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 생각을 이루어 주랴 1 (숙수념 | 양장본 Hardcover)

누가 이 생각을 이루어 주랴 1 (숙수념 | 양장본 Hardcover)

$35.00
Description
조선 선비의 유토피아,
그곳이 갖추어야 할 모든 것
조선의 형이상학을 그리다 - 글로 빚어낸 하나의 세계
이색적인 지식인 홍길주의 전무후무한 저술 『숙수념』의 국내 첫 완역본!

‘누가 이 생각을 이루어 줄까〔숙수념(孰遂念)〕’ - 의문형의 이 의미심장한 문장은 한 권의 책 이름이자, 책에서 그려지는 상상 속 세계의 이름이기도 하다.

“천 년 뒤의 장자요 사마천”이라는 평가를 받은 조선 후기의 빼어난 학자 홍길주(洪吉周, 1786~1841)의 저술 『숙수념』(1829)이 연세대학교 박무영 교수에 의해 국내 첫 완역되었다. 홍길주는 “기발한 발상과 절묘한 구성으로 마치 귀신이 얽어 놓은 듯 변화를 백출하면서 그 속에 사상 감정을 짙게 담아내는”, “근 몇백 년 사이에 없었던” 문장가로 불리던 이색적인 지식인이었다.
이 책 『누가 이 생각을 이루어 주랴』(전2권)는 지난 2006년 홍길주의 3부작 문집을 번역 출간(전6권)한 박무영 교수가 15년 만에 내놓은 역작으로(약 6,000매 분량의 번역문과 원문, 각주 약 2,500개), 홍길주가 꿈꾸었던, 나아가 조선 선비들이 염원했던 이상 세계가 마치 눈앞에 펼쳐지듯 정교하게 묘사되고 있다.

그렇다면 조선 선비들이 꿈꾸었던 유토피아, 그곳이 갖추어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
『숙수념』은 전체 16관(觀) 10념(念)과 「여는 관(肇觀)」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적인 책들이 ‘권(卷)/편(篇)’으로 구성된 것과 달리 이 책은 ‘관(觀)/념(念)’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데, “나의 생각일 뿐 실제는 없다.”라는 저자의 의도가 담긴 것이다.
「여는 관」은 〈일러두기〉와 〈조목별 개괄〉 〈보는 이들에 대한 경계〉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1ㆍ2관은 ‘공간’, 제3관은 ‘가정 운영’, 제5~7관은 ‘책’, 제8관은 ‘산업의 경영과 재물의 사용법’, 제9관은 ‘일상에서의 행동 지침’, 제10관은 ‘여가 생활’, 제11관은 ‘여행’, 제12~15관은 ‘학업’에 대한 생각이, 그리고 마지막 제16관인 「숙수념」은 ‘숙수념’ 자체에 대한 생각이 담겨 있다. 제16관은 전체의 결장(結章)이자, 마지막에 붙어 있는 서장(序章)이기도 하다.
저자

홍길주

洪吉周,1786~1841
조선후기,특히19세기한문학을대표하는문장가이다.자는헌중(憲仲)이고,호로는항해자(沆瀣子)ㆍ현산자(峴山子)ㆍ수일재(守一齋)등을사용했다.기발한발상과절묘한구성으로변화가백출하는개성적인문장을구사함으로써,박지원이후새롭고개성적인문학을추구하는문풍을계승한것으로평가된다.박지원의아류는아니어서,박지원ㆍ홍석주ㆍ정약용등18세기작가들의영향권에있었으나이들과는다른자신만의산문세계를개척하였다.조선후기대표적인문한벌열가인풍산홍씨(豊山洪氏)집안에서태어났으나,과거를통한입신을포기하고전업작가로살았다.저서로『현수갑고(峴首甲藁)』ㆍ『표롱을첨(縹礱乙㡨)』ㆍ『항해병함(沆瀣丙函)』의삼부작문집,「수여방필(睡餘放筆)」ㆍ「수여연필(睡餘演筆)」ㆍ「수여난필(睡餘瀾筆)」과「수여난필속(睡餘瀾筆續)」의삼부작필기인‘수여삼필(睡餘三筆)’,그리고『숙수념(孰遂念)』과편저인『서림일위(書林日緯)』가있다.

