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석의 전원일기 2 (제14~30화 대본집)

차범석의 전원일기 2 (제14~30화 대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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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국인의 소울드라마 〈전원일기〉,
대본으로만 남아 있는 초창기 42편의 원형적 이야기
세 권으로 펴내는 〈차범석의 전원일기〉는 한국 최고의 사실주의 극작가 차범석이 집필한 〈전원일기〉 제1~49화 중 42편(4편은 김정수 또는 노경식 집필, 3편은 대본집이 안 남아 있음)의 대본집이다. 1980년 제1화 「박수 칠 때 떠나라」 방영 후 2002년까지 22년간 1088회가 제작, 방영된 드라마 〈전원일기〉는 세계 방송사상 유례 없는 최장수 드라마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화와 27화를 제외하고 초기 〈전원일기〉 100여 편의 영상이 남아 있지 않은데, 그렇기 때문에 이 대본집의 가치는 더욱 크다고 하겠다. 특히, 김 회장과 그의 가족, 일용과 일용네, 그 밖의 마을 사람들 등 이 드라마의 등장인물을 탄생시키고, 당시 전형적인 농촌마을인 양촌리라는 배경을 설정하고, 드라마 앞뒤에 김 회장의 내레이션이 들어가는 형식적 포맷 등을 정립한, 차범석 작 〈전원일기〉의 원형적 모습을 이 대본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저자

차범석

(車範錫,1924~2006)
한국을대표하는사실주의희곡작가이자방송드라마작가로,극단산하대표,대한민국예술원회장,사단법인한국연극협회이사장,서울극작가그룹회장,청주대학교교수,서울예술전문대학극작과교수등을역임했다.주요희곡작품으로〈귀향〉,〈산불〉,〈갈매기떼〉,〈청기와집〉,〈학이여,사랑일레라〉,〈옥단어〉등이있고,주요방송드라마로〈어둠속에피는꽃〉(1959),〈물레방아〉(1970),〈전원일기〉(1980),〈드라마게임〉(1984),〈아리랑〉(1994)등이있다.2020년그의희곡ㆍ방송극ㆍ무용극ㆍ창극ㆍ뮤지컬ㆍ자서전ㆍ수필ㆍ논문ㆍ평론등을망라한『차범석전집』(전12권)이출간되었다.

목차

엮은이의머리말

제15화맷돌
제16화메주
제17화들불
제18화회갑잔치
제19화출발
제20화내아들아
제21화돼지꿈
제22화콩밥
제23화꽃바람
제24화굴비
제25화한줌의흙
제26화딸자식
제27화효도잔치
제30화풋사과

〈전원일기〉제1~49화방영기록

출판사 서평

빈티지한영상과서사에대한뉴트로적매력-〈전원일기〉열풍

〈전원일기〉가1088회로종영된것이2002년으로20년이지났으니이제는한물간옛드라마로취급될수도있겠으나(최초방영일기준으로는42년이되었다),웬일인지최근케이블채널과OTT를중심으로때아닌〈전원일기〉열풍이세차게불고있다.2021년OTT에서는인기드라마순위톱10에오르는기현상이연출되기도했다.

그중에서도특이한것은요즘젊은세대들이이드라마를많이본다는것인데,이에관한문화평론가등전문가들의분석은이렇다.
-젊은세대들에게〈전원일기〉는‘빈티지한영상과서사에대한뉴트로(newtro)적매력’이강하고,
-갈등만이첨예화된요즘드라마들과는달리‘화해에초점이맞춰진휴먼드라마’여서안정감을주며,
-‘몰입을요하지않는,불멍처럼볼수있는드라마’여서언제어디서나보아도좋다.


“절망하지않기위해썼다”-차범석이〈전원일기〉를쓰기까지

〈전원일기〉를처음으로쓴작가가차범석(1924~2006)이라는사실을아는사람은그다지많지않다.광주에서민중항쟁이일어나던1980년5월,차범석은“내고향사람들이죽어가고쓰러지고,내고향땅이흔들리고파이고,내고향산천에총탄이쏟아지고핏자국이낭자하다는데,어찌우리가안일하게연극을하고있겠는가?”라면서,공연을앞두고하고있던연극연습과2주정도남은공연을모두취소했다.그렇게실의에빠져지내던때,MBC의젊은PD이연현이차범석을찾아왔다.

이연현PD는“이를테면농촌을소재로한편의수필을써주면된다.”면서농촌드라마〈전원일기〉집필을제안했는데,차범석에게집필을제안한이유는“인생을조금은관조해왔고,그아픔과깊이를뚫어보는,나이든극작각”였으면했기때문이다.차범석은평소에‘왜TV드라마는도시인들만을대상으로하는가?’라는점과‘왜TV드라마는천편일률적으로사랑타령만하면서서민층이나지역사회와는담을쌓는가?’라는불만을품어왔던터였기에집필을승낙했고,이로부터국민드라마〈전원일기〉가탄생하게되었다.

사실,그전까지차범석은연극과달리방송은자신의주된영역으로인정하지않고그저생계를위한수단으로만생각했는데,나중에는“방송과연극이모두민중을위한정신문화”이며“이두매체가상부상조하게되면언젠가는하나의길로귀결될수도있다.”고믿기도했다.

