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살기 시작했다 : 반려동물과 살면 알게 되는 것들

개와 살기 시작했다 : 반려동물과 살면 알게 되는 것들

$14.00
Description
막 반려동물과 살기로 결심한 당신에게
일어날지 모를 ‘변화’에 관한 이야기
이 책은 저자가 유기견 은이를 입양하면서 알게 되고 깨달은 것, 보이기 시작한 것을 고백한 것이다. 저자가 상담심리사(한국상담심리학회 소속의 1급 상담심리사)인 만큼 반려동물을 받아들인 이후 삶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섬세하게 관찰한 것이 특징이다. 랜선 집사로만 있다가 실제로 함께 살겠다고 마음먹은 미래의 보호자들에게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저자는 랜선 집사는 아니었고, 유기견 보호소에서 봉사 활동을 하다 은이와 만났다. 봉사를 한 것도, 남편 제안에 망설이다 은이를 입양한 것도 실은 모두 사람 아들을 위해서였다. 저자는 아들이 생명을 존중하는 사람으로 자라고, 은이와 지내면서 외둥이의 쓸쓸함을 덜기 바랐다.
하지만 이런 계산은 은이가 집에 온 첫날부터 빗나간다. 마음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뻗어 나간다. 거실에 혼자 두자 낑낑대던 은이를 침대로 안아 올린 순간, 새로운 세계에 들어선 것이다. 세 살 무렵 만난 은이는 이제 열한 살이 되었다. 지금 저자에게 은이는 어딜 가든 무엇을 하든 가장 먼저 고려하는 대상이 되었다.

저자

송주연

상담심리사다.유기견보호소에서은이를만났다.이책은은이와살면서배우고깨달은것,보이기시작한것들에관한이야기다.《엄마로태어난여자는없다》《이선넘지말아줄래요?》를썼다.

목차

저자의말-은이눈에비친나

1장.한존재가오는일
에피파니의순간
내게이런감정이있었다니
가구의새로운용도
너의말을배우는중이야
자식같은반려견이자식과다른점
덜중요한생명은없다

2장.더좋은사람이되어야지
나의마음선생님
인간중심의말들
매너견이되는법
은이와지구한바퀴
캐나다에서있었던일
반려인이든비반려인이든

3장.다른세상을열어젖히다
혐오의발견
학대와욕망은한끗차
좋은생명체로살아가는법
육식권하는TV
나를비추고,성장시키고
그래도사람이먼저일까?
모두스러지는존재

출판사 서평

‘4.5킬로그램개한명’이
열어젖혀보인새로운세계

은이가열어젖혀보게된세상은어떤모습일까.그세계에서저자는어떻게변화되었을까?먼저자신과타인을바라보던시선이바뀌었다.절대자처럼변함없이자신을믿고사랑해주는은이를통해있는그대로의자신과다시마주하고,타인과의관계도돌아보게된다.특히은이와아들을달리대한다는사실을자각하고,그원인을찾아가는과정은저자의사려깊음이드러나는대목이다.

나는왜사랑하는두존재에대해이토록다른태도를갖게된걸까.왜아이에게는무언가를늘기대하고평가하고판단하면서은이의행동은무엇이든호기심을갖고들여다볼수있는걸까.이차이는상대방에대해내가알고있다고여기는정도와관련있는것같다.
많은부모가사람자녀에대해서는‘많은걸알고있다’고가정한다.태어나모든성장과정에함께한데다은근히나와닮은자녀에대해부모들은자신이마치다알고있는것처럼느낀다.-60쪽

저자는대인관계로힘들때반려동물의마음을궁금해하듯타인들의세계를궁금해한다면,서로더존중하는관계를맺을수있으리라조언한다.

‘좋은사람’이아닌
‘좋은생명체’가될게

또한저자는은이의자리에서세상을보게된다.그제야세상이얼마나인간중심적이었는지알아차린다.비장애인이장애인의눈으로세상을바라보았을때처럼.

