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 (위수정 소설)

fin (위수정 소설)

$15.00
Description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과 함께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쉰여섯 번째 책 출간!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신작 시와 소설을 수록하는 월간 『현대문학』의 특집 지면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쉰여섯 번째 소설선 위수정의 『fin』이 출간되었다. 2024년 10월호 『현대문학』에 발표한 소설을 퇴고해 내놓은 이번 신작은 자신만의 고통과 고독을 품은 채 그 감정들을 감추고 살아가는 네 남녀의 욕망으로 질주하는 삶이 단막극처럼 펼쳐지는 소설이다.


무대 위, 빛과 어둠 사이에서 흔들리는
가면을 쓴 네 사람의 시작과 마지막에 관한 이야기

“천천히 죽어가는 인생과 그 사이에 출몰하는 사랑의 숙명을 섬세하고도 날카롭게, 고통스럽지만 차분하게 그려 낸다”는 평을 받으며 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부문으로 등단한 위수정은 “견고해 보이는 외관과 달리 내적인 불안과 충동에 항상적으로 노출된” 작품들이 수록된 소설집 『은의 세계』와 “당대의 윤리와 도덕에서 벗어난 위악적인 태도로 욕망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는 평을 받으며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한 소설집 『우리에게 없는 밤』 등을 상자하며 위수정 문학세계를 견고히 만들어나가고 있다.
“나와는 동떨어진 배경 속에, 나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시간을 살고 있음에도 소설 속 인물의 삶을 읽는 이로 하여금 고스란히 감각하게 하는” 위수정은 이번 신작 『fin』에서도 배역이 가져다준 성공으로 부를 얻었지만 그 대가로 인생을 점유당해버린 배우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미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던 유진 오닐에게 〈퓰리처상〉을 안긴 자전작 『밤으로의 긴 여로』는 지금도 무대에 종종 올려지는 명작이다. 『fin』은 그 무대에서 시작된다.
유진 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 여주인공 메리 역의 독보적인 존재 기옥은 2년 전 스캔들로 배우 삶이 끝날 위기에 놓였으나 다시 무대에 오르며 재기를 꿈꾼다.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던 기옥은 다시 메리가 되어서야 ‘현실을 사는 느낌을’ 회복하지만 장막 너머의 삶은 녹록치 않다.
그런 기옥의 옆에는 늘 매니저 윤주가 있다. 한결같이 기옥의 곁에서 그녀를 살뜰히 보살피는 윤주는 “기옥을 위하는 척하다가 자신이 정말 그렇게 되어버렸다는 것을 깨달”은 것처럼, 그러면서도 가끔은 기옥을 해치고 싶은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는 “나는 괴물이 된 것일까” 자문한다.
배우로 성공했으나 돈에 집착해 가정을 파탄 낸 〈밤으로의 긴 여로〉의 제임스처럼 태인은 영화배우로 명성을 얻었으나 빠른 속도로 추락하고, 동료들은 폭력적인 태인을 기피한다. 알코올중독에, 가끔 살인 충동에도 시달리던 태인은 연극판으로 유턴해 새로운 삶의 의욕을 꿈지만 여전히 엄습하는 불안감에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태인의 곁을 지키는 상호는 어린 시절 배우가 되고 싶었지만 어려운 집안 환경으로 꿈을 포기하고 서른이 넘어 태인의 매니저가 된다. 배우로 승승장구하는 태인과 달리, 아무런 변화 없는 자신의 처지에 환멸과 분노를 느낀 상호는 태인의 삶을 동경함과 동시에 커져만 가는 그에 대한 반감에 괴롭기만 하다.

「밤으로의 긴 여로」 마지막 공연을 끝내고 함께한 자리에서 기옥은 술에 취한 태인으로 인해 곤란을 겪고, 매니저 상호의 차로 귀가하던 태인은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다음 날, 태인의 사망을 기사로 접한 기옥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이고, 질투와 연민 속에서 기옥을 살뜰히 보살피는 윤주, 그리고 태인의 죽음으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된 상우는 숨겨진 고통과 분노로 끝없이 흔들린다.

