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의 장례 -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5 (양장)

K의 장례 -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5 (양장)

$13.00
Description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과 함께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마흔다섯 번째 책 출간!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신작 시와 소설을 수록하는 월간 『현대문학』의 특집 지면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마흔다섯 번째 소설선, 천희란의 『K의 장례』가 출간되었다. 2022년 『현대문학』 5월호에 발표한 소설을 퇴고해 내놓은 이번 작품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작가 K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한 상황에서 전개되는 두 여자 소설가의 이야기다. K와 인생을 맞바꾸고 유령작가로 산 여자와 아버지와의 혈연을 부정하고 자기만의 세계 속에서 산 여자. 생면부지의 그 둘을 이어주는 돌연한 K의 죽음은 그들이 자신의 본명과 정체성을 찾아가게 되는 현실 인식의 시간이 된다. 섬세한 심리 묘사와 극적인 긴박감으로 그려낸 소설이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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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천희란

2015년『현대문학』신인추천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영의기원』,경장편소설『자동피아노』가있다.2017년젊은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노스페라투의방9
영향아래있는49
K의장례85

발문120
작가의말132

출판사 서평

월간『현대문학』이펴내는「핀소설」,그마흔다섯번째책!

「현대문학핀시리즈」는당대한국문학의가장현대적이면서도첨예한작가들을선정,월간『현대문학』지면에선보이고이것을다시단행본출간으로이어가는프로젝트이다.여기에선보이는단행본들은개별작품임과동시에여섯명이‘한시리즈’로큐레이션된것이다.현대문학은이시리즈의진지함이‘핀’이라는단어의섬세한경쾌함과아이러니하게결합되기를바란다.「현대문학핀시리즈소설선」은월간『현대문학』이격월25일출간하는것으로,내로라하는국내최고작가들의신작을정해진날짜에만나볼수있게기획되어있다.한국출판사상최초로도입되는일종의‘샐러리북’개념이다.

현대문학×아티스트이연미

「현대문학핀시리즈」는아티스트의영혼이깃든표지작업과함께하나의특별한예술작품으로재구성된독창적인소설선,즉예술선집이되었다.각소설이그작품마다의독특한향기와그윽한예술적매혹을갖게된것은바로소설과예술,이두세계의만남이이루어낸영혼의조화로움때문일것이다.

이연미
국민대미술대학회화과및동대학원회화과를졸업했다.도쿄갤러리개인전을시작으로갤러리현대,서울시립미술관,상하이미술관등국내외에서개인전과단체전에참가했다.자신만의정원을구축하고,현실과판타지사이의간극을극대화시키며거칠게날이선나무와신비롭고낯선형상의동식물이뒤섞인서정적조형세계를구축하며활발하게활동하고있다.

작가의말

『K의장례』는오래전떠올린제목과아이디어에서출발한소설이다.거듭다시쓰기에실패하면서도왜그토록미련을버릴수없었는지,완성한지금도별다른답은떠오르지않는다.말할수있는것은이제라도이소설을마무리할수있게만든생각에관한것뿐인지도모르겠다.내정체성을구성한다고믿었던‘나’라는존재에대한섬세한정의들이그무엇보다내게배타적일수있다는것.나를끊임없이소외시키려는자기동일성의환상에저항하기.

이소설은줄곧‘자유’를언급하지만,나는단한순간도문학이자유그자체이거나자유에가닿는길이라고생각한적없다.그러나나를속박하는조건들을이해해가는과정이곧해방일수도있다는깨달음은오직문학만이내게줄수있었던것이다.역설을통해서만상상가능한,연루되어가는감각으로서자유.결코결백해질수없는삶을살아가기.

(……)장례는죽은자와결별하는과정이다.결별은완전히떠나보내는일이기도하고,흔적을간직하는일이기도하다.하지만나는무엇보다장례가관념이아닌,현존하는죽음의자리를마련하는일이라고생각한다.내가쓴소설이한권의책으로묶여세상에나갈때마다겪는이결별을,이제는섣부른기대나과도한두려움없이겪어낼수있을것같다.

