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반할 매화 - 알고 보면 반할 시리즈

알고 보면 반할 매화 - 알고 보면 반할 시리즈

$19.52
저자

이종묵

저자:이종묵

서울대학교국어국문학과교수.한국고전문학을연구한다.서울대학교에서「해동강서시파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으며,한국정신문화연구원(현한국학중앙연구원)교수를지냈다.선비의운치있는삶을사랑하여한국의옛글을읽고그자취를찾아다니는것을즐거움으로삼는다.지은책으로『한국한시의전통과문예미』,『조선의문화공간』(총4권),『우리한시를읽다』,『부부』,『절해고도에위리안치하라』(공저),『돌아앉으면생각이바뀐다』,『조선시대경강의별서』(총3권)등이있다.옮기고해설한책으로『누워서노니는산수』,『부휴자담론』,『사의당지,우리집을말하다』,『글로세상을호령하다』,『양화소록:선비,꽃과나무를벗하다』등이있다.

목차

서(序)

제1부매화를키우는일

설중매를위하여
화병에꽂은매화
난로회와매화음
늦게피는매화를위한변명
매화의적

제2부매화를사랑한사람들

매화와의문답
시로매화의주인을다투다
매화와미인
화정부인의일생
벗들사이를오간매화첩

제3부조선의명품매화

단속사의정당매
사명대사의정릉매
이정귀의관동월사매
대명매와대명홍
삼매당과사매당

주(註)
수록글의원출처

출판사 서평

한겨울에매화를피우는법부터
매화를아내로맞은이들의이야기까지
조선선비들의매화문화사

매화를좋아하시나요?
눈속에서피어난‘설중매’,화병에꽂아개화를앞당긴‘병매’,
밀랍으로만든‘윤회매’,꽃이피면한바탕잔치를열던‘매화음’,
매화를벗으로,아내로삼아부른‘매화군’과‘매화부인’,
그리고,조선의5대명품매화까지

조선시대꽃과나무의문화사에서가장중심에있는것이매화다.사군자의맨첫자리를차지할뿐더러,엄동설한을뚫고꽃을피우는것이여느꽃들과는차원이다르며,그렇게피어난꽃은특유의매력적인향을뿜었다.매화가예로부터많은선비들에게사랑받아온이유다.선비들의매화사랑은다양한글로도표현되었는데,이책은조선시대문사(文士)들이시와산문을통해남긴,매화를사랑하고즐겼던이야기들을모은것이다.매화를키우는다양한방법부터벗들을불러한겨울에피운매화꽃을함께감상하는매화음,매화를벗으로삼은이,또는그것도모자라아내로삼은마니아들,그리고조선의5대명품매화까지,조선선비들의매화문화사가운치있는매화그림들과함께이한권의책에담겨있다.

“이름난매화를직접찾아가눈으로꽃을보고코로향을맡지않은것은아니지만,내가더욱사랑하는것은옛글속의매화니,결국내가슴속의매화인셈이다.옛글을통해내가슴속에피어있는매화를보이고자한다.”
―저자의「서(序)」중에서

설중매

책은설중매(雪中梅)이야기로시작된다.매화하면떠오르는것중하나가설중매다.한겨울에꽃을피우는매화는맑고매운절개를지닌선비를닮았다.16세기영남의선비하항은기질이맑아한점세속의티끌조차묻어있지않다하여벗들이그를설중매라불렀다는데,그만큼옛선비들은설중매를좋아했고또스스로설중매이고싶어했다.

장유는「만휴당십육영중세밑에피는강가의매화」라는시에서“누가알았으랴,남방의기후특별하여서/세밑에남쪽가지에서꽃소식재촉할줄.”이라고읊었는데,만휴당은전라도나주에있었기에굳이방안에두고인공을가하지않아도노지에서매화가꽃을피울수있었다고한다.

당시선비들은한겨울에매화꽃을즐기기위해다양한방법을동원했다.1652년무렵승지박장원은뿌리와가지만앙상하게남은매화나무가지서너개를화분에옮겨심고침실에두었다가,끓인물을하루에한두차례며칠부어주어결국세모에꽃망울을틔웠다고한다.

