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우는 사람이 되고 싶어 (내(외)향인의 일기)

잘 우는 사람이 되고 싶어 (내(외)향인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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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잘 지내. 많이 슬프고 외로울지라도
나는 여전히 네가 잘 지냈으면 좋겠어.”

내향인과 외향인, 오지 않은 미래와 지나쳐버린 과거,
쓰인 문장과 쓰이지 않은 문장, 불안과 기쁨 사이를 오가며 발견한 것들의 기록
〈현대문학 핀 시리즈〉 다섯 번째 에세이선으로, 정재율의 『잘 우는 사람이 되고 싶어-내(외)향인의 일기』가 출간되었다. “따뜻하면서도 위트 있는 문장을 구사할 줄 아는 힘”(박상수)과 “어긋남과 예기치 못함” “서투름과 과감함 사이를”(신용목) 지나는 감각이 탁월하다는 평을 받으며 2019년 『현대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인 정재율이 등단 7년 만에 처음으로 내놓는 에세이집이다.

2023년 1월부터 2024년 4월까지 1년 3개월여에 걸쳐 〈주간 현대문학〉에 연재한 글 60편 가운데 엄선한 51편과 단행본을 준비하며 새로 쓴 원고 6편까지 총 57편을 묶은 이번 신작은, ‘사이’의 감각을 담아낸다. “서투름과 과감함” 사이, 책의 부제이기도 한 ‘내(외)향인’, 즉 내향인과 외향인 사이, 쓰인 문장과 쓰이지 않은 문장 사이……. ‘사이’에 머문다는 것은 흔히 어중간하다거나 애매모호하다고 받아들여지기도 하나, 이 같은 통념에 시인은 이렇게 반문한다. “양극단에 서 있어야만 꼭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일까. 여기도, 저기도 아닌 “저 중간쯤 되는 곳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더 “단단해”질 수 있지 않나 하고 말이다.

『잘 우는 사람이 되고 싶어』는 바로 이쪽도 저쪽도 아닌 지점에서 비로소 열리는 마음들, 극단이 아니기에 발견할 수 있는 더 섬세하고, 더 투명하고, 더 단단한 마음들에 대한 기록이다. “자신이 어중간하다고 말하지만” 실은 “충만한 선의와 기다림으로 매일을 보내”(김복희)는 시인의 기록은 이도 저도 아닌 채로 매일을 견디는 우리 모습처럼 다가오며, 잔잔한 위로를 준다.


‘너무 열심히 달려서 자꾸만 넘어졌다
넘어지면 일어나야 하는데
한동안 넘어진 상태로 계속 누워 있었다
이렇게 오래 누워 있을 때에만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정재율 시인은 여름이 좋은 까닭으로 방학이 있으니 자유롭게 “자전거를 탈 수 있다는 점”이라고 이야기한다. 시에서도, 에세이에서도 시인은 자주 자전거를 타거나 달린다. 시인에게 자전거를 처음 가르쳐준 존재는 아버지인데, 네발자전거에서 세발자전거로, 세발자전거에서 두발자전거로 균형을 잡으며 잘 나아가게 되기까지 옆에 서서 아버지는 매번 말해주었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면 된다. 손은 함부로 놓는 것이 아니다. 길이 위험해 보이면 바로 내려야 한다”고. 시인은 아버지의 이 말들이 “인생에도 적용되는 것처럼” 들렸다고 한다. 삶이 종종 우리를 아주 먼 곳으로 데려다 놓듯이, 자전거를 타거나 달리다 보면 더 먼 곳까지 가게도 되므로.

그러나 『잘 우는 사람이 되고 싶어』는 그렇게 달려간 끝에 마주한 아름다운 풍경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때때로 길이 험해지거나, 숨이 찬 까닭에 힘이 빠져 자전거 손잡이를 놓게 된, 다리가 풀린 탓에 넘어지게 된 ‘순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넘어진 채로 일어나기를 미루면서 시인은 가만히 누워 ‘생각’을 이어간다. 향해 가고 있던 “오지 않은 미래”와 후회로 점철된 “지나쳐버린 과거”, 만나면 또 혼자 있고 싶어지지만 그럼에도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해. 시인에게 “생각”이란 “정확히 사유하는 것”이며, 나아가 사랑이란 대상을 두루 살펴보는 일이기에 멈춰 서서 무언가를 오래도록 생각하는 일은 더 정확히 사랑하기 위한 노력에 가깝다고 한다. 나아가 자신의 시 세계를 이루는 큰 축이 ‘사랑’이라고 말하듯이, 이처럼 “사랑을 생각하다가 사람을 생각하”는 일은 시인을 더 멀리까지 이끄는 힘이 된다고도 고백한다. 설령 지금은 누워 있더라도 언젠가 다시 털고 일어나 힘을 내어 “끝까지 밀고 나”갈 힘.

멀리 가고자 한다면 “내보”낼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 시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울음을 참”는 사람이었던 시인! 그는 이제는 “잘 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고백한다. 이어서 “잘 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 건 잘 웃는 되고 싶다는 말이기도 했다”고도 털어놓는다. “잘 울어야 기쁨도 잘 누릴 수 있”으며, 자신의 감정을 받아들여줄 수 있어야 타인도 “토닥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울어야 하는 일이 자꾸 생기는 건 괴로운 일이고,“이왕이면 울 일”이 없길 바라겠지만 슬픔이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이 책의 페이지를 넘”기며 정재율 시인처럼 “우는 사람을 따라 잘 울게” 될 수 있을지 모른다. 우리가 “닮은 사람을 잘 사랑하게 되”(쩡찌)듯이.
저자

정재율

2019년『현대문학』신인추천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몸과마음을산뜻하게』와『온다는믿음』이있다.제14회〈김만중문학상신인상〉을수상했다.