배우와 관객, 배우와 연출가, 배우와 매니저, 배우와 배우의 가족. 이들 사이에는 선망과 질투, 분노와 연민, 몰입과 몰이해, 환멸과 향수, 동경과 증오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위수정은 이 복잡한 갈등의 기저에 돈 문제, 바로 불평등한 계급 문제가 깔려 있음을 이야기한다. 스타 배우는 가난했던 과거를 가끔 그리워하면서도 돈을 버는 현재의 삶을 결코 포기하지 못한다. 매니저는 스타 배우의 화려하고 부유한 삶을 동경하면서 누구보다 그들을 증오하고 저주한다. (……)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묻는다. 배역에 인생을 점령당한 배우들은 어떻게 살게 되는가? 배우에게 최상의 사건은 무엇일까? 위수정은 각자의 인생에서 우리가 맡은 배역이 무엇인지 성찰하게 한다.
-장영은(문학평론가)

연극이라는 삶, 그 삶이라는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네 남녀의 치열한 삶의 이야기들이 묵직하게 펼쳐지는 소설이다.
저자

위수정

저자:위수정
2017년『동아일보』로등단했다.소설집『은의세계』『우리에게없는밤』이있으며,<한국일보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19
257
395
*139

작품해설1447
작가의말168

출판사 서평

“이것은시작과마지막에관한이야기이다”
암전은하나의연극을끝내지만,
그어둠은다시시작의막을연다

우리는연극처럼끝나는삶이란없는듯이그렇게살고,연극처럼시작되는죽음이란없는듯이그렇게죽는다.삶속에서매번죽고,그렇게죽음속에서매번다른역할을맡은듯다시깨어난다.그러나삶을가장한연극으로부터일상으로귀환해살수있는삶이따로존재하지않듯,연극이라는이름으로비유되는삶역시,마치연극안팎으로오르고내리는막처럼,그시작과끝이따로존재하지않는다.삶은실패가예정된연극,죽음마저도그끝이될수없는지난한삶의장막들이다.
-최정우,「작품해설」중에서

저자의말

삶이결국거대한연극이라는뻔한이야기를하려고했던건아니었는데,생각해보면삶이거대한연극이라는말에반감이있는것도아니다.각자가맡은역할을충실하게살아내는것이결국생활일테니까.문제는내게주어진여러역할과또다른‘나’사이의괴리감이느껴지는그시간들이다.가끔은그역할들을내려놓는순간에조차그것을내려놓는역할극을하고있는건아닌가,공허해질때도있다.이런생각없이자연스럽게살아가는,자신이나세계에대한의심이없는이들이부러우면서도두렵다.나도그런삶을살고싶을때가있지만,그래서결핍이나잉여를모르고싶을때도있지만,그래서는안되겠지.

책속에서

*기옥은주인공이었고그것을즐길줄아는배우의역할에몰입하려했다.그러나기옥은이미실패하고있었다.이게시작일까?무엇의?이환호는,이커튼콜은,금방끝날텐데.막이내릴텐데.이것은시작이아니라끝일텐데.하지만사람들이알아차리지못한다면상관없다.기옥의눈에눈물이차올랐다.기옥은자연스레눈가를훔쳤다.다들기옥이감격에겨워우는줄알것이다.그러면되었다고기옥은생각했다.
-11-12쪽

*눈이내렸으면좋겠는데.기옥이하늘을올려다보며말했다.나머지둘도기옥을따라하늘을올려다보았다.눈은안올거예요.연출이절망스러운듯말했다.기옥은다른이야기를나눠야한다고생각했다.좀더할얘기가남아있다고.아니,어쩌면이야기는이제부터시작되는거라고.하지만더이상말하고싶지않았다.적절한말이떠오르지도않았다.시작도하지않았는데탈진한기분.
-43쪽

*선생님,오늘연기최고였어요.태인은음식을씹으며싱긋웃었다.그거연기아니야.
네?
연기아니라고.그거,내마음이라고생각해.본심이라고.적어도연기할때는.(……)상호는그런태인을보며묻고싶은게있었다.본질과본심은다른건가요?
-115-116쪽

*그작품이70년전에나왔는데뭐달라진게없다.인간은달라진게없어.내말이맞죠,연출님?연출은무표정한얼굴로고개를끄덕였다.완전히망가졌어.그렇죠?완전히망했는데,그게누구책임이냐이거죠.태인은술에취해웅얼거렸다.어쨌든유진오닐은대단하다.대단해.아,나이제범죄자랑환자역할그만해야되는데……자,우리밤으로의긴여로를위하여.태인은이건배사를몇번이나반복했다.
-134p

*추한말과행동은쉽게그사람의본심으로인정받는다.그렇다.나의본심과가장먼것들이어쩌면나의진실일지도모르겠다.말과행동이나를바꾸어버렸다.말과행동이나를다른사람으로만드는모습을바라보았다.
-140쪽

*이것은운명도뭣도아니다.행운도불행도아니다.아무것도아니기에누구를탓할수없다.그게무엇이든아주작은먼지에불과하다.이제그것을알게되었다고말하고싶었는데,아무도보이지않았고나는홀로남았다.마땅하다고생각한다.
나는내가타오르는소리를생생하게들을수있다.그것은비명이자환호.
-14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