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세상의 아름다움 (정약용 산문)

뜬세상의 아름다움 (정약용 산문)

$16.00
Description
김대중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에게 선물한 책
다산 정약용 서정산문집, 20년 만의 개정판

‘위대한 개혁가’, ‘집요한 실천가’였던 다산 정약용
그의 인간적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서정산문 58편
다산 정약용의 서정산문 58편을 엄선하여 옮겨 엮은 책으로, 유배지에서 아내를 그리워한 다정한 남편, 자식들의 앞날을 걱정하느라 잠 못 이루는 엄한 아버지, 치열한 고민과 끊임없는 실천으로 자신의 시대를 살아갔던 지식인으로서의 정약용을 만날 수 있다. 다산이 아직 세상에 나가기 전 수학기(修學期)에 쓴 글부터 만년에 고향 집에 돌아와 쓴 글까지, 그리고 귀양지 강진에서 쓴 편지들로 구성했다.
2002년 ‘태학산문선 105’로 초판 발행되었던 이 책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에게 직접 골라 선물한 책으로도 유명하다. 초판 원고에 산문 10여 편을 보태고, 번역과 평설을 전체적으로 손보았으며, 장정을 새로이 했다. 옮긴이 박무영 연세대 교수는, 이 책의 초판을 낸 20년 전에 이미 정약용은 우상화되어 있었는데 그는 “보통 사람의 욕망과 감각을 지닌 인간이되, 다만 집요한 실천가”였을 뿐이라면서, 그를 “우상의 자리에서 내려 피와 살을 가진 사람”으로 만날 것을 이 책을 통해 권한다. 이 책의 산문들은 “세속적ㆍ본능적 욕망을 지닌 한 뛰어난 개인이 그러한 욕망을 정돈하고 실현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데, 이러한 모습이 우리에게는 인간적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위대한 정치사상가ㆍ개혁가ㆍ실학자ㆍ과학자가 아닌 평범한 인간 정약용의 면모를 만나게 된다.

“다산은 참말 위대한 사람이었다. 당파의 시절에 다른 당의 사람의 입에서 조선 근세의 단 한 사람, 중국에 내놓아도 밑질 것 없는 사람이라는 고백을 뱉게 했던 사람이다. 천문, 지리, 의학, 과학, 철학, 경세학에 이르기까지 호한한 저작의 범위, 그 가운데 드러나는 투철한 지성, 역사의 향방을 가늠하고 끌어가는 안목, 그리고 끝없는 열정은 참으로 사람을 압도한다. 그러나 위대한 다산의 이면에 있는 ‘범부’의 모습은 그 위대함에 인간적 색채를 준다. 그가 ‘초인’이 아니라 ‘사람의 길’을 성실하게 완성하는 길을 가고자 했던 범부라는 사실이 그의 위대함에 덧붙여질 때야 다산은 비로소 다산이 된다.” - 박무영
저자

정약용

丁若鏞,1762~1836
조선후기의실학자ㆍ경세가ㆍ문인으로,자는미용(美庸),호는다산(茶山)ㆍ사암(俟菴)ㆍ여유당(與猶堂)ㆍ자하도인(紫霞道人)등이다.정조13년(1789)에문과에급제하여형조참의를역임하였다.규장각초계문신출신의학자관료로정조의절대적인신임을얻었다.정조의화성(華城)건설사업에동원되어수원성축조를지휘하기도했던그는,무엇보다도현실개혁을구상하고실천하려했던경세가였고,유형원ㆍ이익등의실학을계승하고집대성한실학자였다.정조급서후,신유사옥으로천주교와인연이깊었던남인들이대거숙청될때전라남도강진으로귀양갔다가18년만에풀려났다.『목민심서(牧民心書)』,『흠흠신서(欽欽新書)』,『경세유표(經世遺表)』,『마과회통(麻科會通)』등다양한분야의저서를남겼고,그의저술들은『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로집성되었다.