목차

들어가며_불안사이에서기쁨발견하기

1부나도내마음을모르겠어
어중간한사람
그렇지만적막은못참겠는걸요?
하지만혼자있을땐적막이최고입니다만
작가님,저도사실내향인이에요!
나도내마음을모르겠어
타인의눈치를조금많이살피는편
가정이란무엇일까?-내향도,외향도유전일까
우리집가훈을찾아서
같은집에서자랐어도이렇게다르답니다
인생은B와D사이의C이다
어른이된다는것은
여전히치과는무섭다
아는데모르는얼굴
친절에관한이야기

2부보기와는다르게자신을믿는구석이있어
그학생은누구였을까?
잘우는사람이되고싶어
여름방학에무엇을할까요?
운동을알아보기시작했습니다
테니스를배우고있습니다
스텝을배우고있습니다
생각을멈추시오
올해의첫○○○그리고여름이었다
저만그래요?
시인같다는것
삶이힘들땐운세앞으로가게된다
풀죽은인간
구석에관하여

3부그게사랑이아니라면뭘까
만나서즐거웠고,이제그만나가주겠어?
생각이많은사람은매번자기자신과싸운다
사랑이뭐라고생각해?
어중간한불효자식
결혼하기에좋은사람이있나요?
내(외)향인의사랑법
가방에오예스를넣고다니는사람
사랑을생각하면무슨감정이떠오를까?
시인은무언가를만드는사람
가을이온다는것
도시한복판에서나만의장소찾기
준비한체력은여기까지입니다
나를불안하게하는것들
우리는중간에서만난다

4부어제보다오늘,오늘보다내일더단단한마음
최선을다해집에있습니다
요즘엔시가안써져우울합니다만
아주강렬한기억
시골집에관하여
은근히신경쓰이는사람
크리스마스입니다저는당연히집에있고요
고독은꽤괜찮은것
무언가불안할지라도단단한사람
이불그만차고제발좀자자
축복받은집
내(외)향인의새해다짐(비록작심삼일일지라도)
생일날엔왠지모르게더쉽게우울해지고
계속해서써야한다
왜나는지옥에서허덕이고있는가

나가며_사랑한다고말한적이있던가

출판사 서평

‘너무열심히달려서자꾸만넘어졌다
넘어지면일어나야하는데
한동안넘어진상태로계속누워있었다
이렇게오래누워있을때에만보이는것들이있었다’

정재율시인은여름이좋은까닭으로방학이있으니자유롭게“자전거를탈수있다는점”이라고이야기한다.시에서도,에세이에서도시인은자주자전거를타거나달린다.시인에게자전거를처음가르쳐준존재는아버지인데,네발자전거에서세발자전거로,세발자전거에서두발자전거로균형을잡으며잘나아가게되기까지옆에서서아버지는매번말해주었다.“넘어지면다시일어나면된다.손은함부로놓는것이아니다.길이위험해보이면바로내려야한다”고.시인에게이“말들은인생에도적용되는것처럼”들렸다고한다.삶이종종우리를아주먼곳으로데려다놓듯이,자전거를타거나달리다보면더먼곳까지가게도되므로.

그러나『잘우는사람이되고싶어』는그렇게달려간끝에마주한아름다운풍경에대한이야기는아니다.오히려그과정동안때때로길이험해지거나,너무숨이찬까닭에힘이빠져자전거손잡이를놓게된,다리가풀린탓에넘어지게된순간에대한이야기이다.넘어진채로일어나기를미루면서시인은가만히누워‘생각’을이어간다.향해가고있던“오지않은미래”와후회로점철된“지나쳐버린과거”,만나면또혼자있고싶어지지만그럼에도사랑하는사람들에대해.시인에게“생각”이란“정확히사유하는것”이며,나아가사랑이란대상을두루살펴보는일이기에어쩌면이처럼멈춰서서무언가를오래도록생각하는일은더정확히사랑하기위한노력일지모른다.그리고에세이에서시세계의큰축이사랑이라고말하듯이,이처럼“사랑을생각하다가사람을생각하”는일은시인을더멀리까지이끄는힘이된다.설령지금은누워있더라도언젠가다시털고일어나힘을내어“끝까지밀고나”갈힘말이다.

다만,에세이에서강조하듯잊지말아야할것은멀리가고자한다면“내보”낼줄알아야한다는점이다.따라서어떻게표현해야할지몰라“어떻게든울음을참”는사람이었던시인은이제는“잘우는사람이되고싶”다고고백한다.더불어“잘우는사람이되고싶다고말한건잘웃는되고싶다는말이기도했다”고도털어놓는다.“잘울어야기쁨도잘누릴수있”으며,자신의감정을받아들여줄수있어야타인도“토닥여줄수있”기때문이다.물론울어야하는일이자꾸생기는건괴로운일이지만,“이왕이면울일”이없길바라지만슬픔이피할수없는것이라면“이책의페이지를넘”기며“정재율시인에게등을기대”어보면어떨까.“우는사람을따라잘울게”될수있을지모른다.우리가“닮은사람을잘사랑하게되”(쩡찌)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