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는 다 우스개다 - 오탁번 시읽기 2

좋은 시는 다 우스개다 - 오탁번 시읽기 2

$28.00
Description
한국 문단의 ‘천재’로 불렸던 시인ㆍ소설가ㆍ동화작가 오탁번
1주기에 즈음하여 묶어낸 말년의 시 세계
이 책은 오탁번 시인의 갑년 이후 시 작품들에 대해 여러 비평가와 연구자들이 쓴 글을 모은 것이다. 원고의 선별과 배열은 모두 오탁번 시인이 직접 했다. 작년에 팔순을 맞은 시인이 환갑 기념으로 출간한 『시적 상상력과 언어-오탁번 시읽기』의 후속 작업으로 이 책을 준비했는데, 그만 마지막 책이 되고 말았다.

1부는 시인이 자신의 시에 대해 언급한 산문, 2부는 그간 간행한 시집에 붙은 해설, 3부는 시인의 시에 대한 비평, 4부는 대담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탁번 시인은 자신의 작업실 원서헌에서 시집과 문예지에 실린 이 원고들을 손수 뽑아 정리하던 중 깊은 병이 찾아온 것을 알았고, 책의 뒷마무리를 이정현 시인에게 부탁했다. 그리고 한 달 후 세상을 떠났다. 이정현 시인과 이 책에 글을 수록한 필자들이 오탁번 시인의 유지를 받들어 생전에 계획한 책의 편집과 체제를 그대로 따라 이 책을 출간했다.

고형진 교수와 오태환 시인은 이 책의 머리말에 이렇게 적었다.

“선생은 갑년 후에도 활발하게 시를 쓰고 발표했다. 정년이 다가와 학교 일로부터 자유로워지면서 시 창작에 더욱 매진했고 정년 이후 에는 전업 시인으로 시에 몰두했다. 시는 선생과 한 몸이 되어 일상에 완전히 녹아들었다. 선생의 일과는 시와 나란히 진행되었다. 그렇다고 시를 대량 생산하지는 않았다. 선생은 손톱에 피가 돋도록 언어를 조탁하여 잘 빚은 시의 항아리만을 세상에 내놓았다. 선생은 갑년 이후 3~5년 간격으로 시집을 간행하였다. 시집 간행 주기는 갑년 전에도 똑같았다. 선생은 그렇게 평생 엄격하고 성실하게 시를 짓다가 어느 날 갑자기 저세상으로 훌쩍 떠나셨다.
갑년 이후에도 선생의 정신은 푸르렀다. 늘 어린아이와 같은 호기심으로 세상을 바라보았고, 문단과 정치의 부조리엔 결기 있게 비판의 목소리를 냈으며, 새로운 시에 대한 실험을 지속해서 시도했다. 그리고 끝까지 유머를 잃지 않았다. 유리알처럼 맑고 투명했던 젊은 시절의 언어 감각은 모국어의 자원계발로 이어졌다. 선생은 사전에 매몰되어 있던 아름다운 우리말을 채굴해 빛나는 보석으로 세공하여 시의 진열대에 앉혔다. 갑년 이후에 펴낸 선생의 시집들은 모국어의 보고이다. 선생은 모국어의 파수꾼을 자임하였고, 그 일에 신성한 사명감을 가졌다.”

이 책에는 23인의 평론가 및 연구자들이 오탁번 시에 대해 쓴 글 또는 시인과 나눈 대담이 실려 있다. 몇몇 대목만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알요강」의 할아버지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린 손자가 저 작은 알요강에 소리를 내며 오줌을 눌 그날을 기다리며 ‘향긋한 지린내’에 의지하여 동지섣달 긴긴밤을, 그 춥고 흐린 노년의 시간을 보낸다. 이 정경과 언어에 담긴 은은한 마음의 결은 필설로 다 하기 힘들다.” - 이숭원(문학평론가, 서울여대 명예교수)

“토박이말의 다채로운 구사는 다정하고 걸쭉하고 살가운 어투의 문장에 녹아들면서 구어체 입담의 매력을 한껏 발산하게 된다. 입말의 묘미와 상황의 흥미로운 반전은 그의 시의 매력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시적 담화와 상상이 모두 서사적 형식을 시 안에 끌어들여 가능한 것이었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그의 시는 소설을 읽을 때 느끼게 되는 끈적끈적한 점액질의 문학적 감동을 선사한다.” - 고형진(문학평론가, 고려대 교수)

