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0년의 낭만 : 2080년을 살아갈 모든 이들에게 띄우는 아프고 아름다운 손편지의 낭만 - 십대의 원고지 1

2080년의 낭만 : 2080년을 살아갈 모든 이들에게 띄우는 아프고 아름다운 손편지의 낭만 - 십대의 원고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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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발전소 파괴로 인해 출입 금지 구역이 된 곳에서 시작하는 복구 작업에 자원한 젊은이, 그리고 밖에서 어쩔 수 없이 그와 오직 손편지만으로 소통할 수밖에 없는 벗.
두 사람은 2080년의 젊은이(어쩌면 그 젊은이는 2020년대에 절망과 사랑, 고뇌와 보람, 사회와 개인을 몸으로 부딪치는 자신의 선조들을 고스란히 대변하는지도 모른다)로 웃으며, 울며 살아간다.
저자

이하은

연필을잡을무렵부터짧은동화를시작으로다양한글을써왔다.
10살때첫시집인《책나라여행》을출간했으며,중학교진학후문학동아리활동을시작했다.현재민족사관고등학교에재학중이며,학교에서두개의문예창작동아리,세개의연극동아리각본팀에서활동하고있다.

예술과철학을사랑하며,이둘을혼합한활동을이어나가는것을삶의중요한목표가운데하나로삼고있다.사회에대한애정을품은채건강한시민이되고자하지만,동시에돗자리에누워하늘을보는시간도포기하지않는다.

목차

손편지처음이지
쓰고쓰고또써부친편지들
부치지않은편지
2080년10월31일
2079년도의낭만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2079.10.31

펜시어,‘우리’는발전소폭발의아픔에서기원한거나다름없는사람들이잖아.발전소폭발로목숨을잃거나,평생의보금자리가산산조각나고,자의로든타의로든가족들의손을놓고흩어졌던수많은이들을떠올려봐.보육센터는나의집이고,센터선생님들이나의부모님이고,우리그룹애들이내형제자매들인것과는별개로,어떤질문이마음속에떠오르는건떨칠수가없더라.‘그많은사람속에나의기원이되는사람도있었겠지?’하는질문.

화기애애한분위기속에서이말을꺼내는게쉽지않았어.
그래서너만조용히읽을수있도록글로남기기로한거야.정말로많은아이들이혼자가되었어.말을꺼내는것만으로도참담한심정이될정도로많은사람들이.발전소인근지역들은한동안무법지대가되어버렸지.각종불법인체시술을하는업체들에게,혼자가된애들만큼좋은먹잇감이없었을거야.

난운좋게정말어릴때시술업체에서구출될수있었어.그래서나쁜기억은거의없다시피하지만,거울을볼때마다내몸에서지워지지않을그곳에서의흔적을대면해야해.불법홍채미용시술을위한실험물로사용되면서얻은아주부자연스러운색깔의눈동자말이야.사정을깊이모르는사람들은근사한색이라고칭찬해줄때도있어.칭찬에담긴호의는언제나고맙지.기껍고.내눈을볼때마다끔찍한기억이떠올라서괴롭다거나하지도않아.그런것들이랑별개로,이건내가담고살아가야하는복잡한감정의덩어리야.고통도쓸쓸함도적절한단어가아니라서,덩어리라고밖에표현할수가없네.
---pp.10-11

추신:와,편지를쓴다면언제나이‘추신’을꼭써보고싶었어.
어쨌거나빠트린얘기가있어서추가해.내옆방양쪽에는자한이라는동갑내기친구와식물학자인율리안나누나가살게될거래.
잠깐홀로행아웃으로대화해본게전부이긴하지만,다들좋은사람들같아보여.

테멜다
---p.16

2079.11.3
애초부터난오염된금지구역을복원하는프로젝트에민간인지원을받는것자체가이해가안가.그리고그런곳에자원해서입주하는너는더이해가안되고.네가그런오지에가있으니까홀로행아웃도안되고,통화도안되고,뭣도안되고……
팔자에도없는편지를써야하잖아.네편지의홀로그램스캔본만받을수있는것도웃겨.통신제한규정이말도안되게엄하네.

네가미르구역에있는덕분에내글씨가얼마나심각한지실시간으로확인하고있다.네가말한그편지쓰기의낭만이라는게이런거야?엉망진창인글씨체를내눈으로확인하는거?
어쨌든,거기서잘지내고.하루빨리돌아오길바라.우리가공식적으로보육센터소속인것도내년이마지막이니까.

펜시어가
---pp.19-20

2080.3.11

멜에게
너한테보낸편지에서는최대한여상스럽게내프로젝트주제에대해서설명했지만,사실그걸주제로결정한건내심장을꺼내서낱낱이전시하는것과같은일이었어.같은팀이된애들이깊이의미를읽어내지못할거라는게그나마다행이지.
그애들은한껏해봐야너와내가센터출신이라는점만파악할수있을걸.실상우린센터출신이라는것이상으로이문제에얽혀있잖아.너도나도불법미용시술업체에서빠져나왔으니까.게다가넌나랑다르게,거울에비친눈동자를볼때마다네가그곳에있었다는증거를확인하고말이야.
---p.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