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과 나방 (양장본 Hardcover)

모텔과 나방 (양장본 Hardcover)

$12.00
Description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과 함께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쉰여섯 번째 출간!
문학을 잇고 문학을 조명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한국 문학 시리즈인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쉰여섯 번째 시집으로 유선혜의 『모텔과 나방』을 출간한다. 2022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을 통해 “새로운 목소리의 출현”(장석원)을 알리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유선혜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다.


‘기어이 써버리는 사람’ 유선혜의 신작 시집
시집 『모텔과 나방』

유선혜 시인은 첫 시집 『사랑과 멸종을 바꿔 읽어보십시오』를 선보이며 ‘인간’이라는 존재의 허무와 고독 그리고 사랑에 대한 신선한 사유를 담은 청춘의 언어로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두 번째 시집 『모텔과 나방』은 보다 시각을 넓혀, 다종다양한 사랑과 이별의 방식을 면밀히 관찰하며 그로부터 파생되는 고통과 상처, 병리적 현상까지 포착해낸다. 사회적 관계 속의 폭력과 구조적 억압에 균열하는 여성 화자의 슬픔과 결핍, 허기의 적나라한 장면들에 집중하면서 시인 특유의 철학적인 사유와 질문으로 그 깊이를 더한 시 32편을 실었다. 유년 시절 외톨이의 시간을 견디게 해준 도서관이라는 장소, 남몰래 읽은 책, 혼자만의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비로소 숨 쉴 수 있었던 날들에 대해 자문자답의 형식으로 써 내려간 에세이와, 평론가 최다영의 작품해설도 함께 수록됐다.
저자

유선혜

저자:유선혜
1998년서울에서태어나2022년『현대문학』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사랑과멸망을바꿔읽어보십시오』가있으며<문지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1부
없는것들의목록
노바디노바디벗유
부적응기
교사용도서
너의천재적인결핍과최초의우울
Toxic
괴도와신사
준법소년

2부
모텔과나방
모텔과인간
모텔과리모컨
모텔과변기
모텔과거울
모텔과냉장고
나방인간

3부
영원한품을찾아서
동물에관한다큐멘터리
취약하고동그란믿음
반사광
세계문학과레모네이드
바란적없는행운
여러해살이식물
비어있는채널
폭로이후

4부
악천후의근본적인원인
인간의몫
Hold’em
가챠갸루
마음챙김명상
그분이존재한다는열두번째증거
복약지도문
오로지방을위한방

에세이:겉도는물음들

작품해설:사랑에빠지기엔아직일러

출판사 서평


망해버린꿈과생을구원할깊은사랑의시선
오로지인간에대한필사의기록

첫번째시집『사랑과멸망을바꿔읽어보십시오』에서“사랑의잔해를더듬”는“영혼의문장”(조연정)으로많은시독자를열광케했던유선혜시인의신작시집『모텔과나방』은한층정밀해진언어,보다정확한고통에대한감각으로치열한문제의식을보여준다.
총4부로구성된『모텔과나방』에서특히이목을끄는2부는표제작을포함한‘모텔’연작으로이루어져있다.모텔이라는특수한공간을통해인간의욕망과폭력성,내재화된허위와혐오의식을날카롭고집요하게재현해내고,스스로를빛을등진존재‘나방’으로인식하게하는사회구조를고발한다.한편,결국살아내고자몸부림치는인간보편의모습을기록하며모텔을“세계의축소판”(「모텔과냉장고」)으로형상화하는데성공한다.“인간들은사라지기”보다그저“살아가기를원하”(「모텔과나방」)는존재다.따라서“죽고싶은마음”(모텔과거울)을털어내고,“손쓸수없는지경”(「모텔과나방」)에이른망해버린꿈과생을복원하려매순간분투한다.타버릴걸알면서도빛을향해나아가려는처절한몸부림이희망의모색으로읽히는것은이때문이다.
더불어‘학교’라는무대역시시집에서적잖은비중을차지하는시적공간이다.이일상적장소에서경험하는배제와불가해한차별,고요한폭력과부조리속에노출된사회적약자의자리를주지시킴으로써가해와피해의모습을정교하게조각한다.그렇지만화자는혼란과우울속에매몰되거나자기연민의감정에빠지지않는다.대신냉정하고치밀하게자신만의극복방법과생존전략을발명하며살아갈이유를찾아내고삶의의지를다진다는점에서모텔연작과궤를같이하고있다.
노트의페이지마다자살이나종말,지옥이란단어를가득채우면서도“너의행복”을비는연대의마음을기억하고,너의“결핍을누구보다사랑한사람이나라는”(「너의천재적인결핍과최초의우울」)전언을보내며,이에“나를견뎌줘서고”(「나방인간」)맙다는인사를잊지않는우리는끝까지서로의고통과상처를이해하고보듬어줄누군가를기다리고,사랑하고,결국구원한다.시인이섣불리희망을말하지않으면서도,“깊고깊은사랑의시선”(고명재)을거두지않는태도는오직인간만이인간을‘멸종’으로부터구원할유일한가능성이라는믿음에서기원한다.“이러한시적작업이지금우리시에너무나필요한”(최다영)이유다.

책속에서

눈이부시면숨고싶다.나방인간은종이를뒤집는다.숨고싶어.여기없는모든것들의목록이,내삶에서퇴장한,모든사람과,보고싶은마음과,죽이고싶은마음,퍼지는잉크자국이,뒷장에비친다.
―「없는것들의목록」부분

괜찮아,
제정신으로도문학을할수있다는거
우리가꼭보여주자
―「너의천재적인결핍과최초의우울」부분

아직까지도
나비괴물은화상입은날개를끌고내뒤를졸졸따라다닌다
무한히복제되던내삶의실패들처럼
―「준법소년」부분

인간들은사라지기를원하지않고조각나기를원하지않고아프기를원하지않고떠나기를원하지않고잊히기를원하지않고찢어지거나타오르기를원하지않고

그냥
살아가기를원하는것같아
―「모텔과나방」부분

삶을방치하는마음으로나를내버려둔시간동안
방에서알을까던초파리들에게
나는감사했다
곁에있어줘서……고마워요
―「나방인간」부분

너의사람답지않은면이좋아
정확히말하면사람다워지지않으려는점이
미치도록좋아
―「동물에대한다큐멘터리」부분

너만아는문법으로해석되는문장과
어떤사전을뒤져도도착할수없는장면이있어
―「세계문학과레모네이드」부분

너네는내가조용하고재미없는아이로보이겠지만나는버젓하고얌전한책들의칸막이뒤에서이런일탈을즐기고있다고.나는유치한비밀일기나돌려쓰는여자애들의우정따위에는관심없어.내가속한세계는어른의세계라고.나는너네가어려워서손도못대는장편소설과과학책을읽는사람이야.내가속한세계는……고차원적이고은밀하고우아한활자들의나라야.
―에세이「겉도는물음들」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