“선생의 이즈막 시들은 한결같이 힘을 쏙 빼고 있어서, 애초에 힘이란 게 있었는지조차 모르겠다. 애써 뭘 선언하거나, 애써 뭘 정립하거나, 애써 심오한 척, 뭘 포장하려는 속내가 아예 잡히지 않는다. (…) 힘이 빠졌다고 해서 정서와 감각의 장력이 느슨해지거나 언어의 모서리가 닳지도 않았다. 노자가 말했다는 대교약졸(大巧若拙)의 함의와 또 다르다. 약졸(若拙)하지 않다는 뜻이다.” - 오태환(시인, 문학평론가)

“쇠좆매로 스스로 영혼을 때리면서 숫눈처럼 희고 깨끗한 원고지, 즉 눈이 와서 쌓인 상태 그대로의 깨끗한 눈 위에다 피를 토하듯이 시를 써야 한다는 각오를 고희를 앞둔 시인 오탁번은 다지고 있다. 나이를 좀 먹었다고 시인 스스로 대가연하는 경우가 많은 우리 시단에서 이런 자세는 우리 모두의 귀감이 되고도 남을 만하다.” - 이승하(시인, 중앙대 교수)
저자

오탁번외

저자:오탁번(1943~2023)

충북제천에서태어났다.고려대학교영문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국문학과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1966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동화「철이와아버지」가,1967년『중앙일보』신춘문예에시「순은이빛나는이아침에」가,1969년『대한일보』신춘문예에소설「처형의땅」이당선되어등단했다.육군사관학교교수부국어과교관,수도여자사범대학국문과교수를거쳐,고려대학교사범대학국어교육과교수를역임했다.하버드대학교한국학연구소방문학자,계간시지『시안』편집인,한국시인협회회장,대한민국예술원회원을지냈다.한국문학작가상,동서문학상,정지용문학상,한국시인협회상,김삿갓문학상,고산문학상,목월문학상,공초문학상,유심문학상을수상했으며,은관문화훈장을받았다.시집『아침의예언』,『너무많은가운데하나』,『생각나지않는꿈』,『겨울강』,『1미터의사랑』,『벙어리장갑』,『손님』,『우리동네』,『시집보내다』,『알요강』,『비백』,소설집『처형의땅』,『내가만난여신』,『새와십자가』,『절망과기교』,『저녁연기』,『혼례』,『겨울의꿈은날줄모른다』,‘오탁번소설전6권’,평론집『현대문학산고』,『한국현대시사의대위적구조』,『현대시의이해』,『오탁번시화』,『헛똑똑이의시읽기』,산문집『병아리시인』,『두루마리』등이있다.



저자:고형진

고려대학교국어교육과및동대학원국어국문학과를졸업하였다.김달진문학상을수상했으며,현재고려대학교국어교육과교수로재직중이다.저서로『박용래평전』,『백석시를읽는다는것』,『정본백석시집』등이있다.



저자:박슬기

2009년『서울신문』신춘문예로등단하였다.현재서강대학교국어국문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저서로『리듬의이론』,비평집『누보바로크』등이있다.



저자:방민호

1965년충남예산에서태어났다.현재서울대학교국어국문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저서로『이광수문학의심층적독해』,『한국비평에다시묻는다』등이있다.



저자:송기한

1991년계간『시와시학』으로등단하였다.현재대전대학교국문과교수로재직중이다.저서로『서정시학의원리』,『한국현대현실주의시인연구』등이있다.



저자:엄창섭

가톨릭관동대학교국어교육과명예교수이며,김동명학회회장을맡고있다.



저자:오태환

1984년『조선일보』ㆍ『한국일보』신춘문예로등단하였다.시집『복사꽃,천지간의우수리』,『바다내언어들의희망또는그고통스러운조건』등,시론집『경계의시읽기』,『그곳에가지않았다:시의아포리아와시읽기의반성』등이있다.



저자:유성호

연세대학교국문과및동대학원을졸업하였다.대산문학상등을받았으며,현재한양대학교국문과교수및인문대학장으로재직중이다.저서로『서정의건축술』,『단정한기억』등이있다.



저자:윤향기

문학박사,시인,여행작가이며,시인협회회원,『열린시학』고문,『문학에스프리』편집인으로활동하고있다.저서로시집『북극여행자』,수필집『태도가뮤지컬이될때』,학술서『에로티시즘詩심리학에말걸다』등이있다.



저자:이동재

강화교동도에서태어나,고려대학교국어교육학과및동대학원국문과를졸업하였다.시집『이런젠장이런것도시가되네』등다수의저서가있다.



