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의 달인이 되는 법 : 우리 말 어원 사전

말과 글의 달인이 되는 법 : 우리 말 어원 사전

$17.00
Description
“영어 단어는 어원까지 외워가며 공부하는데…”
국어학자 조항범 교수가 작심하고 쓴 우리말 어원 이야기

‘근본 없는’ 낱말은 없다!
알면 알수록 빠져드는 ‘말’들의 히스토리

왜 영어 단어는 어원까지 외워가며 공부하는데, 우리말 어원에 대해서는 그만큼의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걸까? 그래서 평생을 우리말 어원 연구에 바쳐온 국어학자 조항범 교수가 대중 독자를 위해 작심하고 이 책을 썼다.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어휘들은 어떻게 생겨 나게 되었을까? 그리고 그 말들은 지난 수십, 수백 년 동안 어떻게 변해왔을까? 우리 ‘말’들의 탄생과 소멸, 그 다채로운 히스토리를 흥미진진하게 엮어낸 책.

이 책은 우리 말글살이를 10개의 범주로 나눠, 200개의 낱말을 가려 뽑아 엮었다. 각 낱말의 어원뿐 아니라, 그와 유사한 친족 낱말의 어원까지 이해를 확장시킨다. 그 과정에서 당시 사람들의 세계관과 시대상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또한 사람들에게 잘못 알려진 근거 없는 어원설을 바로잡는 데도 공을 들였다. 알면 알수록 흥미로운, 우리말 어원의 그 신비롭고 무한한 세계로 들어가 보자.

저자

조항범

1958년청주출생으로동국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했다.서울대학교대학원에서석사와박사과정을수료했으며,현재충북대학교인문대학국어국문학과교수로재직하고있다.주요저서로는『국어친족어휘의통시적연구』(1996),『순천김씨언간주해』(1997),『선인들이전해준어원이야기』(2001),『예문으로익히는우리말어휘』(2003),『지명어원사전』(2005),『좋은글,좋은말을위한우리말활용사전』(2005),『그런,우리말은없다』(2005),『정말궁금한우리말100가지』(2009),『말이인격이다』(2009),『국어어원론』(2009)등이있다.

목차

서문

1장.친족과가족
가시버시:‘부부’를낮잡아이르는말도있다
겨레:‘친척’에서‘민족’으로
누나:오빠가여동생을‘누나’라고불렀다
동생:한배에서태어난사람
며느리:‘며느리’는적폐언어가아니다
어버이:‘부(父)’와‘모(母)’를지시하는단어가결합하다
언니:여자뿐만아니라남자에게도쓰였다
의붓아비:새아버지‘義父’,접두사가되어가는‘의붓-’
할배:‘할바’의지역방언형
할빠/할마:‘할아버지,할머니’가‘아빠,엄마’의역할을하다

2장.별난사람들
개구쟁이:짓궂은아이는개궂다
개차반:‘개’의밥은똥이다
고바우:흔한남자이름,‘바우’
깡패:‘깡패’는‘갱(gang)’인가?
꺼벙이:꿩의어린새끼는꺼벙해보인다
꼴통:골수를담는통
꽃제비:정처없이떠도는고단한삶
나부랭이:나불나불,하찮게날리는것들
놈팡이:‘놈’보다더형편없는놈
등신:사람형상의신,‘등신’은어리석지않다
또라이:머리가돌처럼굳다
벽창호:평안도벽동과창성의소는크고억세다
병신:‘병든몸’,‘병신’은어쩌다욕이되었나
불쌍놈:고약하고나쁜,‘쌍놈중의쌍놈’
빨갱이:‘빨간깃발’에서‘공산주의자’로
숙맥:‘콩’과‘보리’는서로다른곡물
얌생이:염소를이용한도둑질은얌체짓이다
얌체:‘얌체’는염치를모른다
양아치:‘거지’와‘양아치’는한족속
얼간이:약간절인간은부족하고모자라다
우두머리:‘머리’가된(爲頭)‘머리’?
졸개:‘졸’로보이면‘졸개’가된다
쪼다:영화<벤허>의주인공인가,뒷골목의은어인가
호구:‘호랑이의아가리’에들어가면살아남지못한다
화냥:‘고향’으로돌아온여자가아니다

