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미친 바보 : 조선의 독서광 이덕무 산문선

책에 미친 바보 : 조선의 독서광 이덕무 산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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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조선 후기 최고의 지성, 최고의 문장,
간서치 이덕무 산문의 결정판!

평생 2만 권의 책을 읽은 조선 최고의 독서가 이덕무,
산문에서 편지까지, 책과 벗과 삶과 세상을 말하다

이덕무 산문의 결정판

조선 후기 대표적인 지성 이덕무(李德懋, 1741~1793)의 소품 산문 59편을 가려 뽑아 번역하고 평설을 붙인 이덕무 산문선집. 「이덕무 초기 산문의 공안파 수용양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권정원 부산대 점필재연구소 전임연구원이 글을 엄선, 번역하고, 평설과 해설을 썼다.
조선 후기 서얼 출신의 학자이자 문인인 이덕무는 박지원ㆍ박제가 등과 교유했던 연암 일파의 일원으로, 박지원은 그를 “세상 모든 일의 옳고 그름, 성공과 실패, 시대마다 문장의 고아함과 방일함, 순수함과 비순수함에 대해 저울로 재듯이 분명하게 했으니, 천하에 남다른 안목을 지닌 사람이라 하겠다.”고 평한 바 있다. 이덕무 문학의 정수는 단연 소품문으로, 짤막한 산문에 담긴 그의 시선과 사유는 시대를 넘어 오늘날에도 큰 울림을 준다.

저자

이덕무

영조17년에태어나정조17년까지활약한조선후기문장가이자대표적인북학파실학자.호는청장관(靑莊館),형암(炯菴),아정(雅亭),선귤헌(蟬橘軒),영처(?處),간서치(看書癡)외다수가있다.서얼출신으로어릴때부터병약하고가난해정규교육을거의받지못했으나가학과독서로학문을갈고닦았다.당대최고지성인박지원,홍대용,박제가,유득공과교류하면서'위대한백년'이라불리는18세기조선의문예부흥기를주도했다.아이같은천진하고순수한감정을중시한독창적인글쓰기철학을바탕으로조선의진경을담아낸수많은진경시와산문,동아시아삼국시문을다룬문예비평서『청비록(淸脾錄)』,18세기일본사회제도와문화를심층연구한『청령국지(??國志)』,조선고유의풍속을정리한백과사전적연구서『앙엽기(?葉記)』,그밖에『사소절(士小節)』,「열상방언(冽上方言)」등다양한분야의글을남겼다.
특히개성을강조한자유로운문장은멀리중국에서까지인정받았으며,규장각검서관으로발탁된이후국왕정조가열었던시경연에서도여러번장원을차지했다.1792년이덕무와박지원을위시한개성적인문체를금지해야한다는주장이조정을휩쓴문체반정에휘말렸음에도,사후국가적차원에서유고집『아정유고(雅亭遺稿)』가간행될만큼대문장가로인정받았다.아들이광규가편집한전집으로『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가있다.사회적틀을전복시키고새로운가치를추구하는데거리낌없던이덕무의문장론과철학,초지일관소신을지킨강직한삶의자세는오늘날우리가추구해야할진정한인문학적가치가무엇인지일깨워준다.

“청장(靑莊)은해오라기의별명이다.이새는강이나호수에사는데,먹이를뒤쫓지않고제앞을지나가는물고기만쪼아먹는다.그래서신천옹(信天翁)이라고도한다.이덕무가청장을자신의호로삼은것은이때문이다.”
―박지원,『연암집』,〈형암행장〉중에서

목차

옮긴이의서문―시대를초월하는공감,감수성으로말하다

①책에미친바보
책에미친바보
내이름에담긴뜻
나에대하여
한가로움에대하여
오활함에대하여
내가팔분(八分)을추구하는이유
문장의바탕은영처심
좋은문장은효도에서비롯된다
벽옥란(碧玉欄)―선비와군자가지켜야할세가지덕목
박제가문집에써준글―시대마다시가다르고사람마다시가다르다
내제박종산의원고에써준글
벗정수의시집에써준글―나만알아주는시
『기년아람』출간에부쳐
야뇌,백동수라는사람
잘못을아는지혜
배우는일보다더당연한것은없다
『고문선』은꼭읽어야한다
심계의글을읽고서
「골계전」을읽고나서

