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읽어내는 도덕경 : 5천 글자에 새긴 하늘과 땅과 사람

마음으로 읽어내는 도덕경 : 5천 글자에 새긴 하늘과 땅과 사람

$19.00
Description
경전 번역의 대가,
‘믿고 읽는’ 정창영 번역본!

『도덕경』 『열자』 『우파니샤드』 『바가바드 기타』 『티베트 사자의 서』 등
“가장 친근한 번역”이라는 독자의 찬사를 받은 정창영의 『도덕경』 마지막 개정판!
동양사상의 시작과 끝이라 할 수 있는 노자의 『도덕경』을 이 시대 최고의 고전 번역가 정창영 번역으로 만난다. 오랫동안 동양고전을 읽는 독자들 사이에서 ‘믿고 보는 정창영’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그의 번역은 우리말 번역만으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쉽고 친근한 번역으로 정평이 나 있다. 무엇보다 동서양 경전 번역을 넘나들었던 그의 이력은 원문에 대한 탁월한 해석을 바탕으로, ‘마음으로 읽는 도덕경’의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나아가 충실한 원문 해설과 여러 판본 비교를 통해 ‘열린 텍스트로서의 도덕경’, 깊이 있는 해제를 통해 마음을 수양하는 책을 넘어서는 ‘정치철학서로서의 도덕경’으로까지 확장시킨다.

흔히 『논어』 『도덕경』 『금강경』 『바가바드 기타』를 ‘동양의 4대 고전’이라 부른다. 그중 『논어』만이 1만 5천여 자로 가까스로 한 권 분량이 될 뿐 『도덕경』과 『금강경』은 5천여 자에 불과하고, 『바가바드 기타』도 700개의 짧은 게송으로 되어 있다. 세 권 모두 소책자 한 권 분량도 되지 않는 셈이다. 하지만 이 책들을 제대로 독해하는 건 무척 난망한 일이다. 고대 한문이나 옛 글자인 산스크리트를 우리말로 옮기기 힘들기 때문만은 아니다. 대개 두 가지 이유 때문인데 첫째, 각각 유교, 도가사상, (선)불교, 힌두교의 핵심 텍스트인 만큼, ‘마음’으로 읽어내지 못하고 수양(수행)이 따라주지 않으면 그 텍스트를 온전히 읽어냈다고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둘째, 원문보다 훨씬 난해한 해석이 판치기 때문이다. 첫 번째 이유가 보통 사람에게는 다소 어찌할 수 없는 일이라면, 두 번째 이유는 일반 독자에게는 부당한 일이다. 고전의 향기를 느껴보고 싶거나 혹은 읽어야 할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고전을 더 멀리하게 만든다.

『도덕경』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 『도덕경』은 『논어』처럼 역사적 사실이나 옛 일화가 등장하지도 않고, 『금강경』처럼 ‘그것은 그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이라고 부른다’ 같은 역설의 논리도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심지어 난해한 한자도 ‘거의’ 없다. 그럼에도 그동안 『도덕경』 읽기는 쉽지 않았다. 해방 이후 수백 종이 넘는 『도덕경』 해설·번역서가 출판되고 현재 유통되는 것만도 100여 종에 이르지만, 대개 앞서의 두 가지 문제점을 쉬이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떤 이들은 자신의 학문적 성취를 뽐내기 위함인지 『도덕경』 한 권으로 동양사상 전체를 무리하게 꿰어맞추거나 심지어는 같은 줄에 놓고 비교할 수 없는 서양철학까지 끌어들인다. 또 해설에는 본문보다 더 어려운 한자들을 집어넣어 더욱 난해한 한 권의 논문으로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독자들은 이 사이에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 책은 독자들이 『도덕경』이라는 텍스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최고의 길잡이다. 신학대학교를 졸업하고 한때 성서 번역에 참여했던 정창영은 동양사상으로 눈을 돌려 불교, 힌두교, 도가사상을 넘나들었다. 최근에는 천문학에까지 천착하는 등 광폭 행보다. 그 사이에 번역가 정창영은 고전을 ‘마음으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동양고전에 대한 탁월한 해석과 쉬운 풀이는 그를 동양고전 최고의 번역가 자리에 올려놓았다. 그가 번역한 『바가바드 기타』와 『열자』는 그 번역의 탁월함과 대중성을 인정받아 2015년 각각 ‘올재 클래식스’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또한 그가 번역한 『도덕경』(초판 2000년, 개정판 2014년)과 『우파니샤드』는 “가장 친근한 번역”이라는 독자의 평가를 수식어로 달았다.

