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것들의 밤 (정보라 연작소설)

이름 없는 것들의 밤 (정보라 연작소설)

$17.80
Description
〈부커상〉 〈로커스상〉 〈어슐러 K. 르 귄상〉 최종 후보
정보라 작가가 선보이는 디스토피아 SF!

“모든 인간이 평등하게 연약하고 부드러워도
되는 세계는 아직 오지 않았다”
_「작가의 말」 중에서

정보라의 연작소설 『이름 없는 것들의 밤』이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선의 시작을 알린 『밤이 오면 우리는』과 『현대문학』 2024년 12월호, 2026년 3월호에 수록된 두 편의 중편소설을 엮은 연작소설집이다. 2008년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부커상〉 〈전미도서상〉 〈필립 K. 딕상〉 〈로커스상〉 〈어슐러 K. 르 귄상〉과 같은 쟁쟁한 문학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자신이 지닌 서사의 가능성을 꾸준히 증명해온 정보라 작가는, 이번 신작에 ‘기계-로봇’에 의해 지배당하는 미래 세계에서 인류 문명의 종말을 막고자 기계에 대항하는 ‘흡혈인’과 ‘인간-로봇’, ‘인조인간’ 등 다양한 존재의 사투를 담아낸다.

『저주토끼』 『너의 유토피아』 『붉은 칼』 등 SF와 기담을 넘나들며 매력적인 이야기로 전 세계 독자를 사로잡아온 정보라 작가는, 그간 “환상적이고 초현실적인 요소를 활용하여 현대의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참혹한 공포와 잔혹함을”(『부커 라이브러리』) 토로하는 서사로, “소수가 압도적인 힘에 어떻게 대항할 수 있을지를 질문”(『월드 리터러리 투데이』)하고 “‘당신과 나의 더 나은 세계’를 상상하도록 독려”(『타임』)하는 작품을 쓴다는 평을 받아왔다. 이번 소설 역시 가부장제, 나아가 ‘여성혐오’의 일면을 세계관의 배경으로 삼으며 그 관심사를 오늘날 지구를 뒤흔들고 있는 가자지구 폭격,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전쟁’의 문제로까지 확장한다. 전쟁과 기계-로봇의 지배라는 폭력적 상황 아래에서 여성은 어떻게 도구화되는가, 인류의 절대다수가 기계-로봇에게 복종하여 인간 사냥꾼이 된 상황에서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소수는 어떻게 이들에게 저항할 수 있는가, 그러한 미래는 과연 희망적일 수 있는가 등을 세 편의 중편소설을 통해 각각 다른 모습으로 펼쳐놓는다.

기계는 인간을 살해하고 인간은 같은 인간을 사냥하는 세계
지금 ‘순리’는 어긋나고 ‘폭력’과 ‘억압’의 체계는 무너진다!

『이름 없는 것들의 밤』의 세계관을 여는 1부 「밤이 오면 우리는」은 우리 인류가 당면한 시의성 있는 주제에서 출발한다. 20세기 인류의 가장 중대한 실수였던 ‘핵실험’과 그를 둘러싼 강국들의 견제와 이어진 전쟁…… 결국 “인간의 잘못된 결정으로 인해 행성 전체가 멸망할 것이었다.” 이에 “편견이 없고 공정”하게 사고하는 ‘기계’에게 인류는 미래를 맡긴다. 그리고 로봇은 “지구상 다른 모든 생물종을 위한 최선의 안전장치는 인류 문명의 종말”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정작 이 이야기에서 인류 최대의 적은 ‘기계’가 아닌, “인간을 죽이는 일에” 특화된 인간이다. 이에 더해 “난 사람이에요”라고 주장하는 인조인간의 등장은 “인간의 조건”이란 무엇인가라는 소설의 질문을 끊임없이 되뇌게 한다.

이어지는 2부 「예언자」는 「밤이 오면 우리는」의 등장인물인 ‘마리카’라는 여성을 중심에 내세운 1부의 ‘프리퀄’ 격인 이야기이다. 작가는 이 작품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및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는데, 「예언자」는 기계-로봇의 지배 이전, 교사였던 마리카의 나라가 식민지가 되면서 존엄마저 빼앗기는 과정을 실감 나게 그려낸다. 와중에 ‘적’의 국가와 대기업은 점령지 사람들의 노동과 학습을 모조리 기계로 대체하며 필요한 기계의 임대료와 수리비를 무리하게 청구하는 등 전쟁 상황과 기계-로봇의 지배가 교묘하게 섞이면서, 독자에게 시점의 혼란을 야기한다. 결말에 이르러 ‘마리카’를 비롯해 독자가 마주하게 되는 진실은 꽤 충격적이다.

