에서내차의헤드라이트불빛이얼마나예쁘게퍼져나가는지,이런것도꼭얘기하고싶었어요.그리고무엇보다낚시의하루가내게남겨준소중한단상들을함께나누고싶었습니다.
-프롤로그중-
책속에서
사람이길을내고,길은사람을이끈다.그러므로깊은산간계곡이전과같기는쉽지않다.남방한계선을지켜내며치열하게오늘을버텨내고있을열목어를생각한다.오래전오대산줄기에도흔하게살고있었다던그들의옛시절을상상해본다.내가할수있는응원의방식을,응원하는마음을표현하는방식을좀더생각해보는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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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겨울을보내고,얼음이녹아흐르는봄이되면낚시를다시시작했다.봄은그렇게많은것들이시작하는시기이고,낚시역시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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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낚시를혼자다니지만가끔은일행들과함께할때도있다.혼자낚시다니는것은그나름의자유가있고,일행과함께할땐왁자지껄한즐거움이있으니둘다서로다른이유로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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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하는낚시를좋아하는이유중하나는오가는길의침묵이지켜진다는것이기도하다.일생말로떠드는직업을가졌던나는,그침묵의시간이더없는평화였다.그녀의구슬꿰기처럼말이다.그침묵의하루속에이런저런지나간일들과다가올일들이끼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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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여름,지나는길에굳이먼길을돌아지수리에들렀다.낚시할요량이아니었으므로낚싯대도없었지만,그곳이궁금해서였다.그여러해사이비포장이던길은포장이되어있었고,큰다리가놓였다.평일이어서여전히강변은고요했고,푸르렀다.그리고,언덕위에여전히홀로누워있을알지못하는그에게인사했다.세월이많이흘렀지만,강물은예나지금이나변하지않고저혼자묵묵히흐르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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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꾼은여럿있었지만,잡아올리는사람은아무도없었다.맞은편의루어낚시꾼하나가무언가를잡아올리다놓치며내뱉는괴성을들었다.‘그맘잘알지…’싶은마음에슬그머니웃음이났다.어쨌거나내낚싯대는끝내휘어지지않았다.하지만난생처음미국에서낚시했던몇시간은나의낚시인생에서무척색다른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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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고빛나던젊은시절,흐르는물가에서함께했을그낚싯대를쓰다듬어보았다.귀를대면바닷소리가들리는소라고둥처럼,어쩐지낚싯대에서힘차게포말이부서지는계곡물소리가들릴것도같았다.햇빛에반짝이는물비늘이지문처럼남아있는듯한느낌이들기도했다.
---p.97
처음낚시를다니던시절,영동고속도로의강천터널을지나다리를건너면강원도표지판이나오는그순간을좋아했다.시계토끼를따라이상한나라로들어간앨리스가된기분이었다.지금도강천터널을지날때면저앞어딘가에서나를따라오라손짓하고있을시계토끼를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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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적요의순간,그순간이좋아서낚시를하는지도모르겠다.잠시인생의페달을멈추는순간이다.물론,그런적요의순간은일단한마리라도낚아야찾아온다.나는어쨌거나낚시꾼이니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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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낚시의모토는‘catchandrelease’이다.나역시물에서건진이야기들을이제release할시간이다.내가놓아준이야기들이계곡을따라더큰물로,더멀리헤엄쳤으면하는소망을간직한채나는이야기를담았던뜰채의물기를털고,발걸음을다시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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