인간에게좋다는목재마룻바닥은은이가걷기엔너무미끄러웠고,인간의키에맞춰만들어진가구들도은이가오르내리기에는관절에무리가될만큼높았다.인간이깔아놓은시멘트나아스팔트로된거리의바닥은여름이면너무뜨겁게달궈지고겨울엔너무차가워져서은이의말랑한발바닥패드를상하게했다.갑자기오토바이가튀어나오는아파트단지의산책로도안전해보이지않았다.게다가‘개’를비하하는시선이나언어는세상에널려있었다.-8쪽

2년여동안체류했던캐나다와비교하면한국은‘펫프렌들리’한곳과는아직거리가멀다.

11시간후우리는무사히인천공항에도착했다.그새밴쿠버공항의분위기에익숙해져있던나는비행기에서내려짐을찾으러가는길에은이를가방에서꺼냈다.조금이라도빨리움직이게해주고싶었다.하지만그순간,공항직원이내게다가와다시집어넣으라고했다.나는그때실감했다.여기는캐나다밴쿠버가아니라대한민국인천이구나!-116쪽

여전히비인간동물들은전시되고,이용되고,소유되다버려지고,물건처럼다뤄지고있다.최근엔동물학대사건도끊이지않고있다.비인간동물은약자중의약자다.그자리에서니다른사회적약자들도보였다.

은이와함께하면서나는가부장사회에서여성의자리와인간중심적사회에서동물의자리가결코다르지않다는걸매일매일체험한다.기울어진운동장에서서살아간다는점에서나와은이는같은처지에있다.그래서인지나는인간중심의사회에서동물들이겪는불편을전보다더잘알아차리게됐다.또한다른소수자들이겪는편견과차별에도더욱민감해졌다.그리고모든편견과차별및혐오는결국다연결되어있음을온몸으로느낀다.-150쪽

“4.5킬로그램의작은개한명”이일으킨변화는여기서그치지않는다.저자는은이가인간중심의시선에서자신을“해방”시켜주었다고단언한다.은이를통해살아있는모든것은연결돼있음을깨달았고,그존재들이자신답게살아갈수있는‘평등한’세상을만들기위해일상에서작은실천을늘려가는중이다.이를테면일주일에며칠은비건을시도해보는식이다.막비인간동물과살기로마음먹은당신도곧‘좋은사람’이아닌‘좋은생명체’로살아야겠다고다짐하게될지모르겠다.

책속에서

나는아이가생명에대한경외를잃을까봐조바심이났다.아이에게생명을접할기회를주고싶었다.그방법으로택한것이바로유기견보호소에서의봉사활동이었다.-21쪽

나는1시간을버티지못하고은이를안아침대에올리고말았다.몸까지떨며낑낑대던
은이는내가안아주자즉시울음을그치고내옆구리로파고들었다.그러더니곧바로쌔근쌔근잠이들었다.은이가숨을쉴때마다내옆구리가간질거렸다.그간질거림에나도모르게미소가지어졌다.-28쪽

나는왜사랑하는두존재에대해이토록다른태도를갖게된걸까.왜아이에게는무언가를늘기대하고평가하고판단하면서은이의행동은무엇이든호기심을갖고들여다볼수있는걸까.이차이는상대방에대해내가알고있다고여기는정도와관련있는것같다.-60쪽

“반려동물의생명값은반려인과의관계에따라달라지는경우가많아요.치료가가능하고처치를해가며잘관리하면오래도록함께할수있는경우에도,사람이라면고민하지않았을비용과보호자의불편을문제로포기하는경우가종종있어요.제가병원을운영하면서경험한바로는대체로치료비가600만원이넘어가면치료를포기하는분이많은것같아요.”-69쪽

어릴적부터주변과대중매체를통해익히보아온‘불우한환경에서성장한사람은어딘가결핍이있을것’이라생각하고멀리하려는사람들의모습을나는기억하고있었다.이웃의발언은이런편견이유기견에게도향하고있음을알게했다.-88쪽

나는‘꺅!’이라며피하는사람들이나‘예쁘다’며다가오는사람들이별로다르지않다는생각을자주한다.개라는존재가어떤존재인지알아가거나,개역시한생명으로서감정과의사가있다는점은완전히무시한채‘개를싫어하거나좋아하는’자신의관점으로만바라보고있다는점에서둘은별차이가없기때문이다.-93쪽

