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약국 - 현대문학 핀 시리즈 에세이 1

밤의 약국 - 현대문학 핀 시리즈 에세이 1

$16.00
Description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과 함께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에세이 첫 번째 책 출간!
낮엔 약사 밤엔 소설가, 김희선의 첫 에세이

우주와 작은 약국 사이를 오가며 풀어놓은 환상적이고 내밀한 밤의 정담
“밤이 깊다. 아직 잠들지 못한 모든 이들이 행복하길.”

독자들의 폭발적 사랑을 받으며 한국 문학의 대표 시리즈로 자리잡은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 소설선에 이어 에세이 선을 새롭게 론칭하게 되었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2011년 등단한 이래, 기이한 상상력으로 똘똘 뭉친 독특한 작품들을 선보이며 ‘대체 불가한 이야기꾼’으로 주목받은 소설가 김희선이다. 2021년 8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주간 현대문학〉에 연재한 것을 묶은 이번 에세이집에는 낮엔 약사로, 밤엔 소설가로 활동하는 독특한 이력의 작가 김희선의 따뜻한 시선으로 빛을 밝히는 밤의 약국 이야기가 가득하다. 아픈 사람에게 약을 주듯 글로써 누군가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 그 일은 “작가 김희선이 그간 잘도 숨겨왔던 가장 강력한 패(이기호)”이며, 그의 이야기는 “뇌신처럼 활명수처럼 영혼의 밑바닥을 뒤흔든다.”(박훌륭)

SF와 기담, 시공간을 초월한 세계를 유영하며 〈젊은작가상〉 〈SF어워드〉를 수상한 저자의 내공은 이 책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난다. 문강형준 평론가가 말했듯 그의 글에는 “환상 속에 실재가 있고, 사이언스 픽션 속에 리얼리즘이 있으며, 거대함 속에 사소함이 있다.” “잃어버린 복사카드 한 장으로 우주의 별을 그려내고, 약국으로 들어온 강아지 한 마리로부터 과거와 미래”를 읽어내며 “우주에서부터 시작해 작은 약국으로, 외계 생명체에서 시작해 저자에게로(이기호)”, 내밀한 자신의 이야기를 “상상과 현실의 씨실과 날실을 아주 솜씨 좋게(정보라) 엮어낸다.

지금처럼 편의점이 많지 않던 시절, 약국은 밤을 지키는 등대였다. 약사로 근무하면서 소설도 쓰는 저자는 밤의 약국에서 ‘세상의 작은 틈’을 본다. 불 꺼진 거리에서 혼자 불을 밝힌 약국은 단순히 약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 어제의 불안과 오늘의 고단함에서 내일의 희망을 발견하게 함으로써 위로와 치유를 선사받는 장소이다. 그래서일까.『밤의 약국』은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를 향한 저자의 무한한 애정이 담겨 있다. 그리고 작가는 꿈꾼다. 무한한 꿈과 상상이 우주와 그 너머 다른 우주, 또 다른 우주에 이르기까지 계속되길. 그래서 이야기 역시 끝없이 이어지고 또 이어지기를.

“오늘 눈이 왔고 거리와 골목은 온통 회색이었다.
눈 쌓인 폐지와 박스를 보니, 아주 오래전 이곳에 살았던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면 도시엔 사라져가는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다.
나는 그 이야기들을 기록하고 싶다.”

저자가 글을 쓰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 아닐까? 사라져가는 도시의 이야기들. 거리의 풍경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의 이야기. 추상의 세계에서나 가능한 있을 수 있는 그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
저자는 춘천으로 이사 와서 그곳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약대에 입학한다. 입학 후 치른 첫 중간시험에서 약학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화학 시험을 완전히 망쳐버리지만, 지금은 약학을 공부한 것이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 중 하나라고 여긴다. 아픈 사람에게 약을 주는 일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 중에서 최고로 좋은 일이니까. 생명을 구해줄 영약이라도 되는 양 약봉지를 소중히 품에 안고 약국을 나서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며 저자는 플라세보효과를 떠올린다. 마음이 뭔가를 강력히 믿는다면 뇌에서는 그러한 상황이 실제로 벌어진 것과 비슷한 전기적 반응이 일어난다는 것 말이다.

