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우동가게 (손바닥만 한 이야기)

행복한 우동가게 (손바닥만 한 이야기)

$16.80
Description
IMF 시절 요맘때, 충주 연수상가에 이렇게 춥고 배고픈 바람이 불었다.
간판 없는 실내 포장마차에 달랑 앞치마 하나 입고, 이름 없는 공원에 벌거벗은 느티나무를 바라봤다. 중소기업을 했던 남편이 본전 말 찾겠다며 아들과 딸을 남겨놓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위층에 변호사 부인이었던 친구 희수가 밀가루 반죽을 하며 우동을 끓여 먹고 살아야 한다고 내 손을 꽉 잡아 주었다. 손님들 앞에서 말이 나오지 않아서 어정쩡 아줌마라는 변명이 붙여졌고 서툴고 어렵고 고단한 삶이 밀가루 범벅이 되었다.

흩어져 있어서 서러운 밀가루 입자들이 내 안에서 뭉치기 시작했다. 부드럽고 따뜻하게 때론 질퍽하고 빡빡하게 서로 몸을 비비며 내 앞치마 속으로 들어와 찰지게 뭉쳐 달라고 애원한듯했다. 땀과 눈물로 밀가루를 반죽에 재미가 들린 후, 손님들의 이야기가 젖은 앞치마 안으로 들어와 받아쓰기하기 시작했다.

이름 없는 우동집에 〈행복한 우동가게〉라는 이름을 지어 간판을 달았다.
손님들이 털어놓고 간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듣고 느티나무와 소통하는 동안에 〈시인의 공원〉이라는 이쁜 이름도 충주시에서 달아주었다.

〈행복한 우동가게〉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책이, 고생하기 위해 태어난 나의 삶을 닮은 듯해서 어딘지 모르게 짠하고 속이 상했다. 그래서 좀 튼실하고 야무진 자식을 낳고 싶어서, 아니 문학성이 인정받은 자식을 낳고 싶어서 억지로 외면하고 싶었다. 거칠고 투박하고 척박한 나의 첫사랑인 행복한 우동가게는 내 안에서 이렇게 못생긴 아이로 있었다.

긴 세월 동안 내 안에서 나를 닮은 행복한 우동가게가 시인의 공원 느티나무 아래서 언제나 나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어서 서성이고 있었다. 느티나무 위에 비바람이 부나 눈이 내리나 나를 바라봤다.
올여름 지독한 불볕더위 속에서 가지치기한 느티나무의 짜리뭉튼한 모습을 보고 나는 달려가 꼬옥 안아 주었다. 그동안 미안했다고, 더 좋은 작품을 낳고 싶어서 다른 곳에 눈을 많이 돌리고 바람을 많이 피웠는데, 너는 언제나 나만 쳐다보며 행복한 우동가게 안으로 나를 가두고 보호해 주었다고, 덕분에 등 따습게 밥을 먹고 해맑게 웃을 수 있었다고, 나의 대표작을 찾았으니 더 이상 시인의 공원을 떠나 헤매지 않을 것이다. 연수동 시인의 공원에 뿌리를 깊게 내려서 비바람과 눈보라를 끌어안아 줄 것이다. 책 속으로 들어온 서른 한가락의 나의 단골들 그 후기를 하나도 잊지 않고 줄줄 쓰고 싶은 이야기가 내 가슴속에 들어 있다는 것을, 행복한 우동가게 앞, 시인의 공원 느티나무는 잘 알고 있다.
저자

강순희

충주시연수동시인의공원앞,행복한우동가게를운영하면서,젖은앞치마에느티나무와손님들의이야기를받아적는다.

ㆍ전남강진출생
ㆍ1996년평화신문평화문학상과문예사조로등단
ㆍ2014년충북여성문학상수상

▶소설집
ㆍ『백합편지』,『행복한우동가게』3권,『단골』출간

목차

머리말


1부공원앞우동가게

한가락| 아주특별한외출
두가락| 우산크기만큼의삶
세가락| 봄에는비가온단다
네가락| 어떤주정꾼
다섯가락| 느티나무는아버지그늘
여섯가락| 캄캄한밤,우동을생각한다
일곱가락| 비오는밤너무좋습니다
여덟가락| 버섯양산을쓴집


2부느티나무손님

아홉가락| 매디슨카운티의다리
열가락| 책상빼소리듣는날까지
열한가락| 저눈이모두쌀이라면
열두가락| 아내를찾습니다
열세가락| 오토바이와함께사라지다
열네가락| 세상에서가장조그만출판기념회
열다섯가락| 꽃고무신과개나리
열여섯가락| 문닫는사람들
열일곱가락| 억척엄니길
열여덟가락| 행주치마움켜쥐고
열아홉가락| 돌아와요,아기엄마


3부행복한우동가게

스무가락| 우리우동가락이들어있어
스물한가락| 외로운밤,우주에서온아줌마
스물두가락| 위험한천국여행
스물세가락| 우동집에가지마시오
스물네가락| 김치냄새가나더라도
스물다섯가락| 꽃필래방
스물여섯가락| 시인의공원,탄생하다
스물일곱가락| 별발자국을따라가는여자
스물여덟가락| 속풀이
스물아홉가락| 수상한도깨비
서른가락| 집은더러운데우동은왜이렇게맛있어?
서른한가락| 춤추는느티나무
서른두가락| 그아이가보고싶다


작가후기

출판사 서평

우동한그릇,
그안에담긴사람사는이야기


그곳에가면우동가게가하나있다.
번화한불빛대신크게드리운느티나무옆,
일곱평남짓한조그만가게.

〈행복한우동가게〉는그우동가게를지키는강순희씨와평범하고따스한이웃들의이야기를그렸다.IMF그춥고힘들었던시절,저자가담박한필치로그려낸우리네보통의삶은신산하지만은않다.사람과사람사이피어나는진하고따뜻한사연이우동가락속에푹녹아있기때문이다.
때로는페이소스와눈물로,때로는환한웃음으로.

이번개정판은기존에냈던책의모양을새로다듬되,문장은대부분그대로살려다시펴냈다.
저자고유의글맛,특유의정서를고스란히살리기위함이다.

사는일은아마도조금쯤헛헛하고허전한일일터이다.
마음을데우는우동한그릇절실한날이면
손님들이남긴메모한장허투루여기지않는따스한우동가게가,
그곳의이야기가문득그리워질것이다.
가슴한구석을오래도록데우는이야기를읽고싶은모든독자에게자신있게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