목차

머리말

1부사람의길,다산의삶
적벽,물염정
무등산유람기
큰형수님의추억
수종사에놀다
최군의시
소나기속의폭포구경-세검정나들이
내뜰의꽃나무
살구꽃피면모이고-『죽란시사첩』서문
국화그림자놀이
네가앓을때나는
발꿈치들고바라보는마음
얹혀사는동산
우물바닥에서본별빛
죽란시사의벗들-짧은편지들
부용정의봄날
카메라옵스쿠라
지금여기서
금강산에가는까닭
천진암의산나물
곡산북쪽산수
장천용
중국간다고우쭐하기에
늙은낚시꾼의뱃집
겨울에시내를건너듯
돌도칭찬만하게
나를지키는집
소라껍질두개
나를단속하는글-사의재에붙인기
열녀문은가문의복이아니다
은자의거처
껄껄웃게나,몽당빗자루같은세상-미감을보내며
탐진을위한변명
누에발같은세상
뜬세상의아름다움
백련사의단풍
노을빛낡은활옷
농산별업의어느봄날
백운대의추억-윤지범묘지명

2부유배객의편지
남의아비되어-두아이에게
자포자기하지말아라-두아이에게
바라지말고베풀어라-두아이에게
학유에게
가을매가날아오르듯-학유에게노자삼아주는훈계
학연에게하는훈계
두아이에게보이는훈계
입을속이는방법-두아들에게보이는가훈
세상의두가지저울-학연에게답함
나무나돌도눈물을흘리는데-두아이에게
귀족들에게는희망이없습니다-형님께1
꽃피자바람이부니-형님께2
예법과인정-형님께4
혜장선사의죽음-형님께5
마음속계산-형님께6
의사의길-다시아우약횡에게
내가너를몹시사랑해서-황상에게준편지
가난한근심-다시정수칠에게
매화핀집의편지상자-호의선사에게

해설:‘사람의길’-다산(茶山)정약용(丁若鏞)

출판사 서평

“떠다닌다는것도아름답지않습니까?”

이책의제목이자산문한편의제목인‘뜬세상의아름다움’의원제는「부암기(浮菴記)」이다.옮긴이는“나경의집에붙인기문이지만,실은다산초당을경영하는자기마음을설명하는글”이라해설한다.‘뜬세상,허무한삶’이라는나경의한탄을다산은엉뚱하게도글자그대로‘떠있는것’으로치환시켜이야기를전개한다.

“물고기는부레로떠다니고새는날개로떠다니며,물거품은공기로떠다니고구름과노을은증기로떠다닙니다.해와달은움직여굴러다님으로써떠다니고별들은밧줄로묶여서떠있습니다.하늘은태허로써떠있고땅은작은구멍들로떠있으면서만물을싣고억조창생을싣습니다.이렇게본다면천하에떠다니지않는것이있습니까?…더구나떠다니는것은전혀슬픈일이아닙니다.어부는떠다니면서먹을것을얻고상인은떠다니면서이익을얻습니다.범여(范?)는벼슬을그만두고강호에떠다님으로써화를면했고,불사약을찾아떠났던서불(徐?)은섬나라에떠가서나라를열었습니다.…그러니떠다니는것이어찌하찮은일이겠습니까?그러므로공자(孔子)같은성인또한떠다닐뜻을말씀하신적이있었던것입니다.생각해보면,떠다닌다는것도아름답지않습니까?”

다산은‘떠다닌다’라는같은단어를가지고,나경과는전혀다른방향으로이야기를전개했는데,이는다산이자주사용하는방식이다.옮긴이는“독자는고개를끄덕이기도하고어리둥절해하기도하고잠시후에는속았다는생각이들지만,또생각해보면그런들어떠랴하게된다.무슨말인지알겠는걸.”이라말한다.

노을빛낡은활옷-하피첩이야기

지난20년동안정약용의서정산문들은아주많이소비되었다.그러면서『하피첩』이야기정도는많은사람이아는이야기가되었다.
다산이강진에서귀양살이할때병든아내가낡은치마다섯폭을부쳐왔다.그것은다름아닌아내가시집오던날입었던붉은색활옷이었다.붉은색은이미씻겨나가고노란색도희미해졌는데,다산은이를가위로말라서작은첩을만든다.이름하여‘하피첩’이다.그첩에다산은훈계하는말을적어두아들에게남겨준다.다산스스로“훗날이글을보게되면감회가일어날것이고,두어버이의손길이닿은것을어루만지게되면뭉클하고감동이일지않을수없으리라.”고했는데,아내에정성이담긴‘노을빛낡은활옷’에자식에대한사랑을담은이이야기는다산의두아들뿐아니라,200년후를살아가는우리에게도진한감동을선사한다.

