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개의 창문과 당신

열한 개의 창문과 당신

$16.80
Description
마늘 한 접을 까는 손끝에서, 문 닫은 대장간의 그을린 벽에서, 낯선 사투리 한마디 속에서, 저자 홍미경은 삶의 결을 읽어낸다. 『열한 개의 창문과 당신』은 이렇게 사소한 순간들을 오래 들여다본 서른세 편의 산문을, 마음에 낸 창·사이에 낸 창·세상에 낸 창이라는 세 개의 창문으로 엮은 에세이집이다. 나이 들어가는 몸과 마음이 나누는 협상, 엄마와 딸 사이에 오래 얹혀 있던 말, 감정마저 기계가 대신 읽어 주는 시대에도 스스로 느끼고 이름 붙이는 일을 놓지 않으려는 다짐까지. 책장을 넘길 때마다 잊고 지내던 나의 창문 하나가 다시 열린다. “사람에게는 열한 개의 창문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그 마지막, 열두 번째 창문 앞에 설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당신이라고. 이 책을 펼치는 순간, 그 창문 하나가 당신을 향해 열린다.
저자

홍미경

-수필집『뭐,어때』,『잡(雜)』,『일상을낚는재미』와이야기책『꼬불꼬불이야기길』을썼다.
잘쓰고싶은마음은늘저만치앞서가고,글은그뒤를천천히따라온다.그간격이부끄럽기도하지만,어쩌면그간격이나를다시창문앞에앉게하는힘인지도모른다.오늘도한줄의문장을기다리며,천천히삶을쓰고있다.

목차

Ⅰ마음에낸창
나의델마는어디로갔을까
파판차
선함의무례
오컴의면도날
협상하는중입니다
쓱,소리도없이
완성&검정
다정한밤
현망간弦望間의달
아니,조금만더
여전히걷고있는우리모두에게


Ⅱ사이에낸창
곁주기
1,435밀리미터
사백
적당히_지구도살리고우리도살리는
깊은귀
빗금
타인의자리
Oneset
날선지우개
느린얼굴
조우


Ⅲ세상에낸창
9와¾
흙이먼저아는봄
생각보다오래봄이었다
비를건너온빨간자전거
바람본날
포효하지않는사자
항성
감정을알려드립니다
종이의끝에서
우리가사라졌다
열한개의창문과당신

출판사 서평

책을펼치면제일먼저마늘냄새가난다.시골장에서산마늘한접을까는손끝,소리도없이벗겨지는껍질,그안에아직남아있는물기.홍미경의네번째산문은이렇게사소한부엌의풍경에서시작해‘젊음이란무엇인가’라는질문에까지닿는다.『열한개의창문과당신』은서른세편의산문을세개의창으로나누어담은책이다.
저자는하루하루스쳐지나가는장면하나를붙잡고오래바라본다.건널목앞에서몸이얼어붙었던순간,협상하듯몸과마음을달래며계단을오르는일,사투리한마디에숨어있는서로다른삶의사전,십삼년째이어온독서모임에서배운‘이해받지못해도괜찮은관계’까지.소재는달라지지만그아래흐르는질문은하나다.나는지금무엇을보고있고,무엇을놓치고있는가.
이책의매력은평범한장면에서생각의깊이를길어올리는문장에있다.문닫은대장간의그을린벽앞에서저자는‘열정의반대는냉정이아니라기어이남고마는검정’이라고쓴다.감정마저기계가대신읽어주는드라마를보며‘그시계를차고있는한,그의감정은반은그의것이고반은기계의것’이라고말한다.기찻길과나란히놓인침목앞에서는‘지워지지않는것은말이아니었다.말하지않아도유지되었던그거리,간격이었다.’고쓴다.과장하지않은문장인데오래남는다.책을읽을때보다책장을덮은뒤일상의어느순간에문득다시떠오르는문장들이다.가장마음이오래머문곳은엄마이야기였다.만두를빚으며엄마는“너무오래살고싶지않다,그냥자다가가면제일좋겠는데”라고담담하게말한다.딸은육백년된팽나무앞에서오래전엄마에게자신이뱉었던날선말을떠올린다.저자는관계를크게흔들어보여주지않는다.조용히바라보고,그안에남은마음을독자가스스로발견하게한다.
그리고마지막장,표제작「열한개의창문과당신」에이르면그동안등장했던‘창문’의의미가비로소하나로모인다.바라보는일,듣는일,사람사이의거리를이해하는일,그리고누군가의곁에오래서있는일이결국하나의이야기였음을알게된다.저자는마지막에이렇게말한다.

이제마지막창문앞에서있는사람은내가아니다.당신.

이문장앞에서책장을덮기어렵다.그‘당신’은책을읽는나일수도있고,내가미처바라보지못했던누군가일수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