당시상황을좀더큰시각으로보자면,제5공화국정부는5ㆍ18직후“퇴폐적이고저속한사회분위기를정화”한다는명분아래방송사에국민정서순화드라마제작을강요했고,이에따라방송사들이적극적으로정서순화드라마제작에나섰으며,그과정에서MBC가농촌드라마〈전원일기〉를기획한것이었다.

훗날차범석은〈전원일기〉를쓰게된이유를“오늘의농촌실상을도시인에게보여주고잊혀져가는풍물이나인정을되살리자는의도”도있었지만,“절망하지않기위해썼다.”고고백하기도했다.


‘갈등의잔해’를남기지않는드라마-〈전원일기〉의형식적포맷의정립

전성희교수는“〈전원일기〉의첫화에서차범석은형식상의포맷을정립,그진행방식은〈전원일기〉의특성이되었다.”면서,당시드라마에서는잘사용하지않는내레이션을극의시작과끝에배치해안정감을주었다고말한다.

또한“본래〈전원일기〉가잔잔한한편의수필같은드라마를지향했기때문에갈등의극대화대신‘갈등의잔해’를남기지않는드라마라는자신의정체성을확고히가질수있었”고,“장수드라마로서한국TV드라마역사에서자신의위치를확고히할수있었다”면서,“그기반이〈전원일기〉초기차범석의대본을통해마련되었으며,이후22년간긴여정의원동력이되었던것이다.”라고평가하고있다.


부권은있으나허점도있고허세도부리는김회장캐릭터의탄생
-〈전원일기〉첫화「박수칠때떠나라」

〈전원일기〉제1화「박수칠때떠나라」는1980년10월21일방영되었다.

동네의존경을한몸에받는,회장님이라고불리는아버지는농협회에갔다가면에서열리는체육대회에참가한다.소싯적기운깨나쓰던아버지는술김에씨름판에서둘째아들과대결을한다.둘째는아버지와의대결을피하려하지만막무가내다.대결끝에아버지는결국패하고허리까지다친다.일용네에게아들과아버지의씨름이야기를들은어머니는씨름판으로쫓아오고,아픈아버지에게“늙었는데안늙은척해보이려는심뽀”라며지청구를한다.이런아버지이야기에딸을보러서울간할머니가예정보다빨리귀향하여자신의이른귀향에대해궁금해하는김회장에게“떠나지말라고아우성칠때떠날줄알아야한다”고한다.그러한할머니의이야기에공감하는김회장의내레이션으로제1화는마무리된다.

‘시추에이션홈드라마의성립조건중중요한것은캐릭터의구현’이라는점에서김회장은대중에게다가갈수있는그시대의아버지,아직은가정내에서자신의위치를가지고가족을책임지는아버지의모습을잘재현했다.그래서시청자들은부권은있으나약간의허점도있고허세도부리는김회장의인물설정에반응했고,별갈등없이잔잔하게흘러가는진행방식이오히려호평을받았다.이점이〈전원일기〉가롱런할수있었던큰이유였다.


용식이와일용이는결혼도안했고,영남이와복길이는태어나지도않은
태곳적〈전원일기〉이야기

차범석작〈전원일기〉는그야말로‘태곳적전원일기’라할수있다.김회장의둘째아들용식이와일용네의아들일용이는결혼도안했고,그래서영남이와복길이는태어나지도않았으며,금동이도없는상태로시작된다.(8화에서영남이가태어나고,33화에서금동이가김회장댁에입양된다)

드라마는김회장의가족(할머니,아버지,어머니,첫째,며느리,둘째,셋째,막내)과일용네식구(일용네와일용)가주축을이루고,간간이김회장의사돈댁사람들이등장하는구조를유지하다가,회차가거듭될수록면장,이장(아내와아들순종),주모,수원댁,철수엄마,철수아빠,이식,삼수,동길,성삼등마을사람들이고정역할이되어등장한다.우리에게익숙한부녀회장,쌍봉댁,응삼이,창수,귀동이,숙이엄마,섭이엄마등은훨씬뒤에한명한명등장하여드라마의살집을키우고재미를돋운다.

이처럼차범석의〈전원일기〉는이후22년간지속되는이드라마서사의원형적상태를보여준다.비교적젊은김회장(최불암분),새댁이라불리는첫째며느리(고두심분),20대의앳된청년인둘째(유인촌분),대학생으로출연하는셋째(김영란분)등의모습을상상해보면서(남아있는2화와27화영상을보면이해가쉽다)이대본집을읽어나간다면,우리가익히알던훨씬나중의〈전원일기〉배역과오버랩되면서독특한재미를준다.대본집을읽는내내쉽게영상을떠올리게된다는것도특징중하나다.

세권으로출간된〈차범석의전원일기〉에는모두42편의이야기가담겨있는데,여기에는농촌에서일어나는일들을소재로이농,가족간의갈등,하곡수매가,수입소고기,농약의과다사용,농촌청년의결혼,입양,결혼에서의혼수문제등을다루고있다.

한편,엮은이전성희교수는대본집세권을정리하면서제1~49화의방영기록도정리해실었는데,기존의오류들을바로잡았기에방송극〈전원일기〉연구자들에게는큰도움이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