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공작새 (양장본 Hardcover)

밤의 공작새 (양장본 Hardcover)

$24.80
Description
“공작 나방만큼 열렬히 갖고 싶었던 건 없었어.”
어느 날 저녁, 요즘 나비 수집에 취미를 붙인 내가 수집한 나비들을 손님이자 친구인 하인리히에게 보여 준다. 하지만 하인리히는 나비에 얽힌 나쁜 기억이 있는지 탐탁지 않아 한다. 하지만 하인리히는 이내 마음을 바꾸고 부끄럽지만 내게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소년 하인리히는 처음엔 다른 취미들처럼 나비 수집에 그리 열중하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밥 먹는 시간도 잊은 채 이 놀이에 흠뻑 빠진다. 그러다 자기가 잡은 파란 오색나비만큼은 친구에게 보여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마당 건너편에 사는 에밀에게 향한다. 하지만 에밀은 날카롭고 냉정하게 나비의 결점에 대해 평가해 버린다. 하인리히는 상처를 받고 오색나비에 대한 기쁨을 크게 빼앗긴다. 이후로는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나비를 보여 주지 않는다.
하지만 2년 뒤 지루한 에밀에게 공작 나방이 있다는 소문이 들리기 시작하고, 도감에서만 봤던 공작 나방 날개을 직접 보고 싶어서 안달이 난다. 자존심 때문에 망설이던 하인리히는 학교에서 소문이 사실이란 걸 확인한 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바로 에밀네 집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그토록 보고 싶고 갖고 싶었던 공작 나방이 나무판 위에 팽팽하게 펼쳐져 있는 걸 발견한다. 하지만 종이 띠로 가려져 있어서 뒷날개에 있는 크고 환하고 독특한 눈만은 볼 수가 없다. 하인리히는 결국 유혹에 넘어가고 만다. 떨리는 손으로 종이 띠를 떼어 내고 핀을 뽑아 버리는데….
저자

헤르만헤세

1877년독일남부도시칼프에서개신교목사인아버지와신학자가문출신의어머니사이에서태어나스위스바젤과칼프에서성장했다.열다섯살이되던해,신학교생활에적응하지못해학교를뛰쳐나오며“시인이되지못하면아무것도되지않겠다.”라고결심했다.같은해6월,삶에대한극심한좌절로자살을기도해정신병원에입원했고신경쇠약치료를받았다.
퇴원후김나지움에입학했으나다시학업을중단했으며,이후시계공장과서점등에서수습사원으로일하면서글쓰기에전념했다.1899년첫시집『낭만의노래』와산문집『자정너머한시간』을발표하며작가로서활동을시작했고,이작품들을통해독일문학계에이름을알렸다.1904년발표한『페터카멘친트』가큰주목을받으면서유명작가로자리매김했다.
이후『수레바퀴아래서』,『크눌프』,『청춘은아름다워』등을연이어발표하며작가적입지를굳혔다.제1차세계대전시기에는심각한정신적위기를겪었고,이과정에서카를구스타프융에게심리치료를받았다.종전이후인1919년,‘에밀싱클레어’라는필명으로『데미안』을발표했다.이작품은젊은독자들에게큰반향을일으켰으며,작품성을인정받아폰타네상을수상했다.
이후헤세는『싯다르타』,『나르치스와골드문트』,『황야의이리』,『유리알유희』등으로폭넓은독자층과만났다.그러나나치즘과군국주의에비판적이라는이유로그의입지는점차좁아졌고,나치집권이후독일에서는작품출간과판매가어려워졌다.제2차세계대전종전이후인1946년부터독일에서다시그의작품이출간되기시작했으며,같은해노벨문학상과괴테상을수상했다.이후1950년빌헬름라베상,1955년서독출판협회평화상을받았다.1962년스위스몬타뇰라에서생을마쳤다.

