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 네모 청솔모 -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49 (양장)

세모 네모 청솔모 -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49 (양장)

$10.00
Description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과 함께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마흔아홉 번째 출간!
문학을 잇고 문학을 조명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한국 문학 시리즈인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마흔아홉 번째 시집으로 민구의 『세모 네모 청설모』를 출간한다. 200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일상어의 중력을 벗어난 독특한 시어, 자연에 대한 전위적이고 기발한 상상력으로 새로운 층위의 시 세계를 구축해나가는 민구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다. “무미하되 건조하지 않고, 담담하되 답답하지 않고, 순순하되 심심하지 않”(김언)지만 “킥킥 웃다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슬퍼질 수 있다”(박연준)는 평을 받은 그가『당신이 오려면 여름이 필요해』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시집에는 사소한 일상을 유머로 구사한 그 심층에 존재의 처연함이 공존하는 그의 시 세계를 통해 시인 특유의 낙천성과 평범한 사고를 뒤집는 언어유희, 일상에서 찾은 행복들이 담겨 있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 VOL. Ⅷ』은 민구, 구현우, 이서하, 김이강의 개성을 담은 시집을 분기별로 선보인다. 젊고 세련된 감각으로 한국 시 문학이 지닌 진폭을 담아내는 이번 시리즈는 세계적인 ‘숯의 화가’ 이배 작가의 표지 작업과 함께해 예술의 지평을 넓혀간다.
저자

민구

1983년인천에서태어났다.2009년〈조선일보〉등단했으며,시집『배가산으로간다』『당신이오려면여름이필요해』가있다.

목차


한사람
행복

걷기예찬
일요일
싸우는꿈
공고
축시쓰기
아무도모른다
그릇
우산도둑
굿모닝
평평지구
혼자
우리사이
미래
마리모
층간소음
의미없는삶
관상
포춘쿠키
오래
새해
비수기
투명인간
간조
송림동
햇빛

에세이:별명

출판사 서평

“불안과강박에휘둘리는도시인들의일상을보듬는경쾌한유희”

독특한시어와기발한상상력이춤추는
민구시인의『세모네모청설모』

민구시인은꿈을자주꾼다.그것도악몽으로말이다.꿈에서시인은번연히살아계신부모님,반려견,친구의무덤을본다.심지어자신의무덤도본다.“올걸예상했다는듯이/나는편안하게잠들어있었다//이름을불러도눈을뜨지않았고/어깨를흔들어도숨을쉴뿐/일어나지않았다”(「굿모닝」).은사님이나타나난데없이따귀를때리기도한다(「행복」).“야산에서구멍난철모를본뒤로자주싸우는꿈”(「싸우는꿈」)을꾸는가하면,“다음날/그다음날도//바다에빠져서허우적거리는/파도같은꿈”(「햇빛」)도꾼다.

그러나시인은결코악몽에휘둘리지않는다.깨어나면아무렇지도않은듯평온한일상이그를맞이한다.그는죽어있는자신에게“외투를벗어서주고/잠에서깬기념으로/모닝커피를”(「굿모닝」)마신다.심지어“꿈이물속으로나를떠밀어/수심이깊어질때면//쌍무지개휘어지도록/붙잡아주는이”(「햇빛」)가있다.그에겐시(詩)가그를붙잡아주는존재가아닐까.“나는시를쓴다.조심스레고백하건대시를그럴듯하게만든다.의자에앉았다가침대에눕는게일상이고,시가되지못한부속들을그저주워담는게내한계임을알고있다.흔히한계를정하지말라고하지만나는이벽에기대서오랫동안따뜻했다”(에세이「별명」)라는고백과“그럴수있도록몸과마음을부지런히만들겠다(에세이「별명」)”는다짐으로털어놓는다.

그토록좋아하는시를쓰기위해그는일을해야한다.“이름으로불리는게마냥좋지만은않다.이름으로만불린다는건그에걸맞은관계를설정한다는의미이다.즉,일하자는거다.돈을벌어야시를쓰니까어쩔수없다.그대로좋아하는일에치중하면서살고싶다.”(에세이「별명」)

결국“좋아하는일에치중하면서살고싶은”바람을이루기위한삶의무게가그를수시로악몽의세계로떠미는것은아닐까?“일요일인데/월요일이온것같군요//일요일인데/일을멈추지못하겠다//빨간날인데/누가내자리에앉아있나요(「일요일」)처럼그는쉬면서도제대로쉬지못하는가하면,포춘쿠키를쪼갠후나쁜점괘를받고”과자에서나온사람들이/나를데리러오고있다(「포춘쿠키」)는불안에시달린다.

