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에게

제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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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안준원

저자:안준원
2018년『현대문학』을통해소설가로데뷔했다.소설집『곰곰무슨곰』,앤솔러지『집짓는사람』(공저)을썼다.

목차


염소007
백희049
제인에게079
은행나무는그자리에111
환한조명아래우리는159
포터209
코트237
반딧불이사라지면275
작품해설287
작가의말301

출판사 서평

“믿을수없지만
믿고싶은이야기가시작되고있다”

‘이해하고’,또‘이해받고자’하는간절한마음
정교하고때로는섬뜩한,시공간에대한새로운감각


소설가면서극작가이기도한안준원은「작가의말」에서“사람을사랑하는방식을”극단에서배웠으며“소설로할수없는것을연극으로,연극으로할수없는것을소설로하는삶이”가능하다면좋겠다고쓰고있다.이번소설집에서특히나작가의세계관이잘드러나있는,연극판을소재로하는두편의연작소설「은행나무는그자리에」와「환한조명아래우리는」은소설을쓰면서동시에연극을하기도한작가가직접겪고,또바라본사람과삶에대한직접적인이야기이다.

「은행나무는그자리에」의‘나’는졸업을앞두고사회가정한기준을충족해야한다는데반감을느끼던중‘연극오퍼레이터’제의가들어오자냉큼수락한다.연극을만드는프로들사이에서자신이“살아있는세계”에속하게됐다고생각하며그생동감에젖어있었으나어느순간연극판의모든것이지지부진하고부질없는“제자리걸음”처럼느껴진다.결국연극판을떠나글을쓰기시작하지만‘나’가쓰는글은‘희곡’이아닌‘소설’이다.“혼자하는작업처럼느껴지지않”는희곡과달리,소설은“무언가를이야기하”는장르라고생각했기때문이다.연극과소설이사람과삶에대한애정에서출발한다는점에서는같지만,“삶이(연극)무대라면삶의이야기는소설이”라는작가의생각이잘드러나는작품이다.

「환한조명아래우리는」은「은행나무는그자리에」의극단배우중한명이었던‘환이형’의시점으로전개된다.무대에서연기를하던중뇌동맥류가터져쓰러지며연극을떠나있던‘나’(‘환이형’.본명‘김덕훈’)는재활에성공해‘수미누나’와의이인극으로복귀하게된다.‘수미누나’와합을맞추며갈등을겪던중‘나’는“무대위에서한생을보내야할상대배우가나를끝내이해해주지못하리라는것”,누구에게도이해받지못하리라는두려움에직면한다.단한명이라도나를이해해주었으면하는간절한마음을가지고그두려움으로부터“도망”치고싶어하지만,방법이요원하다.

표제작「제인에게」에서는인류가가상세계로들어가살게된먼미래,사람들은캡슐을통해뇌만전송해지내는P월드에서의삶을낙원의삶이라고믿으며살아가지만‘나’와제인은그삶이가짜에불과하다며자유지대로향한다.제인은‘나’에게“사랑이곧이해고,이해가곧사랑”이라고매번말했지만,결국“더많은것을사랑하고자”‘나’를두고집단의식의세계인M월드로떠나버린다.제인에게메시지를전하려고하는‘나’는M월드를해킹하려고시도중인‘우루무치’에게새로운제안을받고,나는그제안을통해우리가다른시공간을품은타인을온전히이해하는방법이란가짜라고믿는것조차진짜처럼믿는일정도라는깨달음을얻는다.

누군가를온전히사랑하는일은그사람이지나온“온시공간”을포용하는일이기도하다.“시간을대하는독특하고도정교하고”시공간에대한“섬뜩한정조”(박형서)가돋보인다는평을받은바있듯,『제인에게』는수많은시간과공간이겹치며형성된또다른시공간에대한비유가가득하다.사랑이라는강렬한체험이우리를전혀다른시공간으로옮겨놓곤하듯이,여덟편의소설은우리를완전히다른시공간으로데려다놓는다.“믿을수없지만믿고싶은”이이야기들을따라새로운시공간으로뛰어드는일은두렵지만무척이나설레는일이기도할것이다.

줄거리

★「염소」
추석연휴를맞아이국의염소농장으로여행을간‘나’와재희.둘은술김에염소농장의주인인,창의아버지에게아이를갖고싶지않다고털어놓게된다.서툰영어로소통한탓에이를임신중단으로오해한창의아버지는그죄를사해줄‘염소희생제의’를치르는데,그다음날마을의샤먼이나타나그제의는잘못된것이었으며‘나’에게네손으로직접염소를잡아야모든것이끝난다고엄포를놓는데…….