출판사 서평

『밤의공작새』를펼치면공작나방의날개처럼매혹적인세계가열린다.특히나비를채집하는장면은무척아름답다.정신을잃을정도로눈부신숲의공기와그곳에서파르르떨고있는존재를향한순수한사랑이지면을채운다.적어도친구이자경쟁자인인물이나타나기전까지는그렇다.곧나비(나방)는삼각관계의중심이되고,사랑하는존재가경쟁적으로가치를재는사물로변모하는과정은서늘하고직설적이다.
열두살소년의성장과내면의싸움은그리간단하지않다.쉽게꺼내보이기어려운미묘한감정의변화와혼란을탁월하게묘사해소년의시간을감각하게한다.오승민의그림은이야기의세겹을각각다른색과질감으로쌓아올려헤세의이야기를더욱깊게완성시킨다.그날의진실은마치렘브란트의초상화처럼빛과어둠의강한대비속에서극적으로드러난다.공작나방과소년의‘눈’이마주치며서로를비추는그순간에말이다.어린시절성장의의미를다른각도에서보고싶다면이이야기를꼭만나길바란다.
-한윤아(시각예술비평가)


그림책으로재탄생한매혹적인고전,
헤르만헤세의『밤의공작새』
글과그림사이에서빛나는순간을오롯이담은가나출판사‘사이그림책장’두번째이야기『밤의공작새』가출간되었다.이작품은헤르만헤세가1911년에발표한단편으로,가정생활이점점악화되고창작활동에도위기가찾아왔을때쓰였다.작가로서의입지는단단해지고있었지만헤세는이시기에불안에시달렸다.이런불안과내적인갈등은작품세계에깊게영향을끼쳤는데,그의작품에서불안은극복의대상이라기보다는정면으로응시하고탐구한기록에가깝다.그래서지금까지도많은독자들이방황하는마음을대변해주는헤세의작품을사랑하는것인지도모른다.
또한헤세의거의모든작품에는자전적이거나허구적인어린시절의기억이독립적인이야기또는에피소드형식으로스며들어있는데이작품도예외는아니다.헤세의전기를쓴베른하르트첼러는헤세의작품들을“위대한자화상의단편들”이라고했으며,헤세의문학적·예술적유산을백가지가넘는주제로분류한폴커미켈스는『밤의공작새』를회고록중하나로분류했다.미켈스는이회고록분류에서헤세가자신의경험과어린시절에목격했던일,특히소년의첫도둑질을“미화없이정확한심리”로풀어냈다고말했다.
이작품은짧지만강렬한이야기와상징적인메시지로,헤세의여러작품중에서도독보적이며매혹적이다.이번에엄혜숙의섬세한번역과오승민의해석이돋보이는그림이더해져『밤의공작새』가다시태어나는과정을거쳤다.1911년아주먼곳에서쓰인이야기와지금을살아가는오승민그림의만남은글의의미를깊고넓게확장시켜,이야기속으로더욱몰입하게하는동시에문학을읽는즐거움,더나아가문학에서그림이갖는중요성까지충분히느끼고누릴수있게해준다.
“위대한자화상의단편”
-파괴를통해회복을말하는,성장이야기
‘옮긴이의말’에서“『밤의공작새』의독일어제목은‘DasNachtpfauenauge’로,‘Nacht’는‘밤’,‘Pfauenauge’는‘공작의눈’또는‘공작의눈모양무늬’란뜻이다.‘Nachtpfauenauge’는이이야기의제목이면서중요한모티프이기도하다.정확한학명은아니지만이이야기에서‘공작나방’이라는단어로번역”했다고밝히고있다.또한‘Nachtpfauenauge’란단어는‘사투르니아’,우리나라학명으로는‘산누에나방과’라는뜻을갖기도한다.하지만“헤세가지은제목을최대한살려‘밤의공작’이란뜻과,아주예전엔나비와나방을‘여름새’라고부른것에착안해‘새’라는단어를붙였다.‘공작나방’이라는신비하고깊은이미지가,그림에서뿐만아니라제목에서도독자에게가닿길바라서”(‘옮긴이의말’에서)다.
첼러가말했듯이“위대한자화상의단편들”중하나인이작품에서‘공작나방’은굉장히중요한모티프이다.욕망과본능의대상인이드문동물은주인공하인리히의마음을완전히사로잡는다.이신비로운생명은하인리히에게경이와아름다움의상징이자,자신의비밀스러운내면을비추는거울과같다.천적을놀라게하기위해날개에새겨진이상야릇한네개의눈은감시와방어이면서,아이러니하게도매혹의이유이기도하다.영혼을흔들만큼빠져들게하고파괴적인세계가공작나방의날개에고대지도처럼새겨져있다.
“위대한자화상”이라는말은헤세뿐만아니라독자에게도해당된다.작품이거울이되어독자들의내면을비추고,삶의한조각을응시하도록이끌기때문이다.이작품은순수한본능과욕망,질투,죄책감,끝내가장소중한것을자신의손으로파괴하는소년의수치심과모멸감을매우가깝게느끼게한다.하인리히가파괴한것은어린시절의찬란하고순수한순간들이자어두운본능,즉양면적으로존재하는이둘모두이다.“한번망가뜨린것은되돌릴수없다”(본문에서)는것을깨닫고,자신의한부분을부셔서새롭게태어날준비를하는‘회복과성장’이고스란히담겨있다.“되돌릴수없”는건손쓸수없게된공작나방뿐만아니라,예전의나로돌아갈수없는소년의내면을말하기도한다.공작나방은이로써성장의통과의례가된다.이처럼멀고도깊은‘나’에서온이야기가바로『밤의공작새』이다.한윤아의추천사에서처럼“어린시절성장의의미를다른각도에서보고싶다면이이야기를꼭”읽어보길바란다.

