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선부터현대까지‘땅’으로본최초의한국사!
그럼,우리의토지제도는어떻게변천해왔을까.중국의오래된역사책들과《삼국사기》《삼국유사》등에따르면고조선,삼국시대에도토지소유권은있었을것이다.<신라촌락문서>를보면통일신라시대에도토지세는걷었을것이다.
고려시대,조선초기토지제도들을이해하려면‘수조권’을알아야한다.수조권은땅을주는것이아니라‘세금을걷을권리’를주는것인데,왜생긴걸까?당시엔통치력이나라구석구석까지미치지못했다.당연히세금을안정적으로걷을수없었다.조정에선관리들에게녹봉대신수조권을주었다.관리들은수조권대상의땅에서직접세금을걷어일부는국가에내고,나머지는생활비등으로썼다.
조선초중반부터는통치력이안정되었다.양전사업을벌이고‘전분6등법과연분9등법’등의제도들이확립되면서세금도잘걷혔다.하지만후기로갈수록관리들의부정부패로인해제도가제역할을못하면서조선은내리막길을걷는다.
해방직후엔우리역사상처음으로농지를농민에게나눠주는역사적인사건이일어난다.그덕분에모든사람이평등한상태에서새롭게출발할수있었다.물론이후경제성장의결과물을고루나누지못하면서다시빈부격차가발생했지만말이다.
《꼬리에꼬리를무는토지제도이야기》는고조선부터현대까지‘땅’으로본한국사이다.‘토지제도’만조명한첫책이기도하다.
토지공개념이면될까
저자김정진은오랜시간진보정당에서세금에관한정책을마련하는일에함께했다.세금의역사,세금과정치의관계,소유제도의변천에꾸준히관심을기울이며공부해왔다.저자는학생들이토지제도를어려워하는첫번째이유가토지제도들이한자어이기때문이라고본다.그래서전시과,과전법등을찬찬히풀이한후,그제도들이어떤배경에서등장했다가사라졌는지그리고그것이국가의흥망에어떤영향을끼쳤는지차례차례설명해간다.
우리뉴스를보면하루도빠지지않고나오는것이집값과부동산투기에관한것이다.이것은누군가지나치게땅과집을많이갖고있다는말이다.다행히우리헌법은‘토지공개념’을명시해놓았다.토지는모두의자원이니,공익을위해땅주인들에게규제를가할수있다는얘기다.하지만과연토지공개념만으로지금의문제를해결할수있을까.꼬리에꼬리를무는질문을통해도달하려고한물음이다.건물주를꿈꾼들모두건물주가될수없는세상이니말이다.
책속에서
땅은유한한자원입니다.물건과달리계속만들어낼수가없습니다.그러한땅을몇몇사람만가지고있다면,그들이땅을쥐고횡포를부릴수있습니다.만약땅빌려주는값이계속오르면땅이없는나머지사람들의삶은매우힘들어질겁니다.그래서과거부터선조들은땅을효율적으로활용하면서사람들의삶을안정시키기위한제도를마련하려고고민해왔습니다.-6쪽
조선시대의법전인《경국대전》에는땅주인이3년간땅을놀리고농사를짓지않으면다른사람이관에이런사실을신고하고그땅에서경작할수있게하는조항이있었습니다.현대법에도이런조항이있습니다.우리나라‘농지법’에따르면,지금도농지를경작하지않으면시장이신청을받아다른사람이경작할수있게합니다.-23쪽
국가는토지소유권을보호하는대신나라살림에필요한돈을마련하기위해땅을가진사람들에게세금을내라고했을겁니다.소유권,국가,세금은마치한몸처럼연결되어있는것이죠.-29쪽
녹봉을못주는대신관리들에게어떤땅에대해서세금을직접걷을권리를주고,그세금으로생활하도록했습니다.땅주인이나경작자는따로있고,국가를대신해세금을걷어서자신의생활비로쓸권리만있는것이지요.학자들은이러한관리들의권리를수조권이라고불렀습니다.-59쪽
그런데문제가있습니다.관리들이양심적이어서조를법대로만걷으면문제가없는데,정해진것보다더걷을수있다는것이죠.그럼땅주인이나경작자는얼마나힘들겠습니까.속된말로삥을뜯기는거니까요.토지하나에여러명이수조권을행사하거나,수조권자가권력을이용해농민의땅을아예빼앗는악랄한경우도있었습니다.-62쪽
남의물건을훔친자를처벌했다는것은개인재산을보호해주었다는의미이지요.소유권이있었다는얘기입니다.보통의물건소유권을지켜주었다면재산중가장중요한재산인토지도보호해주었으리라추측해볼수있습니다.-68쪽
<신라촌락문서>에는청주지역4개마을에관한자료가담겨있습니다.단순히논과밭등의면적만나오는것이아니라마을에거주하는남녀의나이별인구,뽕나무·잣나무·호두나무의수,소와말의수까지기록되어있습니다.그런데왜이렇게자세히인구와재산을파악한것일까요?세금을걷기위해서였을겁니다.-78쪽
과전법은신진사대부가경제적기반을마련하는데큰도움을주었습니다.권문세족이대부분의토지를차지한터라과거를통해관리가된신진사대부들은아무런땅도받을수없었거든요.하지만엄밀히따지면신진사대부뿐아니라농민들에게큰도움이되었을것같습니다.수조율이2분의1에서10분의1로대폭줄었으니까요.-99쪽