정창영 번역 『도덕경』의 마지막 개정판이라 할 이 책에는 지난 20여 년 그의 앎과 삶의 경험이 더욱 짙게 투영되었다. 그에 따라 번역과 풀이를 대폭 수정했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편집 체계도 전면 개정하여 더 친절해졌다. 이 책을 통해 한글전용 세대의 동양고전 이해를 높이고, 중장년 세대에게는 오래전 접했던 『도덕경』을 다시 한번 들게 하는 역할을 하길 고대한다.

저자

노자

성은이李,이름은이耳,자는담聃으로생졸년은모두미상이다.춘추시대말엽초나라에서태어나진나라에서생을마감했다고전해진다.주나라에서오늘날국립중앙도서관관장에해당하는수장실守藏室사관을지냈다.이후주나라가쇠락하자벼슬을버리고떠나던중,노자의비범함을알아본함곡관수문장윤희의간곡한부탁으로『노자』를썼다.『노자』는상·하편5,000여자의짧은분량이지만우주론,인생철학,정치·군사를아우르는방대한내용을담아후대에널리영향을끼쳤다.노자가도를닦으며심신을보양한삶을산덕에장수했다고전해질뿐,그외은둔길에오른이후의종적에관해서는알려진바가거의없다.

목차

상편(上篇)
1장말로는설명할수없는도道
2장현상[有]과근원[無]은짝으로된하나다
3장존재의중심,참나를든든하게하기
4장도道는자신을드러내지않고현존한다
5장하늘과땅은편견이없다
6장만물을생성해내는신비한여인의비어있는문
7장집착하지않고흐르면영원하다
8장흐르는물은다투거나경쟁하지않는다
9장가득채우면흘러넘친다
10장어떤것이최고의행위[德]인가?
11장비어있음[虛]의쓸모
12장감각의문을닫고중심에머물기
13장칭찬이나비판에반응하는자는누구인가?
14장도道는인식대상이아니다
15장도道를체득한사람의모습
16장만물은뿌리로돌아간다
17장신뢰심은말에서생기는것이아니다
18장도道에서멀어지면이렇게된다
19장다듬지않은통나무처럼투박한도道에머물기
20장시시콜콜따지지않고바람처럼자유롭게흘러가기
21장크고온전한힘은오직도道를따를때나온다
22장부족하면부족한대로남으면남는대로
23장사람이하늘의길을따르고자하면
24장까치발로는오래서있지못한다
25장도道는스스로그러한자신의본성을따른다
26장조급하면통제력을잃는다
27장이렇게사는것이‘도道를따르는삶’이다
28장시냇물처럼,다듬지않은통나무처럼
29장자연은마음대로주무를수있는게아니다
30장지나친것은자연의섭리를거스른다
31장전쟁에서승리하면초상을치르듯이슬퍼하라
32장이것저것가르고나누는행위를멈추어라
33장자신을아는것을환함이라고한다
34장도道는이러쿵저러쿵말이없고나서지도않는다
35장자유롭게노닐어도전혀해롭지않다
36장부드럽고약한것이딱딱하고강한것을이긴다
37장하려고함이없어도모든일을이룬다

하편(下篇)
38장무엇을버리고무엇을취해야할지를아는가?
39장굴러다니는돌처럼여겨지기를원해라
40장근본으로돌아가는것이도道의운동양식이다
41장도道는너무커서인식할수있는대상이아니다
42장덜면보태지고보태면덜어진다
43장말없는가르침과억지로하지아니함의힘
44장명예와재물은얻었지만자기를잃는다면
45장우리의본성은고요함이다
46장만족할줄알때넉넉함을누린다
47장억지로하지않고도모든것을이룬다
48장세상에서주인으로살려면
49장어떤것이참된덕德인가?
50장죽음이들어설자리가없도록하라
51장낳고기르면서도자기소유물로여기지않는다
52장어머니를안다면그의자식도알수있으리라
53장큰길은매우평탄하여가기가쉽다
54장잘심은것은뽑히지않는다
55장욕망에따라기운을쓰면생명력이고갈된다
56장아는사람은말하지않는다
57장법령이많을수록도적과범죄는늘어난다
58장환하면서도다른사람을눈부시게하지않는다
59장아끼는것처럼좋은것은없다
60장뒤적거리지말고그냥내버려두어라
61장모든시냇물이흘러드는어머니같아야
62장모든얽매임에서풀려나기때문이지않은가?
63장뭐화끈한것이없을까찾지마라
64장만물이스스로길을가도록도우면
65장사람들이이것저것따지지않도록한다면
66장도道를체득한사람은다투려하지않는다
67장세가지보물[三寶]
68장‘싸우지않는것’의힘
69장무기없이적을무찌르는법
70장내말은이해하기도쉽고따라행하기도쉽다
71장모른다는것을아는것이최상의앎이다
72장삶을무겁거나힘들게느끼지않으려면
73장하늘의길은다투지아니하면서도
74장목수를대신해서자귀질하는사람은
75장백성들삶이고달프고다스리기어려운이유
76장너무강하면꺾인다
77장자기가무엇을했다는생각이없는사람
78장부드러운것이단단한것을이긴다
79장하늘의길은공평하다
80장나라는작고인구는적은것이좋다
81장도道를체득한사람은쌓아두지않는다