3장.음식과과일
갈매기살:‘가로막살(횡격막살)’이갈매기살이된연유
개장국:‘개장국’은이제설땅이없다
곶감:‘감’을꼬챙이에꽂아말리면‘곶감’이된다
김치:절인채소,‘딤?’에서온말
단무지:‘다꾸앙’을대체한,달콤한‘무지’
돈저냐:‘돈’처럼작고동그란전,동그랑땡
불고기:평안도사람들이즐긴,불에구운고기
비빔밥:부비고비빈,한그릇밥
빈대떡:‘전’을‘떡’이라하고,‘떡’에‘빈대’를붙인이유는?
삼겹살:‘삼겹’이아니라‘세겹’이다
새알심:동짓날팥죽한그릇에담긴,새알같은덩이
송편:솔잎위에찐귀한떡
수박:여름과일의제왕,물많은박
수육:삶아익힌쇠고기,‘熟肉(숙육)’에서‘수육’으로
수제비:‘손’으로떼어만드는음식인가?
양념:‘약’에서‘약념’,다시‘양념’으로
외톨밤:밤송이안에밤톨하나,육백년전의‘외트리밤’
제육볶음:돼지고기,‘저육(?肉)’으로만든음식
짬밥:‘잔반(殘飯)’이‘잔밥’을거쳐‘짠밥’으로
찌개:찌지개,지지개,지짐이…아무튼‘지지는’음식
청국장:‘청국장’은청나라와무관하다

4장.문화와전통과생활
가위바위보:‘가위’와‘바위’와‘보자기’의위력
가짜/짝퉁:‘가짜’가판치니모조언어도늘어난다
까치설:까치는설을쇠지않는다
깡통:‘캔(can)’이‘깡’이된연유
냄비:조선시대에일본어에서들어온말
누비:천여년전에중국에서들어온겨울패딩
도떼기:물건을돗자리째사고팔다
도시락:‘밥고리’의후예
말모이:말을모아정리하면‘사전’이된다
보리윷:윷놀이에서도천대받는보리의신세
사다리:바큇살,부챗살처럼‘살’이달린다리
수저:숟가락과젓가락
숟가락:‘숫가락’으로표기하는것이맞다
쌈짓돈:쌈지에든적은돈이지만내맘대로쓴다
썰매:눈위를달리는말
안성맞춤:안성장인에게맞춘놋그릇이최고다
어깃장:문짝에어긋나게붙인막대기
오지랖:겉옷앞자락의폭은적당해야한다
한가위:한달의가운데인보름중에서가장큰보름
한글:한글은‘조선의글’이다
행주치마:‘행주’는행주대첩과는무관한,부엌살림의필수품
허수아비:가을들판의가짜남자어른,‘헛아비’
헹가래:축하할때도벌줄때도,헤엄치듯가래질

5장.공간과지명
가두리:‘가두리’는가두는곳이아니다
나들목:나고드는길목,본래는지명
난장판:조선시대과거장도,현대의정치판도난장판
노다지:‘노터치(notouch)’설은근거없는민간어원
논산:그산에는논이있다
독도:외로운섬이아니라,돌로된섬
뒤안길:뒤꼍장독대로이어지는좁다란길
말죽거리:전국곳곳에말에게죽을먹이던거리가있었다
민둥산:아무것도없는,황폐한동산(童山)
선술집:서서술을마시는술집
쑥대밭:쑥이한번번지면온통쑥대밭이된다
아우내:두개의물줄기를아우른내
오솔길:호젓하고좁은길
올레길:거리에서대문으로통하는좁은길,‘오래’의흔적
짱깨집:중국음식이나짜장면을파는집
판문점:판문점에는‘널문다리’가있다

6장.자연과날씨와시간
가마솥더위:한번달구어지면열기가후끈한가마솥과같은
고드름:곧게뻗은‘곧얼음’인가,꼬챙이처럼뾰족한‘곶얼음’인가
곰팡이:‘곰’이라는곰팡이가피다
까치놀:까치를닮은너울,‘까치놀’은노을이아니라파도
나이:주격형이명사로굳어지다
만날:‘백날’,‘천날’이있으면‘만날’도있다
메아리:산(뫼)에사는정령
무더위:푹푹찌지만‘물더위’는아니다
미리:민값(선금),민빚(외상),민며느리,민사위…
사흘:셋은사흘,넷은나흘
소나기:몹시(쇠)내리는비
우레:하늘이우는가,소리치는가
장마/장맛비:오랫동안내리는비또는그런현상
애시당초:‘애시’와‘당초’는비슷한말
올해:‘지난’과‘오는’사이,‘올’의정체는불분명하다