이 글은 꼭 행복해질 거라는 희망을 담은 작가의 이야기이자 그가 만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여기엔 약학을 전공하다 보니 부딪히게 되는 자잘한 의학 관련 에피소드들, 반려동물 이야기, 책에 관한 이야기와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 꿈 이야기 등이 소복하게 담겨 있다. 그 안에는 사람과 삶에 대한 진정성과 세상의 온갖 사물을 투사하는 시선에 서린 감수성, 그것들은 때로 장난꾸러기 같은 천진함마저 묻어 있다. 무엇보다 책상 앞에 ‘즐거워지는 법’이라는 메모를 적어놓고 마음이 언짢을 때면 그 글자들을 찬찬히 읽어 내려간다는 그의 고백에서 그 글자들을 읽다 보면 정말로 즐거워진다니 그것이야말로 작가가 창작한 플라세보효과다. 그의 즐거워지는 비법 가운데 하나는 잘 말린 호프hop를 베개 속에 넣고 자는 일이다. 작가는 ‘잘 말린 호프’가 마치 희망(hope)을 잘 말리라는 것처럼 들린다고 털어놓는다. 어쩌면 저자는 약국을 찾는 사람들에게도 ‘잘 말린 희망’을 한 아름 안겨주려 하지 않을까?

“믿어지지 않겠지만, 이게 다 지금도-아마 앞으로도 영원히-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지금 이 순간, 이걸 쓰고 있고 누군가는 이것을 읽고 있는 동안에도 말이다.” _본문 중에서

지금 이 순간 지구상, 아니 우주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안테나를 세우는 작가. 그가 이 안테나를 세우고 있는 한 김희선의 기록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그의 기록은 ‘잘 말린 희망’과 함께 빠져들게 된다.
저자

김희선

1972년춘천에서태어났다.강원대약학과를졸업하고동국대대학원국문과를수료했다.2011년[작가세계]신인상에단편소설「교육의탄생」이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단편소설「공의기원」으로2019년제10회젊은작가상을수상했다.소설집『라면의황제』,『골든에이지』,장편소설『무한의책』등이있다.원주에서소설가일과약사업무를병행하고있다.

목차

프롤로그_이야기를시작하며,혹은연금술에관하여

역장에게보내는송가
역장에게보내는송가
아무도버섯을묻지않았다
겸손한아욱
말하는앵무새
닮은듯다른모든얼굴
돌고래가꾸는꿈
이상한세계에서,까치와나
새의귀환

만약원숭이들만의별이있다면
어떤강아지의가계도
삶,우주그리고모든것
너구리냄비요리에대하여
문어의나비효과,혹은파울을기리며
거북,스피노자
꿈의문어를보았니?
거북이가고싶은곳
만약원숭이들만의별이있다면

밤의약국
밤의약국
하늘을나는소년
뇌싱,뇌신,뇌-신
어떤사람
다른우주에서의칼국수
그를위한중력가속도
오직렘브란트만이
그리고,삶은계속된다

끊임없이되풀이되는불가능한작별인사
춘천에게,안녕
그집의기억
빵의이데아에관하여
꿩을찾아가던길
끊임없이되풀이되는불가능한작별인사에대하여
누가마토였을까?

내영혼의나무세그루
새들의기억
봄엔,무한을
내영혼의나무세그루
여름에우리는
그건꿈이었을까
실솔,하고부르면
11월의비오는날,행복해지기위하여
12월의호랑이버터
겨울의한가운데

즐거워지는법,혹은
잘말린호프로속을채운베개에관하여
공굴리기의끝
오멘과오멘
공포영화의바깥에서
기분좋은생각하나
800만가지죽는방법중단한가지방법
감기에대한몸과마음의식이요법
즐거워지는법,혹은
잘말린호프로속을채운베개에관하여

어디까지이어지는걸까,우리의이야기는
하나의달걀로부터
지금도어딘가에선
지구에서,우리는
백만년동안의고독
냉동인간은빙하기의꿈을꾸는걸까
달의뒷면을알고싶지않을때도있어
바다꿈을꾸는이유
무한한거북들의세계
어디까지이어지는걸까,우리의이야기는

에필로그_꿈의머리맡에은어를내려놓으며

출판사 서평

“오늘눈이왔고거리와골목은온통회색이었다.
눈쌓인폐지와박스를보니,아주오래전이곳에살았던한사람이떠올랐다.
그러고보면도시엔사라져가는이야기들이너무나많다.
나는그이야기들을기록하고싶다.”