해제(解題)

첫째마당:『도덕경(道德經)』은어떤책인가?
노자는실존인물인가?/노자는어떤사람인가?/『도덕경』은누구의작품인가?/『도덕경』의집필목적은무엇인가?/노자는인도의요가전통을알고있었는가?
둘째마당:노자의깨달음
모양도없고성질도없는도道가천하만물의근원이다/성스러움과지혜로움을버리면뭇사람의이익이백배나더한다/어짊[仁]과옳음[義]을버리고도道로돌아가라/큰나라를다스릴때는작은생선삶는것같이하라/전쟁뒤에는반드시흉년이든다/돌고도는것이도道의움직임이다

부록:주제별로읽는『도덕경』

1도道의실체
2도道의작용
3도道/스스로그러함:自然
4하늘의길
5무위無爲/억지로하려고하지않음
6부드러움과약함
7무욕無慾/이기적인욕심을버림
8무지無知/따짐과분별을끊음
9비폭력非暴力
10근본으로돌아감
11통치자의길
12도道를체득한사람과세상

출판사 서평

흔히『논어』『도덕경』『금강경』『바가바드기타』를‘동양의4대고전’이라부른다.그중『논어』만이1만5천여자로가까스로한권분량이될뿐『도덕경』과『금강경』은5천여자에불과하고,『바가바드기타』도700개의짧은게송으로되어있다.세권모두소책자한권분량도되지않는셈이다.하지만이책들을제대로독해하는건무척난망한일이다.고대한문이나옛글자인산스크리트를우리말로옮기기힘들기때문만은아니다.대개두가지이유때문인데첫째,각각유교,도가사상,(선)불교,힌두교의핵심텍스트인만큼,‘마음’으로읽어내지못하고수양(수행)이따라주지않으면그텍스트를온전히읽어냈다고하기힘들기때문이다.둘째,원문보다훨씬난해한해석이판치기때문이다.첫번째이유가보통사람에게는다소어찌할수없는일이라면,두번째이유는일반독자에게는부당한일이다.고전의향기를느껴보고싶거나혹은읽어야할처지에있는사람에게고전을더멀리하게만든다.

『도덕경』의경우는더욱심하다.『도덕경』은『논어』처럼역사적사실이나옛일화가등장하지도않고,『금강경』처럼‘그것은그것이아니기때문에그것이라고부른다’같은역설의논리도거의등장하지않는다.심지어난해한한자도‘거의’없다.그럼에도그동안『도덕경』읽기는쉽지않았다.해방이후수백종이넘는『도덕경』해설·번역서가출판되고현재유통되는것만도100여종에이르지만,대개앞서의두가지문제점을쉬이넘지못했기때문이다.게다가어떤이들은자신의학문적성취를뽐내기위함인지『도덕경』한권으로동양사상전체를무리하게꿰어맞추거나심지어는같은줄에놓고비교할수없는서양철학까지끌어들인다.또해설에는본문보다더어려운한자들을집어넣어더욱난해한한권의논문으로만들어버리기도한다.독자들은이사이에서흔들릴수밖에없다.

이책은독자들이『도덕경』이라는텍스트를온전히이해할수있도록돕는최고의길잡이다.신학대학교를졸업하고한때성서번역에참여했던정창영은동양사상으로눈을돌려불교,힌두교,도가사상을넘나들었다.최근에는천문학에까지천착하는등광폭행보다.그사이에번역가정창영은고전을‘마음으로’읽을수있게되었다.그리고동양고전에대한탁월한해석과쉬운풀이는그를동양고전최고의번역가자리에올려놓았다.그가번역한『바가바드기타』와『열자』는그번역의탁월함과대중성을인정받아2015년각각‘올재클래식스’에이름을올리기도했다.또한그가번역한『도덕경』(초판2000년,개정판2014년)과『우파니샤드』는“가장친근한번역”이라는독자의평가를수식어로달았다.

