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싶지않은나를위하여
끝끝내나는살아내고싶다”
시인이마주한세계는“배고프고추운꿈”(「불면」)을꾸게하는장소로,“공짜같은/세상을끝내버릴수있을것같은기분”(「무료」)을끊임없이상기시킨다.하지만어느날옥상위에서바라본세상은“천국이30년쯤살다간흔적같”고,그변함없는곳에서인류에게“변질될수없는착함”(「이벤치에흰색곰인형버리고온적도있다」)이있음을발견하기도한다.
이처럼조성래시인에게시를쓰는일은주변의사물과풍경을관찰하고,그속에어린빛의굴절과산란,반사를통해내면의감각을깨우는과정에가깝다.힘겨운생활을맨몸으로부딪히면서도,삶에정주하고자애쓰는시인의태도는,반지하의어둠속에하나의창을내는일과닮아있다.그리고그창으로들어오는빛은어둠을단번에지우는강력한구원이기보다,삶을다시모색하게하는작고지속적인계기로작용한다.
햇빛의시간은결국저물고,때가되면사람들은각자의아늑한어둠으로돌아간다.손끝에머물다사라진빛이비록유한한것이라해도,흩어져멀리날아가는자유롭고아름다운파편들에마음을빼앗겼던어느날의기억들은단정한시가되어곁에남는다.『햇빛반사유희』는그기억을통해서로에게곧“우리가/빛”(「밤가시마을」)이고위로였음을조용히환기시키고있다.
삶을시로번역해내려는뜨거운진심
에세이「어느경리의어떤경지에대한단상」
에세이「어느경리의어떤경지에대한단상」은개인적경험에서시작된이야기다.열악한노동환경에서도망치기에급급했던시인은어느작은컨테이너공장에서새롭게일을시작한다.그런데사장의업무지시를도통알아들을수가없다.수술로인해목소리를잃고바람소리뿐인사장의말은그에게닿지않지않는것이다.하지만회사의경리직원은사장의입모양을보기도전에말의의미는물론의중과뉘앙스까지척척옮겨준다.시인은생각한다.그저바람소리만흘러나오는자신의삶,자신의쓺에대하여.결국시쓰기란뻐끔거리는입의대리자가되는,경리의일임을.그경지에도달하고자하는시인의열망과고집,부끄러움이정직하게드러난이글은창작자로서의고통과삶의의미에대한고민을던져주는진솔한고백이다.
추천사
조성래시인은실제삶의궤적을그대로작품에투사한다.그는시적화자라는가면을쓰기보다평범하고부끄러운인간조성래의상황과기억,육체를언어로배치한다.그의가난과노동,그리고일산에서의평온함과불안은모두시인조성래가통과중인실제시간의기록일것이다.나는그의시라는창으로현재를사는한국사회청년과아프게직면한다.그가담담하게뱉는이토록깨끗하고아름다운가래를나는오래오래보고싶다.
―시인김이듬,「발문」중에서
책속에서
내가인因이며
과果
그간격엔온통아름다운세상뿐,
―「보건소가는길」부분
오늘내삶에괴로움이없다
그것은모든심정의매진이다
그러므로괴로움이다
―「액자」부분
빛나는것들이
빛속에서
빛속에있음을모르고
그모름의축복속에서
우리는모두
평범함을누리고있다
―「밤가시마을」부분
모든외로운사물은
사건이되기위해기다리는것입니다
그러나끝끝내
그자리에서사물로끝나는것들을
마음이라고들그랬습니다
―「없어야하는일」부분
가혹한모든세계에서나는죽었다
그렇기에이곳은내게다정한세계
살아있다는것이모든것의증거
―「규칙4」부분
나는추운연애속에서
나라는담뱃불을문질러끄고
순한양을길러너에게보낸다
―「벨에포크」부분
내마음이드넓은바람에차례로흔들릴때도
난꼼짝없이서있었다부드러운물결인것은
마음,황금으로물드는것도마음,그게다
불에타버려도안죽고서있는것도
마음,사람들이손가락질해도
나의어떤마음들은무적이었다
―「들판의허수아비」부분
나보다한꺼풀아래에잠들어있는,그입의바람소리를견딜수없었던것같다.그간지러움.폐병걸린자의그속간지러움이결국내게시를쓰게한것같다.시는그때뱉은가래인데,결국아름다운모양의가래여야한다는것.사람들이보고박수칠수있을정도여야한다는것.(……)이빌어먹을인간의통역을성공한것같을때의속시원함,일순간의해방감이있었던것같다.
―에세이「어느경리의어떤경지에대한단상」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