붙잡을수없는꿈에,세상의파도에무참히흔들릴때
“쌍무지개휘어지도록붙잡아주는”시들

하지만그는삶의무게에짓눌려살지않는다.“비어있는날짜를신경쓰지마/좋아하는숫자를/괄호안에넣어//새해복많이받아/이건좋은징조야”(「새해」)처럼불길한예감을떨쳐버릴줄아는지혜와낙천성을지녔는가하면,심지어누군가를웃길줄아는사람이다.“너장난아니다!짝이칭찬했을땐속이뻥뚫리는것같았다.내가웃음거리가됐다기보단누군가에게웃음을선사할수있다는기쁨이컸다.말로웃기는사람이있고,얼굴로웃기는사람이있고,숨만쉬어도웃기는사람이있다.나는웃음을만들어야했다.만드는일에서보람을느꼈다.”(에세이「별명」)실연당한친구와저녁을먹으면서“그을린고기와양파를상추에싸서//자꾸만싫다고징그럽다고하는/너의입에쏙넣어”(「오래」)줄만큼다정하고,“나를뭐라고불러도좋은사람들”(에세이「별명」)과친구가될준비가되어있다.“불행은내게다시한번생각해보라며/너는과거에도그랬다고/타이르는데//행복해서//남의말이/하나도귀에들어오지”(「행복」)않을만큼만족을아는사람이다.

그뿐아니라“걸어가자길멍/겨울에는눈멍/바다에서물멍/강건너면불멍//당신을기다리는나//오늘도흐리멍”(「멍)“네가평평하지않고공평하다면/세모일수도있고/네모일수도있고/청설모일수도있지”(「평평지구」)“한번집을나간의미는/두번다시돌아오지않았다/이제너를기다리는건/무의미하구나”(「의미없는삶」)와같은언어유희들을태연하게구사하는사람이다.

박연준시인은민구시인을가리켜“(그의)시에는조임이없다.나사가없다.페이지와페이지사이를느슨하게거닐수있다.킥킥웃다가예상치못한곳에서슬퍼질수있다”라고말한다.나사와조임이없는느슨함.그렇다고그가치열하지않은것은아니다.그치열함을느슨함으로바꿀줄아는기술과지혜를지녔다.결국수심깊은물속에서허우적거리는그를“쌍무지개휘어지도록붙잡아주는이”(「햇빛」)는시를좋아하고시쓰는일을좋아하고(스스로표현하듯)시를그럴듯하게만들줄아는시인,자신이지않을까.
핀시리즈공통테마〈에세이〉_‘친구’

〈현대문학핀시리즈〉시인선에붙인에세이는,시인의내면읽기와다름없는하나의독자적인장르로출발한다.이로써독자들이시를통해서만느꼈던시인의내밀한세계를좀더구체적이고심도있게다가설수있게해준다.나아가이에세이가‘공통테마’라는특별한연결고리로시인들의자유로운사유공간의외연을확장시키고자신만의고유한정서를서로다른색채로,서로다른개성으로보여주는,깊숙한내면으로의초대라는점은핀시인선에서만볼수있는매혹적인부분이다.새로운감각으로네시인이풀어나가는이번볼륨의에세이주제는‘친구’이다.

민구시인은에세이「별명」에서이름으로인해빚어진어린날의경험을유머러스하게풀어놓는다.“학원에등록한날,원장선생님이이름을묻길래‘민구’라고답했다.이어서성을묻길래‘민’이라고했다.선생님이나를교실로데려가더니아이들에게소개했다.오늘새로온민민구학생을환영해주세요!농담인줄알았는데선생님은진지했다.수업료봉투에도‘민민구’라고적혀있었다.”흔한일은아니지만있을수있는일이기에독자들은이지점에서웃음을터트릴수밖에없다.

그는별명으로인한다양한에피소드를풀어놓은끝에조심스레그의속내를드러낸다.오랫동안그의별명인맹구로살면서다른이들을즐겁게하는웃음을만들었고,뭔가를만드는일에보람을느껴왔다고.민구시인은이제시를쓴다.시를쓰는일,시를만드는일에진심인그를맹구로부르는사람은없다.그러나그는맹구로불리든벼멸구로불리든많은이들에게불리는시인이고싶다.독자들과‘친구’가되어,오래도록함께꿈꾸고싶다.“사랑한다면벼멸구라도상관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