저자가글을쓰는이유는바로이것때문이아닐까?사라져가는도시의이야기들.거리의풍경과그곳에사는사람들,사람들과함께살아가는동물들의이야기.그이야기를기록으로남기고싶어서.

저자는춘천으로이사와서그곳에서학창시절을보내고약대에입학한다.입학후치른첫중간시험에서약학의기본이라할수있는화학시험을완전히망쳐버리지만,지금은약학을공부한것이인생에서가장잘한결정중하나라고여긴다.아픈사람에게약을주는일은,자신이할수있는모든일중에서최고로좋은일이니까.생명을구해줄영약이라도되는양약봉지를소중히품에안고약국을나서는할머니,할아버지를보며저자는플라세보효과를떠올린다.마음이뭔가를강력히믿는다면뇌에서는그러한상황이실제로벌어진것과비슷한전기적반응이일어난다는것말이다.

이글은꼭행복해질거라는희망을담은약을건네는작가의이야기이자작가가약사로일하면서만난사람들에관한이야기이다.그와함께약학을전공하다보니부딪히게되는자잘한의학관련에피소드들,반려동물이야기,책에관한이야기와어린시절에대한기억,꿈이야기등이소복하게담겨있다.그안에는사람과삶에대한진정성과세상의온갖사물에촘촘한시선을갖다대는감수성,때로는장난꾸러기같은천진함이묻어있다.무엇보다책상앞에‘즐거워지는법’이라는메모를적어놓고마음이언짢을때면그글자들을찬찬히읽어내려간다는그의고백에시선이간다.게다가그글자들을읽다보면정말로즐거워진다니플라세보효과가따로없다.그의즐거워지는비법가운데하나는잘말린호프hop를베개속에넣고자는일이다.작가는‘잘말린호프’가마치희망을잘말리라는것처럼들린다고털어놓는다.어쩌면저자는약국을찾는사람들에게도‘잘말린희망’을한아름안겨주려하지않을까?

“믿어지지않겠지만,이게다지금도―아마앞으로도영원히―어딘가에서일어나고있는일들이다.지금이순간,이걸쓰고있고누군가는이것을읽고있는동안에도말이다.”_본문중에서

지금이순간지구상,아니우주어디선가일어나고있는일들에안테나를세우는작가.그가이안테나를세우고있는한김희선의기록은계속될것이다.그리고그의기록을읽는우리는반짝반짝눈을빛내며글에빠져들게된다.‘잘말린희망’과함께.

작가의말

은어낚시를하고돌아오는길에보니친구네집문이열려있다.
하지만너무깊은밤.
괜히문을두드렸다간그의잠을깨울수도있단생각에,사려깊은사람은
은어만놓아두고조용히걸어나온다.

내가정말로사랑하는하이쿠다.
아끼고아껴가며읽고또읽고싶은그런하이쿠.

밤이깊다.
아직잠들지못한모든이들이행복하길.
꿈속에서나는그들의머리맡에반짝이는은어를놓아둔다.
_〈에필로그〉중에서

추천사

진작눈치채고있었지만,김희선은아직하고싶은이야기의절반도세상에내놓지않은,강력한패를숨기고있는작가이다.그의소설은SF와기담과시공간을초월한세계를다루고있지만,이에세이를읽어보니비로소알겠다.그모태가된것은모두그가살고있는작은도시와이웃의풍경들이라는것을.그는그동안그것들을잘도숨겨왔다.그는잃어버린복사카드한장으로우주의별을그려내는사람이고,약국으로들어온강아지한마리로부터과거와미래를읽어내는사람이었다.우주에서부터시작해작은약국과칼국숫집으로,외계생명체에서부터시작해작가김희선에게로.이제그는자신의내밀한이야기를풀어놓기시작했다.작가김희선그자체가강력한패이다.이책이그방증이다.
-이기호(소설가)

이시선視線은마치시선詩選이다.선의결을따라가다보면세상에대한애기애타愛己愛他가어렴풋이보인다.지금은진짜섬이아닌춘천의중도와도같은이애기애타는아픔과현실을뽀득뽀득밟아가며산을올라뽀독뽀독하게세상을떠난그의‘뇌신’이기도하다.김희선작가가바라보는구석구석에는시선을받아야만하는까치들과말하는앵무새장난감이있다.
-박훌륭(약사·<아직독립못한책방>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