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정적 말살사 : 폭군, 수구, 기득권을 위한 당파와 폭력의 역사

조선 정적 말살사 : 폭군, 수구, 기득권을 위한 당파와 폭력의 역사

$17.50
Description
지금도 되풀이되는 정적 죽이기,
조선 시대 선비들은 어떻게 정적을 제거해 갔을까?
소설처럼 읽는 조선 사화 이야기!
이 책 《조선 정적 말살사》는 조선 시대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핏빛 역사 ‘사화(士禍)’를 다룬다. 우리가 흔히 ‘무갑기을’(무오사화, 갑자사화, 기묘사화, 을사사화)이라는 머리글자로 기억하는 사화는 ‘임금이 훈구파와 손잡고 사림파 선비들을 마구 죽인 사건’이라고 거칠게 정의할 수 있다.
그런데 저자는 이 설명에서 ‘마구 죽였다’에 홑따옴표를 치고 좀 더 깊이 있게 생각해 보자고 한다. 도대체 ‘역사란 무엇인가’를 되물어야 하기 때문이란다. 이 물음에 대해 사람들은 신채호의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라거나 E. H. 카의 “과거와 현재의 부단한 대화”와 같은 낯익은 정의를 답으로 내놓곤 한다.
하지만 저자는 역사를 이루고 있는 본질에 접근해 원초적인 역사 정의를 내린다. 역사의 본질은 ‘죽임’이고, 그 피동형 ‘죽임’의 주어가 ‘승자’라는 행간의 의미도 기억하면서.

“죽임과 죽임이 쌓이고 쌓여 이룬 퇴적층이다.”

저자는 이 정의를 통해 역사의 시간 흐름에서 단 한순간도 ‘죽임’이 없었던 적이 없었음을 웅변한다. 그럼 누가 누구를 죽이는 걸까. 힘 있는 자가 자기에게 대드는 사람을 죽인다. 이들 사이에는 ‘권력’이나 ‘이권’이 작동한다. 이걸 ‘정적 죽이기’란 말로 표현해도 된다.
저자는 왜 정적 죽이기의 핏빛 흑역사를 굳이 이 시점에 다시 소환할까. 반복된다는 역사 법칙이 여전히 작동하기에 지금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기 때문이란다. 저자는 멀리 갈 것 없이 우리 현대사를 보라고 한다. 이승만 대통령은 김구 임시정부 주석을 제거하려고 온갖 나쁜 짓을 다 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을 쥐도 새도 모르게 현해탄에 수장까지 하려 하지 않았던가. 이뿐이 아니다. 그럼, 지금은 또 어떤가.
저자는 바로 이런 문제의식으로 4대 사화를 자세하게 들여다본다. 4대 사화의 본질은 권력을 잡은 훈구파와 이를 비판하는 사림파의 핏빛 대결이다. 하지만 저자는 사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물망처럼 얽히고 얽힌 복잡한 정치적 역학관계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관계에서부터 조상과 가문, 외척, 소신, 학문, 당파, 정치적 입장, 여느 가문과 관계까지 망라해야 한단다. 그래서 이 책은 이런 관점에서 사화를 들여다보았다.

저자

조성일

저자:조성일
역사큐레이터다.사학과를졸업한후오랜시간저널리스트로일했다.이때몸에익힌팩트체크습관이탄탄한역사책을쓰는데큰도움이되었다.중국역사서《자치통감》(전32권)한글완역본작업에참여해번역원고를원문과대조하며윤문한바있다.청소년대상의《꼬리에꼬리를무는한국근대사》《꼬리에꼬리를무는한국현대사》를비롯해《누가왕이되는가》《개혁하는사람,조광조》《100년후에다시읽는독립선언서》《미국학교에서가르치는미국역사》등다수의역사책을썼다.

목차


서문
들어가며:사화란무엇인가

1장무오사화
이‘사초’의정체는도대체무엇일까7
이극돈,유자광을찾아가다
유자광,김일손사초연산군에게고하다
연산군,사초를보다
‘조의제문’이단종과무슨상관인가
드디어사림파선비들을죽이다

2장갑자사화
“우리임금이달라졌어요!”
연산군은누구인가
“내옷에술잔엎지른자국문하라”
연산군,장녹수의치마폭에푹빠지다
임사홍,폐비사건전말을고하다
“세좌의죄는반역보다도심하다”
왕을갈아치워잘못을바로잡다

3장기묘사화
훈구파,허수아비왕을세우다
중종,사림파조광조를등용하다
구언상소가사림파의위상을높이다
왕비간택령내리다
사림파,개혁에적극나서다
가짜공훈자가려내퇴출하다
‘주초위왕’새긴나뭇잎발견되다
중종,밀지를내리다
신무문의난이일어나다
“그렇다면내죽음은틀림없소!”
개혁은전광석화처럼해야성공한다

4장을사사화
남곤도가고,심정도가고
김안로,권력의핵으로떠오르다
중종,김안로처단밀지를내리다
세자,즉위하여인종이되다
인종,7개월만에죽다
문정왕후,을사사화를일으키다
벽서사건으로을사사화완결되다

후기:정치보복의역사를끝내자

출판사 서평


“죽임과죽임이쌓이고쌓여이룬퇴적층이다.”