★「백희」
‘나’는직장을다니다몸도마음으로잃어버린자신을발견하고퇴사해글을쓰고있다.그러던어느날3년만에백희가갑작스레찾아온다.백희는지난3년간시간을거슬러오르다가미래에자신이될존재를만났고,그뒷모습을쫓고있는데서로눈이마주친순간자신이없어져버릴것만같은두려움에사로잡혀있다고털어놓는다.‘나’는백희에게백희가아꼈던유리구슬을건네주고백희는내게자기이야기말고네이야기도쓰라고말해준후골목길로사라진다.

★「제인에게」
인류가현실을버리고가상으로들어간먼미래.대다수의사람들은캡슐안에서뇌만전송해사는세계인P(aradise)월드를낙원이라고믿고산다.P월드에서살다낙원침몰사건을계기로그바깥의자유지대로건너갔던‘나’와제인.‘나’가사랑했던제인은사랑이란이해이며이해가사랑이라는믿음하에진정한사랑을이룩하고자‘나’를두고집단의식의세계인M(ind)월드로건너가버린다.홀로남은‘나’는제인에게메시지를전하기위해강구하다가도망자인하노이를만나고,그를통해M월드를해킹하려고시도중인다른도망자우루무치를알게된다.우루무치는내게‘나’가‘가짜’라고여기는P월드에접속해‘진짜’처럼사랑해야한다고말한다.

★「은행나무는그자리에」
과거의‘나’는대학졸업을앞두고연극오퍼레이터를해보지않겠냐는제안을받자냉큼수락한다.술에잔뜩취해서보낸엠티,경진과의풋사랑,김현식노래만부르던낭만파연기자환이형과의인연…….분명생동감넘치고살아있는세계였지만,어느순간‘나’는연극판의모든것이지지부진하며제자리걸음인데지쳐그판을떠난다.그리하여현재,다시이들을마주한나는여전히그들이같은삶을살고있는것을보며문득그답보의시간이마냥가치없던것이아니라고통을동반하는나이테를늘려가는시간이었음을새기게된다.

★「환한조명아래우리는」
‘나’(「은행나무는그자리에」의환이형)는무대에서뇌동맥류가터져쓰러진후1년만에기적적으로복귀한다.복귀작의제목은「돌아온이들을위한연극」.결혼을해서연극판을떠났다가다시돌아온수미누나와의2인극이다.두사람은연극과삶에대한입장에있어서차이를보이며좀처럼합을맞추지못하지만,결국엔무대에서의일들은놀이이자그자체로삶이므로그저최선을다해자신을잊고노는수밖에없다는데동의한다.그렇게‘나’와수미누나는환한조명아래,다시무대에오른다.

★「포터」
민수와주희는처음으로함께살게될집에가구를채우고자포터를사서타고서울과경기곳곳으로중고가구를얻으러다닌다.처음엔남쪽에서만나사랑을키웠던둘은집값탓에계속북쪽으로쫓겨올라가다이번에구한집은철책에막혀더갈곳이없는북쪽끝.민수는통일이된다면길이열릴것이라는희망을갖고주희를포터에태워아시아대륙을연결하는아시안하이웨이를달릴상상을한다.주희는그런희망을꿈꾸지도,말도안되는희망만품는삶은살고싶어하지않는데도.

★「코트」
나이든부모를수용소로보내는,‘부모유기’가합법화된미래.어느날소위‘S급’으로평가받던허노인이갑작스레자살하고,친분이있던수용소직원‘나’는조사관으로서경위를조사하게된다.자살에연관돼있던건박노인으로,사실아들로부터버려진것임에도코트를입고있으면아들이데리러올것이라며코트에집착을보이는이였다.장애가있는아들을책임지고싶지않아제발로수용소에들어온것이었던허노인은박노인에게서자신과자신의아들을겹쳐본다.그러던중아들이죽었다는소식을들었던것이었다…….사건의조사를마친‘나’는그공을인정받아특진을앞두고마지막보초업무를보던중,수용소밖으로자기부모얼굴이어른거리는환상을본다.

★「반딧불이사라지면」
‘비욘드브릿지프로그램’을통해가상으로고인과마지막순간을보낼수있는근미래.효민은프로그램속에서어머니와마지막길을걷는다.과거의기억을되짚으며어릴적어머니가불러줬던노래「개똥벌레」를함께부르고,어머니는효민에게글을쓰라고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