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우는 사람이 되고 싶어 : 내(외)향인의 일기 - 현대문학 핀 시리즈 에세이 5

잘 우는 사람이 되고 싶어 : 내(외)향인의 일기 - 현대문학 핀 시리즈 에세이 5

$16.80
저자

정재율

저자:정재율
2019년『현대문학』신인추천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몸과마음을산뜻하게』와『온다는믿음』이있다.제14회〈김만중문학상신인상〉을수상했다.

목차

들어가며_불안사이에서기쁨발견하기

1부나도내마음을모르겠어
어중간한사람
그렇지만적막은못참겠는걸요?
하지만혼자있을땐적막이최고입니다만
작가님,저도사실내향인이에요!
나도내마음을모르겠어
타인의눈치를조금많이살피는편
가정이란무엇일까?―내향도,외향도유전일까
우리집가훈을찾아서
같은집에서자랐어도이렇게다르답니다
인생은B와D사이의C이다
어른이된다는것은
여전히치과는무섭다
아는데모르는얼굴
친절에관한이야기

2부보기와는다르게자신을믿는구석이있어
그학생은누구였을까?
잘우는사람이되고싶어
여름방학에무엇을할까요?
운동을알아보기시작했습니다
테니스를배우고있습니다
스텝을배우고있습니다
생각을멈추시오
올해의첫○○○그리고여름이었다
저만그래요?
시인같다는것
삶이힘들땐운세앞으로가게된다
풀죽은인간
구석에관하여

3부그게사랑이아니라면뭘까
만나서즐거웠고,이제그만나가주겠어?
생각이많은사람은매번자기자신과싸운다
사랑이뭐라고생각해?
어중간한불효자식
결혼하기에좋은사람이있나요?
내(외)향인의사랑법
가방에오예스를넣고다니는사람
사랑을생각하면무슨감정이떠오를까?
시인은무언가를만드는사람
가을이온다는것
도시한복판에서나만의장소찾기
준비한체력은여기까지입니다
나를불안하게하는것들
우리는중간에서만난다

4부어제보다오늘,오늘보다내일더단단한마음
최선을다해집에있습니다
요즘엔시가안써져우울합니다만
아주강렬한기억
시골집에관하여
은근히신경쓰이는사람
크리스마스입니다저는당연히집에있고요
고독은꽤괜찮은것
무언가불안할지라도단단한사람
이불그만차고제발좀자자
축복받은집
내(외)향인의새해다짐(비록작심삼일일지라도)
생일날엔왠지모르게더쉽게우울해지고
계속해서써야한다
왜나는지옥에서허덕이고있는가

나가며_사랑한다고말한적이있던가

출판사 서평

‘너무열심히달려서자꾸만넘어졌다
넘어지면일어나야하는데
한동안넘어진상태로계속누워있었다
이렇게오래누워있을때에만보이는것들이있었다’

정재율시인은여름이좋은까닭으로방학이있으니자유롭게“자전거를탈수있다는점”이라고이야기한다.시에서도,에세이에서도시인은자주자전거를타거나달린다.시인에게자전거를처음가르쳐준존재는아버지인데,네발자전거에서세발자전거로,세발자전거에서두발자전거로균형을잡으며잘나아가게되기까지옆에서서아버지는매번말해주었다.“넘어지면다시일어나면된다.손은함부로놓는것이아니다.길이위험해보이면바로내려야한다”고.시인에게이“말들은인생에도적용되는것처럼”들렸다고한다.삶이종종우리를아주먼곳으로데려다놓듯이,자전거를타거나달리다보면더먼곳까지가게도되므로.

그러나『잘우는사람이되고싶어』는그렇게달려간끝에마주한아름다운풍경에대한이야기는아니다.오히려그과정동안때때로길이험해지거나,너무숨이찬까닭에힘이빠져자전거손잡이를놓게된,다리가풀린탓에넘어지게된순간에대한이야기이다.넘어진채로일어나기를미루면서시인은가만히누워‘생각’을이어간다.향해가고있던“오지않은미래”와후회로점철된“지나쳐버린과거”,만나면또혼자있고싶어지지만그럼에도사랑하는사람들에대해.시인에게“생각”이란“정확히사유하는것”이며,나아가사랑이란대상을두루살펴보는일이기에어쩌면이처럼멈춰서서무언가를오래도록생각하는일은더정확히사랑하기위한노력일지모른다.그리고에세이에서시세계의큰축이사랑이라고말하듯이,이처럼“사랑을생각하다가사람을생각하”는일은시인을더멀리까지이끄는힘이된다.설령지금은누워있더라도언젠가다시털고일어나힘을내어“끝까지밀고나”갈힘말이다.

다만,에세이에서강조하듯잊지말아야할것은멀리가고자한다면“내보”낼줄알아야한다는점이다.따라서어떻게표현해야할지몰라“어떻게든울음을참”는사람이었던시인은이제는“잘우는사람이되고싶”다고고백한다.더불어“잘우는사람이되고싶다고말한건잘웃는되고싶다는말이기도했다”고도털어놓는다.“잘울어야기쁨도잘누릴수있”으며,자신의감정을받아들여줄수있어야타인도“토닥여줄수있”기때문이다.물론울어야하는일이자꾸생기는건괴로운일이지만,“이왕이면울일”이없길바라지만슬픔이피할수없는것이라면“이책의페이지를넘”기며“정재율시인에게등을기대”어보면어떨까.“우는사람을따라잘울게”될수있을지모른다.우리가“닮은사람을잘사랑하게되”(쩡찌)듯이.