7장.짐승과새와물고기
고슴도치:가시와같은털이있는,돼지(돝)를닮은짐승
과메기:‘관목(貫目)’에서‘과메기’로
기러기:‘그력그력’우는새
꽃게:꽃을닮은게가아니라,꼬챙이(곶)가있는게
나방:‘나비’를통해새롭게만들어진말
넙치:넓적한물고기,‘광어(廣魚)’에밀려난‘넙치’
도루묵:‘도로묵이라고불러라’는근거없는민간어원
두더지:이리저리잘뒤지는,쥐닮은짐승
따오기:‘다왁다왁’우는새
딱따구리:딱딱소리를내며우는새
말똥구리:말똥을굴리며사는곤충
말미잘:말(馬)의항문(미주알)을닮은생물
미꾸라지:미끄러운작은것
박쥐:박쥐는정말‘눈이밝은쥐’일까
방아깨비:방아를찧는곤충
버마재비:‘범’의아류인곤충
비둘기:‘닭’의한종류인새
살쾡이:고양이를닮은삵
삽살개:긴털로덮여있는개
스라소니:못생긴호랑이?여진어‘시라순’에서온말
쓰르라미:‘쓰를쓰를’우는매미
얼룩빼기:‘얼룩박이’황소는칡소가아니다
염소:작지만소와닮은짐승
잔나비:한반도에살았던잿빛원숭이
조랑말:제주에는아주작은(조랑)말이산다
청설모:청설모는본래‘청서(靑鼠)의털’이다
크낙새:골락골락우는‘골락새’,클락클락우는‘클락새’
호랑이:범과이리,‘호랑’에서이리가사라지다

8장.풀과나무
가문비나무:‘검은비자나무’인가,‘검은껍질의나무’인가
개나리:풀에도‘개나리’가있다
고구마:‘고구마’는일본어차용어다
괴불나무/괴좆나무:고양이불알을닮은열매
나도밤나무/너도밤나무:‘너도나도’밤나무를닮았다
담쟁이:담장을타고올라가는나무
모과:나무에달리는참외,‘목과(木瓜)’
무궁화:‘무궁화’는중국어에서온말이다
물푸레나무:물을푸르게하는나무
박태기나무:밥알(밥태기)과같은꽃이피는나무
배롱나무:100일동안붉은꽃,‘백일홍(百日紅)’에서‘배롱’으로
시금치:붉은뿌리의채소,중국어‘赤根菜(치근차이)’에서온말
억새:‘억새’는억센풀이아니다
엄나무:엄니모양의가시를품은나무
옥수수:옥구슬같이동글동글한알맹이가맺히다
이팝나무:쌀밥같은꽃이피는나무
찔레:배처럼둥근열매가달린다
함박꽃:큰박처럼탐스러운꽃이핀다

9장.육체와정신,생리와질병과죽음
감질나다:‘감질(疳疾)’이라는병이나면자꾸먹고싶어진다
고뿔:감기에걸리면코에서불이난다
골로가다:사람이죽으면깊은골(골짜기)에묻힌다
곱창:지방성분으로이루어진창자
기침:지금은쓰이지않는동사‘깇다’가있었다
꼬락서니:꼴이말이아니면‘꼬락서니’가된다
뒈지다:뒤집어지면죽을수도있다
맨발:아무것도없는‘맨-’과‘민-’
사랑:오랫동안생각하면사랑이싹튼다
손님:손님처럼정중히모셔야할병,‘천연두’
쓸개:맛이써서‘쓸개’가아니다
어이없다:정신이없으면어이가없어진다
얼:쓸개가빠지면얼빠진사람이된다
얼굴:얼굴은‘얼’을담은그릇이아니다
염병할:전염병에대한공포와혐오
콩팥:콩을닮은모양,팥을닮은색깔
학을떼다:‘학질’이라는무시무시한병에서벗어나기