‘이야기의겹’을더욱깊게완성시킨‘그림의눈’
오승민은이작품에서‘눈’에주목한다.‘그린이의말’에서도말했듯“『밤의공작새』의나비(나방)는정신분석학에서영혼·자기자신을상징하기때문에‘하인리히의눈,나방날개의눈,에밀의눈’을연결시키려고했”다.반복적으로그린눈동자이미지는숨겨진감정을드러내고,어떤대상을인식하게도,직면하게도하는역할을한다.그래서독자는작품에서표현된눈동자이미지를통해,오승민이창조한또다른‘공작나방날개의눈‘을보는것처럼이상야릇하고놀라운,의외의아름다움을경험할것이다.
이처럼본능을드러내는눈,간절한눈,혼란스러운눈,경멸하는눈,매혹하는눈,감시하는눈등우리가이작품에서느낄수있는상징적인눈의의미지가힘껏발휘되었다.오승민은“눈동자이미지를반복적”으로그렸다고했지만어느것하나똑같은‘눈’은없다.여기에서‘반복’은무엇인가꿰뚫어보고도달하여직면하게하는‘오승민이탄생시킨눈들’의의도된장치이다.그리고이의도는독자의눈과마음을압도한다.
그럼서사를이끄는그림의연결은어떠한가.액자식구성의묘미를살려현재와과거를구분짓는프레임을활용했다.현재의밤에서과거의낮으로장면이전환되는구간은마치영화를보는것처럼시간의흐름이뚝끊기지않고자연스럽게이어진다.프레임이확장되고색이바뀌면서새로운세계,환하고아름다우며순수한어린시절로가는길은초록빛으로찬란하다.그곳에하인리히가사랑한존재인나비가있다.하지만이세계에불청객이불쑥끼어든다.모범생이자지루한교사아들에밀이다.이때부터하인리히의밝고환한초록의세상은조금씩균열이일어난다.
그에밀이공작나방을잡았다는소문을들은뒤부터는아직보지못한공작나방날개의눈이하인리히에게계속따라붙는다.이때초록은물러가고어두운색이하인리히를지배한다.하지만이분법적인어둠과밝음의대비가아니다.공작나방을취했다가돌려놓을때오가는계단에서의불안한그림자,드디어대면한공작나방을바라보는하인리히의눈등다분히어둠이라고말할수없는미묘한영역을포착해“다른색과질감으로쌓아올려헤세의이야기를더욱깊게완성”(‘추천사’에서)시키고있다.한윤아가“이야기의세겹”이라고말한마지막부분은파괴로가는길이자성장의통과의례이다.오승민은이길을,이야기초반어른인하인리히가창턱에앉아과거를회상하는장면에서표현했던보라색과선들을다시소환해연결되도록했다.
클라이맥스인하인리히가종이띠를떼어내자모습을드러낸‘공작나방’의모습은실로굉장하다.사로잡힌다는표현은이럴때쓸수있을것이다.아마‘공작나방’을세밀히모사하는것으로그쳤다면이런표현은쓸수없다.공작나방에새겨진,의미를헤아릴수없는수많은무늬와선들은무의식속에자리한여러감정과경이와불안등아주오래전부터마음의흔적들이쌓인것처럼깊고깊게겹을이룬다.
오승민은이작품에서자기만의‘눈’을여실히보여준다.작가의그림에도눈이있다면아마이런모습이지않을까헤아려본다.이처럼헤르만헤세와오승민이만나그림책『밤의공작새』라는고전이새롭게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