전분6등법,연분9등법은무척획기적인제도이지만,토지의비옥도와풍흉년여부를정할수있는객관적기준과공정하게일을추진할수있는관리가있어야제대로실현될수있습니다.조선중기이후이제도는흐지부지되는데,이제도를실행하는과정에서관리와아전등의부정부패가심했기때문입니다.-109쪽
일본이조선을강제로병합한후토지조사사업을실시할때토지소유권이처음생겼다고주장하는사람들이있습니다.하지만《경국대전》을보면일제기존소유자를조사해서확정한것에불과하다는사실을알수있지요.조선시대에이미토지소유권이확립돼있었습니다.-114쪽
조선중기가지나면서과전법체제도큰위기를맞습니다.원래과전은관리들에게지급하는것으로그관리만받게되어있던것인데,관리들은온갖구실을만들어과전을자식에게상속했습니다.또한수조권이라는강력한권리를이용해서종종농민들땅을빼앗아버렸습니다.수조권자가아예땅을차지한것이죠.-115쪽
그런데토지조사사업과일본법을적용하는과정에서도지권자의권리가완전히부정된겁니다.도지권자들은엄청난재산피해를보았지요.일부도지권자는나중에권리를인정해달라며소송을제기했지만,도지권보다훨씬낮은수준으로권리가인정된사례가있는정도입니다.-143쪽
원래헌법초안에는“농지는농민에게분배함을원칙으로하며”로돼있었는데“원칙”으로한다는건예외를두려는것아니냐는반론이제기되어예외를두지않는문구인“농지는농민에게분배하며”로바뀌었습니다.이것은농지를분배할때어떤예외도두지않겠다는제헌국회의원들의강력한의지를반영한것이지요.-155쪽
농지를분배해서땅한평없던농민들이농지를소유하게되었고,그결과대한민국은매우평등한상태에서출발할수있었습니다.봉건지주계층을모조리없애버린것이지요.분배된농지덕분에농민들은극단적인빈곤에서벗어날수있었고,자식들을교육시킬수있었습니다.-162쪽
대한민국은농지개혁덕분에평등한상태에서출발했습니다.공업화를통해경제발전과민주화를모두이루어냈고요.하지만1970~80년대에경제성장에만초점을맞춘정책을추진하다보니불평등이깊어지고빈부격차가커집니다.특히경제성장으로얻은열매가골고루돌아가지못하면서빈부격차가심각해졌지요.일례로부동산투기때문에토지와주택가격이급격히올라서민들삶이어려워지죠.-168쪽
부동산투기를해결하기위해이른바‘토지공개념’에기초한제도들이도입됩니다.토지공개념은토지가한개인만소유할수있는절대적인재산이아니라생존권보장을위해필요한공공성격을띠는재산임을강조하는이념이지요.쉽게말해토지는간척사업같은경우말고는계속만들어낼수있는것이아닙니다.따라서토지의개인소유권을인정하더라도토지가공공성격을띠고있으니,토지소유자는공공즉사회가필요로할때는여러규제를받아들여야한다는얘기입니다.-170,171쪽
북한은중국을참고해서특구에토지를최대50년동안임대해주는제도를도입했습니다.중국은토지의개인소유를인정하지않다가1970년대후반부터개혁,개방정책을실시하면서토지의장기이용권을허용했습니다.이용권자는토지소유자처럼토지를사용하고그권리를양도하거나담보로제공하고빚을얻어쓸수도있지요.결국개인에게토지소유권을인정해주는것과비슷한효과를낼수있습니다.-1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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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즉에나왔어야했다.역사공부할때머리아파결국책덮게만드는주범토지제도!당연히관련된서적이쏟아져야함에도아직까지이런책이없었다는게의아할정도다.이제토지제도에대한역사뿐아니라내용과원리를꼬리에꼬리를물며끝까지파헤쳐시원하게이해시켜줄것이다.드디어우리는경제파트에서역사책을덮어버리는일을하지않아도된다.그저반갑다.
-큰별쌤최태성
지금까지‘땅의역사’를다룬책들은종종있었다.그책들은‘어떻게했기에땅으로돈을벌수있었는가?’를이야기했다.유용하지만,덧없는이야기다.어차피우리에게남은땅은없다.
적어도이책은그런부류의책이아니다.토지를이야기하지만,땅으로돈을버는이야기가아닌인류가땅을두고만들어낸제도들을이야기한다.인류에게‘땅이란무엇이었는지’를묻고,그래서인류가그땅을‘어떻게관리해왔는지’를파악해나간다.
역사에서땅은어떻게관리되어왔는지,그관리에는어떤시행착오가있었는지를파악한다면,우리가딛고선이땅을효율적으로관리할방법을알수있을테다.토지의역사를알아야하는이유는앞으로비싸질땅을사기위함이아니라,슬기롭게땅을관리하기위함이어야한다.
-역사학자김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