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연장 -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51 (양장)

마음 연장 -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51 (양장)

$12.00
Description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과 함께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쉰한 번째 출간!
문학을 잇고 문학을 조명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한국 문학 시리즈인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쉰한 번째 시집으로 이서하의 『마음 연장』을 출간한다. 2016년 『한국경제』 신춘문예로 등단해 “몸이 기억하는 상처를 우주적 명랑함으로 치환한 낙천성”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은 이서하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다.
이서하 시인에게 있어 시를 쓰는 일은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해석 불가능한 소리를 듣고 그것을 펼쳐 보이는 일”이며, “세계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거기에 답을 달아보는 일”(『한국경제』인터뷰)이어서 그가 난민, 여성, 이미지, 장애인, 성소수자, 비인간처럼 차별받는 세계에 집중하는 이유다. 그는 2018년 제주에 도착한 예멘 난민들에 대한 혐오를 기록한 책을 읽고 난민들에게 ‘정착’의 의미는 ‘연장’과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모두가 덜 춥고 덜 불행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연장을 들어 균열을 수선함으로써 삶 전체를 집으로 연장(延長)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금이 간 곳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그러므로 시를 통해 세계 혹은 삶의 균열을 이어붙임으로써 그가 이미 알고 있던 세계와 조금은 다른 세계, 조금은 넓고 깊은 세계에 가닿는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 VOL. Ⅷ』은 민구, 구현우, 이서하, 김이강의 개성을 담은 시집을 분기별로 선보일 예정이다. 젊고 세련된 감각으로 한국 시 문학이 지닌 진폭을 담아내는 이번 시리즈는 세계적인 ‘숯의 화가’ 이배 작가의 표지 작업과 함께해 예술의 지평을 넓혀간다.

저자

이서하

저자:이서하
1992년경기도양주출생.2016년『한국경제』로등단.시집『진짜같은마음』『조금진전있음』.동인<켬>으로활동.

목차


어떤꿍꿍이
집연장하기
속으로말하기
하릴없이
평생소원이누룽지
텅빈중심
알음알음
예외상태
시간싸움
내적떠받침
그와거의동시에
같은것이아니다
접혀있는것들
알다가도모르겠는
또는어쩌다
허튼소리
작은것과둔한것
므두셀라
뒤로더뒤로
불운에서탈출하는법
킨스키

에세이
기만한습관들

출판사 서평

세상의균열로인해무너진마음을재건하는따스한시어들

이서하시인의『마음연장』

이서하시인은세계에서배제된제3의목소리들에집중한다.“십여년동안이나귀가없어도들리는것이있었”(「어떤꿍꿍이」)던식물은스스로를증언할“목소리의자리”(「집연장하기」의인용문「‘증언을듣는자’에대한증언」)가없지만,귀가없음에도이야기를들을수있기에존재한다.시인에게있어시를쓰는일은이러한존재들에대해증언함으로써“존재의집”을“연장”해주는일일지것이다.그럼에도이“존재의집”은수많은상처로불안한곳이지만시인은언제까지나그집에머물며변하지않기를소망한다.살아있음에는변화가수반되지만,변화하면서생기는“차이는행동을규제하고”(「텅빈중심」)“살아있음을과시하는것들에게해는언질을주지않고찾아오”기때문에(「예외상태」)“모두가덜춥고불행하면좋겠”다는시인의마음은(「알음알음」)삶을연장할수록늘어나는해害를줄여보고자한다.그리하여그가택한방법은마음으로‘연장’을들어균열을수선하는것이다.삶에난균열을메우고그둘레에울타리를쳐서“땅에발을붙”일수있도록,“앞뒤로잘구워놓쳐도깨지지않게같은자리에서단단”(「뒤로더뒤로」)하게“깨어진도자기를버리지않고이어붙인후에그부위에금칠을”하는긴츠키기법처럼말이다.그렇게“금이간곳에서비로소빛이나”(「긴츠키」)오듯이“인간의속은살아있는어둠뿐”인데도빛이비쳐올수있는이유를이서하시인은이렇게설명한다.“지워야할벽뒤에는조금씩어두워지는세계가있다.그것은검은것위에흰것을쌓아올린것이아니다.“갈라진곳에어둠이”깃들어도빛이쏟아져나오듯이(「불운에서탈출하는법」),속이어둠뿐이어도빛이비쳐나오듯이.빛이지탱하는것또한검은것의윤곽”(「같은것이아니다」)인것이다.