목차

머리말
해제-‘숙수념’이란공간,『숙수념』이라는책,‘숙수념’이란생각,그리고홍길주

여는관肇觀
原文
제1관갑甲.원거념상爰居念上
原文
제2관갑甲.원거념하爰居念下
原文
제3관을乙.각수념各授念
原文
제4관병丙.유질념有秩念
原文
제5관정丁.오거념상五車念上
原文
제6관정丁.오거념중五車念中
原文
제7관정丁.오거념하五車念下
原文
제8관무戊.삼사념三事念
原文

출판사 서평

홍길주가꿈꾸던상상의세계,‘숙수념’

‘상상의세계’로서의‘숙수념’은배산임수의지형에,온갖것이풍성하지만인간에게위해를가할요소는제거된완벽한자연조건에자리잡은별세계다.그한가운데자리잡은홍길주의저택은두개의별장과거대한원림이딸린,‘회랑과건물들이굽이굽이이어지는’대저택이다.많은구성원들에의해조직적으로운영되고,일상과사업이자족적으로영위되는공간인동시에,‘천여호의민가’와시혜와봉사로상호연결된,작은왕국과같은공간이다.
무엇보다도이곳은학술과문예의공간이다.수많은문사들이함께기거하면서,토론하고창작하고놀이하는모든일상적활동이새로운저술과창작,출판으로이어진다.또한저택바깥에위치한원림은거주공간의유가적현실성이도가적초월성으로바뀐아주사적인공간으로,‘숙수념’속에존재하지만종종인간계를벗어난초월적공간,혹은그초월적공간의‘그림자’다.환상속의환상공간인셈이다.

『숙수념』,‘상상의세계’에필요한모든종류의글이모여있는책

각종건축물을지었으니건물마다건물기(建物記)와상량문이있고,예론(禮論)에서논란이있는영당(影堂)을세웠으니영당에서지내는제사에대한논술[議]이있다.건물내부를채우는기물들의기물명(器物銘)이있으며,새로고안된기물에는그제도를설명하는도면과설명문도있다.
거대한도서관과출판소가있어서그곳의책에관해서도서술하며,책마다서문과발문이있고,‘작가의말’도있다.그런가하면앞으로의저술에대한기획안도있다.
한편,각자의직책을수행하는구성원들이준수할지침과훈계,즉‘잠(箴)’과‘계(誡)’가있고,각종의례가이곳사람들의삶에질서를부여한다.그러니의례의절차를명시한의례식(儀禮式)이나의식문도필요하며,학술과문예를함께하는공동체가이공간의핵심이니,일상의토론이나대화내용도기록되어야한다.
이곳을방문하는손님과함께하기위한문학게임의매뉴얼도있으며,저택안팎에서이루어지는교육과관련한,학업에대한훈계나지침,학업내용과학사일정에대한규정,공부시간표와필독서목록도들어있다.
그밖에삶에서빠질수없는‘여행’에관한세부지침,여행을기록하는데사용할투식,정신적유람을떠나는노정기(路程記)도있다.

수평적확산으로끝없이꼬리를물고미끄러지는‘교양세계’
관념과현실의경계가녹아서흐물흐물해지는‘환상공간’

『숙수념』에는정통한문학장르의글뿐아니라온갖장르의글이한데모여있다.판타지성격의글〔상상의노정기(路程記)인〈필유기(筆遊記)〉등〕,수학적저술〔『기하신설(幾何新說)』등〕,실용서식〔〈묘지식(墓誌式)〉등〕을비롯해게임매뉴얼성격의글〔「문원아희도보(文苑雅戱圖譜)」〕에이르기까지,학문과잡기,문예문과실용문,진지한창작과오락이뒤섞여배치되어있는것이다.
이처럼수록된글의장르가다양할뿐아니라,타인의글이나새로운창작기획도섞여있으며,단일저작전체가다른소품들과함께한자리에실려있기도한데,이러한형태의저술은기존의편찬관습에서는상상도할수없는것이었다.