10장.말과행위,상황과심리
감쪽같다:감나무에접을붙인것처럼흔적이없다
개판:승부가나지않으면다시하게되는판
꼬치꼬치:꼬챙이처럼뾰족하고날카로운
꼴불견:외양은우스워도내면은충실해야
꼼수:작고얕은수는소용없다
꿀밤:굴참나무에달리는밤톨같은열매
낙동강:오리알어미품을벗어난오리알
노가리:명태는한꺼번에수많은알을깐다
뗑깡:‘간질’을뜻하는,일본어잔재
말썽:‘말’에도모양새가있다
부랴부랴:“불이야!불이야!”
뻘쭘하다:틈이벌어지면난감하고머쓱해진다
삿대질:삿대를저어배를밀고나가듯
설거지:수습하고정리하는일
싸가지:막땅을뚫고나온싹을보면앞날을알수있다
안달복달:안이달고(조급해지고),또달다
여쭙다:나는선생님께여쭙고,선생님은나에게물으셨다
영문:조선시대감영의문은언제열리는지알수없었다
을씨년스럽다:심한기근이들었던‘을사년’의공포
이판사판:불교용어‘이판(理判)’과‘사판(事判)’이결합하면?
일본새:일에도모양새가있다
점잖다:젊지않으니의젓하다
조촐하다:깨끗해야조촐해진다
주책:줏대있는판단력,‘주착(主着)’에서온말
줄행랑:줄지어있는행랑이‘도망’의뜻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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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아주색다른우리말공부!
에세이처럼읽고,사전처럼활용하는200가지어원이야기

‘말’이란마치살아있는생명체와도같이탄생과소멸,변천의과정을겪는다.그리고그과정에서당시사람들의세계관과시대상이자연스럽게반영될수밖에없다.이를테면가족호칭중‘누나’라는말은19세기이후문헌에나나타나는새낱말인데,초기에는지금과달리손위는물론이고손아래누이(여동생)도모두‘누나’라불렀다고한다.이러한호칭법은20세기초까지도이어졌으나현재는적용범위가축소된것인데,손아랫사람에대한예법이퇴색하면서‘누나’라는말에도의미변화가일어난것이다.또한‘동생’과‘아우’도원래는서로다른개념이었는데,‘동생’(同生)은16세기에는한자뜻그대로‘함께태어난’이라는의미였다.그래서‘동생아우’라하면‘한배에서태어난아우’곧‘친아우’를가리켰고,‘동생형’이라하면‘한배에서태어난형’곧‘친형’을가리켰다.
이외에도몇가지흥미로운대목들을소개한다.

★사람형상의신,‘등신’은어리석지않다
‘等(등)’이‘같다’의뜻이므로‘等神(등신)’은‘신과같음’의뜻을함축한다.실제‘등신’은사람과같은형상으로만들어놓은신상(神像)을가리킨다.이를‘등상(等像)’이라고도한다.따라서‘등신’은처음에는인간의능력으로할수없는일을해내는‘귀신’과비슷한뜻으로쓰였던것으로보인다.
“광목이처음나타났을때,너무넓어서어머니가「이건사람이못짜.등신이짜지」라고하시던기억이난다”(문익환,《죽음을살자》,1986)에서보듯실제그와같은의미로쓰인‘등신’이발견되기도한다.이글에서“이건사람이못짜.등신이짜지”는문익환목사의모친인김신묵(1895~1990)여사의육성진술인데,그렇다면적어도이분의고향인함경북도에서는20세기의얼마간까지도‘등신’이긍정적의미로쓰였다고볼수있다.김신묵여사의육성에섞여있는‘등신’은그어원을밝혀줄수있는아주진귀한예다.
그런데현재‘등신’은본래의긍정적의미를잃고‘몹시어리석은사람’이라는부정적의미로만쓰인다.그사이에심각한의미변화가일어난것인데,아마도‘등신’이나무,돌,흙등으로만들어진,실체가없는사람의형상이라는점이크게작용한결과로이해된다.실체가없는우상(偶像)에는감정이나생각,의지,능력이없다.이는사람으로치면‘어리석은사람’에해당한다.“당신이그것을모른다고하면그야말로등신이지요”(민태원,《무쇠탈》,1923)에쓰인‘등신’이바로그러한것이다.
‘등신’은“등신같은놈!”에서보듯욕을만드는데도이용된다.또한“야,이등신아!”에서보듯직접욕으로도쓰인다.‘비어(卑語)’가‘욕설’로바뀐예다.(본문58쪽:등신)