②복숭아나무그늘아래에서
까치가집을짓기에
고상한기예
복숭아나무그늘아래에서
묵은해를보내는마음
사랑하는누이를보내며
벗,서사화를애도하며―친구,어찌대답이없는가
눈덮인칠십리길을지나며
황해도를여행하며

③나를경계하며
서쪽문위에써둔글
어둠속에서갈고닦아야
스스로를경계하며
선귤헌의가르침
나를경계하며1
나를경계하며2
선귤당에서크게웃으며

④듣고보고말하고느낀것들
나,이덕무는
가난한선비의겨울나기
내가책을읽는이유
책벌레만도못해서야
참된문장을쓰려면
하늘이만물을생겨나게할때
동심의세계
사람은누구나자신만의문장하나를가슴속에담고있다

⑤벗들과의대화
이광석에게1
이광석에게2
이광석에게3
이광석에게4
이광석에게5
윤가기에게1
윤가기에게2
성대중에게
유득공에게
백동수에게
정수에게
서이수에게
이서구에게1
이서구에게2
이서구에게3
박제가에게1
박제가에게2

해설―이덕무,사소한것의아름다움을알았던……

출판사 서평

이덕무를이해하는3가지키워드―간서치?소품?박학

간서치(看書痴)―이덕무는스스로를간서치즉‘책에미친바보’라부르고,자신이거처하던곳을‘구서재(九書齋)’라이름붙일만큼독서를좋아했다.평생그가읽은책은2만권이넘었다고한다.
소품(小品)―소품은짧고감성적인산문을일컫는다.조선후기에유행했던소품문은중국명나라말기문단의영향을받은것이다.이덕무문학의정수는소품문으로,이책을읽으면이덕무문학의정수를접할뿐아니라,18세기조선의최신문장을감상할수있다.
박학(博學)―박학은학식이넓은것을말하는데,이는전적으로독서의결과이다.조선후기에는명말청초의문집이대량유입되면서새로운문풍과학풍의변화가일어났다.그리고이러한변화에가장예민하게반응했던인물중하나가이덕무였다.

책에미친바보,이덕무

“어릴때부터스물한살이될때까지하루도옛책을손에서놓은적이없었다.그의방은매우작았지만,그래도동쪽·서쪽·남쪽삼면에창이있어동쪽에서서쪽으로해가는방향을따라빛을받아가며책을읽었다.행여지금까지보지못했던책을보면문득기뻐서웃고는했기에,집안사람들누구나그가웃는모습을보면기이한책을얻은줄알았다.”

이책첫머리에실려있는「책에미친바보」의한대목으로,이글은이덕무가독서를좋아하는자신을대상화하여쓴짧은전기이다.그의독서취향은분야를가리지않았다.경서,제자백가,고금의역사와문물제도,음운학,문자학,역대문집,의서와농서,그리고사물의이름이나법식,수량과관련된학문까지그야말로다방면에걸친독서였다.이덕무는평생손에서책을놓지않았다고하는데,눈병이나서괴로울때조차실눈을뜨고서라도기어이책을보았고,한겨울추위에얼어죽을지경이되어도손에서책을놓지않았다.여행을갈때도반드시책을들고다녔으며,주막에서나배에서나장소를가리지않고읽었다.심지어는종이와벼루,붓,먹까지싸가지고다니면서기이한말이나이상한이야기를들으면즉시기록했다.그가베껴둔책만도수백권에이르렀다고한다.한편,그는「내가책을읽는이유」라는글에서다음과같이말하기도했다.

“감당할수없을만큼의슬픔이밀려와사방을둘러봐도막막하기만할때에는그저땅을뚫고들어가고싶을뿐,살고싶은마음이조금도없다.하지만다행스럽게도내게는두눈이있고글자를알기에한권의책을들고마음을위로하면잠시뒤에는억눌리고무너졌던마음이조금진정된다.”

흔히지식을구하기위해,교양을쌓기위해,시간을때우기위해,취미삼아독서를하지만,이덕무는“감당할수없을만큼의슬픔이밀려와사방을둘러봐도막막하기만할때”도책을읽었고,그렇게하면마음을진정시킬수있었다.그의인생이‘책읽기’자체였음을대변해주는대목이다.