캐나다은행대기실엔반려견들이쉴수있는공간이마련되어있었고,물과간단한반려견용간식까지구비되어있었다.그날은이는그곳에서고객인우리보다더열렬한환영을받았고,은행직원들이주는간식을받아먹으며우리가계좌를개설하는동안즐거운시간을보냈다.-102쪽

밴쿠버공항에갔을때,나는인천공항에서처럼은이를가방안에넣은채공항에들어섰다.그런데국제선출국장에서도개를안고다니는사람들이보였다.목줄을하고출국장내를걸어다니는개들도있었다.나는슬그머니은이를꺼내보았다.어떤불편한시선도느껴지지않았다.은이를안고탑승수속을위해항공사카운터로갔다.항공사직원은은이를보더니“오,마이베이비”를연발하며쓰다듬어주었다.-114쪽

그새밴쿠버공항의분위기에익숙해져있던나는비행기에서내려짐을찾으러가는길에은이를가방에서꺼냈다.조금이라도빨리움직이게해주고싶었다.하지만그순간,공항직원이내게다가와다시집어넣으라고했다.나는그때실감했다.여기는캐나다밴쿠버가아니라대한민국인천이구나!-116쪽

노숙인은사료를꺼내서겉봉투의성분표를하나하나살피더니몇몇사료를다시쇼핑백에담았다.그러더니이렇게답했다.“이것들은다시가져가세요.우리아이는연어알레르기가있어서연어가들어간건먹으면안돼요.”무조건고마워할거라는기대와는다른반응에나는당황했다.-122쪽

“동물을좋아하는데안키우시는건가요?”그러자이런답이돌아왔다.“별로안좋아해요.저는동물들만지는것도싫어해요.그물렁한느낌이이상하거든요.하지만싫은건그냥내마음인거고요,키우시는분들마음도중요하잖아요.생명을거두고보살피는건어쨌든소중한일이고동물들도자신의본성을존중받고살아야죠.”-130쪽

다른종인동물에게까지공감하고연민을느끼는반려인들이동물을싫어한다는이유로누군가의인격을비난하는것은어딘가어울리지않는다.타인의호불호와가치관이나의것과다르다고해서그사람의인격을폄하하는것은일종의혐오와다르지않다.-133쪽

한친구가내게이렇게물었다.“혹시네가남자였어도그런소리를들었을까?”생각해보니정말그랬다.덩치가큰남성이강아지를안고서있었다면이런말은쉽게튀어나오지않았을것이다.내가경험한건여성과동물에대한일종의혐오였다.-144쪽

지인은은이의배를쓰다듬으면서이렇게말했다.“그런데은이출산경험은있을까요?여자로태어나서아기도못낳아봤다면정말안됐어요.”나는은이를예뻐하는지인의마음을잘알고있었지만,이말엔반감이들었다.암캐이니새끼를낳았어야뭔가온전한경험을한개라는말속엔아이를낳지못하는여성을폄하하고무가치하다여겼던가부장사회의분위기가솔솔풍겨났다.-147쪽

나는‘기울어진운동장’에서있다는점에서동물과여성의처지가크게다르지않음을
깨닫게됐다.여성이남성중심으로기울어진가부장제사회에서남성의시선속에갇혀살아간다면,동물은인간중심으로기울어진세상에서인간의시선에갇힌채살아
간다.-149쪽

기울어진운동장에서서살아간다는점에서나와은이는같은처지에있다.그래서인지나는인간중심의사회에서동물들이겪는불편을전보다더잘알아차리게됐다.또한다른소수자들이겪는편견과차별에도더욱민감해졌다.그리고모든편견과차별및혐오는결국다연결되어있음을온몸으로느낀다.-150쪽

