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 숲길을 걷고 있어 -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52 (양장)

경의선 숲길을 걷고 있어 -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52 (양장)

$12.00
Description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과 함께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쉰두 번째 출간!
이 책에 대하여
문학을 잇고 문학을 조명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한국 문학 시리즈인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쉰두 번째 시집으로 김이강의 『경의선 숲길을 걷고 있어』를 출간한다. 2006년 『시와세계』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이강 시인이 네 번째로 묶어낸 이번 시집에는 도시 산책자가 보고 느낀 풍경을 간결한 언어로 빚어낸 시 17편과 느슨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두 사람의 우정을 그린 에세이 1편이 담겨 있다.

세계적인 ‘숯의 화가’ 이배 작가의 표지 작업과 함께해 예술의 지평을 넓혀간 『현대문학 핀 시리즈 VOL. Ⅷ』은 젊고 세련된 감각으로 한국 시 문학이 지닌 진폭을 담아낸 민구, 구현우, 이서하에 이어 김이강의 개성을 담은 이번 시집으로 마무리 된다.

시간과 공간, 기억까지도 초월하는
산책자의 걸음걸이

김이강의 네 번째 시집 『경의선 숲길을 걷고 있어』는 도시의 산책자가 거니는 발걸음을 천천히 따라가는 산책 시집이다. 김이강의 산책자들을 따라 시를 읽다 보면 우리 역시 시인이 이끄는 풍경 속의 산책자가 되어 여정 없는 길을 걷게 된다. 걷다 보면 우리의 발자국 위로 돌연 기묘하고 낯선 무늬가 새겨진다. 익숙한 풍경에 실금이 가고, 그 균열이 점점 커져가고 깊어질 때쯤 어두운 틈 속으로 한줄기 빛이 든다. 그리고 시인이 초대한 빛 속에서 우리는 “해가 근사하게 들어오는 카페”(「로터리에서 7시 방향」)를 향해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기억은 홀로 증명되지 않는다”
“증거가 있다면 너와 나, 서로일 뿐이겠지”

시인에게 ‘걸음’은 시의 근간을 이루는 특별한 행위이며, ‘걷는다’는 행위는 자연스레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이동으로 연결되는데 시인은 시간과 공간의 이동에 구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걸으면서 자신만의 새로운 시적 장소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한파 때문에 한산한 이대 앞 거리”에서 “여름의 셔츠들”을 구경하는 이상한 계절. 겨울과 여름이 한 문장에 나란히 놓이자 익숙한 “이대 앞 거리”는 돌연 시간의 흐름을 벗어난 장소가 된다. (「우리 어째서 한 번에 23초까지만 찍을 수 있는 카메라를 그곳에 가져갔을까?」) 「서점에서 마을로 이어지는 문제」에서도 “바다”에서 “서점”을 거쳐 바다가 없는 “은평구”로 이동하는 화자의 여정이 마치 ‘순간이동’처럼 예측 불가능하다. 그 예측 불가능성이 “‘서점’에서 ‘출발’하여 ‘마을’에 ‘닿는다’라는 네 낱말 사이의 결속을 비집고 들어서면서” (최가은) 이야기는 시간과 공간의 구속에서 벗어난다.

솔직담백한 시어로 ‘시와 일기 사이에서 머뭇거린다’는 평을 받은 시인은 이번에도 특유의 일상적인 요소와 사적 언어로 내밀한 마음을 표현한다. 일기를 쓸 때 자신이 기억한 것만 일기장에 쓰듯 시 속의 등장인물들도 제각기 다른 기억을 갖고 있다. 「그건 바람이었어」 「로터리에서 7시 방향에서」등에서도 화자는 자신의 진술을 번복하고 배반하며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알 수 없게 만든다. 그러나 시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객관적 진실’로 독자를 구속하지 않는다.

시간과 공간, 그리고 사실에 구속당하지 않는 시. 그의 시에서 서사의 객관적 진실은 중요치 않다. ‘진실 아님’은 ‘거짓’이라는 말과 동의어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이강의 시는 그런 이분법으로 나누어지지 않는다. 화자는 대신 “나는 네가 너인 것을 알면서/천사라고 생각해”라며 너를 천사로 오해하고 싶어하는 진심을 말하고 “죽은 애들이 뛰어 노는 것”을 보며 “믿기지 않아서 더 강렬하게 믿을 수밖에” 없다는 착각을 고백한다. (「패티 스미스」)

이처럼 다양한 오해와 착각의 스펙트럼이 때로는 하나의 진실보다 믿음과 진심에 더 가깝게 닿는 순간이 온다고, 우리는 이 시편들을 하나하나 감싸고 싶은 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저자

김이강

저자:김이강
2006년『시와세계』로작품활동시작.시집『당신집에서잘수있나요?』『타이피스트』『트램을타고』.