저자는이정의를통해역사의시간흐름에서단한순간도‘죽임’이없었던적이없었음을웅변한다.그럼누가누구를죽이는걸까.힘있는자가자기에게대드는사람을죽인다.이들사이에는‘권력’이나‘이권’이작동한다.이걸‘정적죽이기’란말로표현해도된다.
저자는왜정적죽이기의핏빛흑역사를굳이이시점에다시소환할까.반복된다는역사법칙이여전히작동하기에지금우리가반면교사로삼을만하기때문이란다.저자는멀리갈것없이우리현대사를보라고한다.이승만대통령은김구임시정부주석을제거하려고온갖나쁜짓을다했다.박정희대통령은김대중대통령을쥐도새도모르게현해탄에수장까지하려하지않았던가.이뿐이아니다.그럼,지금은또어떤가.
저자는바로이런문제의식으로4대사화를자세하게들여다본다.4대사화의본질은권력을잡은훈구파와이를비판하는사림파의핏빛대결이다.하지만저자는사화를제대로이해하기위해서는그물망처럼얽히고얽힌복잡한정치적역학관계를이해해야한다고말한다.인간관계에서부터조상과가문,외척,소신,학문,당파,정치적입장,여느가문과관계까지망라해야한단다.그래서이책은이런관점에서사화를들여다보았다.

무오년선비살해사건

조선의최초사화인무오사화(戊午士禍)는1498년(연산군4년)에일어났다.《성종실록》을편찬하는실록청당상이었던좌찬성이극돈(李克墩,1435~1503)이사초더미에서자신의비위를기록한사관김일손(金馹孫,1464~1498)이쓴사초를발견하면서시작됐다.
전라도관찰사시절이극돈이세조비인정희왕후의장례때빈소가있는한양을향해향을바치지않은데다,기생까지끼고놓았다는내용이었다.삭제해달라고요청하지만거절당한다.무슨수를써서라도이사초를없애야했던이극돈은간신유자광을찾아가면서사건은일파만파커진다.여기엔김일손의장원급제를막은이극돈과학사루에걸린유자광의현판을떼어낸김종직과의개인적악연까지그행간에흐르고있었다.
아무튼이일은세조의궁금비사(세조가며느리를불렀다는얘기,단종비소릉문제)까지들춰지고,급기야김일손의스승이자사림의상징인김종직(金宗直,1431~1492)의<조의제문(弔義帝文)>까지소환된다.조의제문은김종직이중국초나라의제가항우에게죽임을당한걸비유해단종이세조에게왕위를찬탈당한계유정난을비판한시다.
이상황에분노한연산군이결국해서는안되는,사초를가져오라고해서직접본다.그러고나서관련된자들은물론김종직의제자들까지마구잡아들여목숨을빼앗는다.

갑자년선비살해사건

1504년(연산군10)에일어난갑자사화(甲子士禍)는무오사화와는그성격을달리한다.무오사화는전형적인훈구파의사림파에대한공격이었다면,갑자사화는순전히연산군이생모때문에벌인개인적복수극이다.그래서갑자사화에서는사림파와훈구파모두희생됐다.
발단은연산군이생모폐비윤씨(제헌왕후)의죽음을둘러싼비밀을임사홍으로부터전해들으면서다.연산군은아버지성종의행장에기록된외할아버지의이름이‘윤기견’이라쓴걸본다.의심스러워혹시‘윤호’를잘못쓴거아니냐고물었었다.제대로쓴거라는답변을듣고는고개를갸웃하고있었었던터다.
그날술자리에서이얘기를들은연산군은그길로궁으로달려가생모윤씨를시기질투하던귀인정씨와엄씨를때려죽이는가하면할머니인수대비더러“어찌하여제어머니를죽였습니까”고따지기에이른다.
이일은일파만파확대되면서생모윤씨의사사와관련한인물들을잡아들이기시작한다.양로연에서술을받다술잔을엎질러연산군의옷을적시는일로처벌까지받았던이세좌는윤씨사사때사약을들고갔던인연으로멸문지화를당한다.그러면서연산군은생모사사와관련한윤필상과한명회등열두명의관료인‘십이간’을비롯하여모두230명을처형했다고한다.