‘그림자놀이’와‘카메라옵스쿠라’

당시선비들사이에서는광학(光學)에대한관심이유행했고,다산은그맨앞자리에있었다.「국화그림자놀이」는새로운아름다움을발견하는환희를잘묘사하고있다.어느날다산은윤지범에게자기집에가서국화구경이나하자고청한다.시큰둥해하는윤지범을억지로데려와,다산은국화를벽앞에두고,촛불을적당한곳에놓아국화를비추어보였다.그러자갑자기“기이한무늬,이상한형태”가온벽에가득찼다.이를본윤지범은“기이하구나!이상도하구나!천하절경이로구나!”하고감탄을했다는이야기다.
광학에관한다산의관심을보여주는또다른글은「카메라옵스쿠라」다.원제는「칠실관화설(漆室觀?說)」로,직역하자면‘칠흑같은암실에서화상(?像)을보는이야기’이다.이는바로초보적형태의암실형카메라옵스쿠라를시험한내용을적은글이다.다산은암실을만들어놓고,작은구멍을통해외부에서들어오는빛이흰종이판에떨어지게했다.그랬더니“아름다운모래톱과바위봉우리가,떨기를지은대나무ㆍ꽃ㆍ바위들,구불구불두르고있는누각이나울타리와함께”모두종이판위에서형상을드러내었다.그모습은“천연적인한폭의그림”으로,“실낱이나터럭처럼자세”하여“천하의기이한볼거리”였다고다산은쓰고있다.
이두글은우리나라광학발전사에서도가장초기에해당하는이야기라색다른흥미를자아낸다.

“닭을기르는데도우아하고비속하고,맑고탁한차이가있다”

유배된지4년만인1805년,맏아들학연이처음으로아버지를뵈러왔다.강진읍내에살던다산은산으로올라가구걸하다시피하여얻은보은산방에서아들과함께머물렀다.그리고여기서아들에게그동안미뤄두었던공부를시킨다.눈앞의큰아들을보면서집에남아생업에나종사하고있을작은아들이눈에밟혔다.그래서둘째아들학유에게편지를썼다.

“들으니너는닭을기른다고.닭을기르는것은참으로잘하는일이다.그러나닭을기르는데도우아하고비속하고,맑고탁한차이가있다.농서(農書)를숙독해좋은방법을시험하되,색깔별로구분해보기도하고횃대를다르게설치해보기도해서닭이살지고윤기가흐르며다른집보다더잘번식하게하고,또시로닭의정경을그려내사물의감흥을풀어내보기도하는것,이것이독서한사람의양계다.만약이익만생각하고의리는생각지않는다든가,기를줄만알지운치는몰라서부지런히골몰하면서이웃집채마밭의노인과밤낮다투는자라면,이것은서너집모여사는시골마을못난사내의양계법이다.너는어떤것을하려는지모르겠구나.기왕닭을기른다면,여러학자들의책에서닭에대한학설들을베껴모으고분류해,육우(陸羽)의『다경(茶經)』이나유혜풍(柳惠風)[유득공]의『연경(煙經)』처럼『계경(鷄經)』으로만든다면,이것도좋은일일것이다.세속적인일을하면서도맑은정취를간직하는것은항상이런식으로해라.”

다산은이편지에서독서법에서음주법까지,자상하고구체적으로,눈앞에데리고앉아하나하나가르치듯쓰고있다.아버지없이청년기를보내야했던아들에대한염려와사랑이행간마다젖어있다.특히다산은양계를시작한둘째아들학유를격려하고있다.그러면서생업에매몰되지말고양계법을적극적으로연구하고개발할것을당부한다.정학유(丁學游)는오늘날「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의작가로남아있으니,양계와관련한아버지의훈계가그런식으로빛을본셈이라고도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