저자:이병초

전주에서태어났다.1998년문예계간지『시안(詩眼)』에「황방산의달」이당선되었다.시집『밤비』,『살구꽃피고』,『까치독사』,시비평집『우연히마주친한편의시』등이있다.



저자:이숭원

1955년서울에서태어나,1986년『한국문학』으로등단하였다.김달진문학상,김환태평론상,현대불교문학상,한국가톨릭문학상등을받았으며,현재서울여자대학교명예교수이다.저서로『백석시,백편』,『영랑을만나다』,『미당과의만남』,『김종삼의시를찾아서』,『목월과의만남』,『매혹의아이콘』등이있다.



저자:이승하

1984년『중앙일보』신춘문예에시가,1989년『경향신문』신춘문예에소설이당선되었다.계간『시안』편집위원,시안시회회장을역임하였으며,현재중앙대학교문예창작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시집『예수ㆍ폭력』,소설집『길위에서의죽음』,문학평론집『욕망의이데아』등이있다.



저자:이영광

1998년『문예중앙』으로등단하였다.시집『그늘과사귀다』,『나무는간다』,『끝없는사람』등이있다.



저자:이정현

시인.강원도횡성에서태어나,동국대학교대학원선학과를졸업하였다.『문학과창작』편집장을역임하였고,『월간문학』편집위원을맡고있다.시집『살아가는즐거움』,『춤명상』,『풀다』,시선집『라캉의여자』,평론집『60년대시인깊이읽기』등이있다.



저자:이진모

가톨릭관동대학교교양대학교수이며,계간『아시아문예』편집주간을맡고있다.



저자:이창수

1970년전남보성에서태어나,2000년『시안』신인상으로등단하였다.광주대학교문예창작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석사학위를받았으며,중앙대학교문예창작학과박사과정을수료하였다.시집『물오리사냥』,『귓속에서운다』,『횡천』등이있다.



저자:장은영

1975년서울에서태어나,2014년『세계일보』신춘문예평론으로등단하였다.현재조선대학교자유전공학부교수로재직중이다.평론집『슬픔의연대와비평의몫』이있다.



저자:장인수

교사,시인.고려대학교국어교육과를졸업하고,2003년『시인세계』로등단하였다.시집『유리창』,『천방지축똥꼬발랄』등이있다.



저자:조정인

1998년『창작과비평』으로등단하였다.평사리문학대상,지리산문학상,문학동네동시문학대상,구지가문학상을받았다.시집『사과얼마예요』,『장미의내용』,동시집『웨하스를먹는시간』,『새가되고싶은양파』등이있다.



저자:진순애

문학박사,문학평론가,동화작가.성균관대학교창의적글쓰기교수를역임하였다.저서로『한국현대시와모더니티』,『전쟁과인문학』,평론집『비평의시선』,『문학의법고와창신』,동화『꼬리없는고양이』,『천재고양이』등이있다.



저자:최준

강원도정선에서태어났다.1984년『월간문학』신인상,1990년『문학사상』으로등단하였고,1995년『중앙일보』신춘문예에시조가당선되었다.시집『뿔란부안라뚜해안의고양이』등이있다



저자:한용국

2003년『문학사상』으로등단하였다.시집『그의구름에는하늘이가득차있다』가있다.



저자:호병탁

시인,문학평론가.충남부여에서태어났다.시집『칠산주막』,평론집『나비의궤적』,『일어서는돌』,『양파에서고구마까지』등이있다.

목차

책을펴내며
머리말

1부시인의산문

좋은시는다우스개다
버슨분홍시인을기다리며
언어를모시다
하늘에서들리는말씀,받아적는다―내가읽은나의시집,『비백』

2부시집기행

모든사라진것들과의해후―『손님』(2006)시작노트|오탁번
시인의말―『우리동네』(2010)|오탁번
알몸으로쓴맨살의시―『시집보내다』(2014)|방민호
정겹고다사로운만물공생의사유―『알요강』(2019)|이숭원
시간의필경사가전해주는말과마음의고고학―『비백』(2022)|유성호

