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에 빚을 져서 -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4 (양장)

영원에 빚을 져서 -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4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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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과 함께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쉰네 번째 책 출간!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신작 시와 소설을 수록하는 월간 『현대문학』의 특집 지면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쉰네 번째 소설선, 예소연의 『영원에 빚을 져서』가 출간되었다. 2024년 4월호에 발표한 소설을 퇴고해 내놓은 이번 신작은 한 친구의 실종 소식으로 시작되는, 캄보디아 해외 봉사단으로 같이 떠났던 세 여자들의 이야기이다. 사라진 친구를 찾는 과정에서 두 명의 친구들은 자신들의 기억만으로 타인의 삶에 어떤 형태를 부여했던 그들의 과거를 소환시켜 지난 삶의 오류들을 되짚어봄으로써 서로에 대한 참다운 이해와 연민을 갖게 된다. 공감을 통한 삶의 진정성을 발견하는 소설이다.

저자

예소연

저자:예소연
2021년『현대문학』으로등단했다.소설집『사랑과결함』,장편소설『고양이와사막의자매들』이있으며,〈문지문학상〉〈황금드래곤문학상〉〈이효석문학상우수작품상〉을수상했다.

목차

영원에빚을져서9
작품해설128
작가의말144

출판사 서평

상실은극복할수있는것이아니고,
극복되어야만하는것도아니다

공감은분명타인과나를이어주지만,그확장의범위는내시야와마음의한계를벗어나기힘들다.이소설은이러한한계를문제삼으며,우리의상상력과공감이어떻게‘나’혹은‘우리’의한계를넘어“영원”에닿을수있는지묻고있다.그렇다고우리의삶과동떨어진,공허하고추상적인당위를주장하는것은아니다.소설은내일과남의일,가까운것과먼것,현재와과거의관성적구분을흐리면서그것들이결코구분되는것이아님을보여주려한다.현재의사건과과거의사건이,가까운슬픔과먼슬픔이,개인의번민과집단적인애도가,자국의참사와외국의참사가친구들의이야기속에서베를짜듯엮인다.
―이희우,「작품해설」중에서

저자의말

『영원에빚을져서』는실종된친구를찾아떠난사람들의이야기입니다.사라진사람의흔적을떠나비로소서로가서로에게연루된존재임을알게되는이야기이죠.연루되는일은불가항력이지만연루된모든존재를놓치지않고톺아보는일은우리에게주어진일이라고생각합니다.
잠시잠깐이라도죽은사람을애도하는일을계속해서해나가주셨으면좋겠습니다.차창너머말간하늘을바라볼때,새가아주높이날고있을때,앞으로는강건한사람이될것이라는다짐을할때……저는마음속으로죽은사람을호명합니다.그래야산사람도살고죽은사람도산다고믿습니다.하지만시간이지날수록기억은점점더희미해지겠죠.그래도끝끝내붙잡고있어보려고합니다.그정도는할수있다고생각합니다.

책속에서

“란아.”
“어떡해?”
“찾아야지.”
“석이를?”
“응,석이를.”
불가능할것같은일에매달리는것.출구없는불행에몸을던지고보이지않는희망에마음을내맡기는것.그것이내가가장잘하는일이었다.
-12-13쪽

그때까지도우린전혀몰랐다.온종일배가침몰하는과정을생중계로보며처음경험해보는끔찍한무력감을느끼게될줄은.나아가배가끝끝내믿기지도않게침몰한뒤수많은학생들이다신돌아오지못하게될거라고는.그한주동안우리는간간이설마,사실일까,아닐거야를각자중얼거렸다.
-33쪽

“얘들아,누구를섬긴다는말에대해서어떻게생각해?”
얘가대체무슨소리를하는건가싶어내가잠시고민하는사이혜란은한국에있는애인과연락을주고받으며시큰둥하게대답했다.
“종이주인을섬기는거지.”
“그래?그것말고다른건없을까?”
나는고민끝에조금다른대답을내놓았다.
“뭔가를단단히받치고있는두손이떠올라.”
“두손?”
“그러니까,너희들이신을섬기듯이말이야.”
-45쪽

우리는함께차를마시는자리에서참세상일이라는게신기하다고,전혀신을믿지않을것만같던사람이신을믿게되었다고말했다.그러자석이가건조하게대답했다.믿지않고는살수없었다고.죽은사람이좋은곳에간다고믿어야만산사람이살수있는거라고.나는그말이두고두고가슴에남았다
-93쪽

그당시우리는상실을다루는방법을몰랐기때문에누구와도그런이야기를나누지는않았다.다만,그냥서로에게미안한마음만을꼭쥔채로부디그사람의마음이크게다치지않았기만을바랄뿐이었다.그러니까,서로가서로에게절실한만큼쉬쉬하기에바빴다.훗날의관계를위해서는우리가절대로그래서는안됐음을그때는몰랐다.
-110쪽

왜산사람들은죽은사람들의흔적을필사적으로지우려고할까.또어떤죽음은거룩하게포장되고어떤죽음은조용히잊힌다.그것이과연단순한우연에불과한걸까?나는다시한번내가경험했던그거대한상실을떠올렸다.엄마의죽음.나는엄마의죽음을통해갈라지고쪼개지고으깨지고녹아내렸다.
상실은극복되는것이아니다.나는수많은상실을겪은채슬퍼하는사람으로평생을살아가게될거고그것은나와관계맺은이들에게까지이어질것이다
-112-11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