3부 「우리는 모두 악마에게서 왔다」는 「밤이 오면 우리는」 이후 시점을 다룬다. 「밤이 오면 우리는」에서 지구는 인구수가 줄긴 했으나 그럼에도 생물종의 보존이 이뤄지고 있는 곳이었으나, 3부에 이르러서는 계속되는 공습으로 당초 기계-로봇의 목표 중 하나였던 생물종의 보존조차 옛이야기가 되어 더 멸망으로 치닫는 곳이 되었다. 흡혈인도 눈에 띄게 줄어 은신하고 있던 ‘나’에게 자신이 ‘마리카의 아이’라고 주장하는 인물이 찾아오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인간의 적으로서 인간’을 배양하기 위해 기계가 인간 여성을 이용하고 그렇게 태어난 인간들은 기계에 의해 마약으로 통제당하고 있었던 현실이 ‘특수작업공장’이라는 배경 아래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이러한 처참한 현실 속에 ‘저항’이라는 것은 어떻게 가능한가. 3부 말미에 의하면, 가능성은 다름 아닌 ‘이름 없는 것들’, 즉 자신의 이름으로 살 수 없었거나 자신의 자리가 없던 것들에게 있다. 『이름 없는 것들의 밤』은 ‘장애’를 지닌 흡혈인, 본인이 로봇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로봇, 점령국의 여성, 다양한 것들을 갈아 먹여 어떤 존재도 아닌 것의 냄새를 풍기는 ‘개’ 등 비인간까지, 소위 ‘바깥’의 존재들이 서사를 이끌어 간다. 1부에서 3부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시종일관 “폭력적인 집단, 비인간적인 체제에 대한 분노”를 표하는데, 새로운 저항으로 향하는 열쇠를 바로 이 폭력과 체제에 희생당해온 이들에게서 찾는다. 지금껏 이름을 가진 적 없던, 이들이 “폭력과 억압의 체계와 싸워 무너”뜨리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그렇게 폭력의 굴레를 끊어낸 끝에 마침내 찾아올 “모든 인간이 평등하게 연약하고 부드러워도 되는 세계”를 꿈꾸는, ‘정보라표 디스토피아 SF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전쟁이 이어지고 “기술이 지배하는 미래”를 마주한 현재, 소설 속 상상은 현실적이고도 섬찟하게 다가오지만, 우리가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질문으로서 묵직한 울림을 남기는 작품이다.
저자

정보라

소설을쓰고폴란드문학과동유럽문학작품번역을한다.2008년중편소설「호狐」로제3회〈디지털작가상모바일부문〉우수상을수상하며본격적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저주토끼』로2022년〈부커상인터내셔널부문〉,2023년〈전미도서상번역소설부문〉,『너의유토피아』로2025년〈필립K.딕상〉,2026년『한밤의시간표』와『붉은칼』로〈로커스상〉,『한밤의시간표』로〈어슐러K.르귄상〉최종후보에선정되었다.『저주토끼』『여자들의왕』『아무도모를것이다』『죽음은언제나당신과함께』『작은종말』등의소설집,『지구생물체는항복하라』『죽은자의꿈』『고통에관하여』『아이들의집』등의장편소설을펴냈다.

목차

밤이오면우리는
예언자
우리는악마에게서왔다

작품해설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밤이오면우리는」인간의변덕에행성의운명을맡겨둘수없다고판단한로봇이인간을지배하게된미래세계.냉동트럭에깔려죽음을기다리던중흡혈인‘선’에의해목숨을구제받고한쪽다리를잃은채흡혈인으로다시태어난‘나’는‘마리카’를비롯한인류문명의종말을원치않는이들과로봇,나아가로봇에포섭된기계숭배자들에맞서싸운다.그러던어느날우연히인간형로봇‘빌리’를발견한다.빌리는자신이인간이라고주장하며어찌된일인지‘나’와한편이되어자신과같은로봇이생산되는공장을알려주는데…….

「예언자」나라가적에게침략당하기전,‘마리카’는학교선생이었다.점령된후학교에서모국어사용은물론교과서와공책이금지되었고,아이들은전자기기로수업을받고전자기기는아이들과선생들을항시감시했다.일을하려면기계가필요했으나모든기계는유상대여였으며파손시막대한수리비를물어야하는등점령지민들은점점가난해지며존엄마저잃어간다.그러던어느날,‘마리카’에게교감선생은업무를하는척‘항의집회’에대한건을흘린다.그집회는결국살육으로마무리되고,간신히도망치던‘마리카’는과거자신의학생이었던할리나가속한저항군과마주치며저항군으로서활동을시작하는데…….

「우리는악마에게서왔다」「밤이오면우리는」이후,정비소를은신처로머물던‘나’에게낯선이가찾아온다.그는‘마리카의아이’라며자신을흡혈인으로만들어달라청한다.‘나’는그를흡혈인‘네빔’으로다시태어나게끔해준다.그들이향한곳은특수작업공장.이공장에는마약을제작하는라인과,아기를생산하는도구이자“의식과신체를분리하”기위해약에절여진여자들이갇혀있었다.많은이가“의식을분리당해정신과영혼을인공신체에강제로장착당”한인간-로봇이되었던것.그렇게공장에서로봇과싸우다궁지에몰려도망치던‘나’의귓가에문득‘마리카’의목소리가들려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