지극히소소하고반짝이는것들에관한이야기

“난새처럼멈추고고니처럼그치며봉황의깃털처럼아름다운풍채길이전하기를,곰이나무에오를때나무를잡아당기듯,새가목을펴서먹이를먹듯,닭둥지속의늙은이처럼오래오래살기를진심으로바라노라.”

1759년열아홉살의이덕무는외삼촌박순원의집에머물고있었다.그곳에는큰수유나무가있었는데,마침까치가그위에집을짓다가날아가버리고돌아오지않았다.외삼촌은이덕무에게상량문을지으면까치가다시와서마저집을짓지않겠냐며까치집을위한상량문을쓸것을권했다.그렇게해서지어진글「까치가집을짓기에」에서이덕무는까치에게이런축원의말을한것이다.까치는이덕무의글을기다렸을까?이덕무가글을짓자까치는이내돌아와집을완성했다고한다.까치집을위해지은상량문은그발상만으로도재미있지만,얼결에쓴글임에도이덕무의글솜씨와박학함이그대로배어있다.
이처럼대단한가르침이나훌륭한인생의지침이있는글은아니더라도,이덕무는인간과자연의희로애락을애써감추지않고자신이보는세상을있는그대로드러내었다.다음글에서우리는지극히소소한것들에대한이덕무의관심과애정을엿볼수있으며,그의문학의정수는바로이와같은소품문에서확인된다.

“지극히가늘고지극히미미한것이지만그속에는너무도오묘하고너무도무궁한조화가있다.그러니높고넓은하늘과땅,가고오는옛날과지금도잘관찰하면또한장관이고기이하지않은것이없다.”―「참된문장을쓰려면」중에서

스스로를경계하다

“마음이란서쪽으로몰아가면서쪽으로쏠리고,동쪽으로몰아가면동쪽으로쏠린다.그래서이익을좇으면이익을따르게되고,의리를좇으면의리를따르게된다.그러므로쏠리고따르는것모두그처음을조심해야한다.”

이덕무가열여덟살이었던1758년을보내면서그때그때남긴기록중하나인「나를경계하며1」의한대목이다.이덕무는박지원,박제가같은이들과는달리문명적측면보다인간적측면에서그실제가치를찾고자노력했다.그것은이덕무가철저한유학정신의소유자이자실천가였기때문이다.그러므로이덕무는유학에서제시한덕목을삶의참된가치로인식했고,자기수양을동반한도덕적덕목을끊임없이실천하면서삶의진정한의미를찾고자했다.

깊은사색에서길어올린반짝이는글―‘이덕무의문장’20선수록

이책에는59편산문중에서특히빛나는대목20개를가려뽑아‘이덕무의문장’20선을수록했다.이것만읽어도이덕무의문장,생각,사람됨을잘알수있다.

“이익과욕심에대해말하면기운이빠지고,산림(山林)에대해말하면정신이맑아진다.문장에대해말하면마음이즐겁고,도학(道學)에대해말하면뜻이정돈된다.”

“시대마다각기시가다르고사람마다각기시가다르니,시는남의것을답습해서는안된다.답습한시는군더더기시일뿐이다.”

“잘못을하기는쉽지만,잘못을알기는어렵습니다.잘못을알기는쉽지만,잘못을진실로알기는어렵습니다.잘못을진실로알기는쉽지만,잘못을제거하기는어렵습니다.잘못을제거하기는쉽지만,잘못을진실로제거하기는어렵습니다.”

“마음에조바심과망령됨을갖지말자.오래지나면꽃이피리라.입에거칠고속된말을담지말자.오래지나면향기가나리라.”

“하늘과땅사이에서가장아까운것은세월이며정신이다.세월은끝이없지만정신은한계가있다.세월을헛되이보내고정신을모조리소모해버리면,다시는수습할수없다.”

옛글이지만오늘날에도큰울림을주는것을‘고전’이라한다.이덕무의글역시21세기를살아가는우리에게큰공감을일으킨다.성인의거창한말씀은아닐지라도,시대를초월해서서로의감성을보듬어줄수있는글,우리에게이덕무의글은여전히필독고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