★깡통,‘캔(can)’이‘깡’이된연유
‘깡통’은외국에서들어온물품이다.깡통이언제우리나라에들어왔는지는정확히알수없으나《조선일보》1926년7월14일자의“트레머리만하여도신녀성이오깡통치마만입어도신녀성이라”에나오는‘깡통치마(개화기에입던,깡통모양의일자형한복통치마)’를참고하면,이것이적어도1920년대에는국내에들어와있었고,또같은시기에‘깡통’이라는말도쓰였음을알수있다.‘깡통’이라는말이광복이후쓰였다는주장이있으나1926년의‘깡통치마’로써이러한주장은잘못된것임이드러난다.(…)
‘깡통’의어원에대해서는몇가지설이있다.첫째는빈양철통을두드릴때나는소리인‘깡’과한자어‘통(桶,물같은것을담는나무그릇)’이결합된어형으로보는것이다.(…)둘째는영어‘캔(can)’에서변한‘깡’과한자어‘통(筒,둥글고긴동강으로서속이빈물건)’이결합된어형으로보는것이다.(…)셋째는영어‘캔(can)’에대한일본어‘간(かん)’을국어가‘깡’으로받아들인뒤그것과‘통(筒)’을결합한어형으로보는것이다.(본문142쪽:깡통)

★헹가래,축하할때도벌줄때도헤엄치듯가래질
‘헹가래’를치는모습은운동경기장에서흔히목격된다.우승을축하하는표시로선수들이감독이나후원자를번쩍들어위로던져올렸다받았다하기를반복한다.이는전형적인서구식헹가래방식이다.
우리의전통적헹가래는이와달랐다.기쁘고좋은일이있을때축하하기위해서뿐만아니라잘못이있을때벌을주기위해서도헹가래를쳤는데,위로던져올렸다내렸다하는것이아니라네활개를번쩍들어앞뒤로내밀었다들이켰다했다.헹가래를치는의도나방식이서구식헹가래의그것과는사뭇달랐던것이다.(…)‘헹가래’는근대국어‘헤염가래’가‘헴가래’를거쳐나온어형이다.‘헤염가래’의‘헤염’은지금의‘헤엄’이며,‘가래’는지금의‘가래(흙을파헤치거나떠서던지는기구)’다.‘헹가래’를지시하는단어를만드는데‘가래’를이용한것은앞뒤로내밀었다들이켰다하는‘헹가래’행위가밀었다들였다를반복하는‘가래질’동작과유사하기때문이다.그리고‘헤염(헤엄)’을이용한것은네활개를잡힌채벗어나려고발버둥치는행위가손발을이용하여물속을헤집는행위와유사하기때문이다.(본문180쪽:헹가래)

★외로운섬이아니라,돌로된섬‘독도’
개개의사람마다이름이있듯,각각의땅에도이름이있다.이것이바로‘땅이름(지명)’이다.그리고사람의이름을짓는데어떤원칙이있듯,땅의이름을짓는데도어떤근거가있다.그근거를찾으면특정지명의유래는쉽게드러나지만,그렇지못하면그것은오리무중이된다.
그럼울릉도동남쪽에위치한‘독도’의경우는어떠한가?이섬이망망대해에외롭게떠있기에‘홀로獨(독)’자를써서‘獨島(독도)’라명명(命名)한것으로쉽게생각할수있으나,외롭게떠있다는점이명명의근거가될수는없다.지명은그렇게낭만적이거나시적(詩的)으로만들어지지않는다.
울릉도현지주민들은‘독섬,돌섬’이라는고유어이름에익숙하다.‘독섬’의‘독’은‘石(석)’의뜻이어서‘독섬’은‘돌섬’과같이‘돌로된섬’이라는뜻이다.지금도전남과경남의일부지역에서는‘돌’을‘독’이라하고,‘돌로된섬’을‘독섬’이라부른다.일설에조선조말울릉도로이주한호남사람들이울릉도와인접한돌로된이섬을자기지역말로‘독섬’이라불렀다고한다.
‘獨島(독도)’는‘독섬’을한자화하는과정에서나온이차적지명이다.‘독’이‘石(석)’을뜻한다는사실을인식하지못한채그저음이같은한자‘獨(독)’을대응하여‘獨島(독도)’라한것이다.‘獨島’는1904년문헌에처음보인다.한편‘독’에대한어원정보를유지한상태에서‘독섬’을한자화하면‘石島(석도)’가된다.‘石島’는대한제국〈관보(官
報)〉(1900)에실려있어그권위가느껴진다.고유어지명‘독섬’이‘石島(석도)’를거쳐‘獨島(독도)’로한자화하는과정은고유어지명‘한여울(큰여울)’이‘大灘(대탄)’을거쳐‘漢灘(한탄)’으로한자화하는과정과일치하여의심의여지가없다.
이로보면적어도20세기를전후한시기에는섬의이름으로‘독섬,석도(石島),독도(獨島)’가함께쓰였음을알수있다.이가운데‘독도(獨島)’가세력을잡아공식명칭이된것이다.(본문194쪽:독도)