저자의말

삼촌은내게내보낸다음가다가지치면멈추는거라고,그러나그래도가야한다면어떻게든끝까지밀고나가야한다고했다.그러면무언가는나온다고.나는그말을자주곱씹었다.정말로무언가는나왔으면좋겠기에그말을자주곱씹으며버텼다.
한동안조금씩또아주천천히내보내는연습을했다.무엇을내뱉고무엇을다시채울수있을지생각하며,무엇으로부터보호받고,무엇으로부터버틸수있을지곰곰이생각하며.이글을읽는사람은잘울수있기를,한바탕쏟아낸다음씩씩하게걸어갈수있기를바란다.
_「들어가며:불안사이에서기쁨발견하기」중에서

책속에서

“모르겠다.”중얼거리면서도어디론가는가고있다.조금시간이걸리더라도어딘가에는꼭도착할것이다.나도내마음을모르겠어,그래도어쩌겠어,삶은계속이어지고있고,길은걸어가면나오는데,더좋은쪽으로가고있다고믿어야지.여전히아무것도모르지만나의모름도믿고가봐야지.
_「나도내마음을모르겠어」,37쪽

나는좋아하는사람이생기면그사람의생각을궁금해한다.꼭대단하고특별한생각이아닐지라도함께본영화의어떤장면이가장좋았는지,좋아하는음악은어떤이유로좋아하게되었는지,무슨음식을가장좋아하고어떤음식은왜싫어하게되었는지.여름밤창문틈사이로들어오는소리를같이듣고싶은사람,드림캐처밑에서좋은꿈을꾸었으면하는사람말이다.어쩌면내게생각은정확히사유하는것일지도모르겠다.대상을두루생각하는일과관찰하는일을나는멈출수가없다.
_「생각을멈추시오」,117쪽

부끄러움에도여러종류가있겠지만생각해보면살면서진짜로부끄러운일은따로있는것같다.길가다가넘어졌다고,수학문제를풀지못했다고부끄러운건부끄러운것도아니다.그보다정말로부끄러운건‘척하는’일이라고생각한다.이타적인척,생각하는척,모르는걸아는척,남을위하는척,자기자신도속이며그것이진짜라고믿는것이다.생각이많은사람은매번자기자신과싸우게되지만,무언가‘척하는’사람은자기자신이아니라다른사람과싸우게된다.부끄러움을아는사람을좋아하는것도이런이유에서다.부끄러운걸아는사람이야말로진실로섬세한사람이아닐까싶다.
_「생각이많은사람은매번자기자신과싸운다」,157쪽

나는‘어중간한’불효자식이다.그저적정거리를유지하며부모와자식간의도리에있어최선을다하고있다.맛있는것을먹으면여전히같이먹고싶고,좋은곳에가면여전히함께가고싶다.다만나는부모님을완전히돌볼수있는능력도없고그럴힘도없을뿐더러용기도없다.하지만부모님을사랑한다.그래서괴롭다.내가사랑하는사람들이나와잘맞지않아서괴로운것이다.아마도영원히이적정거리를유지하며살아가도록노력하겠지.언젠간후회할날도올것이라고생각한다.부모님께상처받지않고사랑만받았으면달랐을까.효자가되기란참쉽지가않다.
_「어중간한불효자식」,166-167쪽

사랑이라는단어앞에멈춰서사랑을생각하다가사람을생각하다가결국울게된다.사랑을무조건적으로예찬하는것도아니고,사랑이모든것을구원해준다고믿지도않는다.사랑이전부가아니라는것을너무나잘알고있지만어떤순간에는사랑을믿고싶어진다.사랑이가진힘을한없이믿고싶어진다.
_「사랑을생각하면무슨감정이떠오를까?」,185쪽

누워있을수있는데왜앉아있어야하죠?
누군가제기한의문인데,그렇다,바로이거다!집에있는걸좋아하는사람들도여러유형으로나뉠수있다.집근처까지는잠깐나가는사람,집안(거실포함)에만있으면되는사람,방안에만있는사람,침대에만있는사람.굳이따지자면나는침대에있는사람이다.나는누울수있는곳이라면최선을다해눕고싶다고생각한다.누워있을수만있다면한없이누워있을수있는것이다.
_「최선을다해집에있습니다」,221쪽

한번은외할머니의묘근처에서뱀의허물을본적이있었다.사람들은죽은이가영물의모습으로나타날수있다고종종이야기한다.나비나고양이,새,뱀등등.글쎄,정확히는몰라도그게무엇이든할머니였으면좋겠다고생각한적이있다.심지어그렇게무서운뱀이어도괜찮다고생각했다.뱀을만났던그날의기억은내게아주무서운기억이기도하지만꽤나신비롭고이상한기억,그리고무엇보다잊고싶지않은외할머니에관한소중한기억이기도하다.
_「아주강렬한기억」,234쪽

몸은죽었으나마음은살아있는,몸은살아있으나마음은죽은것중에어떤것이더‘망각’에가까울까.당연히마음이죽은쪽이라고생각했는데꼭그렇지만은않은것같다.종말이와서혼자만살아남는다면어떻게할거야?그런질문을받았을때바로죽어야지,라고대답했던게떠오른다.그렇게살아서뭐할거야.물론살아있다면열심히살아보겠지,최선을다해살아보겠지.그러다가안되면살고싶지않겠지.
그러나종말은아직이고,나는또일기장을덮고,침대에누워살아있음에대해생각한다.
_「왜나는지옥에서허덕이고있는가」,28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