효종의딸숙안공주의손자인홍태유는기사환국(己巳換局)으로남인이집권한뒤여주의이호(梨湖)로물러나살면서매화를더욱사랑하게되었는데,매화를화분에옮겨심고방안에두면서온도를조절하여자신이원하는시기에꽃을피웠다.그는아예꽃을관리하는하인화노(花奴)까지두었다고한다.납매(臘梅)는이런정성으로피운세밑의매화를가리킨다.

그밖에도이책에는설중매를즐기기위한다양한노력들이소개된다.또한깨끗함을생명으로하는매화의운치를극대화하기위해매화화분을넣어두는작은감실을만들기도했는데,이를매합(梅閤)이라고한다.매합에푸른명주천으로휘장을씌우고,명주로만든매합안에매화와짝을이루는달을그려넣기도하는등,조선선비들의매화사랑은매합이점차화려해지는것으로도알수있다.

윤회매

선비들의매화사랑은밀랍으로매화를만드는일로발전했다.이방법의극치는이덕무의글에서확인된다.그는벌이꽃가루를채취하여꿀을만들고,꿀에서밀랍이생기며,밀랍으로매화를만든다는데서착안하여이를윤회매(輪回梅)라불렀고,윤회매만드는상세한방법과벗들과윤회매의운치를기록한시문을모아「윤회매십전(輪回梅十箋)」이라는소책자를만들기도했다.

박지원이곤궁하여윤회매만드는방법을묻기에이덕무가직접시범해보였는데,「윤회매십전」에는박지원이고마운뜻으로보낸아래와같은편지내용이적혀있다.

“화병에꽃열한송이를꽂은것을팔아서돈스무닢을받았는데,형수에게열닢드리고아내에게세닢주고,작은딸에게한닢주고,형님방에땔나무값으로두닢보내고,내방에도두닢보내고,담배사는데에한닢을쓰고나니,묘하게한닢이남았소.이렇게보내올리니웃으면서받아주면좋겠소.”

매화음

18세기무렵한양에서는난로회(煖爐會)와매화음(梅花飮)이크게유행했다.난로회는화로에숯불을피워놓고번철을올린다음쇠고기에계란과파,마늘,후추등갖은양념을더하여구우면서둘러앉아먹는풍습이고,매화음은운치있는문인들이화분에매화를옮겨심고방안의감실에넣어잘관리하여눈속에꽃을피운후벗들을불러즐기는것이다.별품위없어보이는난로회가매화음과어우러지면그운치가달라졌다.

곤궁했던화가김홍도가그림을팔아얻은3천전을가지고,평소사고싶었던매화를2천전에사고800전으로술을사서친구들과매화음을즐겼다는이야기가조희룡의『호산외기(壺山外記)』에전하니,당시매화음이크게유행한것을짐작할수있다.

그런데,이인상은매화구경을하면서난로회를갖는풍조를강하게비판했다.한겨울피어야할매화가뜨거운화로의불기운때문에10월에벌써꽃을피우는데,비릿한고기굽는연기를덮어써야하니,맑은절조의매화로서는난로회가참기어려운굴욕이었을것이기때문이다.그래서인지고기대신맑은차를마시며매화를완상하는것이유행하기도했다.

이덕무는「선귤당농소(蟬橘堂濃笑)」에서세상에서가장운치있는풍경을다음과같이들었는데,매화구경으로는가히최고의경지일것이다.

“세속에서초탈한선생이있어깊은산중눈속의집에서등불을밝히고,붉은먹을갈아『주역』에권점(圈點)을치노라면,오래된화로에서피어오르는푸른향연기가하늘하늘하늘로오르면서오색찬란한공[毬]모양을짓는다.오른편에는일제히꽃봉오리를터뜨린매화가보이고왼편에는솔바람과회화나무에떨어지는빗소리처럼보글보글차끓는소리가들린다.”

매화를사랑한이들

꽃을사랑한조선의선비유박은꽃을벗으로불렀다.집에온갖꽃들을심고백화암(百花菴)이라하였는데,여기서『화암수록(花菴隨錄)』이라는책을지었다.그는매화를두고“강과산의정신이요,태곳적면목이라.”했고,겨울에피는납매를기이한벗‘기우(奇友)’라하고,봄에피는춘매(春梅)를예스러운벗‘고우(古友)’라했다.