“슬프면울어도된다고,그래도무너지지않는마음이여기있다고,우리에게불행이찾아오더라도삶을연장할수있는마음이있다고.무엇보다그의시가그걸보여주고있다고.”
-정재율(시인)

핀시리즈공통테마<에세이>_‘친구’

<현대문학핀시리즈>시인선에붙인에세이는,시인의내면읽기와다름없는하나의독자적인장르로출발한다.이로써독자들이시를통해서만느꼈던시인의내밀한세계를좀더구체적이고심도있게다가설수있게해준다.나아가이에세이가‘공통테마’라는특별한연결고리로시인들의자유로운사유공간의외연을확장시키고자신만의고유한정서를서로다른색채로,서로다른개성으로보여주는,깊숙한내면으로의초대라는점은핀시인선에서만볼수있는매혹적인부분이다.새로운감각으로네시인이풀어나가는이번볼륨의에세이주제는‘친구’이다.

에세이「기만한습관들」에서그는자신의습관들을진솔하게풀어놓는다.그는걱정이많고,“정리가필요한것들이다듬어지지않은채로흘러나오는”혼잣말을자주하고강박적으로주변사물을정리한다.그는“걱정을어떻게다뤄야하는지”여전히알지못하고그렇기에“나의혼잣말은이런식으로저혼자커진다”고토로한다.그가통제불가능한것들을보이는것에이입하는이유는“실체가없는상태가이미지를가지고있는사물로인해보이게되는것만으로도상태는통제가가능할것처럼여겨”져서이다.또한“예상을빗나가는시를쓰기를바라면서정착예측가능한사람이되고싶다는”바람을가진자신을모순적이라고여긴다.그는스스로“예민하다”고말한다.예민함은종종자기검열로드러나는데,무관함에서오는생각이나행위,태도는시대착오적인것으로귀결되기때문에스스로를조금더벼르고날을세운다.끊임없이질문하고그질문에대한답을정리하는그에게시인이란“내가서있는지금의자리를지키고경계하려는파수꾼”인것이다.

책속에서

그러니까우물이동굴과다른가/동굴에들어가서한참지내는것은/빛이없다는것이가장난제인가

아니지,아니지/움직이는게/가장난제이지

(……)변한것을훼손이라고생각하지않는다/거의모든음식은죽음을소분해재활용하는것일뿐이라고
―「텅빈중심」부분

모두가덜춥고불행하면좋겠는데……/도키오는이런생각,이런마음을죽어도/고쳐쓰려하지않기로한다/적당한일이란일어나지않으니까/생존이라는말은하지말아야지/상자와집은누우면비게되어있다/필요에의해만들어진것들이란/사라진버릇을남기기마련이라서/땅에발을붙일수없는것들만/닿을수있는외진곳에대해/궁금해한다,그다음은/만질수없는저자신을/아름답다고할수있을까……
―「알음알음」부분

개인적인슬픔과병든사회는/과도하게다듬어졌다는점에서

각면이가진분절과/그조건이다른것이다/극복할수없는부정이

내면으로들어오자그의세계는천천히

무너졌다/화내지말자/좋게생각하자/제자리에서
―「내적떠받침」부분

각도가조금모자라서/빛이조금휘어지자/작은것이크게보인다/과장된우연의/내막이란그런것/모서리부터커지다가/문지방에올라서는것/문을닫아도내내/문앞에서있는것/그것을부를단어를/찾다가저녁을물린다/여러벌껴입은저승이/걱정거리가필요한/닥터에게노크한다
―「작은것과둔한것」부분

소리내어앞지른삶이깡그리틀어질까봐/환기를한다,(……)소망하지말자는것이그만미워하는것이되었을까하필이면/나쁜생각을너무많이해서/언제쯤이면벌을받는것인지/괜찮은핑계거리가된것마냥비가온다(……)뜻과음에사랑이있다한들/나를부르는게이것인지저것인지/뒤로가는것이앞으로보이거나/앞으로가는것이뒤로보이는/내가키운농작물같은시
―「뒤로더뒤로」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