책속에서

“우리가서로의인생을훔친다면
그것은제법공정한거래이지않겠습니까?”

나는『K의장례』를진지한존경에관한이야기로읽는다.진지한존경에는항상배반감이수반되기때문이다.(……)인생의전반부를지나는지금(다소끔찍하지만백세시대라는것을전제했을때의이야기다)그간숭배에가까운존경과사랑으로표상되어왔던모든존재들에의문을갖는것을넘어서,딱히부정하지도거부하지도않는순간대상으로부터자유로워질수도있다는것을배웠다.죽음과더불어이작품에자주등장하는단어,‘자유’다.작가천희란이여태껏살아오면서얼마나많은대상을진지하게사랑하고존경하고그사랑과존경에책임을지려하고최선을다했는지나는증언할수있다.(……)언제나정직하기에그만큼농밀한문장을끊임없이써내려가는작가가내내자유롭기를,그자신이늘원했듯,실제로죽지않고죽음에육박하는작품을쓰기위해용기내서책상에앉아주기를바란다.
---「박민정_발문」중에서

나는몰랐다.K가내게언제든그를떠날수있는자유를주었다하더라도그자유가내게만주어지지는않았다는것을.K가나를배반할자유역시존재했다는것을.그리고나와K,둘중누구도아닌제3의존재가우리의계약을언제든파기할수있었다는것을.그것을단지죽음이라고부를수는없었다.어떠한제약도없이우리의삶을쥐고흔들수있었던존재,어쩌면그운명의이름이야말로그도나도가질수없었던,자유였다.
---p.42

‘강재인선생께’
발신인의이름은없었고연구실의주소나연락처도적혀있지않았다.나는봉투를옆구리에끼고바닥에부려놓았던나머지우편물을차곡차곡쌓아올렸다.그리고연구실옆에붙은명패를확인했다.강재인교수.본명이적혀있기야했지만,공식적인문서나고지서를제외하면쓰일일이거의없어진이름이었다.동료교수나학생들도나를강재인이라부르지않았다.손승미,나는그이름을선택했고,그이름으로내삶을꾸렸고,나와관계하는모든사람들이나를승미라불렀다
---pp.51~52

“나는영원히도망치지못할거예요.”
“당신아버지로부터요?”
“아뇨.”
“그여자작가로부터?”
“아니에요.”
“그럼무엇으로부터요?”
“아마도나자신이요.”
---p.58

문학은인간을속인다.다른모든예술처럼,그어떤예술보다현란하게.언어로된정신의세계를문학은교란하고지배한다.좀처럼장악되지않는의미의공간을논리에제압되지않는본질의영역인양떠받들게된다.진정성,진실성과같은단어들이뛰어난작품들을수식한다.그러나그것은수사에불과하다.진실함은좋은작품의필요조건이아니다.잘쓰인작품은더압도적으로인간정신을장악하고,그때비로소작품은진실이라는착각으로정신을눈멀게하는것이다.내게는내가기억하는아버지와그의동료들이살아온삶과그들이작품속에그려낸삶의어긋남이바로그기만의증거였다.
---pp.69~70

오랜고민끝에답을합니다.궁금했던사건의전말을이렇게알게되는군요.아직도믿기지않을만큼얼얼하지만,믿기로했습니다.다만저는이이야기를제것이라고생각하지않습니다.이것은전희정선생님의이야기도아닙니다.이제세상에존재하지않는어떤유령의목소리일뿐이죠.전희정선생님의진짜목소리는제가읽은것의그것과는다르리라고확신합니다.파일은삭제됐고,제게남아있는파일은없습니다.내아버지는15년전에스스로세상을등졌고,그것이제가알고있는유일한진실입니다.이제선생님을묶고있는밧줄은없습니다.
---pp.117~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