정창영번역『도덕경』의마지막개정판이라할이책에는지난20여년그의앎과삶의경험이더욱짙게투영되었다.그에따라번역과풀이를대폭수정했을뿐만아니라,기존의편집체계도전면개정하여더친절해졌다.이책을통해한글전용세대의동양고전이해를높이고,중장년세대에게는오래전접했던『도덕경』을다시한번들게하는역할을하길고대한다.

저절로일어나는자연한삶살기[無爲自然]
선과악,미와추의상대적분별이아닌근원의자리에서무심하게세상을대하기[無知無慾]
비우고[虛]물러나기[退],그리하여투박한[樸]근원으로돌아가기[反]

“시간이흘러마흔중반에,어설픈실력으로옮긴『도덕경』번역이책으로출간되었습니다.그후20여년이더지났고,이번에새로옮겼습니다.20년더한삶의경험이제대로투영되었을까요?(…)‘한문텍스트없이’우리말번역만읽어도무슨말인지뜻이통할수있게옮기는것을목표로애를썼습니다.물론턱없이부족함을느낍니다.이제는이책을다시번역할기회가없을것같다는생각에약간(많이)서운하기도하네요…”-‘옮긴이의말’에서

이책의특징―정창영의『도덕경』은무엇이다른가?

1.쉬운번역,이해할수있는번역:우리말번역만으로도충분히읽을수있는도덕경
이책은일반적으로동양고전이따르는원문?번역?해설의순서를따르지않았다.시작이자중심은‘우리말번역’이다.‘우리말만으로도충분히동양고전을읽을수있게하자’는역자의의도다.그래서왜곡되지만않는다면과감하게현대어를차용해번역한다.물론원문도함께실었으며,원문의한자해석도자세하게풀이했음은기본이다.

2.탁월한해석과친근한풀이:마음으로읽는도덕경
동서양경전번역을넘나들었던역자의경험을바탕으로,원문에대한탁월한해석과풀이는‘마음으로읽는도덕경’의세계로우리를이끈다.마음으로읽어내지못하고수양이따라주지않으면그텍스트를온전히읽어냈다고할수없기때문이다.

3.충실한“원문”해석과해설:여러판본비교를통한‘열린텍스트’로서의도덕경
책에실린원문의저본은중국고전을집대성하고있는‘중국철학서전자화계획(中國哲學書電子化計劃)’에수록된『도덕경』이다.하지만군데군데어울리지않는문장은‘곽점초묘죽간본’과‘마왕퇴한묘백서본’까지참고해수정하거나보충설명을달았다.단순히‘한자공부’가아닌,다른판본을통한또다른해석의여지도설명하면서『도덕경』이‘열린텍스트’가될수있는통로를놓았다.

4.깊이있는“해제”:마음을수양하는책을넘어서는정치철학서로서의도덕경
책의말미에실린60쪽에달하는‘해제’는단순히노자가누구인지,『도덕경』이어떤책인지설명하는수준을넘어서,『도덕경』이마음을수양하는책일뿐만아니라정치철학서로서의역할까지했음을밝히고있다.

5.부록:책속의책“주제별로읽는『도덕경』”수록!
부록으로“주제별로읽는『도덕경』”을수록했다.‘도의실체’,‘도의작용’,‘무위’,‘비폭력’,‘통치자의길’등『도덕경』에흩어져있는주제들을하나로묶어발췌?수록함으로써『도덕경』을더욱깊이이해하고,나아가명상과수양에도도움이되도록안내한다.

책속에서

정신문화유산은어느한사람의창작인경우가드물다.대부분시대정신의소산이다.어느시대를대표하는정신이책이나예술작품으로세상에나올때는이미수많은동시대사람들의정신이거기에함께담겨있기마련이다.그리고그런결과물들에그시대를(정치적으로나정신적으로)대표하는인물의이름을붙이는것이보통이다.한글과측우기는세종대왕이만들고,‘토라’는모세가썼다는식으로.나는『도덕경』을노자가썼다고하는얘기도비슷한맥락에서이해할수있다고본다.물론어떤경우에도세종대왕이나모세나노자는실존인물이어야한다.비록그이름이가명(假名)이나차명(借名)일지라도,그시대그정신을대표하는어떤사람이있었던것만큼은사실이어야한다는말이다.그사람이개인이아니라집단일수도있다.하지만집단이라할지라도항상리더는있는법이다.그래서나는노자라는사람이있었고그가『도덕경』을썼다는견해를지지한다.
---p.271

