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발견의 기쁨 (우연처럼 다가와 필연처럼 빠져든)

고전, 발견의 기쁨 (우연처럼 다가와 필연처럼 빠져든)

$22.00
Description
흥미를 자아내는 문헌부터 학계를 놀라게 할 보물까지,
우연처럼 맞닥뜨린 자료에서 시작된 필연과 같은 연구

퍼즐 조각을 맞추듯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정민 교수의 아주 특별한 공부 여정
고전학자들은 언제나 새로운 ‘자료’에 목말라한다. 새로 발견된 자료의 가치는 기존 학문 성과를 보완해 주는 역할에서부터, 그간의 학문적 공백을 메워 줄 미지의 영역에 관한 자료, 나아가 기존 연구 성과를 뒤집을 만한 자료까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조선 지성사의 전방위적 분야를 탐사하며 옛글에 담긴 깊은 사유와 성찰을 우리 사회에 전하고 있는 정민 교수가 흥미를 자아내는 문헌부터 학계를 놀라게 할 보물까지, 그동안 발견하여 연구한 자료들에 관한 논문 16편을 『고전, 발견의 기쁨』에 담아 출간했다.

저자는 서문에서 자신의 공부 인생이 고전 자료들과의 “만남에 대한 반응과 접속의 과정”이었다고 밝히면서, 이는 “우연의 외연을 빌린 필연의 운명 같은 것”이었으리라고 말한다. 예컨대, 스승의 댁에 오래 전해 오던 필첩을 무심히 받았는데 그것이 사도세자의 친필이고, 그 스승들의 편지를 합첩한 특별한 문서임을 알게 된 경우, 동료 학자로부터 알게 된 책가도 그림 병풍 속에 소품으로 등장한 펼쳐진 책면에서 다산 정약용의 사라진 시편을 발견한 경우, 우연히 접한 화보(?譜) 한 장에서 시작하여 백 년 전 중국 양주를 떠돌던 조선인 유랑 서예가 조옥파의 존재를 알게 된 경우 등이 그러하다.

또한 저자는 책 속에서 생각지 않은 정보와 느닷없이 맞닥뜨렸을 때도 마찬가지라고 하면서, 그것이 학계에서 오래 찾던 자료이거나, 또는 전혀 엉뚱하게 저자가 잘못 알려진 내용일 경우에는 “이 갑작스런 만남으로 인해 진행 중이던 일체의 작업을 멈추고 여기에 몰입”했다고도 한다. 『상두지』와 「상찬계시말」, 『치원소고』와 『치원진장』, 다산의 아들 정학유가 흑산도로 중부(仲父) 정약전을 찾아갈 때 쓴 기행문 「부해기」와 만났을 때가 그런 예에 해당한다.

저자는 “학문의 힘은 성실한 노력과 정확한 분석 말고도 식지 않는 호기심에서 나온다.”고 하면서, “자료와 나 사이로 흐르는 전류의 스파크 없이는 안 될 일”이라고 덧붙인다.
저자

정민

충북영동출생으로,한양대국문과를졸업하고모교국문과교수로재직중이다.한국한문학전공으로,조선지성사의전방위적분야를탐사해오고있다.한국18세기학회와한국언어문화학회회장,학술지『문헌과해석』대표를역임했다.주요저서에『한시미학산책』(1996),『초월의상상』(2002),『비슷한것은가짜다』(2003),『미쳐야미친다』(2004),『다산선생지식경영법』(2006),『18세기조선지식인의발견』(2007),『새로쓰는조선의차문화』(2011),『다산의재발견』(2011),『새문화사전』(2014),『파란』(2019),『한국의다서』(2020),『오늘아침,나는책을읽었다』(2020),『점검』(2021)등이있다.우호인문학상(2012),지훈국학상(2013),월봉저작상(2015),가톨릭학술상(2022)등을수상했다.

목차

서문

1부다산의여운
책가도병풍속에서만난다산-리움미술관소장〈표피장막책가도(豹皮帳幕冊架圖)〉속의다산친필시첩
다산과대둔사선사들의교유-『삼사탑명(三師塔銘)』과『두륜청사(頭輪淸辭)』를통해
새자료로만나는사제간의정리(情理)-『치원소고(?園小藁)』및『치원진장(梔園珍藏)』에대하여
사실과진실의거리-「상찬계시말(相贊契始末)」을통해본양제해모변사건의진실
흑산도로가는뱃길과풍물-정학유의흑산도기행문「부해기(浮海記)」와기행시

2부자료의갈피
사도세자와그의스승들-사도세자친필『집복헌필첩(集福軒筆帖)』과춘방관들의편지
불운한실학자의비원(悲願)-실학자이덕리와『상두지(桑土志)』의국방기획
이덕무와성대중,글로오간마음-필사본『영처집(?處集)』에실린성대중의친필서문
가짜그림의기구한유전(流轉)-박제가〈연평초령의모도(延平?齡依母圖)〉의위작(僞作)변증
오늘밤아롱진달,초가집을뚫겠네-제자정빈경에게써준자하신위의시에얽힌사연
한장의그림에서시작된추적-19세기말중국양주에서활동한조선인서예가조옥파미스터리
조선후기,소설에대한열광과헌신-고전소설필사기(筆寫記)의행간