★말미잘,말[馬]의항문(미주알)을닮은생물
‘말미잘’의외양은어떠한가?몸은원통이고,몸끝에왕관모양의화려한촉수가뻗어있으며,입과항문이하나로되어있다.곧몸의구조가단순하고원시적이어서몹시흉측한모습이다.그래서붕장어를잡으려고바다에던져둔주낙에걸려올라오면재수없다고걸리는족족버렸다.(…)
‘말미잘’이라는말은1950년대이후문헌에서야발견되나일찍부터쓰였을것이다.사전으로는《국어대사전》(1961)에처음올라있다.‘말미잘’은‘말미주알’에서줄어든어형으로추정된다.여기서‘미주알’은‘항문을이루는창자의끝부분’을가리킨다.이를‘밑살’이라고도하는데,그저‘항문’으로이해하면된다.‘미주알고주알’의‘미주알’도그와같은것이다.
‘말미주알’의‘말’은동물‘말(馬)’을가리킨다.(…)그렇다면‘말미주알’은‘말의항문’으로해석되며,‘말미주알’에서줄어든‘말미잘’또한그러하다.‘말미잘’의구반(口盤)가운데있는입(또는항문)이마치‘말의항문’과같은모습이어서‘말’과‘미주알’을이용하여그명칭을만든것이다.방언형‘말똥구녁(전남),말똥구먹(전남)’은이러한사실을강력히뒷받침한다.사물을얼마나예리하게관찰했으면바다에사는자포동물(刺胞動物)의명칭을‘말의항문’을끌어들여만들었을까감탄할뿐이다.(본문272쪽:말미잘)

★염병할,전염병에대한공포와혐오
‘염병’은한자어‘染病’이다.‘染病(염병)’의글자그대로의뜻은‘전염성이있는병’이다.곧‘돌림병,전염병’과같은말이다.요즘창궐하는코로나19는현대판염병이라할만하다.염병은특별히장티푸스를가리키기도한다.예전에가장흔하고무서운돌림병이장티푸스였기때문에‘돌림병’을지시하는‘염병’이그러한특수한의미를덤으로얻은것이다.장티푸스를앓는사람을낮잡아‘염병쟁이’라고한다.
장티푸스는티푸스균이창자에들어가일으키는급성감염병이다.치료약이없던시절에는이병에한번걸리면고열과설사에시달리다비참하게죽었다.그리고이병은전염성이강하여삽시간에주변사람들에게옮겨가마을전체를죽음으로내몰았다.그러므로이병에대한두려움이나공포,혐오감이얼마나컸을까짐작이간다.‘몹시심하게쓰는떼’를‘염병떼’라하는데,이로써도‘염병’이얼마나무섭고치명적인병이었는지짐작할수있다.
이병에대한혐오감이‘염병’을이용한‘염병할놈’,‘염병에땀을못낼놈’,‘염병할’등과같은심한욕까지만들어냈다.(…)‘염병할’은좀특별하다.특정상대를미워하고저주하는욕이아니라마음에들지않아매우못마땅한상황을한탄하는넋두리같은욕이기때문이다.“염병할,왜이렇게무거워!”에서‘염병할’의욕으로서의기능이잘드러난다.
‘염병할’은‘염병할놈’에서후행하는‘놈’이생략되어만들어진욕이다.‘오라질놈’,‘오사랄놈’,‘육시랄놈’,‘떡을할놈’에서후행요소‘놈’이생략되어‘오라질’,‘오사랄’,‘육시랄’,‘떡을할’이라는욕이만들어지듯,‘염병할놈’에서‘놈’이생략되어‘염병할’이라는욕이만들어지는것은자연스럽다.
여기서대단히흥미로운점은특정상대를저주하는욕에서후행요소‘놈’이생략되면특정상황을한탄하는욕으로기능이전환된다는것이다.이정도면우리말욕의생성도규칙적이라할만하다.이런규칙을찾아내는것도우리말을공부하는작은즐거움이아닌가한다.(본문374쪽:염병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