SNS에는특정견종을선호하고,견종의아름다움을한껏과시하도록치장된개들의사진이가득하다.이런개들의사진을보면한편으로는부럽기도하고,모델처럼개를가꾸는보호자의부지런함에감탄하기도한다.하지만그것이과하다고느껴질때도있다.그럴때면개의입장이되어보곤한다.저렇게털을손질하고,견고한자세로흔들림없이서서사진을찍기위해얼마나오래참아야했을까,정말저개는이런것들을원해서하고있을까,자신의치장된모습에스스로도만족하고있을까.이런의문들이들때면이개들역시보호자의욕망을실현하는하나의‘객체’로다뤄지고있는건아닐까하는생각이밀려온다.마치감상의대상이된전시물처럼말이다.-154쪽

결국우리가할수있는건‘나의반려동물을다이해할수없다’는겸손한마음을갖는것아닐까.인간으로서인간의관점으로동물들을대하고있음을인정하고,내가보고판단하는것이동물에게는가당치않을수도있음을알아차리는것.이러한차이를줄여가기위해반려동물의입장을한번더헤아려보는것.이것만이인간중심적인관점을돌아보고동물을객체화하는걸최소화할수있는길일테다.-160쪽

아이가바닷가에서작은게를잡아와키우기시작했다는이웃의블로그글,실내동물체험공간에서먹이를주는모습을담은SNS속사진,산에서잡아온곤충을키우다죽었다고슬퍼하는아이가‘동물을너무사랑해큰일’이라고고민하던한친구.
나는이제이들의사진에더이상‘좋아요’를누르지못하고,친구의고민에공감의말을해주지못한다.대신이런질문이내마음을사로잡는다.‘왜우리는이렇게다른생명들을인간의관점으로만바라보고이용하는걸당연하게여기게됐을까?’-164쪽

아이가초등학교5학년이됐을때였다.어떻게알았는지동네과학학원들에서내게도홍보문자들을보내왔다.그런데이들이자랑하는커리큘럼엔‘동물해부’가버젓이들어있었다.소눈,개구리,돼지폐등을해부한다는학원들의홍보에나는마음이쿵하고내려앉았다.-166쪽

문제는내가보아온대부분의드라마에서육식이대세였다는거다.드라마속인물들은좋은일이나축하할일이생기면일단‘소’를들먹이고,‘소’는누군가를대접하는매우고급스러운음식으로취급된다.‘돼지’는주로드라마속직장인들이스트레스를받은날회식하는단골메뉴다.
‘치킨’은가난했던시절월급탄아버지의사랑이나,젊은이들의자유를상징하는단골메뉴로등장한다.드라마속재벌이나권력가가일을도모하며중요한인물들을만날때는대체로방금까지살아있었던물고기의사체(회)나벌건피가그대로고이는덜익힌스테이크가등장한다.-173쪽

반려견을홀로놔두고외출하는것에심한죄책감을품었던한내담자는자신이어린시절겪었던분리불안을반려견에게투사하고있었다.반면혼자만의시간을중시하는또다른내담자는반려견을홀로두는것에미안한마음을갖지않았다.반려동물을지나치게통제하려드는지,서열을중시하는지,방임하는지등한사람이반려견을대하는태도에는그가자기자신이나타인을대하는태도가반영되어있었다.-185쪽

나는질병과노화앞에서죽음을떠올리며불안해했지만,은이는이모든것을자연스러운것으로받아들이고있었다.자연의일부로서숙명을기꺼이수용하고지금-여기서의삶을마음껏누리고있었다.-210쪽

추천사

관계는관점에영향을미친다.한편으로는관점이관계에도영향을미친다.우리가무엇과,혹은누구와어떤관계를맺는지에따라만나는이야기도달라진다.관계는늘새로운세계를열어주고필연적으로상실감도따라온다.반려동물과의관계도예외가될수없다.
어느날인간가족의반려가된은이는인간에게다른세상을열어젖혔다.‘나’중심에서벗어나다른존재의마음을생각하게하는이관계는어느덧서서히나의언어,나의시각,나의행동을바꿔나간다.그렇기에생각하기는곧다른존재와연결하기이다.4.5킬로그램의존재가인간중심의세계에두드리는생각의무게는훨씬무겁다.
―이라영(예술사회학연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