이러한편집이산만함이아니라통일성을지닌저작으로성립가능한이유를,역자박무영교수는“본문의서술이공간의인접성을바탕으로진행되기때문”이라고해석한다.즉『숙수념』은기존문집의문체별분류를폐기하고대신주제별분류를선택해,공간적인접성에따라글들을배치한것이다.
‘숙수념’이일상의세부까지설계된하나의세계이기에,이틀안에서는어떠한글도이세계를구성하는세부로서로연결되며맥락을형성한다.역자는이러한『숙수념』서술의인접성원리를,‘수평적확산을지향하며,끝없이꼬리를물고옆으로미끄러지는교양세계’라고설명한다.

또역자는‘숙수념’이‘환상공간’이라면서,“책상과책꽂이사이에있는조그만틈으로들어가면나타나는제2세계”,“환몽소설들처럼현실과경계가모호한꿈의세계”라고말한다.그렇기때문에‘숙수념’안에서는“시간의선조적흐름이무시되기도하고,관념과현실의경계가녹아서흐물흐물해지는곳이생기고,관념이쌓여그정령(精靈)이실물로현현하는것도가능해진다.환상공간에서는세계의안으로도밖으로도여행이가능하다.”
‘숙수념’의이러한특성은아직지어지지않았거나영원히끝나지않을책의서문,틀로만존재해서원본을확정할수없는책의서문,실재와관념을자유롭게건너다니는여행기등기발한발상의글들이존재할수있는틀을제공한다.‘예측할수없는기발한발상’의기문(奇文)으로높은문학적평가를받는홍길주의글에딱맞는틀이라고도할수있다.

자기자리를찾지못한한지식인의슬픔과자의식

“항해자도어릴때는우주끝까지자유롭게다니고사방바다(四海)를타넘어건너려는뜻이있었다.자라자그것이불가능하다는것을스스로깨달았다.이윽고책을읽고수양해서,요ㆍ순ㆍ공자ㆍ맹자같은여러성인에필적하는사람이되고싶었다.좀뒤에는국가를보좌해서태평성대를이루고,이백성들을평화롭고밝은땅으로끌어올리고싶었다.……그뒤에는구름을타고비룡을몰며,노을을입고이슬을먹으며낭풍(?風)ㆍ대여(岱輿)어름으로날아올라해와달이[시든]이후까지도시들지않고싶었다.얼마뒤에는백가의기예를모두정교한경지에까지연구하고,천지사방의바깥까지빠짐없이널리따져서,위로는혼돈의이전까지,아래론끝없는후대에이르기까지모두명료하게보고싶었다.얼마되지않아이모든것이불가능하다는것을다시스스로깨닫게되었다.……[해서]붓을잡고서책에다쓰니,쌓여서십여만마디말이되었다.”
-『누가이생각을이루어주랴』「제16관계(癸).숙수념」중에서

‘숙수념’즉‘누가이생각을이루어주랴’라는명명은비극적인색채를지닌다.홍길주가『숙수념』에서‘관(觀)/념(念)’이라는명칭을사용한것도,‘제1관(觀)원거념(爰居念)’처럼‘관/념(觀念)’으로나란히놓이면,『숙수념』이관념일뿐이라는것을편마다강조하는결과가된다.이것은‘숙수념’이가상세계라는것을이야기하는것에그치지않는다.그리하여역자는홍길주의『숙수념』을이렇게해석한다.

“『숙수념』은세상에서자기기회를가질수없었던사람이마지막방법으로채택한것이다.그리하여공자의빈말이훗날경전이되어‘모든이들이’실현해야할목표가되었던것처럼,자신의『숙수념』도‘내오매불망의생각을이루어줄힘있는호사가’를만나서실현될날이있으려나기다린다고했다.그래서이책의이름이‘누가이생각을이루어주랴’이다.그러니이책제목은슬프다.당대에서자기자리를찾지못한한지식인의슬픔과자의식의표현이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