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

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

$16.80
Description
김의경, 장강명, 정명섭, 정진영, 최유안
사회의 균열을 세심히 포착해온 작가 5인의 목소리

“우리는 언제쯤, 이 나라에서 당당히 살아도 된다고 느낄 수 있을까”
인간 생활의 3대 기본 요소는 의식주衣食住다. 이는 의衣, 식食, 주住란 인간이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필요충분조건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중, 주住를 우리 모두가 기본 요소로 누리고 있느냐 라는 질문에는 선뜻 그렇다, 대답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살다, 거처하다라는 본래의 의미인 주住를 기본 요소로 누리기 위해서는 그 안에서 살고, 그 안에서 거처할 나의 집이 필수적이다. 단순히 몸을 ‘누이는’ 공간이 아닌, 진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집 말이다.
그러나 갈수록 현실은 녹록치 않고 치솟는 집값을 따라잡을 일은 요원해 보인다. 거기에 몇 년 전부터 기승을 부린 각종 전월세 사기는 내 집을 갖고자 애쓰는 이들에게 깊은 좌절을 안길 뿐이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알게 모르게 뿌리 내린 사회의 균열을 세심하게 포착해온 김의경, 장강명, 정명섭, 정진영, 최유안 다섯 작가가 나서 ‘집’과 ‘거주’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풀어낸 다섯 편의 소설을 선보인다. 또 이 소설을 쓰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인 작가 노트를 한데 모았다. 집주인이 아니면 반려동물조차 키울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 삶, 할 수 있는 모든 안전장치를 다 갖췄지만 속절없이 당하는 전월세 사기, 치솟는 집값, 계약서의 위선과 함정, 그리고 무너진 인간에 대한 신뢰…….
누군가의 일이 아닌, 어쩌면 우리들, 혹은 ‘당신의 이야기’일 수 있는 다섯 편의 소설은 가슴 저미는 현실을 가감 없이 정직하게 보여주고 있다.

평범한 월급쟁이들의 자산 마련 수단으로 기능했던 전세가 끝나고 월세가 ‘뉴 노멀’이 되는 시기이다. 당대에 직접 눈으로 보거나 당사자로부터 들어야 붙잡을 수 있는 생생한 묘사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설령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정확히 모른다 하더라도, 그리고 전월세라는 좁은 앵글이라더라도, 다섯 작가가 보여줄 수 있는 게 많다고 믿으며 앤솔러지를 기획했다. (……) 소설가가 써낼 수 있는 건 정책 대안은 아니다. 시장 진단이나 분석조차 아니다. 전모를 보지 못하고 해답도 모르더라도, 정직하게 쓰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편안한 관념 밖에서 살아 있는 인간과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픽션이 현실에 발을 붙인다는 말을 나는 이렇게 이해하고 있다. (……) 많은 것이 무너지는 시대에 이런 믿음이라도 붙들고 싶다.
-장강명
저자

김의경

1978년서울출생.2014년『한국경제신문』등단.소설집『쇼룸』『두리안의맛』.장편소설『청춘파산』『콜센터』『헬로베이비』.〈수림문학상〉수상.

목차

김의경애완동물사육불가7
작가노트:건강히잘지내시나요?

장강명마빈히메이어씨의이상한기계51
작가노트:전모를알수없는붕괴와분노하지않는포도

정명섭평수의그림자109
작가노트:평수는왜그림자를보게되었을까

정진영밀어내기151
작가노트:사다리는무너졌다

최유안베이트볼203
작가노트:사는집,사는집

출판사 서평

‘내집없이살아가는사람들’의고통과현실을말하다!

김의경:애완동물사육불가
어린시절부모에게방임에가까운상태로키워진자매는어른이된지금서로를의지하며반지하에서함께살고있다.강아지를키우며캣맘생활을하기도하는자매는집주인의반대로이사를가야하는처지에놓인다.그러나애완동물이있는세입자를반기는집주인은없고,운좋게마땅한집이나서이사를가게된자매는더이상캣맘의생활을하지않겠다선언한다.그러던어느날밤,고양이우는소리가들리고,자매는문밖을나선다.

장강명:마빈히메이어씨의이상한기계
루바토빌입주민들은자신들이전세사기를당했음을알게되나집주인과부동산중개업소는연락두절이다.사기를당한사람들끼리연합체를만들고함께구제를요구하나해결방법은요원하다.지리한싸움을이어가는중입주민중한명은자살을선택하고,한가정은이혼을한다.자기땅을지키기위해장갑차로개조한자신의불도저를타고맞섰던마빈히메이어를떠올리며주인공은그가나타나악몽같은자신의꿈을부숴주기를바란다.

장진영:밀어내기
결혼을앞둔나는좀멀더라도자가주택을소유하길원하나아내는세를살더라도지금사는수준을유지하길바란다.결국아내의뜻을따라아파트전세로입주해안정적인삶을살아가나불안정한부동산시장에위협을느끼고집을다시알아보다부동산중개업자의권유로신축복층빌라에전세로들어간다.화려한내외장재에흠뻑빠진부부는만족스런삶을유지하나,집주인의갑작스런집매매로곤란에처하고설상가상새주인은그들에게전세금을내줄상황이못된다.절망에빠진아내는여러날경매물건을살피고,아파트를낙찰받지만그를기다리는건쓰레기더미가가득한아파트와그안에살고있는노파이다.

정명섭:평수의그림자
순항은행대출계에근무하는김대리는어느날,사람들이살고있는집이그들의그림자로보이는능력을갖게된다.대출받으러오는사람들의그림자를보며쉽게대출을허가하고또는쉽게대출을거절하는그의속내를알수없는동료들은그를이상하게바라본다.호감을가지고있던동료여직원의작은그림자,자신의집을방문한장모님의초라한그림자를보며그들에게묘한반감까지생긴김대리는정신과를방문해자신의괴상한능력과그것으로인해벌어진심리적고통을털어놓고,업무스트레스로인한망상장애라는진단을받는다.

최유안:베이트볼
시간강사로취직을한내가학교근처로집을구하려하자아버지는지하주차장이있는대단지브랜드아파트여야한다고강조한다.내가가진돈으로아버지를만족시켜드릴수없어임시거처를전전하던내게동료강사는믿을만한곳이라며부동산중개사무소를소개시켜주지만여전히아버지가말한집을구할수없고,결국월세를권유받는다.계약서를쓰기로한날집주인과중개업자가나누는이야기가마음을아리게한다.“이바닥에서는돈이스승이야.아무도믿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