3부인문의무늬
바위하나에도문화가숨쉰다-사인암을사랑했던사람들
옛기록속‘한반도형상’담론의변천사-한반도호랑이지도론
나비의날갯짓이일으킨파장-남계우의그림,석주명의학문,정인보의시가만나는자리
식물명의착종과오해-접시꽃과해바라기의혼동

참고문헌
수록문출처

출판사 서평

“학문의힘은식지않는호기심에서나온다”

책가도병풍에서발견한다산친필시첩부터
남계우ㆍ석주명ㆍ정인보의나비이야기까지

이책은3부로구성되어있다.1부‘다산의여운’에는다산정약용과직간접으로관련된문헌과자료를다룬5편의글이,2부‘자료의갈피’에는사도세자의『집복헌필첩』,이덕리의『상두지』,이덕무의『영처집』등그밖의문헌을통해의미를밝혀낸7편의글이,3부‘인문의무늬’에는단양사인암을사랑했던옛사람들,남계우ㆍ석주명ㆍ정인보의나비이야기등현장이나그림,편편의자료들을다룬4편의글이실려있다.

리움미술관소장〈호피장막책가도〉에서저자는그동안존재를몰랐던다산의시3편을발견했다.책가도한가운데펼쳐진책그림을통해서다.한편은「산정에서대작하며진정국사의시에차운하다(山亭對酌次韻眞靜國師)」이고,나머지는「산정에서꽃을보다가또진정국사의시운에차운하다(山亭對花又次眞靜韻)」라는제목아래쓰인두편이다.마지막편은절반인네구절만확인이가능하다.저자는이시들을한글자한글자판독하여번역한후,이시끝에쓰인‘자하산인’과‘다창’이다산정약용임을,그리고시내용과관련된진정국사천책이다산과각별했던관계였음을고증한다.

수원화성박물관소장『삼사탑명』과『두륜청사』,이두문헌의학술적의미를처음으로밝힌것도정민교수다.『삼사탑명』은대둔사의연담유일-백련도연-완호윤우로이어지는법계의정맥에따라세승려의탑명과관련자료를추사김정희,다산정약용,정학연,초의등의친필로묶어정리해둔귀한자료다.대부분이문집에는누락된글이어서자료적가치가크다.『두륜청사』는다산이한집안승려인호의를위해친필로써준호게(號偈)로,역시문집에누락되고없는다산의일문(逸文)이다.이자료들을통해저자는대둔사승려와다산의긴밀한교유와접촉사실을밝히고있는데,다산학저변확장에매우뜻깊은자료라할수있다.

『집복헌필첩』은저자가스승박노준교수댁에세배차갔다가무심히받아온문헌으로,이후저자는이책이사도세자의친필글씨와그스승들의편지를담은보물과같은문헌임을알아낸다.“관심은단순한흥미에서급격한흥분으로바뀌었”고,연구를통해이책이사도세자의억울한죽음을애석해한영남남인들의비분강개한의식이깔려있고,사도세자를끝까지지키지못했던신하들이안타까운마음으로사도세자의원혼을지켜받든증표임을해설한다.

〈연평초령의모도延平?齡依母圖〉는박제가가서양화법을적용해그렸다고알려진그림이다.그러나이제껏이그림에관한심도있는분석은없었는데,저자는이그림에관한다각도의분석과연구를진행하여결국이그림이위작임을증명해낸다.저자는이그림이‘중국강남지역→일본인골동상강도(江濤)→경성제대후지쓰카지카시교수→한표욱유엔대사→국립중앙박물관’으로국제적유전과정을거쳐오늘에이르렀음을밝히고,더불어화풍,필체,내용등을깊이있게분석한결과위작임을고증한다.

19세기말중국양주에서활동한조선인서예가조옥파를추적하는글은꽤나흥미로운과정을보여준다.한중지식인간필담연구를진행하던중맞닥뜨린오우여의『점석재화보』에수록된〈이필대설(以筆代舌)〉이란한점의그림이발단이었다.그그림상단에적힌글에‘조옥파’가등장한것이다.이후저자의관심은‘조옥파’로쏠렸다.국내와중국포털사이트를뒤져서단편자료들을모으기시작했고,하버드대옌칭연구소방문학자로머물면서는도서관에서『점석재화보』원본을모두꺼내어그방대한자료를처음부터하나하나살펴‘조옥파’가언급되는그림두장을더찾아낸다.그리고뜻밖에,중국사인(士人)장함중의시집『감회재분체시록(鑑悔齋分體詩錄)』6권에써준조옥파의서문과만나고,『윤치호일기』에남은조옥파에관한기록과도접한다.이렇듯다양한과정과자료를통해,조옥파는백년전중국양주지역에머물렀고,이후상해로윤치호를찾았으며,다시남경과단강을거쳐양주에머물며인상적인활동을펼쳤던인물이었음을밝혀낸다.

이밖에도,관련자료가보일때마다스크랩해둔것이어느순간글의꼴을갖추자맥락으로드러난‘한반도호랑이지도설’의전말은저자가결과로정리하기까지근20년간품어온숙제였다.그리고위당정인보가나비학자석주명을위해써준한시와석주명소장남계우필10폭병풍을위해써준장편한시를통해서,저자는남계우의나비그림,석주명의나비학,정인보의시가만나는지점을독자들에게펼쳐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