3부시인론―언어의비의

도시에서탐색된원형적상상력―오탁번론|송기한
일상과우주의마주침,삶의주름과겹에서출현하는사랑―오탁번의『1미터의사랑』과『벙어리장갑』|박슬기
원시성의마력―오탁번|진순애
멋지고세련된아재개그의진수―오탁번시집『알요강』을읽고|이승하
젊은날의눈물겨운초상,또는시적궤적의낭배|오태환
우리동네의언어와이야기―오탁번시인론|고형진
노년의해학과시―지천(芝川)오탁번|이동재
반로환동(返老還童)의주안술(朱顔術)―오탁번론|이영광
오탁번,시집보내다―성과속의경계를넘나드는웃음의미학|한용국
당신을향한인간의얼굴|장은영
‘시(詩)집’보내고,‘시(媤)집’보내고―오탁번의『시집보내다』|호병탁
‘동심(童心)’이면서‘취(趣)’의시―오탁번시집『시집보내다』를읽고|장인수
맑은날술래가된일흔살아이―오탁번의시|최준
외설과성찰이라는한아이―오탁번의신작시집『시집보내다』|윤향기
이계절의시집―『시집보내다』|조정인
이순을지나불러보는아름다운귀거래사|이승하
순정한언어에비친치열성의미학―오탁번시집『알요강』을읽고|이병초
자기응시의순정하고오연한형식―오탁번시인론|오태환

4부시인과의대화

헛똑똑이의모국어사랑|이창수
바람처럼자유로운따뜻한감성의시인―창조적역동성과맑은영혼의소유자오탁번|엄창섭/정리:이진모
‘원서헌’에서오탁번시인을만나다|이정현

오탁번연보
편집후기
필자소개

출판사 서평

고형진교수와오태환시인은이책의머리말에이렇게적었다.

“선생은갑년후에도활발하게시를쓰고발표했다.정년이다가와학교일로부터자유로워지면서시창작에더욱매진했고정년이후에는전업시인으로시에몰두했다.시는선생과한몸이되어일상에완전히녹아들었다.선생의일과는시와나란히진행되었다.그렇다고시를대량생산하지는않았다.선생은손톱에피가돋도록언어를조탁하여잘빚은시의항아리만을세상에내놓았다.선생은갑년이후3~5년간격으로시집을간행하였다.시집간행주기는갑년전에도똑같았다.선생은그렇게평생엄격하고성실하게시를짓다가어느날갑자기저세상으로훌쩍떠나셨다.갑년이후에도선생의정신은푸르렀다.늘어린아이와같은호기심으로세상을바라보았고,문단과정치의부조리엔결기있게비판의목소리를냈으며,새로운시에대한실험을지속해서시도했다.그리고끝까지유머를잃지않았다.유리알처럼맑고투명했던젊은시절의언어감각은모국어의자원계발로이어졌다.선생은사전에매몰되어있던아름다운우리말을채굴해빛나는보석으로세공하여시의진열대에앉혔다.갑년이후에펴낸선생의시집들은모국어의보고이다.선생은모국어의파수꾼을자임하였고,그일에신성한사명감을가졌다.”

이책에는23인의평론가및연구자들이오탁번시에대해쓴글또는시인과나눈대담이실려있다.몇몇대목만소개하자면다음과같다.

“「알요강」의할아버지는눈에넣어도아프지않을어린손자가저작은알요강에소리를내며오줌을눌그날을기다리며‘향긋한지린내’에의지하여동지섣달긴긴밤을,그춥고흐린노년의시간을보낸다.이정경과언어에담긴은은한마음의결은필설로다하기힘들다.”―이숭원(문학평론가,서울여대명예교수)

“토박이말의다채로운구사는다정하고걸쭉하고살가운어투의문장에녹아들면서구어체입담의매력을한껏발산하게된다.입말의묘미와상황의흥미로운반전은그의시의매력포인트라고할수있는데,이러한시적담화와상상이모두서사적형식을시안에끌어들여가능한것이었다.이러한특징으로인해그의시는소설을읽을때느끼게되는끈적끈적한점액질의문학적감동을선사한다.”―고형진(문학평론가,고려대교수)

“선생의이즈막시들은한결같이힘을쏙빼고있어서,애초에힘이란게있었는지조차모르겠다.애써뭘선언하거나,애써뭘정립하거나,애써심오한척,뭘포장하려는속내가아예잡히지않는다.(…)힘이빠졌다고해서정서와감각의장력이느슨해지거나언어의모서리가닳지도않았다.노자가말했다는대교약졸(大巧若拙)의함의와또다르다.약졸(若拙)하지않다는뜻이다.”―오태환(시인,문학평론가)

“쇠좆매로스스로영혼을때리면서숫눈처럼희고깨끗한원고지,즉눈이와서쌓인상태그대로의깨끗한눈위에다피를토하듯이시를써야한다는각오를고희를앞둔시인오탁번은다지고있다.나이를좀먹었다고시인스스로대가연하는경우가많은우리시단에서이런자세는우리모두의귀감이되고도남을만하다.”―이승하(시인,중앙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