노장(老莊,노자와장자)으로대표되는무위자연(無爲自然)철학을흔히은둔철학또는현실도피사상쯤으로치부하는경향이있다.도가(道家)사상이후대에현실도피적인성격으로발전한것은사실이지만처음부터현실도피적인성격을가지고있었던것은아니다.지금우리가살펴보고자하는『도덕경』만해도그렇다.이책도처음부터‘은둔철학서’가아니었다.저자자신이현실정치에깊이참여한흔적이보일뿐만아니라,앞서살펴보았듯이노자가『도덕경』의저자라면그는왕의측근에있던지위가높은정치가또는모든분야에달통한원로정치인이었다.그런그가후에도(道)와덕(德)을깨닫고자신의깨달음을글로남겼다면그안에는당연히심오한정치철학이담겨있을수밖에없을것이다.『도덕경』안에큰나라와작은나라의외교관계,전쟁하는법,백성을편안하게하는법등왕의통치에관련된내용이상당히많이포함되어있다는사실로도이런가정이아주잘못된것은아님을알수있다.『도덕경』이원래정치철학서성격을가지고있었다는가정을가능케하는증거는꽤많지만,그중에서중요한두가지만살펴보도록하자.
---p.284

그렇다면그것을임시로‘길[道]’이라고부르기로하자.왜?그것은길과같으니까.길이있다면사람이나동물이그위를걸어서여기서저기로간다.물건도길을따라여기서저기로운반된다.길을따라상태의변화가일어나는것이다.모양도없고성질도없는그것은우주전체에서길과같은역할을한다.그것은아무것도없는데서하늘과땅이생기게하고,하늘과땅에서만물이생기게한다.이상태에서저상태로변화하게하는것이다.그러니마치큰길과같지않은가?

이리하여노자는하늘과땅을생기게하고만물을낳고기르는그것,모양도없고[無形],성질도없고[無性],한계도없고[無限],다함도없는[無盡]그것,말로는도저히표현할수없는그것을‘길[道]’이라고부르게되었다.노자는또생각한다.그렇다면길[道]을무어라고설명할것인가?역시똑떨어지게설명할수가없다.새로운것을알아차릴때에는이미알고있는것을토대로미루어짐작하는법이다.그러나길[道]은모양도없고성질도없으며시작도없고끝도없어서상상의영역을넘어서있다.도저히그것자체를설명할방법이없다.그러니그것과비슷한것에비유해서이해시킬도리밖에없겠다.
---p.301

노자는생각한다.도(道)는기운을머금고있는구름처럼혼돈한상태에있다.손도없고발도없으며,머리도없고어떻게하려는꾸밈도없다.다만스스로의변화에따라하늘과땅을낳고만물을기른다.이것이도(道)의본성이다.도(道)의이런본성을무어라고부를까?스스로그러하니‘자연(自然)’이라고할까?하고자함이없으면서도모든것을하니‘무위(無爲)’라고할까?아니,이둘을합쳐서‘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고할까?천지만물은무위자연상태로존재하고변화한다.하늘은무엇을하고자하는마음이없으며,저절로천둥이치고번개가번쩍이며바람이불고비가온다.땅도꾸민마음이없다.저절로초목이돋아나고오곡이영근다.새는행글라이더나패러글라이더가없이도아무생각없이하늘을날고,물고기는스쿠버가없이도자연스럽게물속에서노닌다.사람도마찬가지다.굳이일부러노력하지않더라도발은자연스럽게땅을딛고손으로는이것저것붙잡는다.모양도다르고성질도다른천하만물이모두자신의본성에따라무위자연으로움직이는것이다.
---pp.305~306

사랑과정의는눈에보이지않는것이다.그래서사람의욕심때문에사랑과정의도실행하기어렵다는것을느낄때쯤이면,겉으로보이는행위로사람들의행동을규제하기위해‘윤리규범[禮]’이라는것이나온다.그러므로윤리규범이강조되는사회는이미사랑과정의가사라진사회라고보아도틀림이없다.사회가이정도가되면자기가정해놓은규범을지키지않는다고서로다툼이일어나기마련이다.사람과사람이,조직과조직이,나아가서는나라와나라가이문제를놓고싸운다.심지어는군사를동원하여사람을죽이는전쟁을하면서도군례(軍禮)라는것을내세운다.이얼마나거짓된짓인가.

노자는인위적인규범을버리고진정한본성으로돌아가라고외친다.꾸미지않고,속이지도않으며,지나친욕심을부리지않고본성에따라자연스럽게사는것이진정한덕(德)이라고말한다.이렇게하면좋겠다아니면저렇게하면좋겠다고아무리꾀를부려보아도자연스러움에서멀어질뿐득(得,德)될것이없다는것이다.노자는도(道)에따라사는사람의이상형을갓난아이에비유한다.
---p.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