기묘년선비살해사건

기묘사화(己卯士禍)는1519년에패륜적기행을보이던연산군을폐위하고강제로(?)옹립된중종이훈구파와손잡고사림파를대거숙청한사건이다.
연산군의이복동생중종은자기도모르는얼떨결에반정군에의해즉위했다.반정군은똑똑한왕보다는자신들이쥐락펴락할수있는허수아비왕이필요했다.하지만즉위하고10여년이지나며반정군의핵심리더들이죽으면서훈구파의권력에공백이생겼다.때마침자기정치를하고싶었던중종은훈구파의견제세력으로조광조(趙光祖,1482~1519년)를비롯한사림파들을등용한다.
사림파는여러개혁조치를단행하기시작했다.도교의잔재를없앤다며소격서를철폐하고,필요한인재를널리등용한다며‘현량과’를실시했다.백성들을위한다며향약을널리보급하였다.그리고사림파는여러차례의견개진만있었을뿐훈구파의시퍼런서슬에눌려쉬쉬하던‘위훈(僞勳,가짜공훈)’문제를물위로끄집어냈다.
중종반정에공이있는자들을공신으로책봉한‘정국공신(靖國功臣)’은모두117명으로역대최대다.공이없는가짜공신이다수섞여있었기때문이다.조광조를비롯한사림파는중종에게서끝내허락을얻어가짜공신들을가려내공훈을삭탈했다.
하지만가뜩이나사림파의개혁조치에위기의식을느끼던훈구파가반격에나섰다.남곤과심정,홍경주등훈구파가밤에몰래중종을찾아가사림파를잡아들이라고한것이다.개혁피로감이시달리던중종도이들의요구에응한다.
이렇게시작된기묘사화는조광조를비롯한사림파의개혁세력들을모조리잡아들였고,이들의목숨을빼앗거나유배를보냈다.

을사년선비살해사건

명종즉위년인1545년에일어난을사사화(乙巳士禍)는중종의첫번째계비장경왕후와두번째계비문정왕후의친정세력인파평윤씨가문이서로편을갈라일어난권력다툼이다.
세자‘호’를낳은장경왕후가죽으면서호시탐탐세자자리를뒤흔드는일이벌어진다.특히경빈박씨가낳은중종의맏아들이자서자인복성군문제가뜨거운감자였다.이런데다뒤늦게문정왕후가경원대군을생산하면서중종의후계문제는복잡해졌다.
1527년‘작서(灼鼠)의변’(불에탄쥐를매달아놓은사건)과1533년‘가작인두(假作人頭)의변’(사람머리인형만든사건)이일어나면서세자의지위를흔든다.그러자세자의후견인인김안로(장경왕후의딸호혜공주시아버지)와외삼촌인윤임(‘대윤’이라함)이중심이되어세자를보호했다.
이러는사이중종이죽었고,세자는곧바로인종으로즉위한다.이상황이면왕위를둘러싼암투는멎어야한다.하지만실낱같은희망을부여잡은소윤은포기하지않았다.인종이건강도좋지않고,슬하에아들이없었기때문이다.그런데인종이즉위7개월만에죽었다.인종은경원대군에게왕위를양위한다고유언했다.경원대군은명종으로즉위했다.
그럼소윤측에서는바라던바를이루었으니더이상의피비린내는풍기지말았음도하다.그런데그렇지않았다.경원대군의나이가어려수렴첨정에나선문정왕후가그동안끊임없이자신을흔들며동생들을볼모로치도곤을했댔던대윤에대한복수심에불탔던거다.
문정왕후는윤원로와윤원형등친정오빠들에게밀지를내려세를규합하도록하고는역모사건을꾸민다.윤임의조카였던계림군(성종의셋째아들계성군양자)과희빈홍씨의아들봉성군이그대상이었다.이리하여관련자들을대대적으로잡아들여처단한다.
그런데이을사사화는여느사화와달리여기서끝나지않았다.1547년‘양재역벽서사건’(문정왕후를비난한벽서)으로또다시대윤의잔당이라며사림파세력을일망타진하여사화를완성한다.
이상에서살펴본사화는과거에박제된죽은역사가아니라여전히지금의우리를비추는‘역사의거울’이다.치열함을넘어잔인하기까지한지금의진영간반목을보면사화와너무도닮은꼴에소름이돋을지경이다.

지금도되풀이되는
정적죽이기!

자자는말한다.이책을시작할때‘정적’이란낱말을쓸것인가를놓고고심했단다.결론적으로이말말고는사화를비롯한권력투쟁을직접적이고정직하게표현할수는없을것같았단다.이제우리역사에서‘정적죽이기’나‘정치보복’같은낱말은다시등장하지않았으면바람에서이낱말을쓴다는저자는고르디우스처럼단칼에얽히고설킨매듭끊어내는것과같은결기와지혜로흑역사가끝나길바란다.
요즘우리사회에‘역사평가’나‘역사심판’이란낱말이자주소환된다.그만큼우리사회에뭔가공정과정의가무너진일이벌어지고있다는징조이다.이런혼란은권력자의경거망동에서비롯되는경우가흔하다.이럴때‘역사’는함부로날뛰지말것을경고한다.
하지만권력에취하면이런경고쯤은안중에도없게마련이다.자신이휘두르는권력의칼이곧역사심판의칼이라고착각하기때문이다.그래서역사의칼은누군가를죽이기위해서가아니라올바른역사를만들기위한수단이되어야한다.