목차


우리어째서한번에23초까지만찍을수
있는카메라를그곳에가져갔을까?
바케크,침묵,날씨같은것
안국너머,공예박물관,비는내리지만
밤의표면
날개
우리모두의여름밤
서점에서마을로이어지는문제
그건바람이었어
패티스미스
테라스:일시정지
회합
트램을타고
서점으로돌아가는문제
로터리에서7시방향
베를린종이
여름한낮
극장을위한여름

에세이
경의선숲길을걷고있어

출판사 서평

시간과공간,기억까지도초월하는
산책자의걸음걸이

김이강의네번째시집『경의선숲길을걷고있어』는도시의산책자가거니는발걸음을천천히따라가는산책시집이다.김이강의산책자들을따라시를읽다보면우리역시시인이이끄는풍경속의산책자가되어여정없는길을걷게된다.걷다보면우리의발자국위로돌연기묘하고낯선무늬가새겨진다.익숙한풍경에실금이가고,그균열이점점커져가고깊어질때쯤어두운틈속으로한줄기빛이든다.그리고시인이초대한빛속에서우리는“해가근사하게들어오는카페”(「로터리에서7시방향」)를향해걷고있는자신을발견하는경험을하게된다.

“기억은홀로증명되지않는다”
“증거가있다면너와나,서로일뿐이겠지”

시인에게‘걸음’은시의근간을이루는특별한행위이며,‘걷는다’는행위는자연스레시간의흐름과공간의이동으로연결되는데시인은시간과공간의이동에구속되지않고자유롭게걸으면서자신만의새로운시적장소를만들어내기도한다.“한파때문에한산한이대앞거리”에서“여름의셔츠들”을구경하는이상한계절.겨울과여름이한문장에나란히놓이자익숙한“이대앞거리”는돌연시간의흐름을벗어난장소가된다.(「우리어째서한번에23초까지만찍을수있는카메라를그곳에가져갔을까?」)「서점에서마을로이어지는문제」에서도“바다”에서“서점”을거쳐바다가없는“은평구”로이동하는화자의여정이마치‘순간이동’처럼예측불가능하다.그예측불가능성이“‘서점’에서‘출발’하여‘마을’에‘닿는다’라는네낱말사이의결속을비집고들어서면서”(최가은)이야기는시간과공간의구속에서벗어난다.

솔직담백한시어로‘시와일기사이에서머뭇거린다’는평을받은시인은이번에도특유의일상적인요소와사적언어로내밀한마음을표현한다.일기를쓸때자신이기억한것만일기장에쓰듯시속의등장인물들도제각기다른기억을갖고있다.「그건바람이었어」「로터리에서7시방향에서」등에서도화자는자신의진술을번복하고배반하며무엇이진실이고무엇이거짓인지알수없게만든다.그러나시는둘중하나를선택해야한다는‘객관적진실’로독자를구속하지않는다.

시간과공간,그리고사실에구속당하지않는시.그의시에서서사의객관적진실은중요치않다.‘진실아님’은‘거짓’이라는말과동의어가될수없기때문이다.김이강의시는그런이분법으로나누어지지않는다.화자는대신“나는네가너인것을알면서/천사라고생각해”라며너를천사로오해하고싶어하는진심을말하고“죽은애들이뛰어노는것”을보며“믿기지않아서더강렬하게믿을수밖에”없다는착각을고백한다.(「패티스미스」)

이처럼다양한오해와착각의스펙트럼이때로는하나의진실보다믿음과진심에더가깝게닿는순간이온다고,우리는이시편들을하나하나감싸고싶은마음을발견하게될것이다.

핀시리즈공통테마<에세이>_‘친구’

<현대문학핀시리즈>시인선에붙인에세이는,시인의내면읽기와다름없는하나의독자적인장르로출발한다.이로써독자들이시를통해서만느꼈던시인의내밀한세계를좀더구체적이고심도있게다가설수있게해준다.나아가이에세이가‘공통테마’라는특별한연결고리로시인들의자유로운사유공간의외연을확장시키고자신만의고유한정서를서로다른색채로,서로다른개성으로보여주는,깊숙한내면으로의초대라는점은핀시인선에서만볼수있는매혹적인부분이다.새로운감각으로네시인이풀어나가는이번볼륨의에세이주제는‘친구’이다.

에세이「경의선숲길을걷고있어」에는느슨하지만끈끈한관계에대한이야기가담겨있다.오랜만에만난친구지만“반갑다고는표현할수없”다.왜냐하면“마치멀리서부터서로의모습을보며걷던중인것같은기분”을느끼기때문이다.“화분을정성스럽게돌보는사람으로살고있”는그를자랑스러워하고아무리오래떨어져있더라도“어디야?물으면우리가만날수있다는건신기한일”이라고말하는사이.“위스키한모금만큼”조금씩흘러가는시간속에느긋하고따뜻한마음들이켜켜이쌓인다.비록“우린다시수년만큼헤어지게”되더라도.지금은함께“언덕을넘게될새벽을이제막오르는참이다.”‘언덕’이아닌‘새벽’을오르는것.이역시모호하지만아름다운착각의풍경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