동아시아의문인들은자신의덕을표상하는꽃을사랑하고꽃에게인격을부여하여벗이나손님으로삼았다.항주(杭州)의서호(西湖)에은거한송의임포가평생벼슬을하지않고결혼도하지않고서,매화를아내로삼고학을자식으로삼았다는‘매처학자(梅妻鶴子)’의고사는유명하다.또한황정견은“산반화는아우요매화는형이네.”라하여매화를형으로삼았는데,그로부터매형(梅兄)이라는말이유행했고,대나무벗매화형이라는뜻의‘죽우매형(竹友梅兄)’,혹은대나무아우매화형이라는뜻의‘죽제매형(竹弟梅兄)’등의말이생겨났다.

조선에는매화를사람인양설정하여대화를주고받듯시를짓는전통이유행했는데,특히이황은매화문답시라는독특한양식을만들어널리퍼뜨렸다.그는매화를매형(梅兄)이라불렀고,세상을뜨기며칠전설사를하게되자“매형에게불결하니마음이절로편치못하구나.”라하면서매화를다른곳으로옮겨놓게하고는며칠후매화화분에물을주게한다음눈을감았다는고사가널리알려져있다.

이황이처음매화와대화를시도한것은벼슬에들고나는출처(出處)때문이었다.1566년2월조정에서이황을공조판서로부르자이황은사직을청하는글을올린후경상도예천에머물러있었다.이때그는자신의심사를매화에게“고고한매화는고산이라야맞는법/무슨일로이관아의정원으로옮겨왔나?/절로명예때문에필시그르치게되리니/내늙어명예에시달린다고놀리지말게.”라고토로했다.매처학자의처사임포가사랑한꽃매화는고산(孤山)에있어야맞는데벼슬아치들이득실거리는관아에온것처럼,자신도벼슬때문에고향을떠나게된신세를한탄한것이다.그러자매화는이렇게답했다.“나는관아의뜰에서고산을그리워하는데/그대는객지에서구름과개울을꿈꾸는구나./한번웃으며만난것하늘이빌려준기회라/굳이선학과함께사립문지킬것있겠나?”(이황,「매화를대신하여답하다」)매화의답은엉뚱하다.이황이매화를사랑하면그뿐이지굳이임포처럼고산을고집할것이없다는것이다.아예벼슬문제는말도꺼내지않았으니,이황은매화의고고한절조를지킬뿐벼슬길에나아갈마음이없다는뜻을이렇게말한것이다.

이밖에도이책에는조문명과홍중성이시로매화의주인을다툰일화,정약용의매조도에담긴아내에대한그리움,매화를아내로맞은사람들의이야기가여럿실려있다.

조선의명품매화

저자가이책마지막장에서언급하는‘조선의명품매화’는모두다섯가지로,‘단속사의정당매’,‘사명대사의정릉매’,‘이정귀의관동월사매’,‘대명매와대명홍’,‘삼매당과사매당’이다.

정당매(政堂梅)는강희안의조부강회백이젊은시절벼슬에오르기전에단속사에심은매화로,그가지가구불구불하여만가지형상이며,푸른이끼가비늘처럼주글주글뒤덮고있어명품매화의반열에올랐다.

정릉매(靖陵梅)는일본에간사명대사유정이중국상인으로부터구입하여봉은사에심고즐긴것으로,그후이신성이이매화를정릉으로옮겨심어유명해졌다.정릉매가세상에이름을얻은것은세상에희귀한‘도심매(倒心梅)’,즉꽃이거꾸로드리워지는특수한종류였기때문이다.

관동월사매(月沙梅)는월사이정귀가중국에사신으로갔다가어사(御史)웅화와내기바둑을두어얻게된홍매(紅梅)로,우리나라에서홍매화가중엽이아닌단엽인것은이한그루뿐이어서유명해졌다.원래명신종이감상하던것인데,웅화가신종의명으로시를지어바쳐그상으로이홍매를하사받은것이었다.

이정귀의월사매는만력매(萬曆梅)라고도불렸는데,만력매의후손이19세기에다시대명매(大明梅)로일컬어졌다.이정귀생전에이매화가번성하다가그가죽고명이망한후에말라버렸는데,그후손의지극정성으로200여년이지난1891년드디어소생하여꽃을피웠다는기이한일이있었고,당시기호지역의사족들이다투어이일을시로지었다고한다.

‘삼매당과사매당’은충청도회덕의삼매당주인박계립,『삼매당유고(三梅堂遺稿)』를남긴정일,함평의사매당주인윤삼거등으로인해붙여진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